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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션으로 무한성장 (24)화 (24/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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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왔는가!”

그들은 황금 고라니와 함께 신전에 도착했다. 곧장 예드프리어의 방으로 안내받은 것은 당연한 일. 교주는 그들을 팔벌려 환영했다.

“오오. 정말 빠르군. 역시 라이 경이야. 빈틈이 없네.”

“감사합니다.”

“흠흠. 그러면 이제 슬슬 그........”

“물론입니다. 포이즌 오우거의 독 주머니만 있다면.”

“당연히 준비해 놨지.”

“그러면 빠르게 끝냅시다.”

카르안은 연금술사의 방으로 갔다. 대신전의 연금술사들이 포션을 만드는 공간. 카르안은 그 공간을 빌릴 수 있었다.

“자네. 발모제를 만들겠다고?”

당연히 카르안 말고도 여러 연금술사가 그 곳에 있었다. 그들중 백발의 연금술사가 카르안을 보며 말했다. 60살은 된 듯한 노인. 그는 약간 의심스러운 표정이다.

“네.”

“쉽지는 않을걸세. 우리들도 그 일 때문에 몇 년간 연구했으나, 결과는 보다시피.”

예드프리어의 반짝이는 머리가 떠올랐다. 실패로군.

“열심히 해 보게. 다만 예드프리어님은 이런 일로 장난치는 사람을 굉장히 싫어하시네. 몇달 전에도 왠 사이비 돌팔이가 완벽하게 해결해 줄 수 있다며 호언장담 했지만, 결국 들통나서 큰 일을 당했거든.”

“무슨일을 당했나요?”

설마 사형당한 것인가.

“머리털이 전부 뽑혀 신전 밖으로 쫒겨났네.”

“교주님다운 복수군요.”

카르안은 주변을 둘러봤다. 연금술사들은 그를 별로 탐탁치 않은 눈으로 보고 있다. 연금술사라면 나름대로 자부심이 대단할 테니까. 그런데 카르안이 자신들이 못한 일을 할 수 있다고 했으니 자존심이 상한 것이다.

그래도 알페라츠 백작령에서 봤던, 리젝트같은 악질은 없었다. 그들은 순순히 재료와 연금술의 준비를 도와주었다.

“진리에 따라서.......”

카르안의 연금술이 시작되었다. 조금 특이한 연금술. 분량도 각각 한병 정도고 여렵지도 않았기에, 마나 포션은 필요 없었다.

“촉매제를 쓰지 않는군.”

“마법진이 조금 특이한데.”

다른 연금술사들도 카르안을 관찰했다. 그들도 할 일이 있었지만, 카르안의 연금술이 신기해 보이자 호기심이 앞선것.

카르안은 수군거리는 소리를 무시하며 집중을 이어나갔다.얼마 안가 연금술이 끝났다.

특제 발모제와 해독약. 병 두 개가 가득찼다.

“일단 이거면 된 거 같군요.”

“이게 전부인가?”

“예. 전부입니다.”

너무나도 간단했다. 별 재료를 사용하지도 않았는데, 치료제가 뚝딱 나오다니.

“뭐, 마음대로 하게. 자네가 알아서 할 일이지.”

백발의 연금술사가 웃으며 말했다. 처음에 그는 긴장하기도 했다. 자기들이 몇 년을 걸려 실패한 연구. 갑자기 나타난 연금술사가 해결해 버린다면 상당히 굴욕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대충 봐도 저 약이 효과를 볼것같지는 않다. 황금 고라니의 심장이라니. 고작 정력제의 재료 아닌가. 주변의 연금술사들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게다가 멀쩡한 머리에 해독제는 왜 바른다는 거지.’

그들이 보기에 예드프리어의 머리에 독기따위는 없었다. 그들의 이론으로 독은 완전히 제독했다. 반면 무르짐은 포이즌 브레스를 맞을시, 독을 치료하고 저주를 해주해도 지워지지 않는 흔적이 남는다는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특별한 방법으로 풀어야 한다. 이독제독. 그가 만든 해독제는 그것을 위한 것이다.

“치료제는 준비 되었는가.”

“여기 두가지 포션으로 교주님의 머리를 치료할 것입니다.”

예드프리어는 여전히 자신의 방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비록 모두가 알고있지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시원한 머리를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 방 안에는 뮤프리드의 기사단장. 연금술사 2명. 그리고 교주의 주치의를 맡고있는 백 마법사 뿐이었다.

예드프리어는 조심스럽게 가발을 벗었다.

“이것은 포이즌 오우거의 독으로 만든 약입니다. 인체에는 거의 무해하고, 머리에 남아있는 저주만.......”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백마법사가 카르안을 가로막았다. 40대 중반의 엘리트같은 여자였다. 그녀는 깐깐해 보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일찍히 포이즌 브레스는 전부 치료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머리에 독을 붇다니.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이건 독이 아니라 해독제입니다.”

