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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션으로 무한성장 (42)화 (4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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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떼 -2

“누구?”

카르안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긴 로브를 눌러쓰고 있어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작은 입과 가느다란 턱 선만 보일 뿐. 잠시 카르안을 내려 보던 사람이 입을 열었다. 맑은 목소리가 들렸다.

“저기, 혹시 길잡이가 필요하시지 않나요?”

“필요하기는 하지만.......”

카르안의 눈썹이 좁아졌다. 길잡이가 있으면 좋다. 그러니까 믿을만한 길잡이가.

카르안은 로브의 여자를 훑어봤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여자인 것 같기는 한데, 얼굴이고 뭐고 다 가려져 있어서 정체를 알 수가 없다.

“르네키르다에 대해 잘 아시나요?”

“당연하죠. 저 만큼 거기를 잘 아는 사람을 없을걸요.”

“그러면 다른 손님들도 많을 텐데.”

카르안이 주변을 가리켰다. 많은 용병들이 자리에 누워있었다. 내일을 위한 것일까. 다들 억지로 잠에 들려 하고 있다.

당연히 그들도 르네키르다를 잘 아는 길잡이를 찼고 있다. 엘프의 나라에서 보물의 위치를 아는 사람이 있다면, 1급 용병 못지않은 대접을 받을 수 있다.

그런 사람이 굳이 카르안을 찾아와야 할 이유가 있을까. 길잡이는커녕, 사기꾼일 수도 있다. 여자가 대답했다.

“그야 당신이 가장 강해보였으니까. 싸움 잘 봤어요.”

아침에 카르안과 카라나리, 그리고 메이론과의 전투.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로브의 여자도 그 곳에서 싸우는 것을 전부 확인했다.

“전투를 봤다면, 저와 싸운 메이론도 강하다는 것을 알 텐데요?”

“그 사람은 좀.......”

로브의 여자가 말을 흐렸다. 아무리 강해도 미친놈은 좀 그렇겠지. 그녀는 헛기침을 했다.

“아무튼 당신. 숲의 심장을 찾고 있다고 들었어요. 제 도움 없이는 찾기 힘들 텐데. 보통 사람들은 찾을 수 없는 곳에 있거든요. 저는 어디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지만.”

카르안도 숲의 심장이 엘프가 사는 곳에 있다는 이야기만 들었을 뿐, 정확한 위치는 모른다. 그런데 저 여자가 숲의 심장의 위치를 안다고 한다. 카르안은 턱을 쓰다듬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군요. 그런데 그것을 어떻게 믿죠?”“그야 제가 르네키르다에서 살다 왔으니까.”

“이야. 그러면 당신은 제가 찾던 길잡이가 맞습니다. 지금까지 한 말이 거짓말만 아니라면 말이죠.”

카르안이 팔짱을 꼈다. 소수의 인간이나 드워프등이 교류를 위해 르네키르다에 들리긴 하지만, 역시 흔한 경우는 아니다. 카르안은 그녀를 믿고 있지 않았다.

꼭 필요하던 패스파인더가 때맞춰 그를 찾아온다. 행운이라기보다는 함정에 가까웠다. 저 여자가 르네키르다에 대해 잘 안다는 아무런 증거도 없었으니까.

여자는 카르안이 뚱한 표정을 짓고 있다는것을 확인했다. 그녀는 주변을 한번 둘러보더니, 얼굴을 덮고 있던 로브의 모자부분을 걷어 올렸다.

“이 정도면 믿을 만 하나요?”

카르안이 입을 벌렸다. 옆에 조용히 앉아있던 카라나리도 마찬가지.

로브 안에는, 엘프 특유의 뾰족한 귀가 숨겨져 있었다.

“엘프?”

“예. 말했잖아요. 르네키르다는 제가 살던 고향이에요.”

그녀는 답답한지 머리를 한번 좌우로 흔들었다. 긴 금발이 달빛에 반짝였다.

“살아있다는 것은, 도망쳤던 것인가........”

괴 생명체의 습격. 그때 대부분의 엘프가 죽었다. 특히나 맞서 싸우던 엘프는 전부 죽었다. 도망치지 않았다면 살아남기 힘드리라.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때 저는 밖에 있었거든요.”

“엘프가 밖에서? 무슨 일로요?”

“일이라기보다는......... 뭘 하고 있기는 했지만.”

그녀는 헐렁한 로브를 뒤로 넘겼다. 하얗고 가느다란 목이 드러났다. 그리고 목과 쇄골 사이, 기묘한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그게 뭐죠?”

“르네키르다에서 추방당한 것이군요.”

카라나리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저 문신은 추방당한 엘프에게 찍히는 낙인이었다. 절대 지울 수 없는. 엘프가 쓰게 웃었다.

“설명할 필요가 없어서 좋네요. 비록 쫓겨난 지는 좀 되었지만, 그래도 당신이 원하는 게 어디 있는지는 알고 있어요.”

“왜 추방 당하신거죠?”

