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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션으로 무한성장 (44)화 (44/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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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떼 -2

“결국 뭐였을까. 저 놈들은.”

카르안이 허겁지겁 도망치는 암살자들을 보며 허탈하게 말했다. 지들끼리 쑥덕거리더니, 그냥 도망가 버린다. 쓸데없는 싸움을 피한 것은 좋지만, 그래도 뭔가 좀 찜찜하다.

“싸움을 피한것은 좋았습니다. 저래보여도, 저놈들은 상당한 실력자였습니다.”

카라나리가 미행을 눈치 못 챌 정도였으니. 그런데 그 뛰어난 암살자들을 단숨에 파악한 사람이 있다. 카라나리가 감탄한 듯 말했다.

“대단한 실력이군요.”

레이아라였다. 원래 엘프는 시력과 감각이 굉장히 민감하다. 카라나리도 마나를 다룰 수 있게 되면서 그 힘이 깨어났지만, 레이아라는 더욱 날카로웠다.

평범한 엘프였다면 카라나리만한 감각이 없을 것이다. 다만 레이아라도 평범한 엘프가 아니다. 장거리 저격. 그것을 성공할 만한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 굉장한 실력의 명사수.

“아무튼 무사히 끝나서 다행입니다.”

“고마워요. 그런데 싸워도 상관없지 않나요? 어차피 카르안님이 계시는데.”

레이아라가 웃으며 말했다. 그녀의 예민한 청각은 암살자들의 대화를 전부 낚아채었다. 그들은 카르안이 두려와 후퇴한 것이다.

그녀는 마을에서 카르안에게 말 걸기를 잘 했다고 다시 한 번 생각했다.

레이아라는 기대에 찬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상당히 부담스러운 눈.

“저기, 그게.......”

카르안은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 슬슬 진실을 밝혀야한다. 조금 가슴이 아프기는 했지만, 일이 끝날 때까지 숨길 수는 없다.

나중에 전투를 하게 된다면 전부 들통 날 테니까. 카르안의 고뇌를 아는지 모르는지, 레이아라는 신나서 떠들어대었다.

“게다가 제가 활을 겨누었을 때, 정말 긴장하지 않으시더라고요. 제 화살정도는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이런 거 맞죠? 제가 화살 쏘면 막 골렘이나 이런 게 튀어 나오나요?”

‘그럴 리가 있냐.’

그때 카르안이 피하지 않은 것은 카라나리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활을 겨눌 때까지만 해도, 그는 정말로 레이아라가 배신한 줄 알았다.

“아, 그게. 레이아라씨. 사실 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닙니다. 싸움질 같은 거 잘 못해요.”

“에이~ 겸손해 하실 필요 없어요.”

레이아라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카르안은 헛기침을 한번 하고 진지하게 말했다.

“아니, 정말인데.”

“아하하하, 농담도 참. 숲의 심장을 얻으려면 거기를 지키는 놈들이랑도 싸워야 한다고요? 그게 얼마나 어려운데.......”

레이아라의 웃음소리가 서서히 사라졌다. 카르안과 카라나리의 표정이 정말 암울했기 때문이다.

“.......싸움 정말 못해요?”

카르안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생글거리던 레이아라의 표정이 순식간에 썩어 들어갔다.

2.

“하아, 그러니까 다 거짓말이었다?”

“그렇다고도 볼수있죠.”

“뭘 볼 수 있어요. 거짓말이 거짓말이지.”

레이아라가 혀를 쯧쯧 찼다. 둘도 없는 강자인줄 알고 따라왔는데, 알고 보니 그저 그런 힘밖에 없다.

전설의 성검인줄 알고 뽑은 칼이 실은 플라스틱 장난감인 것을 알았을 때처럼, 그녀는 영 표정이 좋지 않았다. 사근 거리던 말투도 순식간에 변해버렸다.

“그러면 진작 말씀을 하셨어야죠.”

“혹시라도 메이론, 그 미친녀석이 들어봐야 좋을 게 없으니까요.”

“하아.”

레이아라는 한숨을 푹 쉬었다. 기분 탓일까, 그녀의 눈 밑이 검게 어두워진 것 같았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숲의 심장 앞에 적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카라나리가 대답했다. 레이아라는 그녀를 훑어봤다.

강하다. 보기 드문 수준의 검사. 자신에게 달려들 때도, 몇 번 더 공격했다면 목숨이 위험했다. 비록 레이아라가 장거리 전에 특화된 궁수인 것을 감안해도. 그녀를 순식간에 제압할 실력.

“그러면 카르안씨는 뭘 하실 수 있죠? 그래도 골렘은 조금 다루시던데.”

“그거 한 30초 정도 움직여요.”

“30초? 30분이 아니라?”

“제가 초와 분도 헷갈려 할것 같습니까.”

결국 연금술사는 비전투 직업. 그 한계가 드러나고 있었다. 레이아라는 머리를 짜증스럽게 긁적이더니, 활을 다시 등에 걸쳤다. 일이 꼬였다.