“희미한 독기가 남아있지 않습니까. 정말 당신은 교주님의 뿌리까지 말려버리실........”

“그만두게.”

예드프리어가 손을 올렸다. 백 마법사는 말을 멈추고 고개를 숙였다.

“날 걱정해 주는 것은 고마운 일일세. 하지만 나도 전사야. 저 포션에 독이 있다는 것쯤은 알고있어.”

“그렇다면.”

“그리고 그게 아주 희미한 정도라는것도 알고있네. 저런 독으로 독살을 할 수 있는것도 아니고. 한번 믿어볼 수밖에 없지 않나.”

“오히려 상황이 악화될 수도 있습니다.”

예드프리어는 한숨을 쉬었다.

“더 악화될 것도 없어.”

백 마법사는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카르안이 포션 뚜껑을 열었다.

“그러면 뿌리겠습니다.”

“부탁하네.”

녹색 포션이 머리를 적셨다. 끈끈한 액체가 흘러내렸다. 예드프리어는 눈썹을 찌푸렸다.

“이거 느낌이 조금 묘한데.”

“원래 점성이 있는 물건입니다.”

카르안이 해독제를 머리 구석구석 발라주었다. 백마법사와 연금술사, 기사단장은 심각한 표정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제삼자가 본다면 굉장히 웃길것 같았지만, 카르안부터 교주까지 모두 심각한 표정이었다.

머리에 녹색 액체가 골고루 발렸다. 하지만 별 변화는 없었다. 예드프리어가 헛기침을 한번 했다.

“크흠. 근데 이거 효과가 나타나려면........”

그때였다. 반짝이던 머리에서 무언가 튀어나온 것. 파란색의 괴 생명체였다. 그것은 형체가 없는 듯 흐물거리며 예드프리어의 머리 위를 떠다녔다.

“이게 뭐야!”

“정말 흉측한 놈이로군!”

마치 늙은 고블린같이 생긴 놈이었다. 그는 소리를 지르려는 듯 입을 뻐끔거렸다. 하지만 실제로 그 괴물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마치 물 속에서 소리치는 것 같다.

“이것은 그린 드래곤의 저주입니다. 포이즌 브래스를 맞으면 이런 저주가 붙죠.”

“하지만 치료를 받았는데.”

“치료를 받으면서, 힘을 거의 다 잃고 형체만 남은 것입니다. 하지만 미세하게나마 치유력을 억제할 수도 있어요.”

그 괴물은 다시 예드프리어의 머리로 들어가려했다. 하지만 해독제의 효과 때문인지 계속 미끄러질 뿐이었다. 예드프리어가 분노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이놈이 나의 소중한....... 나에게 검을 주게!”

당황하던 기사단장이 장검을 건냈다. 육중한 대검. 예드프리어는 단숨에 거대한 검을 뽑아들었다. 순식간에 신성력과 오러가 섞인 힘이 검 위를 채웠다.

예드프리어는 뒤로 성큼 물러났다. 기막히게 빠른 움직임. 머리 위에 있던 괴물은 그를 따라오지 못했다. 예드프리어는 노한 목소리로 외쳤다.

“썩 물러가라 사악한 요괴야!”

오러가 괴물의 몸을 갈랐다. 과연 순혈 뱀파이어까지 사냥한 용사. 다 죽어가는 괴물은 단숨에 두 동강이 나서 사라졌다.

“후. 속이 다 시원하군.”

예드프리어는 기사단장에게 검을 돌려주었다. 대선배의 검술에 시선을 빼앗긴 단장은 얼른 검을 받았다.

“다음에는 발모제인가.”

“예. 일단 머리부터 씻으시고요.”

해독제를 닦아낸 뒤. 카르안이 머리에 발모제를 발랐다. 이번에는 점성이 거의 없어서 조금씩 흘려야 했다.

30분 정도의 시간이 흘렸다. 해독제와는 다르게, 여러번에 걸쳐 발라야 했기 때문이다. 조금 묻히고 말린다음, 다시 흘리는 형식으로 한병을 모두 비웠다.

“음. 뭔가 따뜻하면서 간질간질한 느낌이 드는데.”

“한번 확인해 보시죠.”

백마법사가 교주에게 다가왔다. 그는 주문을 외우더니, 새하얀 빛을 소환해 내었다. 그 빛은 마법사의 눈 앞에서 멈춰섰다.

전에 백 마법사가 카라나리의 상처를 확인하던 마법. 그것과 비슷했다. 그녀는 교주의 머리를 붙잡고 자세히 살펴보았다. 마치 보석을 검사하는 감정사처럼.

그녀의 눈이 커졌다.

“교주님! 솜털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뭐라!”

예드프리어가 흥분해서 소리쳤다.

“거, 거짓말 아니겠지?”

“정말입니다. 생명이, 생명이 잉태되고 있습니다!”

그가 벌떡 일어났다. 두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그는 팔을 힘껏 치켜들었다.

