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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션으로 무한성장 (13)화 (13/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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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용의 성채

“내가 자네에게 권한 자리는 일개 조직원이 아니야. 말하지 않았나. 냉정한 판단력이 필요한 자리라고.”

보스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조직일이란 불덩이 앞에서 화약을 옮기는 것과 같아. 언제 어떻게 무엇이 터질지 아무도 모르지. 기사단이 덮칠 수도, 혹은 상대 조직이 습격할 수도 있어........”

보스가 옆에 있던 술로 목을 축였다.

“그러니까 우리는 더욱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하네. 적어도 이런 곳에 올 때 어느 정도 대비는 되어있어야 한다, 이 말일세.”

벌컥!

문이 거칠게 열리며 십여 명의 사내들이 달려왔다. 웨이터가 아니었다. 전부 검으로 무장한 조직원들. 그들은 카르안을 빙 둘러쌌다.

“여기는 범죄조직이야. 설마 맨 몸으로 딸랑딸랑 들어온 건 아니겠지? 그런 순진한 놈에게 어떻게 중책을 맡기겠나.”

“........”

카르안은 말없이 주위를 둘러봤다. 근육질은 여전히 굳은 표정이었고, 주황머리는 입 꼬리를 살짝 비틀고 있었다.

‘그런 것이었나.’

일종의 신고식. 이 상황을 어떻게든 벗어나면 합격. 이대로 딱딱하게 굳어 있는다면 불합격.

불합격이 무엇을 의미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좋은 자리는 물 건너갔단 뜻이다.

근육질은 카르안이 괜찮은 자리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정중히 대했고, 주황머리는 처음부터 그를 믿지 않았다.

보나마나 이 시험에서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그런 자에게 예의를 차릴 필요는 없으니까. 나중에 비슷한 위치에서 만나게 된다면 상당히 민망하기 때문이다.

“자, 이제 어떻게 할텐가? 참고로 자네 옆에 두 친구는 어지간한 기사들과 싸워도 지지 않는다네.”

그것은 오러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물론 기사들도 실력이 천차만별이었지만. 오러를 쓴다는 것 자체가 고된 수련을 거쳤고, 어느 정도 재능이 있다는 증거.

카르안은 묵묵히 서 있었다. 그것을 보던 보스의 마음이 가라앉았다.

‘결국 그 정도로군.’

재능을 가지고도 연금술 협회가 아니라 흑룡회에서 일한다. 그런 이는 많지 않았다. 귀족 출신들은 당연히 협회에서 일하는 편이 좋았다. 평민 출신이라 하더라도 대부분은 협회에 갔다.

평민이라는 한계 때문에 높이 올라가지 못하더라도, 보통의 평민들은 누릴 수 없는 부유한 삶이 기다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부하가 카르안에게 흑룡회 가입을 권유했을 때도 별 기대가 없었다. 알페라츠 백작령에 온 것도 단순한 일처리 때문. 그런데 카르안이 흑룡회에 가입하는 것을 수락했다.

그 소리를 들었을 때는 간만에 짜릿한 느낌을 받았다. 연금술 길드 대신 흑룡회를 택하다니.

인재를 얻는 것보다도, 과연 어떤 정신 나간 놈일까 하는 기대함이 느껴졌다. 크리스마스에 선물상자를 앞에 둔 어린이처럼.

흑룡회에는 마법사나 연금술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이건 전 세계 범죄조직의 공통점이었다.

뭐 하러 안정된 삶을 버리고 이곳으로 오겠는가. 설령 있어도 실력 없는 초짜들이 대부분이었다.

가끔 정신 나간 마법사나 연금술사가 금지된 마법, 혹은 연금술을 펼치다 쫓겨나는 경우. 그런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을 받아줄 때도 있기는 했다. 그 경우 정말 실력 있는 자들이 오기도 했지만, 매우 드문 경우였다.

‘아쉽게 되었어.’

보스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연금술 협회에 심어둔 정보통에게 들은 이야기다. 검증은 해 봐야겠지만 실력은 확실하겠지. 그가 카르안을 좋은 자리에서 키워주겠다고 한 것은 진심이었다.

