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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의 로망
새하얀 연기가 형태를 갖추었다. 마치 데스나이트의 강림을 보는듯했다.
“저놈이 토저보화의 수호령?”
카르안이 말했다. 대답은 없었다. 조직원들도 사이프카르와 레드스톰의 눈치만 보고 있었다. 저것을 쏴야 하는가.
“아직 아니다.”
레드스톰이 말했다. 어차피 완전히 강림하기 전까지 공격은 무의미.
그는 나름대로 토저보화의 수호령에 대해 공부했다. 과거 기록에 따르면, 어떤 마법공격과 물리공격도 강림 전에는 먹히지 않았다.
게다가 종류도 다양했다. 힘이 강한놈부터 속도가 빠른 수호령, 아니면 마법을 부리는 수호령까지.
어떤 놈은 유체 상태로 흐물거리기도 했고, 다른놈은 갑옷처럼 단단한 피부를 가지기도 했다. 싸워보기 전까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곧 연기는 단단한 고체로 변했다. 사람의 형태. 마치 백화점에서 보던 마네킹 같았다. 안개가 뭉쳐 하얗고 단단한 몸을 완성했다.
달걀귀신마냥 얼굴이 없는것만 빼면, 사람과 매우 흡사했다.
수호령은 토저보화를 찾으러온 조직원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마치 공격대상을 찾는 것처럼.
“커, 커어억!”
삽으로 땅을 파던 두명의 조직원, 그들은 여전히 둥둥 떠 있었다. 숨이 막히는지, 목을 잡고 켁켁거리고 있다. 사이프카르가 명령했다.
“사격. 저 허연 놈을 조져버려.”
조직원들이 전부 사격했다. 흑룡회는 물론 표두회의 조직원들까지 합세했다. 순식간에 수십발의 볼트가 수호령을 향해 날아갔다.
오우거도 치명상을 입히는 석궁이다. 그것도 볼트는 마법처리가 된 물건. 원래 수호령이 유체상태을 경우를 대비해서 준비한 것이다.
다행히 저놈은 단단한 형태를 이루고 있다. 볼트같은 물리 공격도 통할 것이다.
“어?”
조직원들이 눈을 의심했다. 볼트가 수호령의 몸에 닿는 순간, 수호령이 사라졌다. 눈 깜짝할 사이었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아무 준비동작도 없이 그냥 증발해 버렸다.
“텔레포트인가?”
사이프카르가 얼굴을 찌푸렸다. 그녀조차 보지 못했다. 마법을 쓰던, 고도의 보법을 사용하건, 일단 준비동작이나 뭔가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저 수호령은 밑도끝도없이 그냥 사라져 버렸다.
순간이었다. 등골이 서늘했다. 그녀는 뒤로 고개를 돌렸다. 수호령이 그녀를 보고 있었다. 그녀의 뒤에, 숨결이 들릴 정도로 가까이서.
-카앙!
사이프카르의 검이 연기를 갈랐다. 발도술. 전문적으로 배우진 않았지만, 수백번 수천번 검을 뽑으며 익은 동작이다. 검을 잡는 순간부터 붉은 오러가 타오르며, 수호령을 자르려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허탕. 검을 허공을 갈랐다. 오직 잔상같은 연기만을 조각냈을 뿐.
그리고 피가 튀었다.
“으.......”
사이프카르가 신음을 흘렸다. 목에 피가 흐른다. 반면 수호령의 손에는 붉은 피가 묻어 있었다. 사이프카르의 것.
순간적으로 살기를 감지하고 몸을 틀었기에 이정도로 끝날 수 있었다.
그녀가 뒤로 돌며 검을 휘두르자마자, 수호령은 또다시 사이프카르의 뒤로 간 것이다. 그리고 일격. 사이프카르는 야생동물같은 감각으로 피했지만, 목에 상처를 입었다.
“하, 갑자기 튀어나와서 기절하는줄 알았네.”
피가 새하얀 피부를 타고 옷으로 흘러들었다. 하지만 사이프카르는 동요하지 않았다. 그녀는 상처를 꾹 누르며 담배를 하나 물었다.
