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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션으로 무한성장 (46)화 (46/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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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떼 -2

“이 괴물들은 뭐야!”

적어도 서른마리는 넘어보인다. 괴물들은 이성이 없는 것 같았다. 그저 눈을 반쯤 까뒤집은 체, 아가리를 크게 벌리고 달려든다.

모습은 흉측하기 그지없었다. 몸의 근육은 비정상적일 정도로 발달했고, 길게 자란 손톱은 짐승의 것과 같았다. 얼굴은 반쯤 뭉개져 있었다.

“설마 이놈들이 그 괴생명체인가!”

카르안은 골렘의 형태를 바꾸었다. 순식간이었다. 전투형태. 골렘은 육중한 주먹을 휘둘러 괴물들의 육탄돌격을 막았다. 골렘과 괴물들이 충돌했다.

“입구 쪽에서 막아!”

카르안이 지시했다. 수가 너무 많다. 넓은 곳에서 싸우면 그만큼 불리해진다.

골렘이 몸으로 돌격을 한번 막아내었다. 그만큼 골렘이 손상되었지만, 일단 속력을 늦춘 게 중요했다.

카라나리가 골렘의 뒤에서 날아올랐다. 그녀는 공중에서 검을 휘둘렀다. 오러가 실린 검.

그것은 괴물들의 몸을 말끔하게 잘라내었다. 괴물들은 카라나리에게 손을 뻗었지만, 그녀는 날렵하게 발을 움직였다. 손톱이 허공을 갈랐다.

‘공격이 단순하다.’

그냥 눈에 보이면 무차별적으로 팔을 휘두를 뿐이다. 근력은 강력하지만, 아무리 힘이 세봐야 안 맞아주면 그만인 것이다. 게다가 움직임도 묘하게 둔탁하다.

“설마, 이렇게까지.......”

하지만 레이아라는 반대였다. 카르안과 카라나리가 열심히 싸우는 것과 다르게, 레이아라는 괴물을 보자마자 딱딱하게 굳었다. 큰 충격을 받은 것처럼.

“레이아라씨?”

“아, 네!”

카르안이 부르고 나서야 그녀는 정신을 차렸다. 잠시 망설인 레이아라는, 얼른 활을 꺼내었다. 그리고 허공에 손을 한번 휘저었다.

“나무와 숲, 생명의 종족에게만 허락된 단죄의 불꽃.”

푸른 마나가 모이더니 화살의 형상을 이루었다. 엘프 궁수의 마법. 상당한 수련을 쌓은 엘프들이 사용하는 특수한 화살이다.

화살은 맑은 하늘색이었다. 보석처럼 투명하고 아름다운. 하지만 그 안의 힘은 심상찮았다.

레이아라는 활에 화살을 먹이고 카라나리를 향해 외쳤다.

“물러나세요!”

괴물들에게 둘러 싸여있던 카라나리. 그녀는 목소리를 듣자마자 괴물을 발로 밀어 찼다. 그 반동으로 공중으로 뛰어올라 한 바퀴 회전 후 착지. 박수가 나올 만큼 가벼운 움직임이다.

레이아라는 눈을 가늘게 뜨고 조준했다. 괴물들이 입구로 몰려온다. 그들이 튀어 나오기 직전, 그녀는 활시위를 놓았다.

-콰아아아앙!

가볍게 날아가던 화살. 그것은 첫 번째 괴물의 몸에 부딪히는 순간 폭발했다. 묵직한 진동이 방 안을 울렸다. 폭발 한 번에 멈추지 않고 뒤의 괴물들을 끝없이 삼켜버렸다.

탐욕스러운 불길. 폭발의 불길은 특이하게도 시릴 만큼 아름다운 하늘색이었다. 그 신성한 불이 탐욕스럽게 괴물들의 고기를 탐했다. 놈들은 비명도 제대로 못 지르고 녹아내렸다.

불길이 사라지자, 거기에는 까맣게 탄 괴물들만 남아있었다. 뒤의 벽들도 녹아버렸다. 폭발 시 일어나는 충격보다는, 순수한 고열로 적을 녹여버리는 기술. 실로 무서운 힘이었다.

“굉장하군요.”

카라나리가 감탄했다. 저 불길은 자신도 쉽게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어지간한 마법사의 공격 마법보다 훨씬 강력했다. 일격에 수십마리의 괴물들을 전멸시켰다. 그리고

“에고, 내 골렘.”

덕분에 카르안의 골렘도 아이스크림마냥 녹아버렸다. 어차피 즉석에서 만든 골렘이지만, 조금 더 움직일 수 있었는데 박살이 나니 여러모로 아쉬운 기분. 그는 입맛을 다지며 말했다.

“그나저나 이게 그 괴생명체?”

“글쎄요. 이 정도로 르네키르다가 흔들렸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너무 약했다. 레이아라가 없었어도 카라나리가 전부 정리할 수 있을만한 수준. 특히나 이들은 이성이 없다. 평지에서 단체로 달려든다면 모를까, 산악 지형에서는 더욱 힘이 떨어지리라.