‘조금 더 신중했어야지.’

단지 그 자리는, 연금술이나 마법 같은 것만으로 부족했다. 약을 만들 뿐 아니라 팔수도 있어야 하고, 기사단과 다른 조직들을 상대해야 한다.

팽팽한 긴장감과 짐승 같은 감각. 이 두 가지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 게 있는 자들은 이런 곳에 올 때 빈손으로 오지 않는다. 위험한 상황을 타개할, 최소한 도망칠 준비 정도는 해야 한다. 보스의 눈에 지금 카르안은 어떤 대책도 없어보였다.

‘정말 최상위급 연금술사는 순식간에 골램을 만들기도 한다고 했지만.’

그럴 일은 없었다. 그것은 재능이 아닌 연륜의 문제. 카르안의 나이는 20대 후반정도로 보였다.

그 나이에 골램을 다루는 연금술사는 지금까지 단 한명도 없었다. 게다가 골램이라는게 순식간에 나오는 것도 아니다. 적어도 목 앞에 칼보다 빠르게 만들 수는 없는 것.

애초부터 전투적인 직업이 아닌게 연금술사다. 마법사와 비슷하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전투력이 급감한다. 적어도 임기응변으로 기사급 검사 2명을 상대할 수는 없었다.

“하아.”

보스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주변에 앉아있던 간부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직감적으로, 그들은 보스가 실망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되었어. 그래도 쓸 만한 녀석이니.’

결과는 실망스럽다. 하지만 카르안을 내 칠 생각은 없다. 중책은 맡기지 못하더라도, 연금술사는 귀중한 인재.

적당한 자리를 주고 일을 시킬 생각이다. 물론 연금술 협회보다는 좋은 조건을 걸어야겠지.

흥이 식었다. 보스는 술자리를 파하고 밖으로 나서려 했다. 그때 카르안이 입을 열었다.

“맞는 말씀입니다. 이런 곳에 대책도 없이 오다니. 호랑이 소굴에 알몸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어리석은 짓입니다.”

“카르안. 세치 혀로 이 상황을 벗어나려 하지 말게.”

보스가 경고했다. 그는 언변이 뛰어난 자를 좋아했지만, 말만 번지르르한 사람은 증오했다.

말을 잘하는 것과, 말만 잘하는 것 사리에는 엄청난 간격이 있으니까. 지금 그가 보기에 카르안은 후자였다.

“세치 혀라. 때로는 이게 어떤 검보다 날카로운 무기가 되기도 합니다.”

보스는 카르안을 노려보았다. 그런데도 카르안은 태연한 표정. 오히려 희미한 웃음기까지 있었다.

‘무언가 이상하다.’

순간 보스의 척추를 타고 무언가 지나갔다. 직감. 논리적으로 설명 불가능한 육감이 경고하고 있다. 무언가 있다.

그러고 보니 카르안의 태도가 너무 태연했다. 지금이 목에 칼이 들어와 있는데도 웃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것도 오러가 실린 검인데.

“흠. 무슨 수를.......”

보스가 무언가를 말하려 했다. 하지만 카르안의 혀가 조금 더 빨랐다.

“카라나리씨.”

그 순간 천장이 무너지며 검풍이 몰아쳤다.

2.

주황머리의 눈이 커졌다. 그에게 무언가 떨어지고 있다. 엄청난 속도. 막아야 한다! 그는 급히 검을 틀어 올렸다.

치잉!

날카로운 소리. 오러와 오러가 부딪혔다. 오러? 갑작스러운 일이라 상황파악이 안 되었다. 하지만 확인은 나중이다. 지금은 방어가 중요했다.

머리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주황머리의 검이 빠르게 적의 검을 막았다. 하지만 상대방이 한수 위. 찰나의 순간에 검이 열 번 부딪혔고, 다음 순간 그의 목에 혈선이 그어졌다.

“크윽!”

순간 그는 죽음을 직감했다. 목이 완벽하게 노출되었고, 상대가 그곳을 공격했다. 상상이상의 검술. 살면서 이렇게 일방적으로 당한 것은 처음이었다.

“.......!”