“그것까지 말할 이유는 없지 않나요?”

“남이라면 필요 없겠죠. 하지만 파트너로 함께 하려면 이야기가 달라질 텐데요.”

서로 목숨을 맡겨야 한다. 카라나리가 무례해 보일수도 있는 질문을 한 것은 이유가 있었다.

‘저 낙인이 찍혔다는 것은.’

죄를 지었다는 뜻이다. 그것도 상당히 큰 죄를. 저 낙인이 찍힌 엘프는 영원히 르네키르다에 돌아오지 못한다. 작은 죄로 그런 거대한 형벌을 줄 리가 없다.

그런 대형 범죄자를 어떻게 믿는다는 말인가. 엘프는 이해 한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마음대로 의심하세요. 중요한 것은 나를 고용 할지, 안 할지니까.”

“그런데 왜 그 낙인을 보여줬나요. 숨기려면 숨길수도 있었을 텐데.”

카르안이 물었다. 눈에 띄는 위치이긴 하지만, 저 로브를 계속 뒤집어쓰고 있었다면 못보고 지나칠 수도 있었다.

“앞으로 서로 목숨을 걸어야 하는데, 신뢰가 있어야 하잖아요,”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숨기지 않겠다는 것. 카르안이 팔짱을 풀고 일어났다.

“그러면 함께 일 해보죠.”

“카르안씨.”

“괜찮아. 어차피 길잡이가 필요했으니까.”

저 엘프가 있다면, 메이론과의 경쟁에서도 큰 도움이 된다. 엘프만큼 르네키르다를 잘 아는 사람은 없으니까.

‘괜찮을까.’

카라나리는 영 불안했다. 카르안이 숲의 심장에 집착한다는 것은 알겠지만, 뭐 하러 위험 요소를 늘리는가. 그녀는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만 얻기를 원했다.

그녀는 카르안의 옆모습을 쳐다봤다.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카르안도 무슨 생각이 있기에 엘프를 고용한 것이겠지.

“잘 부탁해요. 저는 카르안이라고 합니다.”

“저는 레이아라 라고 해요. 함께 일할 수 있게 돼서 다행입니다.”

레이아라는 카라나리를 쳐다봤다. 눈이 마주쳤다. 카라나리는 그녀를 훑어봤지만, 그녀는 싱긋 웃을 뿐이었다. 카라나리는 카르안을 한번 보고, 포기한 표정으로 레아아라에게 손을 내밀었다.

“저는 카라나리라고 합니다.”

“그럼 잘 해봐요. 카라나리씨.”

레이아라는 망설임 없이 손을 맞잡았다. 카라나리의 눈이 가늘어졌다. 가느다란 손가락. 그리고 딱딱한 굳은살.

‘활을 잡았군.’

손을 잡는 순간, 카라나리는 레이아라가 무기를 잡았다는 것, 그리고 그게 활이라는 것까지 알 수 있었다. 검을 잡을 때 생기는 굳은살과 활을 잡을 때 생기는 굳은살은 다르다.

카라나리는 한번 손을 잡는 것만으로도 무슨 무기를 사용하는지 알 수 있다.

맞잡은 손을 놓았다. 레이아라는 눈웃음을 지었다. 어쩐지 장난스러우면서도 불길한 눈이었다.

2.

그녀는 따로 의뢰비를 받지 않았다. 대신 얻은 수입의 30%를 달라고 했다. 적당한 가격이었기에 카르안도 수락했다.

다음날 새벽. 카르안은 눈을 떴다. 푸르스름한 새벽, 그 사이로 희미한 붉은 빛이 보였다. 태양이 막 세상을 밝히려 하고 있었다.

‘피곤해 죽겠네.’

이렇게 일찍 일어나는 것은 오래간만이다. 진득한 피로감이 몸을 휘감았다. 일찍 자기는 했지만, 새벽특유의 분위기가 피로를 불러온다.

게다가 새벽에 불침번까지 섰다. 혹시 모를 메이론의 습격 때문. 그 뿐만 아니라 다른 용병들의 습격도 대비해야했다. 셋은 한 번씩 번갈아가며 주위를 확인했다.

그는 한숨을 쉬었다. 빠르게 움직여야한다. 카르안은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그때.

“으읏!”

카르안이 몸을 움찔했다. 차가운 냉기가 뺨을 강타했다. 고개를 돌리자 금속으로 된 컵을 들고 있는 레이아라가 보였다. 그녀는 깜짝 놀라는 카르안을 보며, 장난스럽게 웃고 있었다.

“깜짝 놀랐잖아요.”

“그래도 잠은 확 깼잖아요?”

그녀는 잔을 건넸다. 안에는 차가운 물이 담겨 있었다. 카르안은 잔을 단숨에 비웠다. 물은 꺼끌거리던 목을 시원하게 적셔주었다.

“고맙워요.”

“이정도 가지고.”