“이들은 아니에요.”

착잡한 목소리. 레이아라의 것이다. 큰 기술을 사용한 탓일까. 하얀 얼굴이 조금 더 창백해져 있었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그러면 이놈들은 대체.......”

“그만 나가죠. 더 이상 여기 있고 싶지 않아요.”

레이아라가 말을 끊어버렸다. 카르안은 조금 더 묻고 싶었지만, 레이아라는 휙 돌아 나가버렸다.

상당히 신경질적인 태도. 뭔가 상당히 불편해 보였다. 카르안과 카라나리는 서로를 한번 보고, 레이아라를 따라 올라갔다.

2.

결국 죽기 살기로 고생해서 얻은 것은 자잘한 재료들뿐. 연금술 길드 안을 나오자 이제 저녁이었다.

“해가 지는군.”

“잘 곳을 구해야되겠죠.”

“그렇겠지. 음, 어디가 좋을까.”

카르안이 말했다. 이제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시간. 마을로 돌아가거나, 아니면 여기서 자고 내일 더 나아갈 것이냐.

답은 자명했다. 더 나아간다. 마법사의 탑에서 상당한 이득을 얻었지만, 그것으로는 한참 부족하다. 무엇보다 숲의 심장은 구경도 못했다. 카라나리도 같은 생각이다.

“.........”

레이아라는 말이 없다. 조금 멍한 표정. 카라나리가 그녀를 잠시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괴생명체를 조심해야 합니다. 밖보다는 건물 안쪽이 좋겠어요.”

“동감이야. 마법사의 탑 쪽이 편할 것 같다.”

카르안이 대답했다. 그 전에 떠오른 것은 연금술사 연합. 지하에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안전한 느낌이 들었다.

또한 괴물이 튀어나온 공간. 밖에서는 무슨 짓을 해도 열 수 없고, 안에서는 손쉽게 열수 있기 때문에 가장 안전했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안전하다고해도, 구워진 괴물들 사이에서 자고 싶지는 않았다. 꿈자리가 뒤숭숭할 것 같다.

마법사의 탑에서 잔다. 카라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레이아라 씨는?”

“상관없잖아요. 아무대서나 자도.”

레이아라가 짜증스럽게 말했다. 카르안도 눈썹을 찌푸렸다.

“레이아라씨. 여기서 괴생명체를 만난다면 위험합니다.”

“그럴 일은 없어요! 괴생명체의 습격같은건........”

레이아라가 소리쳤다. 그녀는 표정 조절이 안 되는지, 얼굴이 조금 떨리고 있었다.

“네?”

“아.......”

“그게 무슨 말이죠?”

카라나리의 눈이 가늘어졌다. 레이아라는 손을 저었다.

“아니에요. 저는 그냥, 하아.......”

레이아라가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착잡한 표정. 그녀는 카르안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조금 안 좋은 일이 떠올라서. 방금 전은 실언이었어요.”

“........알겠습니다.”

카르안은 별말 없이 물러났다. 카라나리도 그가 말을 하지 않자, 입을 다물었다.

아까 전 괴물을 봤을 때부터 레이아라의 상태가 이상했다. 단순히 괴물을 봐서 놀란 것 같지는 않았다.

레이아라도 수준 있는 궁술사다. 비록 괴물들은 흉측했지만, 레이아라 정도의 전사가 고작 그 정도로 정신이 흔들린다? 말이 안 되었다.

그럼에도 카르안은 한번 물러섰다. 지금 추궁해봐야 뭐가 나올 것 같지도 않다. 오히려 분위기만 악화될 것이다.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태양이 점점 자취를 감추었다. 그 자리를 달과 별이 차지했다. 어둠의 장막이 마을을 덮었다.

결국 세 사람이 잠자리로 정한 곳은 마법사의 탑. 따로 텐트를 칠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 넓은 시야확보가 가능했다.

그리고 무언가 에게 공격 받는다 해도, 밖으로 탈출할 수 있다. 그들은 마탑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이런 곳에서도 버섯이 자라는구나.”

카르안이 버섯을 씹으며 중얼거렸다. 고소하고 향긋한 향이 코를 간지럽힌다.

훈제 고기는 점심때 전부 소모했다. 그래도 저녁은 먹어야 했다. 해결책은 카라나리가 마련했다. 근처에 버섯을 전부 따온 것.

그녀는 독버섯과 식용 버섯을 완벽하게 구별했다. 덕분에 카르안은 걱정 없이 식사를 해결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마법사의 탑 안이다. 창문이 있는 쪽만 아니면 불을 지펴도 밖에서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모닥불 앞에서 버섯을 굽고 있다.

“카라나리만 있으면 산속에서도 굶을 걱정 없을 것 같아.”

“칭찬이신가요?”

“그럼.”

카라나리도 직접 따온 버섯을 오물거리고 있다. 격하게 싸웠더니 배가 고픈 것 같다. 카르안과 카라나리 모두 버섯을 입에 넣고 있다. 세 명의 사람 중에서 유일하게 식욕이 없어 보이는 것은 레이아라였다.

