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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션으로 무한성장 (34)화 (34/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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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의 로망

“이게 토저보화라는 놈이군.”

레드스톰이 말했다. 그 옆에서 사이프카르도, 카르안이 들고 있는 토저보화를 유심히 보았다.

“뭔가 신성하고 빛나고 그럴 줄 알았는데, 별거 없네.”

“그야 땅 속에 묻혀있었으니까요.”

보물이고 나발이고 눅눅한 땅 속에 묻혀있었으니 흙투성이. 게다가 다른 귀한 물건과 다르게, 마나도 느껴지지 않는다. 제이크가 수통을 꺼내 조심스럽게 물을 흘렸다.

흙이 떨어져 나가자 꽃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마치 꽃에서 꽃잎만 모아둔 것 같은 모양. 그리고 잎 하나하나의 색깔이 모두 달랐다.

“특이하긴 한데, 이거 정말 대단한 거 맞지?”

“물론이다. 수백 년간 산에 모인 마나가 응축된 물건이야. 한줌의 마나도 낭비하지 않는 치밀함까지 갖춘 보물이지.”

레드스톰은 흥분된 표정으로 물건을 쳐다봤다. 사이프카르도 그것을 잠시 보더니, 이내 고개를 돌리고 소리쳤다.

“아무튼, 애들 데리고 내려가자고. 야, 죽은 놈 있으면 손 좀 들어봐.”

“하하, 멀쩡한 놈들도 웃겨서 죽을지도 모르겠어.”

레드스톰이 식은 표정으로 빈정거렸다. 카르안은 제이크에게 토저보화를 건네주었다.

“계산은 내려가서 하자고.”

“좋아.”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었다. 다들 검사로 살다보니 몸 하나는 튼튼했고, 공격이라고 해봐야 염동력에 한번 당한 것 밖에 없다.

대신 공중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부상당한 사람들이 많았다. 팔을 다친 것은 괜찮았지만, 다리를 다친 부하들이 문제. 일단 산에서 내려가야 했다.

“다리 멀쩡한 놈들은 좀 부축해줘.”

러슬라이와 제이크가 조직원들을 지휘했다. 레드스톰도 부상자들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자리를 뜰 수 있었다.

“그나저나 카르안,”

내려가는 길. 사이프카르가 카르안을 톡톡 쳤다.

“네?”

“너 몸 좀 사리라고. 어차피 수호령인지 나발인지는 내가 힘 좀 쓰면 안전하게 잡을 수 있었어.”

악마화. 그녀는 악마의 힘을 끌어낼 수 있었다. 그 힘의 끝은 모르겠지만, 아마 평소보다는 강해지겠지. 카르안은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니가 까불다 죽기라도 하면, 약은 누가 만들어 약은.”

“하하하.”

“웃지 마 새끼야.”

사이프카르가 그를 노려보았다. 평소라면 조금 무섭기라도 하겠지만, 지금은 정 반대였다. 사이프카르의 눈에 깃든 것은 분노가 아닌 걱정이었다.

“아무튼 이번에는 잘 풀려서 넘어가겠는데, 다음부터 이러면 진짜....... 어휴 말해도 들을 놈이 아니지.”

그녀가 말끝을 흐렸다. 카르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흐리게 웃을 뿐.

“허, 허억. 이제야 도시가 보이는군.”

부하 셋을 업은 레드스톰이 소리쳤다. 별로 큰 체구도 아닌데, 대체 어디서 저 정도 힘이 나오는 나오는지 모르겠다. 그는 손을 뻗으며 한 곳을 가리켰다.

지쳐서 땅만 보던 조직원들이, 전부 고개를 들었다. 거기에는 알페라츠 백작령이 평소 같은 모습으로 서 있었다.

2.

“한 달간 카르안은 모든 업무에서 제외한다.”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흑룡회라는 뱀은 진귀한 사냥감을 삼키는데 성공했다. 이제 남은 것은 소화. 카르안이 열심히 움직여줘야 했다.

“뭐 평소에도 별로 하는 게...... 크악!”

제이크의 실없는 농담에 카르안이 옆구리를 찔렀다. 제이크의 비명에, 웃음이 잔물결처럼 퍼졌다. 원래라면 함부로 하면 안 될 농담이었지만, 지금 흑룡회의 분위기가 상당히 좋았다.

