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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션으로 무한성장 (32)화 (3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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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의 로망

마법사의 연구실. 보통 연구를 하는 공간이다. 하지만 다른 역할도 하나 있다. 마법사들은 사람들의 의뢰를 받기도 한다. 대부분 마법을 이용한 소일거리들이다.

지금 출근한 원소 마법사도, 그런 자잘한 일로 용돈을 벌었다. 그래서 그의 연구실 문은 항상 열려있다. 손님들이 들어오기 쉽게. 그는 아침 일찍 출근해서 책상을 정리하고 있었다.

끼익-

그때 문이 열렸다. 손님인가. 마법사는 반갑게 인사했다.

“어서오, 허어억!”

손님은 맞았다. 그런데 조금 특이한 손님. 순식간에 우락부락한 사내놈들 수십 명이 들이닥쳤다. 하나같이 흉흉한 얼굴이다. 그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물었다.

“무, 무슨 일로 오셨나요........”

“아아. 계약을 좀 하려고.”

그 사내들 사이에서, 검 두 개를 차고 있는 남자와 늘씬한 미녀가 나왔다. 마법사의 눈이 커졌다.

‘흑룡회 지부장이 왜.’

게다가 옆에 있는 사내는 표두회의 레드스톰. 인간 믹서기라는 무식한 별명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평소 주변 소식에 밝은 편이었기에, 바로 눈치 챌 수 있었다.

이 알페라츠 백작령에서 편히 살려면, 저 두 명의 얼굴 정도는 알아야했다. 사이프카르는 그를 보며 말했다.

“지금 당장 계약 가능하지?”

“네? 네. 물론입니다.”

마법사는 주섬주섬 서랍을 뒤졌다. 그리고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약속과 계약의 신. 타라카르. 그의 신전에서 파는 계약서다. 저기다가 한번 한 계약은. 타라카르의 권능으로 반드시 지켜진다.

그 계약을 타라카르의 계약이라고 불렀다. 저 계약서는 타라카르의 신전에서 싸게 구할 수 있다.

싼 가격과 유용한 성능덕분에 불티나게 팔리는 물건이기도 했다. 오죽했으면 타라카르 신전의 주 수입원으로 알려졌을까.

사용법은 간단하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약속이나 제약을 건다. 그리고 계약 기간을 정한다. 마지막으로 계약을 어겼을 시 잃게 되는 것. 그것까지 적으면 된다.

그 뒤에는 마법사가 마나를 불어넣고, 계약자가 계약서에 손을 올린다. 손을 올릴 때는 계약서의 내용에 마음속으로 동의하고 있어야 한다.

악용을 방지하기 위해 타라카르가 만든 안전장치다. 그리고 그렇게 손바닥만 올리면, 계약은 성립. 굉장히 간단했다.

“당장 시작하지.”

사이프카르, 레드스톰이 앞으로 나섰다. 계약 내용은 사이프카르는 표두회를, 레드스톰은 흑룡회를 ‘고의로’ 공격하지 않을 것.

다만 상대가 먼저 공격을 하는 경우는 제외. 계약기간은 3일. 만약 어길시 잃는 것은 목숨이다.

간단한 내용이지만, 안에 걸린 것은 가벼운 게 아니었다. 계약을 어기면 그 자리에서 죽는다. 그래도 사이프카르와 레드스톰은 얼굴색하나 변하지 않았다.

마법사는 종이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사이프카르와 레드스톰은 계약서를 꼼꼼하게 확인했다. 놓친 것은 없다.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계약서에 손을 올렸다.

종이가 잠깐 빛났다. 동시에 그들의 손등에 검은 무늬가 떠올랐다. 계약의 증표. 이제 계약 기간인 3일 동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계약 기간은 지금 이 시간부터입니다. 저, 그러면.......”

마법사가 흐르는 땀을 닦았다. 아침부터 흉흉하게 생긴 무리가 중무장을 하고 찾아왔다. 그것도 이 거리에서 악명 높은 흑룡회와 표두회의 사람들이.

그들은 당장 전쟁이라도 치를 기세였다. 온갖 무기들을 죄다 챙겨왔다. 마법사는 자신의 실험실에서 그런 흉흉한 사람들을 일초라도 빨리 치우고 싶었다.