“레이이라씨도 조금 드시죠?”

“전 괜찮아요.”

그녀의 우울 모드는 끝없이 지속되고 있다. 카르안이 몇 번 권유해 봤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을 뿐.

“하아. 자꾸 그러면 안 남겨 둡니다?”

“상관없어요. 그런거.”

먹기 싫다는데 자꾸 말하기도 민망하다. 카라나리는 걱정스러운 표정이었지만, 카르안은 깔끔하게 무시하고 버섯을 해치워 버렸다.

그날 밤. 불침번은 세 명이 번갈아가며 섰다. 첫 번째가 레이아라였고 두 번째가 카르안. 마지막이 카라나리였다.

중간 시간. 가장 힘든 시간이었지만 카르안은 받아들였다. 오늘 많이 움직인 것은 그가 아니다.

잠에 들었던 카르안. 그는 레이아라가 깨우자 바로 일어날 수 있었다.

“카르안씨. 일어나세요.”

“끄응.”

카르안이 기지개를 쭉 폈다. 피로함이 껌처럼 끈적끈적하게 달라붙었지만, 새벽바람을 쐬자 조금 정신이 들었다.

“방금 잠든 것 같았는데.”

“너무 잘 주무셔서 깨우기 힘들었어요.”

레이아라는 한숨을 쉬었다. 카르안은 수통의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검을 챙겨 일어섰다.

“레이아라씨는 이제 주무세요.”

“저는 잠시......,,”

그녀는 잠자리가 아니라 밖을 향하려했다. 카르안이 막아섰다.

“어디 가세요?”

“잠시 바람 좀 쐬려고요.”

“지금 이 시간에?”

카르안의 눈썹이 좁아졌다. 뜬금없이 새벽에 무슨 산책인가. 무엇보다 밖에 뭐가 있을지 모른다. 너무 위험했다.

“안됩니다.”

“만약 위험해지면 다른 곳으로 갈게요.”

“무슨 소리입니까. 차라리 이쪽으로 와야죠.”

레이아라는 잠깐 입을 벌렸지만, 아무 말 없이 다물었다. 카르안은 잠시 고민했다.

“단순히 바람을 쐬는 거라면 안쪽도 상관없겠죠.”

그가 안내한 곳은 마탑의 테라스. 카라나리도 시야 안에 있고, 무엇보다 밖이 훤히 보였다. 카르안이 손짓하자 레이아라는 순순히 따라왔다.

바람은 선선했다. 이제 봄의 한중간.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공기가 몸을 휘감는다. 둥근 달이 마탑 아래 마을을 비춰주고 있었다.

“........”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 갑자기 왜 그러느냐. 당신이 이렇게 흔들리면 우리들이 힘들다. 그 괴물들과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게다가 괴생명체의 습격이 없다니. 뭔가 아는 게 있는 것이냐.

하지만 카르안은 말없이 담배 하나를 꺼내 물었다.

“불 좀 주실래요?”

그의 입에서 나온 것은 생뚱맞은 말이었다. 잠시 그를 쳐다보던 레이아라는 담대 끝에 손을 대었다. 마법이었다. 매캐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두 사람은 말없이 달을 쳐다봤다. 마을에는 엘프들의 시체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검고 탁한 세상. 이런 곳에서도 밤하늘만은 타락하지 않은 체, 순결한 아름다움으로 사람들을 홀리고 있다.

그 사이로 뿌연 구름이 올라왔다. 담배연기. 그는 말없이 두 번째 담배를 물었고, 레이아라는 다시 불을 붙여주었다.

두 번째 담배마저 반쯤 타들어 갔을 때, 카르안이 입을 열었다.

“달의 뒷면에 대해 아십니까.”

“달의 뒷면?”

“저희가 보는 달이라는 게, 사실 달의 한쪽 면이라는 것입니다. 그게 공전과 자전 때문이라고 하는데 자세한 것은 모르겠고.”

이곳의 환경은 지구와 비슷했다. 저 하늘에 떠 있는 달도 마찬가지. 그가 마저 입을 열었다.

“결국 이곳에서는 달의 뒷면을 볼 수 없다더군요.”

“.......”

“그리고 저도 억지로 그 뒤편을 보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당신이 말하기 싫은 비밀은, 억지로 캐묻지 않겠다. 레이아라도 그 뜻을 이해한것 같았다.

“하지만 그게 저희에게 문제가 된다면, 저도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긴 침묵 끝에 레이아라가 대답했다. 그녀는 카르안에게 손을 뻗었다.

“네?”

“담배 줘봐요.”

“이게 돛대거든요? 남은게 없어요.”

“지금 물고 있잖아요.”

카르안은 말없이 담배를 건넸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담배를 물더니 깊게 빨아들였다.

콜록거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남은 담배를 모두 태웠다.

뿌연 연기가 하늘을 가렸다. 카르안은 그녀를 잠시 쳐다보다가, 다시 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달이 아름다운 밤이었다. 그 외눈의 감시자는, 여전히 등 뒤에 상처를 숨긴 체 그들을 내려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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