“그러면 됐어요. 이제 와서 돌아갈 수도 없고.”

상황 파악이 빠른 여자였다. 기황 이렇게 된 거 끝까지 가볼 수밖에 없다. 일단 카라나리는 큰 전력이 되니까.

그리고 30초라도 골렘을 소환하는 것도 보통 난이도는 아니다. 2미터짜리 괴물은 30초 안에 전황을 역전시킬 힘이 있다. 하지만 레이아라나 카라나리가 워낙 출중하다 보니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젠장. 싸움 좀 못한다고 이런 꼴이라니.’

카르안은 한숨이 푹푹 나왔다. 그래도 나름대로 강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멀었다. 그래도 세치 혀로 싸움을 피할 수 있지 않았냐. 하고 하려다가 그것도 구차해서 입을 다물었다.

카르안 만큼이나 우울해진 레이아라. 그녀가 앞장을 섰다. 어쩐지 힘이 없어 보였지만, 카르안은 애써 무시했다. 잠시 후, 그녀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제 곧 엘프의 도시가 나올 거예요. 인간들의 도시보다는 좀 작고, 마법사의 탑이 있죠.”

“마법사의 탑?”

“인간들 기준으로는 마법사길드. 그 정도로 생각하시면 돼요.”

레이아라가 간단하게 설명했다. 말 그대로 마법사의 탑은 엘프 마법사들의 연구실이다. 인간들의 왕국과 차이점이라면, 길드는 국가의 관리를 받지 않는 독립적인 조직이라는 것이다.

반면 엘프 마법사의 탑은 전부 국가의 관리 하에 있다. 엘프들의 결속을 위해서다. 엘프는 독단적인 마법사에게 지원을 허락하지 않았다. 카르안이 말했다.

“거기 쓸 만한 물건이 있겠군요.”

“그렇죠. 이제 얼마 안 가면 마을이니까.”

엘프든 인간이든 오크든. 마법 도구만큼 귀한 물건은 없다. 결국 가장 먼저 갈 곳은 마법사들의 연구실이다.

레이아라는 특유의 감각으로, 지도도 없이 그들을 안내했다. 무엇보다 몸이 가볍다. 카르안은 험한 산길에 조금 힘이 빠졌지만, 레이아라는 경사지고 가파른 지형도 너무 쉽게 통과해버린다.

“여기서부터 마을인가 보군요.”

카라나리가 땅을 살폈다. 희미하게나마 사람들의 흔적이 있다. 그리도 조금 다른 발자국도.

“윽.”

“젠장.”

카르안이 얼굴을 찌푸렸다. 동시에 카라나리의 표정도 어두워졌다. 그들 앞에 엘프의 시체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시체는 성별조차 알 수 없었다. 상반신이 없다. 잔인하게 찢어진 시체. 특유의 악취나 코를 찔렀다.

“더 볼 필요도 없어요. 빨리 갑시다.”

카르안이 레이아라에게 말했다. 별로 보기 좋은 것도 아니고, 빨리 움직여야 했다. 레이아라도 알아들었는지 카르안에게 고개를 돌렸다.

둘의 눈이 마주쳤다.

“.......네. 바로 가야죠,”

“레이아라씨?”

카르안이 눈을 찌푸렸다. 카르안의 표정에 그녀는 고개를 갸웃했다.

카르안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잠시 입을 벌렸다, 하지만 곧 말을 흐려버렸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잘못 본 것이었을까, 엘프의 시체를 봤을 때, 레이아라는 살짝 웃고 있었다.

아무리 숙련된 베테랑 병사라도, 시체를 보고 좋아하는 놈은 없다. 완전히 정신이 나가버린 광전사라 아닌 이상.

‘잘못본 거겠지.’

그녀의 표정을 집중 관찰이라도 한 것은 아니었다. 얼핏 본 것. 동족이 죽었는데 좋아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카르안은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돌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처참했다. 이리저리 토막 난 엘프들의 시체가 바닥을 굴러다니고 있다. 마치 무자비한 짐승이 마음껏 난동을 부린 듯 한 모습이다.

“마을 전체가 죽어버린 것 같군.”

카르안이 나직하게 말했다. 그만큼 마을에는 죽음의 냄새가 가득했다. 지독했고, 또한 서늘했다.

갑옷은 입은 병사들도 보인다. 전부 몸이 기괴하게 비틀려 죽어있었다. 대체 무슨 공격에 당했는지 감도 잡을 수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 괴생명체의 무기가 검도, 활도 아니라는 것.

“뭔가에 물어뜯긴 것 같습니다.”

카라나리도 익숙해 졌는지, 시체를 천천히 분석했다. 절단면이 일정하지가 않다. 우악스럽게 뜯겨진 듯 한 모습. 싸우다 죽은 시체가 아름다울 수도 없겠지만, 이것은 그 정도가 심했다.