“또 그러면 진짜 뒤진다.”
다음 순간, 수호령이 비틀거렸다. 그의 허리 부분에서 연기가 피를 대신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등 뒤에서 기습을 당한 순간, 그녀의 검도 수호령의 허리를 베었다. 거의 동시에 일어난 일. 수호령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연기가 나는 허리에 손을 대었다.
아쉽게도 공격이 조금 얇았다. 깊게 베지는 못했다.
“누님!”
“전부 석궁 버리고 칼 꺼내.”
사이프카르는 수호령의 능력을 대충 파악했다. 아무런 딜레이없이 순간이동을 할 수 있다. 거리나 숫자제한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위협적인 능력이다. 그리고 석궁을 완전히 쓸모없게 만들수 있다.
‘하지만 완벽하진 않지.’
눈 깜짝할사이에 순간이동. 굉장히 강하고 답도 없을 것 같은 능력이지만, 무적은 아니다.
그녀는 수호령의 허리에서 흐르는 연기를 노려봤다. 피하지 못했다. 저놈의 반응속도보다 빠르게 때리면 그만이다.
“골렘이 있다면 좋을텐데.”
카르안. 그 역시 전부 보지는 못했지만, 저 수호령의 능력은 대충 파악했다. 순간적으로 움직이는 능력.
그리고 물리 공격도 효과가 있다. 만약 골렘이 있다면 큰 도움이 됐으리라. 하지만 아직 그의 마나로는 1미터 짜리 골렘을 10초정도 유지 하는 것 밖에 하지 못했다. 더 큰 골렘을 만든다면 지속시간은 더 짧아지리라.
그는 조용히 상황을 지켜봤다. 아쉽게도 지금은 별 수가 없다. 카르안은 품 속에 손을 넣었다. 동전 크기의 구체 한개가 손에 잡혔다.
“폭풍검사, 레드스톰이 간다!”
레드스톰, 그리고 조직원들도 달려들었다. 레드스톰은 두 개의 검을 휘두르며 달려왔다. 오러가 넘실거린다. 그야말로 폭풍같은 기세.
“흐랏!”
우렁차게 베었지만, 어느새 수호령은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등 뒤에서 공격이 날아왔다.
“흥!”
이미 사이프카르가 당하는 것을 봤다. 그는 회전력을 살려 몸을 틀었다. 그대로 힘을 실어 일격.
그마저도 빗나갔다. 놈은 끝없이 순간이동을 하고 있다. 레드스톰도 멈추지 않고 유연하게 움직였다.
수호령이 끝없이 그의 등과 옆구리, 때로는 허를 찔러 정면을 노렸다. 레드스톰은 끝없이 회전하며 맞서싸웠다. 처음부터 그의 특기가 사방을 공격하는 것이다.
“비겁한 놈. 당당하게 덤벼!”
레드스톰은 울화통이 터졌다. 보이는 대로 공격하는데, 제대로 맞지를 않는다. 마치 허공에서 칼춤추는 기분. 몇 번의 공격이 스치기는 했지만, 결코 유효타라 할 수 없다.
“그거하나 못 때리다니, 너 여름에 모기는 잡을 수 있냐?”
사이프카르가 빈정대며 끼어들었다. 그녀도 공격에 합세했다.
사이프카르와 레드스톰. 서로 적대적인 조직의 수장이다. 이렇게 합공을 하다가 오히려 돕던 상대에게 등을 찔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타라카르의 계약이 있다. 결코 상대를 일부러 공격할 수 없는 것. 덕분에 둘은 안심하고 서로 협공할 수 있었다.
검풍이 몰아치고 땅이 흔들렸다. 매서운 공격에 주변 풀과 나무들이 잘려나갔다. 둘의 협공은 무엇이라도 자를 것처럼 날카로웠다.
“저희도 돕겠습니다!”
“가자!”
흑룡회와 표두회 조직원들이 달려들었다. 아무리 빠르게 움직여도, 칼이 많아지면 피하는것도 한계가 생긴다. 조직원들이 개미때처럼 몰려들자, 수호령은 둘에게서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조직원들에게 손을 뻗었다. 주변의 돌과 나뭇잎들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커억!”