“말 안 해도 나갈 테니까 걱정 마. 우리도 시간 없어.”

사이프카르가 손짓하자, 근육질 조직원들이 썰물 빠지듯 쭉 빠져나갔다. 사이프카르와 레드스톰도 문을 닫고 나갔다. 마법사는 다리에 힘이 쭉 풀렸다. 마치 폭풍이 지나간 느낌.

“그러면 상쾌한 등산 시간이군.”

그들은 마을 밖으로 걸어갔다. 흑룡회의 조직원 100여명. 표두회 조직원 40여명. 사무소를 지킬 병력만 빼면, 거의 다 나온 것이다.

그들이 험악한 인상을 쓰며 걸어가고 있었다. 백작령으로 향하던 한 상인은, 그들을 보자마자 혼비백산하며 도망치기도 했다.

“쯧. 왜 저리 겁이 많을까요. 저희는 관심도 없는데.”

러슬라이가 도끼날을 다듬으며 말했다. 주변 조직원들도 전투를 앞두고 무기 관리에 여념이 없었다. 백여 명이 무기를 꺼내놓고있으니 도망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아무튼 준비 단단히 하라고. 재수 없으면 오우거를 만날 수도 있고, 그 수호령도 더럽게 강한 놈이니까.”

“예!”

이제 봄이라 춥거나 덥지는 않았다. 비도 오지 않으니 기상상태는 최고. 레드스톰은 지도와 나침판을 확인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가 패스파인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좀 더 걸어가야 하니까. 긴장들 놓지 마라.”

날씨가 포근하다보니, 아무래도 신경이 물렁해진다. 사이프카르는 조직원들을 다독이며 움직였다. 아직 산의 입구까지도 안 왔다.

토저보화의 위치. 숲 깊은 곳에 숨겨져 있다. 거기로 가는 길에는 벌겋게 칠해진 ‘위험지대’가 잔뜩 있다.

그래도 140명이 넘는 사람들이 중무장을 하고 있다. 오크나 고블린들은 지능이 있다면 피할 것이고, 지능이 떨어져도 본능적으로 그들 곁에 오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오우거였다. 그들은 머리에 이성 대신 식욕밖에 없는 놈들이다. 그리고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먹을거리는 인간 여자였고, 두번째는 인간 남자다.

힘도 괴물같이 세고, 무엇보다 재생력이 성가시다. 오우거는 숲에서 피해야 될 악몽으로 통했다.

무엇보다 이 정도 인원이 있다 해도 달려들 가능성이 크다. 사이프카르는 그들이 수호령 다음으로 조심해야 하는 적이라고 생각했다.

“자, 일단 여기 5명씩 남아.”

사이프카르의 목소리. 산의 입구에 도착했다. 몇 명의 조직원들은, 여기서 연금술 길드의 용병들을 감시해야 한다. 흑룡회에서 5명. 표두회에서 5명. 10명의 조직원이 각자 주변에 숨어들었다.

“만약 용병 놈들이 우르르 몰려온다~ 그러면 이걸 끊으면 된다. 알겠지.”

“간단합니다!”

용병들은 각자 손가락 정도 길이의 실을 받았다. 마법적인 처리가 된 물건이다. 2개가 한 쌍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한쪽 실이 끊어지면 다른 쪽 실도 끊어진다. 일회용 신호인 셈이다.

“자, 나머지는 출발.”

조직원들은 남아있는 부대원들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여기서 적당히 숨어있기만 하면 된다. 용병이 오면 실만 끊고 도망치면 그걸로 끝.

하지만 그만큼 위험하기도 했다. 10명밖에 없으니, 용병들과 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도망치다 잡히기라도 하는 날에는, 이승과 작별할 준비부터 해야 했다.

나머지 인원들은 숲 속으로 들어갔다. 그대로 1시간정도 더 걸었다. 슬슬 지칠 시간. 사이프카르는 휴식을 명령했다.

“전원 10분간 휴식. 계곡에서 수통 채우고.”

“알겠습니다.”