엘프가 생글생글 웃었다. 활기 넘치는 모습. 피로에 찌든 카르안과는 반대였다.

“출발할 준비나 하시죠.”

어느새 일어난 카라나리가 카르안을 노려봤다. 평소와 같은 무표정이지만 조금 더 싸늘했다. 카르안이 몸을 일으켰다.

“다들 부지런한데. 내가 꼴찌로군.”

카르안은 기지개를 쭈욱 폈다. 그 사이, 레이아라는 짐을 가지고 왔다. 그중에는 거대한 활도 있었다.

“장궁?”

“네. 부족한 실력이지만 활을 좀 배워서.”

그녀가 겸손하게 말했다. 카라나리는 그게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의 손에 박힌 굳은살, 활을 한두 번 잡아본게 아니다. 그리고 저 커다란 활을 다루려면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레이아라는 카르안을 보며 말했다.

“특히나 카르안씨에 비하면 한참 멀었죠. 아이언 골렘 5기를 한 번에 다루다니!”

‘아차.’

레이아라는 어제 메이론과의 전투를 봤다. 그리고 카르안의 허세까지 관람한 것이다. 그녀는 카르안의 능력의 과대평가하고 있다.

‘말해야 하나.’

카르안은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직 레이아라는 외부인. 속이는 것은 미안했지만, 그렇다고 약점을 순순히 알려줄 수는 없다.

혹시라도 실망한 그녀가 메이론에게 달려가 카르안의 허세를 까발린다면...... 그 결과는 끔찍할 것이다. 적어도 메이론과 떨어진 다음 이야기해야 한다.

“아무튼, 빨리 출발하죠. 다른 사람들도 슬슬 움직이는데.”

레이아라가 말했다. 카르안은 주변을 둘러봤다. 그녀 말대로 사람들이 무리지어 이동을 준비하고 있다.

카르안은 대충 짐을 확인했다. 별로 든 것도 없었으니, 준비에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이제 시작이로군.”

바싹 긴장이 되었다. 그 괴 생명체가 뭔지는 몰라도, 상당히 위험한 놈들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레이아라는 카르안의 눈빛이 달라진 것을 알았다. 그녀는 살짝 웃었다.

“너무 긴장하실 필요 없어요.”

“그래도 항상 긴장을 해야.......”

“그놈들은 태양 아래서는 움직일 수 없거든요. 그 사이 저희가 빨리 가서 쓱싹! 얻어오면 그만이죠.”

그녀가 중요한 정보를 주었다. 그러면 낮에는 안전하다는 말인가.

“그리고 숲의 심장 외에도 쓸 만한 물건들을 구해 보자고요. 아마 다른 놈들은 허탕만 치겠지만.”

“저들 중에서도 뛰어난 자가 있을 겁니다.”

카르안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분명 얼치기들도 있지만, 여기까지 왔다는 것만 해도 어느 정도의 정보력이 있다는 것이다. 분명 베테랑 모험가들이 있다.

“르네키르다는 보통 나라가 아니니까. 보나마나 숲만 헤매다가 괴물들의 밥이 될걸요? 특히나 그 메이론이라는 사람은. 숲의 심장을 얻지 못해요.”

“무슨 이유라도 있나요.”

찾기가 힘들기는 하겠지만, 세상일에 확실한 게 어디 있겠는가. 흑룡회 조직원들을 모두 풀어 운 좋게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레이아라는 그가 숲의 심장을 얻지 못한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중요한건 숲의 심장의 위치가 아니에요.”

“위치만 알면 가져오면 끝이죠.”

“그렇지가 않아요. 그것을 얻으려면 특별한 의식이 필요하거든요. 일단 숲의 심장을 보호하는 것들도 많이 있고.”

“음.”

레이아라가 강한 사람을 찾던 이유도 알 수 있었다. 만약 그녀가 숲의 심장의 위치를 알고 있다면, 빙 돌아갈 필요 없이 그냥 자기가 직접 찾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 심장을 보호하는 무언가가 있다. 그리고 그 무언가를 해체하려면 강한 사람들이 더 필요하다. 마치 토저보화의 수호령과 같이.

게다가 특별한 의식이라면, 힘만 가지고 되는게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 그 특별한 의식이라는게?”

레이아라가 찾기 전까지는 말해줄수 없다고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시원스럽게 답했다. 그말을 듣자, 왜 메이론이 숲의 심장을 얻을 수 없는지 알 수 있었다.

“숲의 심장은 엘프의 보물. 심장이 있는 나무 앞에서, 엘프의 피를 흘려야 얻을 수 있어요.”

“혹시라도 다른 엘프가 있으면......”

“제가 모든 엘프들에게 추적마법을 걸어놓은것도 아니라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주변에 동족들은 더 없을 거에요.”

그리고 설령 있더라도 메이론에게 협력할지는 모른다. 카르안은 방법을 몰라, 나무 앞에서 소리만 질러댈 메이론의 모습이 떠올랐다.

피로가 가실만큼 상쾌한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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