동시에 조직원들도 떠올랐다. 저항할수 없는 염동력. 처음 2명의 조직원을 공격한 기술이다. 반면 러슬라이와 제이크, 그 외에 마나를 조금 다룰수 있는 조직원들은 힘에 저항했다.
“........!”
수호령이 손바닥을 밀치자, 백여명의 조직원들이 붕 날아갔다. 투석기의 바위처럼. 그들은 높이 떠올랐다 바닥에 추락했다.
“크악!”
다들 어설프게나마 낙법을 했지만, 부상은 피할 수 없었다. 순식간에 백여명이 전투 불능이 되었다.
“이새끼!”
부하들이 당했다. 레드스톰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달려들었다. 하지만 역시 수호령은 공격을 피해버렸다. 너무나 간단하게.
“젠장. 한방만 먹이면 되는데.”
사이프카르가 투덜거렸다. 그녀가 확인한 결과, 저놈의 맷집은 강하지 않다. 처음 허리를 벨 때 느낀 감촉.
오러를 실었어도, 바위를 베는것과 나무를 벨때는 느낌이 다르다. 그녀는 그 미묘한 차이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사이프카르가 느끼기에, 저 수호령은 결코 ‘바위’가 아니었다.
“힘 내자고! 한방만 맞추면 된다!”
문제는 그 한방을 맞추기가 더럽게 어렵다는 것. 그래도 사이프카르가 격려하자, 무사한 소수의 조직원들이 용기를 내서 돌격했다.
염동력에 날아가지 않는 조직원들은 그만한 실력자들이다. 수호령은 그들의 합류를 막으려했다.
“으랏차!”
러슬라이가 검격을 쏟아내었다. 제이크도 공격적인 검술을 펼쳤다. 공세에 수호령이 주춤하는 사이, 사이프카르와 레드스톰이 도우러 왔다.
조직원들이 합류에 성공했다. 수호령은 다시 한번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조금만 힘내보자.”
레드스톰이 말했다. 수호령과 조직원들의 대치. 서로 집중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고요한 긴장감 속에서 팽팽한 살기만이 넘쳐흐르고 있다.
‘그나저나 카르안 이녀석은 어디로갔어?’
사이프카르가 속으로 생각했다. 저기 쓰러진 조직원 중에 그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도망칠 녀석은 아니었고. 그때.
“읏샤.”
긴장으로 가득찬 공간속. 어쩐지 구수한 소리가 들렸다. 사이프카르부터 수호령까지, 모두 소리의 근원지로 시선을 돌렸다.
거기에는 카르안이 있었다. 그는 땅에서 토저보화를 막 꺼내든 참이었다.
“너 뭐하냐?”
사이프카르가 허탈한 목소리로 말했다. 모두 전투에 시선이 팔린 사이, 그는 땅이나 파고 있었다는 말인가. 문제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형님! 위험합니다!”
러슬라이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그가 알기에 카르안의 검술을 대단한 편이 아니었다. 힘은 상당히 강했지만, 저 수호령은 힘이 좀 세다고 상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저 멍청한 새끼가!”
사이프카르는 그렇게 소리치면서도 다리에 힘을 주었다. 수호령은 쳐다볼 것도 없었다. 다음 행선지가 뻔했기 때문이다.
카르안도 그제서야 검을 뽑아들었다. 러슬라이와 제이크도 카르안에게 달려가려 했다. 그러면서도 수호령 쪽을 슬쩍 확인했다.
수호령이 사라졌다.
그들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저 수호령의 공격은 면도날처럼 날카롭다. 순식간에 카르안의 목을 따버릴 것이다.
예상대로 수호령은 카르안의 등 뒤에 나타났다. 그는 완전한 무방비. 카르안은 수호령이 어디로 간 줄도 모르는 듯 했다. 수호령은 손의 날을 세웠다.
퍼억-
둔탁한 소리가 평원을 울렸다. 사이프카르, 그리고 달려가던 모든 이들의 눈이 커졌다.
수호령이 둔기에 얻어맞은 것처럼, 비틀거리고 있었다.
3.
‘공격 패턴이 단순하다.’