조직원들은 각자 무기를 내려놨다. 단순히 1시간 걷는 것이라면 문제없다. 하지만 지금은 중장비를 매고 울퉁불퉁한 산길을 걷고 있다. 힘이 몇 배로 드는 것 같다.

“이거 쓸 일은 있을까.”

한 조직원이 중얼거렸다. 그의 손에는 석궁이 들려 있었다. 평소에 쓰는 검에 이것까지 드니 상당히 힘들었다.

사이프카르는 몬스터의 습격에 신경을 많이 썼다. 지금도 절반의 조직원들은 석궁을 장비했다.

수호령은 어지간한 물리피해는 넘겨 버린다. 게다가 일반 조직원들 정도는 순식간에 쓸어버릴 수 있다. 차라리 뒤에서 마법 처리된 볼트를 쏘는 게 좋다. 석궁은 오우거뿐 아니라 수호령과도 싸울 물건이다.

“임마. 그래도 뒤에서 쏘니까 죽을 일은 없겠지.”

조직원의 동료가 다가왔다. 그는 석궁 없이 올라왔다. 대신 볼트나 식량을 조금 더 들었지만, 석궁보다는 가벼웠다.

“내가 앞에서 목숨 걸고 싸울 테니까, 네가 대신 들어라.”

“아니, 나는 싫은데.”

둘은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며 수통에 물을 채웠다. 낡은 수통에 물이 가득 찼다. 잠깐 앉아 있다 보니, 휴식시간도 끝나간다. 이제 움직일 준비를 해야 한다.

그때, 불길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목소리라기보다는 저음의 울림. 마치 고장 난 나팔을 부는 듯한 소리. 조직원이 얼굴을 구겼다.

“젠장.”

“오우거다! 전원 전투준비!”

조직원들이 얼른 석궁을 뽑아들었다. 석궁이 없는 자들은 검을. 그들은 사이프카르의 지시에 따라 대열을 갖추었다.

“장력 있는 대로 당기고, 볼트는 일반 볼트 써라.”

“네!”

조직원들은 긴장한 상태로 몸을 낮췄다. 울음소리가 들리던 곳에 있는 수풀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얼마 안가서, 오우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3마리로군.”

-우우우우웅

낮은 울음소리와 함께, 오우거들이 달려들었다. 사람의 두 배가 넘는 키, 근육 덩어리의 몸. 그런 괴물들이 쿵쿵거리며 돌격하는 것이다. 조직원들은 침을 삼켰다.

“사격!”

휘리리릭!

볼트 수십 개가 직선으로 날아갔다. 다음순간, 볼트는 돌격하는 오우거의 두꺼운 근육을 파고들었다.

오우거는 순식간에 벌집이 됐다. 볼트 수십발이 꽂혔다. 아무리 사나운 놈들이라도 멈춰 설 수밖에 없다. 얼마 안 돼 재생될 것이지만. 지금 상처를 입힌 게 중요하다.

“내가 한 놈 맡을 테니까, 레드스톰. 너도 한 놈 맡아. 그리고 제이크랑 러슬라이가 남은 놈을.”

“네!”

“알겠다.”

석궁은 재장전이 상당히 오래 걸린다. 그 사이 공격당할 수 있다. 그래서 사이프카르는 오우거를 상대할 계획을 세웠다.

석궁으로 한번 피해를 입힌다. 그리고 대장들이 나서서 피해를 누적. 그사이 석궁을 재장전 한다.

사이프카르는 다시 오우거와 거리를 벌린다. 멀어지자마자 부하들이 일제사격. 그때쯤 되면 힘이 빠졌으리라.

그때 그녀가 다시 돌격해서 숨통을 끊는다. 그녀의 계획. 그냥 싸워도 질것 같진 않지만, 수호령과 싸우려면 힘을 비축해야 했다.

대충 그녀의 계산이 맞았다. 아무리 질긴 오우거라도, 근육 사이사이에 화살이 박히고도 무사할 수 없다. 사이프카르의 붉은 오러가 오우거를 갈랐다.

우우웅-

오우거도 반격을 시도했다. 바위만한 주먹을 마구잡이로 휘두른 것. 어지간한 사람은 한번 맞으면 골로 가겠지만, 사이프카르는 여유 있게 피하며 오우거에게 데미지를 입혔다.