“드디어 긴 시련이 끝났구나! 더 이상 이 답답한 것은 안 써도 되겠어.”

“축하드립니다!”

"경축 드립니다 교주님!"

기사단장과 백마법사가 고개를 숙였다. 반면 연금술사들은 조금 씁쓸한 표정. 예드프리어는 가발을 집어던져 버렸다. 그리고 발로 밟아대었다.

"하하하하."

“저, 그런데 머리가 자라려면 시간이 필요하니까.”

“아차.”

그는 다시 가발을 주워들고 머리에 썼다. 상당히 궁상맞아 보였다.

“아무튼 고맙네. 자네 덕에 잃어버린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겠어.”

“과찬이십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내가 자네를 도와줄 시간이군. 자네의 외모를 완벽하게 개조해주지.”

카르안의 가슴도 뛰기 시작했다. 이곳에 와서 연금술 책도 얻고, 얼굴도 바꿀 수 있게되었다.

“그런데 교주님이 직접 하시는 건가요?”

“물론. 어차피 모든 시술은 뮤프리드님의 힘으로 이루어지네. 우리 사제들은 그냥 신성력만 사용하는 것이야.”

그가 카르안을 한 방으로 안내하였다. 고무처럼 미끈한 재질의 침대. 일종의 수술대로 쓰이는 것 같았다. 카르안이 그 곳에 누웠다.

“결국 신성력이 강한 내가 직접 하는편이 자네에게도 좋지. 아무튼 긴장하지 말고 누워만 있게.”

“알겠습니다.”

예드프리어는 눈을 감더니 작게 뭐라고 중얼거렸다. 그러자 주변에서 강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여기는 사방이 막힌 실내였다.

“이정도라니.”

카르안은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보고 있을수가 없다. 엄청난 신성력. 뮬리펜이나 라이가 사용하던 것과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과연 한 대신전을 책임지는 교주. 무게가 전혀 달랐다.

빛이 줄기가 되어 카르안의 머리에 박혔다. 통증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카르안은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갑자기 왜 머리에 마법이 꽂힌단 말인가.

“걱정말게. 그것은 자네의 심층 심리를 읽어낼 연결고리. 자네가 꿈꾸는 이상형과, 이곳 인간들의 미의식을 분석해서 마음에 쏙 들게 만들어줄 것일세.”

“으윽. 그렇다면.”

카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실로 굉장한 마법 아닌가.

“잠깐, 그런데 마취는 어떻게 합니까?”

“걱정 말래도. 다 뮤프리드님만 믿으면 해결 된다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얼굴가죽을 벗겨내고, 뼈를 깍는 수술이다. 마취도 없이 견딜 수 있는게 아니다. 평생 훈련받은 스파이도 정보를 죄다 뱉어낼 정도의 고통일 것이다.

“그래도 충고하나 하자면, 눈은 꼭 감게나.”

동시에 수술이 시작되었다. 뭔가 얼굴을 잡아당기는 느낌. 광대뼈를 살살 긁는 소리까지 들렸다. 카르안은 이를 꽉 물었다.

‘근데 아무 느낌도 없네.’

카르안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눈을 감으라는 이야기도 이해했다. 자기가 자기 얼굴은 볼 수 없지만, 피가 튀고 뼈가 갈리는 장면이 보기 좋을리 없다.

긴 시간이 지나고, 얼굴을 건드리던 느낌이 사라졌다. 카르안은 눈을 꼭 감은채 누워있었다.

“자, 다 되었네. 후. 정말 힘들었어.”

“이게 끝인가요?”

“그러면 뭘 더 하겠나.”

‘성형 수술은 붕대감고 일주일은 있어야 한다던데.’

그래도 의술의 신이라는 것일까. 비록 불치병 하나는 못 고쳤지만, 성형기술은 기가 막혔다.

“자. 거울일세. 한번 보게나.”

“이건.”

카르안은 멈칫했다. 거울속, 그 작은 사각형 안에는 아주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어떤가? 나름 잘 뽑혔는데.”

최강민의 얼굴. 그가 죽기전에 모습과 흡사했다. 거기다 이곳의 평균적인 미의식도 반영됐다. 코가 약간 오똑해졌고, 입도 살짝 들어갔다. 눈도 적당히 커지고. 상당히 미형이 된 얼굴. 마치.

“포토샵이라도 했나.”

“포투오.... 뭐?”

“아닙니다. 아주 마음에 든다고요.”

카르안은 쓰게 웃었다. 죽어서도 과거에 미련이 남는 것인가. 집착이 망령처럼 붙어있었다.

"그나저나 자네의 이상형이 참 특이하더군. 보통 절세 미남을 꿈꾸는데 말이야. 무슨 이유라도 있나?"

"심층 심리를 읽는다고 하셨으니까요. 그냥."

그는 자신의 뺨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게 가장 가지고 싶었던 얼굴이었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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