카르안은 뒤에서 전투를 관찰했다. 어차피 무작정 돌격해봐야, 저 날쎈 놈을 잡을수도 없다. 조직원들이 염동력에 나가떨어지는 것을 보니, 확실히 정답이었다.
수호령은 항상 등 뒤로 이동한 다음 공격했다. 싸움이 길어질수록 변칙적으로 변했지만, 첫 공격은 무조건 등 뒤, 그 외에 대부분의 공격도 등 뒤를 노렸다.
힘 내자고! 한방만 맞추면 된다!
그리고 사이프카르의 외침. 그만금 맷집이 약하다는 뜻이다. 그는 다들 죽기살기로 싸우는 사이, 토저보화가 파묻힌 곳으로 숨죽인 채 걸어갔다.
거기에 오자마자, 품속을 뒤적였다. 동전만한 크기의 물체, 그가 만들었던 골렘의 핵이다.
핵을 땅에 떨어뜨리자, 순식간에 골렘의 핵은 흙과 동화되었다. 땅이 살짝 울렁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땅 속에서 골렘이 형성되었다. 특이한 점이라면, 몸 전체가 아닌 팔 부분만 완성되었단 것이다.
카르안은 다시 뒤쪽을 살펴보았다. 수호령과 제이크가 싸우고 있다. 사이프카르와 레드스톰은 합류하러 가고 있었고.
한마디로 그를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는 조심스럽게 반쯤 파진 땅을 봤다. 삽은 필요 없다. 그는 골렘의 팔을 운용하여 토저보화를 꺼내들었다.
카르안은 다시 뒤를 확인했다. 이번에는 수호령과 조직이 대치하고 있다. 지금이라면 수호령도 알아챌 수가 있다.
“읏샤.”
카르안은 일부러 소리를 내었다. 골렘의 팔을 등 뒤의 땅에 배치한 채로. 그 소리에 모두가 반응했다. 그리고 카르안이 토저보화를 들고있자, 수호령은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때는 카르안도 눈에 모든 신경을 집중시켰다. 수호령이 사라진다. 그의 무방비한 등쪽으로. 하지만 언제 사라질까.
“.......!”
사라졌다. 카르안은 뒤를 확인하지 않았다. 확인할 시간도 없었고,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그는 모든 마나를 짜 내서 골렘의 팔에 한가지 명령을 내렸다.
쳐라!
땅 속에서 주먹이 솟아올랐다. 그리고 호쾌한 어퍼컷!
퍼억!
주먹은 수호령의 턱을 힘껏 갈겨버렸다. 예상치 못한 공격, 게다가 골렘의 힘 무식할 만큼 강하다. 주먹을 맞은 녀석이 잠깐 중심을 잃었다.
잠깐이면 충분. 카르안은 미리 뽑아둔 검을 뒤로 돌며 휘둘렀다. 무엇을 베는 느낌, 묵직한 손맛이 느껴진다. 그의 검은 수호령의 복부를 잘라내었다.
수호령은 복부를 움켜쥐고 뒤로 물러났다. 이번에는 정말로 치명상이었는지, 연기가 시원하게 쏟아졌다.
“........!”
놈은 카르안이 다가오자 다시 텔레포트를 하려했다. 하지만 몸이 잠깐 흐릿해질 뿐. 그 자리 그대로였다. 상처가 너무 컸다. 카르안은 검을 위로 올렸다.
서걱.
“형님!”
러슬라이가 다시 소리쳤다. 이번에는 당황이 아닌 환호. 카르안은 잘린 수호령의 목을 힘껏 들어올렸다.
달려가던 레드스톰, 사이프카르도 멈춰섰다. 레드스톰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사이프카르. 저거 네 부하냐?”
“어.”
“거참 대담한 녀석이군.”
사이프카르는 피식 웃었다. 웃을 수 밖에 없었으니까. 그녀는 기분 좋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게. 진짜 미친놈이었어.”
============================ 작품 후기 ============================
어제 1화밖에 못 올려서...... 오늘은 3연참 하겠습니다. 아하하하
투베 2위에 처음으로 들었네요. 전부 독자님들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콩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