하지만 기다리던 죽음은 오지 않았다. 그저 목에 따끔한 혈선이 그어졌을 뿐. 그게 끝이었다. 그는 당황해서 상대를 쳐다보았다.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

‘여자?’

작은 키의 소녀. 긴 흑발과 하얀 피부 때문에 인형처럼 보이기까지 하는 여자였다. 의외의 상대. 하지만 그녀의 눈을 보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그것은 단순히 시각을 담당하는 기관이 아니었다. 분노와 냉정함, 고통이 응축된 하나의 결정체였다.

보통의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도 나름대로 거칠게 살았다고 자부했지만, 저런 눈을 한 사람은 보지 못했다.

그녀는 그 눈으로 말하고 있었다.

검을 놓아라.

“젠장.”

그는 손에 힘을 풀었다. 입보다 눈이 훨씬 설득력 있게 말할 때도 있는 법. 목이 잘리지 않은 것은 그녀의 검이 얇았기 때문이 아니었다. 일부러 그녀가 살짝 그었을 뿐. 완벽한 패배였다.

모든게 1초도 되지 않는 순간 일어난 일. 카라나리는 바로 카르안의 옆을 향해 움직였다.

“꾸어억!”

다음 순간. 근육질은 곡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의외로 주황머리보다 간단했다. 카르안이 그와 힘싸움을 하고있었기 때문.

그녀가 천장을 부수는 순간. 카르안은 근육질을 노렸다. 그가 단검을 잡고 있던 손을 꽉 잡은 것. 근육질도 바로 정신을 차리고 반격했다. 하지만 예상 외로 카르안의 힘이 강했다.

그의 근력수치는 23. 일반인보다 월등하다. 물론 근육질도 기사급 실력자.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근육질이 우세했을 것이다.

다만 카라나리가 주황머리를 제압하는데 1초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근육질은 양 손이 잡힌 채로 그녀의 발에 턱을 정통으로 맞은 것이다.

“상처는 다 나았나보군.”

“덕분입니다.”

카라나리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약간 숨이 거칠어지긴 했지만 그뿐이었다.

카르안이 깊은 숨을 내쉬었다. 팽팽한 긴장감이 조금 풀렸다. 그는 손을 올려 이마의 땀을 닦아내었다.

3.

카르안은 처음부터 카라나리를 고용할 생각이었다. 그도 처음 보는 범죄조직에 혼자 걸어갈 만큼 무모하진 않았으니. 돈이 좀 들더라도 믿을만한 자에게 호위를 맡기는 편이 좋았다.

‘날짐승의 소굴이지.’

약육강식. 틈을 보이면 잡아먹힌다. 그게 조직생활의 불문율이었다. 물론 사회도 비슷하긴 하지만.

그곳은 조금 더 노골적이고 야생적인 공간이다.

카르안은 여관에 누워 계획을 세웠다. 용병 길드에서 카라나리를 고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알페라츠 기사단. 지금은 은화 몇십개 정도의 일이기에 어물쩍 넘어갔다.

하지만 그 돈이 금화 이상까지 넘어가면 위험해진다. 그녀와 깊게 엮일수록 위험해진다. 작정하고 기사단을 적으로 둘 수는 없다.

“따로 거래한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1:1로 고용하는 것. 용병을 상대로 이런 계약은 좋은 게 아니다. 용병이 돈만 받고 도망쳐도 할 말이 없으니. 그렇기에 용병이 신뢰를 걸고 의뢰를 받는 용병길드가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카라나리는 달랐다. 그녀는 평범한 인간과는 조금 다른 생물이었다. 그녀는 무언가 몸속에 단단한 것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품고 있는 인간은 쉽게 배신하지 않는다.

최강민이 죽은 것도 그게 없는 인간을 믿었으니까.

카라나리를 찾았을 때다. 그녀가 부상을 당한 것을 보고, 카르안은 씁쓸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부상이 너무 심각해보여서 긴장하기도 했지만. 그는 돈을 아끼지 않고 그녀를 치료해 주었다.

‘빚을 만들어 둘 수는 없습니다. 정말 괜찮아요.’

‘하지만........ 저는 괜찮습니다.’