사이프카르는 뒤를 슬쩍 봤다. 모두 석궁을 재장전 했다. 그녀는 오우거의 주먹을 피하고, 점프한 뒤 그의 면상을 걷어찼다. 오우거가 뒤로 밀리고, 사이프카르도 반작용으로 쑥 밀렸다.

마치 체조하는것처럼 가벼운 동작.

“사격!”

다시 수십 발의 볼트가 꽂혔다. 이번에는 확실히 치명상인지, 오우거는 제대로 움직이지를 못했다.

사이프카르는 여유 있게 오우거의 목을 잘랐다. 다른 쪽을 보니, 다들 잘 싸워주고 있었다.

특히 레드스톰은 오우거를 아주 갈아놓고 있었다. 맨손의 오우거가 주먹질을 할 때마다, 그 주먹이 잘려나갔다. 결국 오우거는 못 버티고 도망가 버렸다.

“다친 놈 없지? 볼트 회수하고 빨리 출발하자.”

사이프카르가 명령했다. 조직원들은 오우거의 시체에서 부러지지 않은 볼트를 뽑아내었다. 마침 물을 담던 계곡도 있었기에, 거기서 볼트의 피를 씻겼다.

석궁을 잔득 박은 덕에, 무리 없이 오우거를 죽였다. 앞으로 수호령과 싸워야 하는데, 체력을 잘 보존해야 했다.

남은 거리는 한 시간. 조직원들은 주변을 경계하며 이동했다. 다행히 그 뒤로 오우거나 다른 적들의 습격은 없었다.

“밑의 상황은 어때.”

“아직 용병들은 안 온 것 같아.”

사이프카르가 줄을 살펴보며 말했다. 10개의 줄 중 잘린 줄은 하나도 없다.

“후. 시간걱정은 없겠군.”

“이제 다 왔다.”

레드스톰이 걸음을 멈췄다. 조직원들이 주변을 둘러봤다.

“그런데 그 토저보화가 어디 있다는 거야?”

주변에는 잡초밖에 없었다. 눈을 씻고 봐도 특이한 뭔가는 보이지 않았다. 레드스톰은 그 잡초들 사이로 걸어갔다.

“내가 직접 확인한 거다. 바로 이 녀석. 이게 오늘 우리 목표야.”

레드스톰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는 작은 잡초를 가리키고 있었다. 옆에 있는 잡초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잎이 미묘하게 달랐다. 눈으로 찾기 힘들 정도의 차이.

“그러니까 이게 그 토저보화?”

“건드리지 마!”

호기심에 제이크가 작은 싹을 툭 건드렸다. 그러자마자 레드스톰이 소리를 질렀다. 실수로라도 저 잎이 떨어져 나갔다가는, 수호령이 강림할 것이다.

“쓰읍. 작게 말해도 알아들어.”

제이크는 멋쩍어하면서도 손을 때었다. 사이프카르와 레드스톰을 각자 조직원들에게 지시했다.

“마법 처리된 화살들, 쫙 다 장전해.”

“일반 화살은 통하지 않는다.”

레드 스톰은 긴장했다. 원래 그는 용병단만 막아주기로 했지만, 사이프카르의 강요로 수호령을 상대하게 생겼다. 받아먹는 만큼 일을 하라면서.

조직원 두 명이 삽을 들고 잡초 쪽으로 걸어갔다. 그들은 최대한 조심스럽게 토저보화의 싹 쪽을 삽으로 팠다.

“그런데 이대로 조심스럽게 파가면 어떻게 되지?”

“그게 됐으면 다른 사람들이 수호령에 죽어 나갔겠냐.”

그들의 대화가 끝나자, 삽질을 하던 조직원 둘이 공중으로 둥둥 떠올랐다. 카르안은 그 조직원들을 보며 말했다.

“허, 저놈들이 왜 갑자기 중력을 무시 하냐?”

“아무래도 나타난 것 같습니다.”

러슬라이가 대답했다. 주어는 없었지만, 그게 뭘 의미하는지는 알 수 있었다.

무언가 뿌연 게 허공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조직원들이 그 흐릿한 형체에 석궁을 겨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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