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포션으로 무한성장 (30)화 (3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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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의 로망

그렇게 며칠이 더 지났다. 카르안이 흑룡회에 가입한지 한 달째. 사이프카르가 커다란 주머니 두 개를 건넸다. 가죽으로 된 물건이었다.

“카르안. 너 오늘 월급날이야.”

“감사합니다.”

“일하고 받는 건데 감사할 게 어디 있어. 주머니 열어서 확인해봐.”

카르안이 주머니를 조심스럽게 받았다. 끈을 풀자, 안에서 반짝이는 금빛이 보였다. 금화. 금화가 잔득 있었다. 마침 카르안의 주머니에 은화도 멸종 직진 이었기에, 더없이 반가운 물건이다. 그런데

‘조금 많아 보이는데.’

“이번 달에 총 72골드. 원래 71골드 87실버인데, 전부 반올림했어. 은화 세기도 귀찮고.”

“72골드........”

카르안은 침을 꿀꺽 삼켰다. 과연 흑룡회의 명성은 허명이 아니었다. 들고 가기도 무거울 정도.

한화로 따지만 7천 2백 만원이다. 터무니 없이 큰 액수. 카르안이 만든 약이 고가이다 보니, 그의 월급도 수직상승했다. 만약 그가 연금술 길드에 들어갔다면, 저것의 10분의 1도 못 받았을 것이다.

“참고로 거기 들어있는 건 62골드다? 31골드씩 들어있어. 빚진 거 10골드는 미리 뺐으니까.”

“상관없습니다.”

카르안은 주머니를 닫았다. 일일이 세 볼 필요는 없다. 사이프카르가 이정도로 장난칠 사람도 아니고.

그는 금화를 세는 대신 두 주머니 중 하나를 건넸다. 사이프카르는 눈을 깜빡였다.

“나 주는 거냐?”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몇 가지 연금술 재료를 부탁하고 싶습니다.”

카르안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사이프카르도 씩 웃었다.

“강화 포션이지?”

“네.”

“흠. 그럼 이거는?”

사이프카르가 서랍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연금술 재료가 잔득 적혀있는 종이.

그가 사이프카르와 만난 첫 날, 그때 적었던 것이다. 조직의 약을 위해 필요한 재료, 그리고 그가 개인적으로 필요했던 물건.

거기에 적힌 재료도 전부 강화포션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그때와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월급이 예상 이상으로 많았다. 31골드면 그가 전에 적었던 것들보다 더 좋은 재료를 구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문제점.

‘마나를 집중적으로 올려야겠어.’

무르짐의 특이한 연금술 덕분에, 큰 마나를 소모하지 않고도 포션을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포션 이야기고, 골렘 운용이나 다른 일을 하기에 마나 11은 너무나도 부족하다.

체력이나 근력, 저항력 보다는 마나에 집중해야 한다. 물리 저항력과 마나 저항력은 일종의 맷집.

근력이나 체력, 마나와 다르게 조금 올려서는 티가 안 난다. 이것은 가장 나중에 신경 써야 될 능력이다.

마나를 집중적으로 올려주는 포션을 만든다. 그것으로 골렘 운용에 필요한 마나를 얻는다.

그가 과거에 적었던 재료는 체력과 근력강화 포션도 포함된 것이다. 마나 포션만을 위한 준비물을 다시 적어야 한다.

“마나를 집중해서 강화하려 합니다. 그건 필요 없어요. 새로 작성해서 드리겠습니다.”

“그래. 근데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사이프카르가 종이를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구겨진 종이는 정확히 쓰레기 통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너도 다른 마법사들처럼, 그냥 수련 하면 안 돼?”

“제가 마법에는 도통 재능이 없어서.”

수련으로 마나를 쌓으려면, 일단 긴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반면 강화 포션으로 쌓는 마나는 제한 같은 게 전혀 없다. 그냥 마시면 끝. 그렇기에 가격도 하늘을 찌르는 것이겠지만.

“포션으로 마나를 쌓는 쪽이 빠릅니다.”

“연금술을 귀신같이 하면서, 마법은 재능이 없다라. 특이하구만.”