“카르안은 열심히 하고, 우리도 할 일이 있다.”

사이프카르는 한숨을 쉬었다.

“전쟁까지는 아니지만, 모두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 승냥이들이 달려들지도 몰라.”

다른 문제. 바로 주변의 반응이다.

토저보화를 얻은 것은 좋았다. 하지만 그것을 축하해줄 사람보다는, 칼을 뽑고 다가올 사람이 많았다. 흑룡회와 표두회 모두 입을 다물고 있긴 했지만, 곧 두 조직이 토저보화를 얻었다는 사실이 퍼지리라.

연금술 길드는 바보집단이 아니다. 그날 조직원들의 대규모 움직임. 그들이 향한 곳 등을 확인했을 때, 바로 상황을 파악하리라.

그렇게 소문은 천천히 퍼져 나간다. 나중에는 알페라츠 백작가부터 동네 꼬맹이들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토저보화를 노릴 수도 있다. 물론 흑룡회의 무력은 상상 이상. 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

“표두회와도 동맹을 맺었어. 앞으로 지나가다 보면 인사라도 하라고.”

사이프카르도 대책을 세웠다. 표두회와의 임시 동맹. 표두회도 두 팔 벌려 환영했다.

오히려 흑룡회보다 위험한 게 표두회였다. 위험한 흑룡회를 건드리기보다, 보다 약한 표두회를 노리는 편이 안전하니까.

그래서 둘이 연합한다. 백작령 1,2위의 조직이 연합한다면, 정말 어지간한 각오가 아니고서는 건드릴 수 없게 된다. 사이프카르는 회의를 마무리 지었다.

“자, 그럼 해산.”

3.

그날부터 카르안은 한 달 동안 방에 틀어박혔다. 식사시간과 씻을 때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시간을 조직의 작업실에서 보냈다.

“미안하지만 빨리 해주면 고맙겠어.”

사이프카르의 주문 때문이다. 그녀는 빠르게 물건을 처리하고 싶어 했다. 약간 조급했지만, 카르안은 그녀의 뜻을 받아주었다.

대신 카르안은 원하던 물건을 얻어낼 수 있었다.

처음 표두회에게 공격당한 것에 대한 보상, 그에게 원래 돌아갈 몫, 마지막으로 수호령의 목을 베어낸 공. 카르안은 돈 대신 작은 꽃잎 3장을 원했다.

사이프카르는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토저보화의 꽃잎 3장의 가격은 하늘을 찌르지만, 아무튼 이 상황을 만들어 준 것 자체가 카르안의 덕이다.

‘내가 아니라 멍청한 부대장 덕분이지만.’

카르안은 처음 그를 습격한 부대장을 떠올렸다. 뭐든 밑의 사람을 잘 둬야했다. 그러 점에서 레드스톰은 리더로서 불합격점이다.

시간은 느릿하게, 때로는 빠르게 흘러갔다. 카르안은 간만에 모든 집중력을 쏟아서 포션 제작에 전념했다.

하루에 한번, 조직원이 들어와서 그가 만든 포션을 들고 갔다. 마치 섬세한 유리조각처럼, 조심스럽게 다루었다. 당연했다. A급 강화포션들을 눈앞에 두면 긴장 할 수밖에 없으니까.

상당한 마나가 드는 작업이다. 아무리 카르안이 날고 기는 특이한 연금술을 사용한다고 해도, A급 강화포션은 다른 A급 포션과는 격이 달랐다. 강화포션의 특수성 때문이다.

만약 지금도 마나가 11이었다면, 한 달 정도로는 부족할 것이다. 마나를 전부 짜내고, 또 마나회복 포션을 마시는 방식으로는 큰 시간이 소모된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마나 포션을 물처럼 마셔대다간, 부작용으로 심장이 타버릴 수도 있다. 게다가 그가 다룰 물건은 토저보화. 쉽게 구할 수 있는 마약 재료와는 격이 달랐다.

그러니까 전처럼 마나가 11이었다면 말이다. 카르안은 손의 문신을 문질렀다.

근력: 25

체력: 19

물리저항력: 11

마법저항력: 2

마나: 26

마나가 크게 올랐다. 그가 처음 만든 것이 A급 강화포션 ‘크라켄의 진주’였다. 효능은 마나량의 영구적 강화.