수술 만으로는 부족하다. 아무리 기사라도 큰 부상. 며칠은 더 쉬어야 한다. 지금 뛰어다녔다가는 간신히 붙은 장기가 다시 찢어질 판. 하지만 카르안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A급 치료포션 은룡의 심장.”

비싼 만큼 하루아침에 팔리지 않는 물건. 덕분에 카르안이 연금술 길드를 찾았을 때도 포션은 남아있었다. 그가 직접 만든 포션. 카르안은 그것을 다시 샀다. 카라나리를 위해서.

실력 있는 의원의 수술과 최고급 회복포션. 덕분에 카라나리는 거의 완벽할 만큼 회복했다.

동시에 카르안에게 엄청난 빚을 졌다. 물론 그가 원하는 것은 돈 따위가 아니었다. 큰돈이 빠져 나갔지만, 그 정도 돈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벌수 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인맥과 인연. 지금은 경호 한번을 부탁했을 뿐이지만,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다.

이제 카라나리는 카르안이 무슨 부탁을 하든 거절하기가 ‘상당히’ 힘드리라.

과연 카르안이 오늘 밤의 경호를 부탁하자 카라나리는 수락하였다. 무슨 이유인지 흑룡회라는 말을 듣자마자 표정이 조금 어두워 졌지만.

3.

짝. 짝. 짝.

경쾌한 박수소리. 보스의 것이었다. 그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아주 훌륭해. 솔직히 이 정도로 해 줄지는 몰랐어.”

“감사합니다.”

카르안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 보스가 말을 이었다.

“솔직히 텔레포트 스크롤이나 어쭙잖은 용병들을 고용할 줄 알았는데, 저 아가씨를 어떻게 구워삶았나.”

“카라나리씨를 아십니까?”

“물론 알지. 내가 직접 조직에 들어오라고 해도 거절했던 유일한 사람이니까."

보스가 시원하게 웃었다. 반면 카르안의 생각이 복잡해졌다.

‘생각보다 대단, 아니 대담한 여자였네.’

흑룡회의 보스가 기억할 정도라니. 그보다 그가 직접 한 권유까지 거절한 게 더 신기했다. 하긴, 카르안도 처음부터 탐냈던 인재이기는 했다.

그녀가 이 일을 꺼려했던 것도 그런 이유였다. 만약 카르안이 빚을 만들어 두지 않았으면, 카라나리는 이번 일을 거절 했으리라.

“아무튼 좋아. 약속은 약속이니까. 자네를 부 지부장의 자리를 주지. 지부장의 오른팔 정도라고 생각하면 되네.”

카르안의 심장이 뛰었다. 지부장의 오른팔. 예상 이상의 위치다.

흑룡회도 전국에 퍼져있다. 온갖 도시와 영지에. 당연히 그곳을 보스 혼자 관리할 수는 없는 노릇.

그렇기에 그 지역을 관리하는 게 지부장이다. 즉, 지부장은 한 지역의 보스나 마찬가지. 그 알페라츠 지역 흑룡회의 2인자.

‘지부장이 아닌 게 아쉽지만.’

카르안은 욕심을 접었다. 아무리 보스가 그를 마음에 들어 해도 지부장은 무리다. 처음 보는 사람을 대뜸 지부장에 앉힐 사람은 없다. 사실 2인자로 임명한 것만 해도 대단히 특별한 일이다.

“자. 그러면 온 김에 자네 상사 얼굴은 봐야하기 않겠나. 사이프카르. 네 부하다."

"네."

쇼파에서 한명이 일어났다. 미남 둘 사이에 앉아있던 여자. 그녀는 가슴골이 다 드러나는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큰키에 큰 가슴. 거기다가 대륙 어딘가에 있다는 전설속 용을 연상시키는 황금빛 눈동자.

색기가 흐르다 못해 철철 넘쳐나고 있었다. 길거리를 걷는다면 남자 10명중 10명은 돌아볼 듯한. 하지만 카르안의 눈길을 잡는은것은

'황금빛 눈?'

인간의 것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이질적인 눈동자. 알페라츠 백작령의 지부장. 사이프카르는 그 눈으로 카르안을 훍어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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