사이프카르가 중얼거렸다. 그녀는 카르안을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상관없어. 그러면 가격표 보고, 목록 다시 작성해서 줘.”

“알겠습니다.”

카르안은 그 자리에서 목록을 뚝딱 만들어 버렸다. 마나 강화 포션의 재료. 31골드를 모두 재료비로 쏟는다.

상당히 큰 지출이지만 아쉬울 것은 없다. 미래를 향한 투자니까. 오히려 이것도 조금 부족한 감이 없지 않을 정도다.

카르안이 새로 작성한 목록을 넘겼다. 사이프카르는 목록을 확인도 하지 않고 서랍에 넣었다. 그가 실수 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녀는 서류를 확인하는 대신, 금화 하나를 건네주었다.

“아무튼 첫 월급 축하한다. 이건 내 개인적인 선물.”

“이런 것까지 받을 수는 없습니다.”

“멍청아. 너 좋으라고 주는 거 아니야. 오늘 저녁에 러슬라이, 제이크랑 밥이라도 먹어.”

그의 직속 부하들. 가끔은 못 미더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카르안을 열심히 도와줬다.

가끔씩 세 명이서 회식을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금화까지는 부담되었지만, 카르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금화를 받았다.

그날 저녁, 카르안은 러슬라이와 제이크를 불렀다. 카르안이 저녁을 산다고 하자, 둘은 반색하며 좋아했다.

“저야 환영입니다.”

“그러면 오랜만에 치킨이나 먹는 것은 어떻습니까.”

“쯧. 네놈은 회식만 하면 닭이냐.”

“그럼 뭐 먹을 건데?”

“형님. 제가 요즘 잘나가는 양고기 집을 하나 알고 있습니다.”

“시끄러워. 저녁은 해물로 한다.”

서로 다른 취향. 세 사람은 각자 닭과 양과 해물의 장점을 길게 토론했다. 하지만 계급 앞에 장사 없다고, 결국 식당은 해물 전문점으로 결정되었다.

2.

회식이 끝나고, 세 명의 사나이는 식당 밖으로 나왔다. 싱싱한 물고기를 실컷 먹었다. 대신 술은 많이 마시지 않았다. 내일 일도 있는데 밤새 술을 마실 수는 없었으니까. 러슬라이가 말했다.

“형님. 저희가 집까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아니야. 혼자 갈수 있어.”

“에이, 어차피 가는 방향도 비슷한데.”

카르안과 러슬라이, 제이크는 밤의 거리를 걸었다. 이곳은 유흥가와 떨어져 있었다. 별도 달도 눈감은 어두운 밤. 거리는 한없이 적막했다.

마법석으로 만들어진 가로등만이 쓸쓸한 거리를 장식했다. 가끔 지나가는 술주정뱅이도 오늘은 보이지 않았다.

“그나저나 형님. 요즘 돌덩이는 왜 자꾸 집에 들고 가시는 겁니까? 혹시 조각 같은 거라도 하십니까?”

“별건 아니고. 골렘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골렘?”

“옛날에 데스 나이트 한명을 해치우지 않았냐. 그때 나온 책이 골렘에 관한 거였어. 러슬라이는 알겠지.”

“아, 그때 그거.”

러슬라이는 황금 고라니를 잡던 때를 떠올렸다. 그때 카르안이 금화를 3개씩 주며 얻으려 했던 책.

숨길 것도 아니었다. 카르안은 대충 그가 공부한 정도를 말했다. 러슬라이가 감탄했다.

“역시 형님이십니다. 못하시는 게 없으시군요.”

“골렘이라. 굉장히 배우기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제이크도 놀란 표정. 카르안은 이제 20대 후반이다. 그 나이에 골렘을 다루는 경지까지 오르기는 쉽지 않았다. 카르안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 대단한 수준은 아니야. 이제 막 걸음마를 땐 정도지.”

턱없이 부족한 마나량. 그것부터 채워야했다. 그의 목표는 이너리움을 사용한 아이언 골렘. 하지만 지금 그의 마나량으로는 몇 걸음 걷지도 못할 것이다.

골렘 이야기가 끝나자, 딱히 할 말이 없었다. 그들은 말없이 길을 걸었다. 고요한 거리에는 풀벌레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형님.”