하지만 레이아라는 동족이 어떻게 죽었는지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저희가 무슨 수사관도 아니고, 확인해봐야 별 수 없잖아요?”

레이아라가 둘을 보챘다. 카르안도 거기에 동감했다. 자신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 일단 물건이 우선이다.

그들은 마법사의 마탑 위로 올라갔다. 안은 썰렁하게 비어있다. 마법사들은 전부 피하거나 싸우러 간 것이다. 그리고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다.

나선 계단을 올라가자, 여러 개의 방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셋은 전부 흩어져서 방을 하나하나 살폈다. 딱히 위험할 것도 없었기에, 이렇게 찾는 편이 효과적이다.

“쓸만한 건 전부 담아오세요! 비싼 것만 솎아내야 하니까!”

레이아라가 크게 소리쳤다. 가져갈 수 있는 짐은 한정되어 있다. 마음 같아서는 마탑을 통째로 들고가고 싶지만, 그게 불가능한 것이다.

카라나리도 방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에 가방 한 개가 들어왔다.

그녀는 그 가방을 자세히 살펴봤다. 언 듯 보면 평범해 보인다. 하지만........

“가져갈 물건을 고를 필요는 없을 것 같군요.”

한참 후. 셋이 모였다. 카르안은 가방에 보석이 가득했고, 레이아라는 각종 도구를 들고왔다. 반면 카라나리는 달랑 가방 하나만 들고 있었다. 그녀에게 카르안이 말했다.

“별로 얻은 게 없는 것 같군.”

카르안의 말에, 카라나리가 가방을 바닥에 놓았다.

“그렇지 않습니다. 자 여기.”

그녀가 가방에 손을 쑥 넣었다. 그러더니 마법 반지, 보석 등의 물건이 나왔다. 거기까지는 자연스러운 일.

“어?”

레이아라가 헛숨을 내뱉었다. 가방에서 거대한 지팡이가 튀어나왔다. 도저히 가방 안에 들어갈 길이가 아니었다. 카르안은 마술이라도 보는 듯 한 기분이 들었다.

“이 가방, 입구와 다른 공간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카라나리가 가방 안쪽을 보여주었다. 마치 깊은 우물 안처럼,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용량이 엄청나게 큰 것 같습니다. 물론 한계는 있겠지만. 그래도 저희가 사용하기에는 부족할 게 없겠군요.”

카르안의 얼굴이 밝아졌다. 큰 수확이었다. 저 가방 자체도 희귀한 마법 도구. 게다가 지금 상황에 더 없이 유용했다.

“이거 일이 확 줄어버렸군.”

그러니까 귀찮게 고를 필요가 없다. 쓸 만한 것은 전부 가방에 담는다. 그들은 가방에 얻은 물건을 쏟아 붓기 시작했다.

곧 온갖 보석과 마법 도구들이 모습을 감추었다. 더욱 신기한 것은, 아무리 물건을 넣어도 무게가 늘지 않는다. 카르안이 감탄했다.

“마법이라는 게 참 묘한 것 같아.”

“저도 이런 물건은 처음이에요. 다음은 연금술사 연합으로 가 볼까요?”

“연금술사 연합.”

카르안이 원하던 곳이다. 만약 거기서 희귀한 연금술 서적이라도 얻을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되리라.

물론 거기서 얻는 물건은 사이프카르에게 비밀로 할 것이다. 혹시라도 그녀가 조직의 물건이라면서 팔아먹으면 상당히 곤란해지니까. 그럴 여자는 아니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

마탑에서 얻은 물건을 챙기고, 이번에는 엘프의 연금술사 연합으로 향했다. 긴 수명을 가진 엘프인 만큼, 연금술도 상당히 발전 했으리라.

연금술사 연합은 탑이 아닌, 작은 건물이었다. 조금 좁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문을 열자 거대한 문이 다시 하나 나왔다. 문은 바닥에 붙어있었다.

“이런, 지하에 있나본데.”

“저도 연금술사 연합에는 와 본적이 없어서, 이렇게 되어있네요.”

레이아라도 신기한 눈으로 쳐다봤다. 바닥의 문을 열자 서늘한 공기가 느껴졌다.

그들은 계단을 내려가려 했다. 그런데.

“앞이 안 보이는데.”

카르안이 머리를 긁적였다. 계단은 깊은 어둠속에 파묻혀 있었다. 지금 와서 횃불을 만들기도 힘들었다. 그때 레이아라가 작게 속사겼다.

"빛이여."

한마디. 그 한마디에 앞이 밝아졌다. 마법. 레이아라가 마법으로 빛을 일으켰다.

"마법도 쓰실줄 아나요?"

"이 정도는 엘프에게 기본이에요."

레이아라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역시 마법의 종족. 마법사가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마법에 능숙했다.

"자, 그럼."

카르안이 앞으로 나섰다. 계단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게 놓여있었다.

"슬슬 연금술사 연합 안으로 들어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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