직접 만든 A급 포션 3개. 3일에 걸쳐 복용을 마쳤다. 그 결과 마나량이 무려 11에서 26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정도면 어지간한 마법사나 연금술사 수준은 된다. 거기다가 카르안의 연금술이라면, 정말 공장의 기계마냥 포션을 찍어낼 수 있게 된다.

“와아.........”

그의 작품들을 보고, 사이프카르가 입을 벌렸다. 어지간해서는 볼 수 없는 표정. 크라켄의 진주로 한층 업그레이드 된 카르안은, 그야말로 연금술계의 폭주 기관차였다.

그런 그도 한계는 있기에, 하루에 2시간씩 자며 포션 제조에 집중했다. 덕분에 토저보화의 잎들은 꾸준히 강화 포션으로 변해갔다.

약속의 한 달이 되는 날. 조직원은 평소와 같이 작업실 안으로 들어갔다. 카르안은 쾡 해진 얼굴로 포션을 병에 담고 있었다.

“저, 형님. 다 만드셨습니까.”

“응. 여기 있다.”

카르안은 조직원에게 포션 병을 건넸다. 조직원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얼굴이 영 안 좋았다. 며칠 밤을 새웠기에 당연한 일. 조직원은 일단 포션부터 옮기려 했다.

털썩-

“형님?”

뭔가 쓰러지는 소리. 조직원은 황급히 뒤를 돌아봤다. 카르안이 의자에서 힘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4.

카르안은 눈을 떴다. 푹신한 감촉이 느껴졌다. 그는 주변을 둘러봤다. 익숙한 공간이었다.

“집이군.”

몸이 가볍다. 마치 푹 잠들었다 일어난 기분. 커튼 사이로 아침 햇볕이 새어 들어왔다.

“아침인가.”

그는 몸을 일으키려다 멈칫했다. 누군가 의자에 앉아있었다.

“이제 일어났냐?”

듣기 좋은 고음의 목소리. 사이프카르였다. 햇살을 받은 금빛 눈이 반짝였다.

사이프카르는 의자 앉아서 카르안을 보고 있었다. 약간 피곤한 표정으로.

“아침부터 뭐하세요.”

“너 걱정돼서 왔다. 쯧, 적당히 쉬어가면서 하지.”

“한 달 안에 저 많은걸 다 끝내라고 시킨 사람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카르안이 길게 말했다. 사이프카르도 뭐라고 하지 않고 헛기침만 했다. 카르안은 이불을 깊게 덮으며 말했다.

“얼마나 지났죠?”

“이틀. 무슨 동면하는 곰인 줄 알았어.”

“하아.”

카르안은 대충 기억이 났다. 그는 죽기 살기로 포션을 만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날. 오기를 부리다가 탈진으로 기절해 버렸다.

당연히 카르안도 나름 호흡조절을 했다. 하지만 육체와 별개로, 정신적 피로감은 계속 누적되었고, 결국 쓰러진 것이다.

“아무튼 수고했다. 저건 특별상.”

사이프카르는 책상 위를 가리켰다. 카르안의 책상. 거기에는 금화 몇 개가 반짝이고 있었다.

“보상은 이미 받았습니다.”

“그냥 보상이 아니니까 특별상이지.”

“괜찮아요. 이래봬도 돈은 많으니까.”

“월급한번 받더니 지가 귀족 나으리라도 된 줄 아네.”

드르륵. 의자가 뒤로 밀렸다. 사이프카르가 일어났다. 그녀는 카르안에게 천천히 걸어왔다.

“그러면 금화는 없던 걸로 하고. 뭘 막 주고 싶기는 한데.”

사이프카르가 살짝 눈을 치켜떴다. 뭔가 이상하다. 카르안이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려 하자, 그녀는 카르안을 한 손으로 눌러 버렸다.

“저기, 사이프카르님?”

“왜에.”

사이프카르가 대답했다. 달콤한, 그리고 약간의 알코올향이 느껴졌다.

“술 마셨어요?”

“조금. 밤새 맨 정신으로 있기는 지루해서.”

카르안은 슬쩍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번번이 사이프카르의 손에 저지당했다. 그녀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카르안의 몸 위로 천천히 올라왔다.