러슬라이가 걸음을 멈췄다. 제이크도 앞을 보더니 얼굴을 찌푸렸다. 길거리 한 중간. 누군가 서 있었다. 검은색 로브를 뒤집어 쓴 사람.

한눈에 보기에도 수상했다. 남자는 마치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과연 그는 천천히 카르안에게 다가왔다.

“네가 카르안이냐.”

굵직한 저음의 목소리. 로브의 남자가 입을 열었다. 한 눈에 보기에도 위압감 넘치는 목소리다. 하지만 카르안은 태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다면?”

“잠시 따라와 줘야겠다. 보스께서 너를 보자고 하시니까.”

그는 그렇게 말하며 머리에 쓰고 있던 로브를 벗었다. 그러자 안에는 진중해 보이는 중년 남자가 나왔다. 카르안이 눈을 찌푸렸다.

“뺨에 저건 뭐야?”

“젠장. 표두회(飇豆會) 입니다.”

제이크가 이를 물었다. 남자의 뺨에는 독특한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표두회의 상징. 붉은색 소용돌이다.

표두회는 카르안도 아는 조직이다. 그가 흑룡회에 가입하고 나서, 여러 가지 조직에 대해 공부한 덕이다. 제이크처럼 표식만으로 조직원을 알아볼 정도는 아니었지만. 대충 무슨 조직인지는 알 수 있었다.

표두회는 알페라츠 백작령에서 활동하는 조직. 전국구로 활동하는 흑룡회에 비해 규모는 터무니없이 작다.

하지만 역사가 깊고, 이곳을 중심지로 활동한다. 그렇기에 흑룡회 알페라츠 백작령 지부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조직.

현재 백작가 안에서는 흑룡회 다음 가는 조직이다. 원래 알페라츠 백작령을 대표하는 1등 조직 이었다.

하지만 흑룡회가 이곳에 뿌리를 뻗은 후로는 항상 세력 2위을 유지하고 있었다.

“흐. 알아봐 주니 고맙군.”

남자가 비릿하게 웃었다. 정리되지 않은 수염. 약간 마르고 퀴퀴한 얼굴이다. 하지만 어둠속에서도 빛나는 눈동자가 심상치 않았다.

그는 한 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어둠 속에서 서른 명쯤 되 보이는 사내들이 등장했다. 그들은 전원 검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우리가 누구인지 안다면, 순순히 따라오는 게 좋다는 것도 알겠지? 현명한 판단을 하시게.”

“개똥같은 소리하네.”

러슬라이와 제이크, 카르안이 검을 뽑았다. 검은 로브는 아쉬운 듯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 어쩔 수 없군. 팔다리는 잘라도 좋으니까, 죽이지만 마.”

그게 명령인 듯, 사내들이 달려들었다. 카르안은 침을 삼켰다.

명백한 함정. 저들은 미리 준비하고 있었고, 카르안 쪽은 정 반대였다. 다행히 세 명 모두 술은 많이 안마셨지만,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다.

“상대도 안 돼는 피라미새끼들이!”

제이크의 검에 오러가 피어났다. 러슬라이도 그에 맞춰 검기를 세웠다. 그리고 카르안을 중심에 두고 서로의 등을 맡겼다.

표두회의 조직원들은 한 30명 정도. 카르안은 그를 포함해 세 명이다. 열배는 차이가 난다. 하지만 저쪽 조직원에 기사급 실력자는 없는 것 같았다. 아무도 오러를 사용하지 않았으니까.

표두회 조직원들이 달려들었다. 동시에 하늘로 피가 튀었다.

“아악!”

“내 팔이......!”

제이크가 먼저 달려드는 적 세 명을 동시에 상대했다. 다리를 들어 찌르는 검을 피하고, 목을 향하는 검을 막고, 허리를 향하는 검은 한 바퀴 돌며 흘려내었다. 반격은 그 회전력을 그대로 살린 횡베기.

표두회의 조직원은 막으려고 했으나, 힘에서 차이가 났다. 순식간에 오러 실린 검이 그의 무기를 자르고 몸을 베었다.

분노한 다른 조직원이 그를 공격했다. 제이크는 몸을 슬쩍 돌리는 것만으로 검을 피하고, 그의 목을 펜싱 하듯 쿡 찔렀다. 피가 터져 나왔다.

세 번째 조직원은 제이크가 공격하는 틈을 노렸지만, 오히려 제이크가 그의 공격을 기다리고 있었다.

쿡 찌르듯 공격한 것도 이유가 있었다. 최소한의 동작으로 공격을 피하고 반격하기 위해. 동작을 최소화 한 덕에, 조직원의 공격을 막을 여유는 충분했다. 그는 쿡 찔렀던 검을 비틀어 검격을 막아내었다.

동시에 그가 발을 쑥 내밀었다. 다리걸기. 예상치 못한 공격에 조직원이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그 틈에 제이크의 검이 놈의 가슴을 갈랐다.

검의 동선에 낭비가 없다. 빈틈을 찾을 수 없는 검술. 러슬라이 쪽도 상황은 비슷했다. 그는 맹수처럼 괴성을 지르며 조직원들을 박살냈다.

“으아아아!”

“형님!”

하지만 역시 둘로는 부족한 것일까. 조직원 한명이 둘의 방어를 뚫고 카르안을 향했다. 그는 머리 위로 검을 치켜들고 달려들고 있다. 러슬라이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카르안은 돌격한 조직원을 쳐다봤다. 몸통이 텅 비었다. 카르안은 검을 휘두르는 대신 그를 냅다 프론트 킥으로 갈겼다.

퍼억-

“으윽!”

조직원은 카르안의 발에 튕겨져 나가 버렸다. 그는 밀려나다 벽에 머리를 박고 의식을 잃었다.

그렇게 10분쯤 지나자, 표두회는 대부분 정리되었다. 조직원들은 죄다 끙끙거리며 쓰러져 있다.

“오호. 생각보다 제법이야.”

로브의 사내. 그가 감탄한 듯 말했다. 굉장히 여유로운 태도. 그는 조직원이 전부 쓰러졌지만 전혀 긴장 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면 다음에 또 보자고. 그때도 무사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몸을 돌려 어둠 속으로 사라지려 했다. 그때 카르안이 제이크에게 손짓했다.

“저 새끼 잡아.”

카르안의 명령에 두 사내가 달려들었다. 로브의 사내는 피식 웃으며 검을 뽑았다. 섬뜩한 미소였다.

“어리석은 놈들. 죽음을 자초 하는구나.”

5분 뒤.

“뭐? 죽음을 자초해?”

“죄송합니다.”

한 사내가 팅팅 부어오른 얼굴로 무릎을 꿇고 있었다. 검은 로브는 반쯤 찢어져 있었다. 카르안은 혀를 쯧쯧 찼다.

“개폼은 있는 대로 잡더니, 더럽게 약하네.”

처음에 남자의 여유 있는 태도에, 카르안이 긴장했다. 하지만 막상 제이크가 공격하자, 그는 허둥거리며 방어하기도 힘들어했다.

길바닥에 쓰러져 있는 조직원들과 별 차이도 없었다. 결국 몇 번 막지도 못하고 러슬라이의 주먹에 쓰러져 버렸다.

“표두회가 여긴 웬일이냐.”

카르안의 질문에 그가 눈을 날카롭게 떴다.

“내가 그것을 말할 것 같나?”

“제이크. 저놈 손가락 하나 잘라.”

“레드스톰 형님께서 카르안님을 보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정말로 그뿐입니다. 자세한 이유는 저도 몰라요. 형님만 알 것 같습니다.”

“그래서 너는 누구고.”

“저는 표두회의 부대장입니다.”

망설임 없는 대답. 카르안은 고개를 저었다. 저런 놈이 부대장이다. 부대장이라면 흑룡회에서 카르안의 위치. 저런 놈을 그 자리에 두고도 백작령 넘버 투를 유지한다는 게 신기했다.

“어떻게 할까요?”

“뭘 어떻게 해. 이놈만 잡아다가 감옥에 가둬놔.”

카르안의 명령. 조직 지하에는 감옥이 몇 개 있었다. 카르안이 피식 웃었다.

“기습을 할거면 제대로 해야지. 내일 이놈을 데리고 지부장님과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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