마치 사냥감의 목을 조르는 뱀처럼. 느긋하게 몸을 타고 올라오더니, 어느새 얼굴과 얼굴이 만나버렸다. 서로의 코끝이 닿을 만큼의 거리.

“그럼, 특별상은 다른 걸로 줄까.”

카르안은 뭐라 말하려 했다. 하지만 곧 멈춰야했다. 사이프카르가 기다렸다는 듯이 입술로 그의 입술을 막아버린 것.

“흐음.......”

진득한 콧소리. 카르안의 입 안으로 혀가 들어왔다. 긴 혓바닥이 카르안의 혀를 휘감기 시작했다. 당황하는 카르안. 그녀는 귀엽다는 듯 눈웃음치며 혀를 더 깊게 넣었다.

“하아아.”

긴 키스가 끝났다. 사이프카르는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저기, 이제 일어나야.......”

“오늘은 조금 지각해도 돼. 내가 허락할게.”

“저, 그리고 마나를 전부 짜내서 힘이 별로 없느.......읏.”

카르안은 말을 잇지 못했다. 사이프카르의 왼손은 카르안의 턱을 받치고 있다. 그리고 오른손은 조금, 아니 한참 아래 있었다. 그녀는 장난스럽게 오른손으로 카르안을 꾸욱 꾸욱 눌렀다.

“여기는 힘이 넘치는데 뭐.”

거기까지였다. 사이프카르는 말을 멈췄다. 그녀의 황금색 눈이 욕망으로 가득 찼다. 그녀는 카르안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마나 말고, 다른 것도 전부 짜내 줄 테니까.”

사이프카르가 카르안의 귀를 살짝 물었다. 저릿한 통증이 몸 전체로 퍼져나갔다. 카르안도 이성을 지키기가 힘들었다.

“하아, 좋습니다.”

카르안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망설일 필요가 없다. 곧 그녀의 상의가 벗겨지고, 속옷까지 침대 위로 떨어졌다.

그녀의 가슴이 완전히 드러났다. 카르안의 손이 그녀의 허리부터, 가슴까지 훑고 지나갔다.

단련된 탄탄한 복근, 그와 대조적으로 부드러운 가슴이 손을 휘감았다. 사이프카르는 기분이 좋은지 야릇한 신음을 흘렸다.

똑똑똑.

“응?”

순간 카르안이 동작을 멈췄다. 동시에 사이프카르도 굳어버렸다.

“무슨 소리 안 들렸어요?”

“잘못들은 거겠지.”

사이프카르는 다시 카르안의 목을 핥으려 했다. 그때 다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

“누님! 간병 교대시간입니다! 지금 주무시는 거 아니죠?!”

익숙한 목소리였다. 그의 직속부하, 러슬라이의 목소리였으니까.

쾅!쾅!쾅!

이번에는 힘껏 문을 두드리기까지. 사이프카르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크흠......”

카르안도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었다. 반면 사이프카르는 풀어헤쳐진 옷 그대로 현관으로 갔다. 어쩐지 등 뒤에서 오러같은 뭔가가 올라오는것 같았다.

덜컥!

“누님, 이번에는 제가 간병....... 커허허헉!”

러슬라이가 숨넘어갈 것처럼 소리쳤다.

“오, 옷이 왜 그렇습니까?”

러슬라이는 슬쩍 그녀의 뒤로 시선을 돌렸다. 카르안이 뚱한 표정으로 침대에 앉아있었다.

“........”

러슬라이의 두뇌가 어느 때보다 빠르게 회전했다. 어느새 사라진 상의, 깨어난 카르안. 묘하게 허탈한 분위기.

결론이 나왔다.

“으하하, 역시 누님의 미모는 갈수록 빛이 나는 것 같습니다. 남자 수백 명은 코피를 쏟으며.......으우우우웁!”

러슬라이는 얼른 혀놀리려 했으나, 곧 막혀버렸다. 카르안과 다른 점이라면 입술이 아닌 그녀의 우악스러운 손에 막혔다는 것. 그는 버둥거리며 집 안으로 끌려 들어왔다.

“코피 말고 다른 피도 좀 흘려야 될 거다.”

“제가, 제가 죽을죄를, 으아아악!”

러슬라이의 억울한 비명이 집안을 쩌렁쩌렁 울렸다.

============================ 작품 후기 ============================

비축분이 없어서 파파박 올리지는 못합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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