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포션으로 무한성장 (11)화 (1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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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용의 성채

“더 이상의 횡포는 우리도 참을 수 없소.”

“이 천민새끼들이........”

기사들 중 대장으로 보이는 사내가 소리쳤다. 그는 분을 참지 못하고 검을 빼어들었다. 순식간에 푸른 오러가 검을 휘감았다.

“저런 미친!”

“무기 뽑아!”

동시에 용병들도 각자 무기를 꺼내들었다. 그것을 보고 다른 기사들도 검을 뽑았다. 악순환.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불붙은 화약이 연쇄폭발을 일으키듯, 분위기가 안 좋은 쪽으로 굴러가고 있었다.

‘기싸움이군.’

카르안이 몸을 긴장시켰다. 처음 카라나리를 만났을 때, 알페라츠의 기사단장이 그녀를 무척이나 싫어한다고 들었다. 그래서 기사단에서는 제명당했다고.

그런 그녀를 용병 길드는 받아들였다. 심각한 수준의 범죄자만 아니면 누구나 용병을 할 수 있다. 그것이 길드의 방침이었으니까.

‘그러고 보니 기사단장이 백작가의 핏줄이라고 했지.’

알페라츠 기사단장과 백작의 아들. 적어도 백작령 안에서는 왕 부럽지 않은 권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도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길드다.

용병 길드는 전국의 용병을 대표한다. 즉 용병길드를 적으로 돌리는 것은 왕국 전체의 용병들을 적으로 돌리는 것과 같다.

서로 물러날 수가 없다. 용병 길드가 굽히고 카라나리를 제명하면, 길드의 자존심에 흠집이 생긴다. 반대로 기사단장이 물러나면 귀족의 말을 평민이 거역한 셈.

‘기사단장이 멍청했다. 그냥 카라나리를 기사단에서 제명하는 정도로 만족했어야 했어.’

당연히 알페라츠 기사단이 용병길드에 간섭하는 것은, 불문율을 어기는 것이다. 백작가의 도련님이라 해도 똑같이 적용되는 법.

그런데 저렇게 부하들을 보내 행패를 부리다니.

‘기사단장까지 되려면 재능과 노력이 있어야 할 텐데. 검술을 타고났지만 지능은 원숭이 수준이군.’

그가 대체 뭣 때문에 카라나리를 싫어하는지는 모르겠다. 카르안은 길드 안쪽을 주시했다. 긴장감은 더욱 팽팽해졌다.

한계치까지 늘어난 고무줄같이. 이제 누구 한명이 기침만 해도 싸움이 날 것 같다.

“이제 그만하세요.”

카라나리였다. 그녀가 한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녀를 보자 기사들의 대장이 피식 웃었다. 그녀는 기사단장을 조용히 노려보았다.

“무슨 일이 있다면 제 선에서 끝내 주세요.”

“왜, 용병밥을 먹더니, 이제는 이놈들이 걱정 되기라도 하나?”

“더 해봐야 기사단의 얼굴만 먹칠하는 일입니다. 타브 단장님.”

“저놈이 그 기사단장이었나?”

카르안이 중얼거렸다. 단순히 저 6명의 기사 중 가장 고참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기사 단장이 이런 곳까지 직접 온 것이다. 기사단장 타브의 얼굴에 비웃음이 짙어졌다.

“더 이상 기사도 아닌 년이 말도 많군.”

“사실을 말했을 뿐입니다.”

“건방진 주둥아리는 변하지 않았어.”

그가 카라나리에게 다가왔다. 오러가 실린 검을 든 채로. 위협적인 모습이었지만, 그녀는 피하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것은 간단하다. 내 첩이 되라. 당연히 받아들일 일을 왜 자꾸 거절하는거냐.”

타브가 당당하게 소리쳤다. 카라나리가 착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몇번이나 말했을 텐데요. 싫습니다.”

“상상 이상으로 멍청하군. 평생 한번 올까 말까한 기회를 제 발로 걷어 차다니. 아직 늦지 않았다.”

‘하아.’

카르안이 고개를 돌렸다. 보는 자신이 더 민망했다. 저게 대체 뭐하는 짓인가. 용병길드까지 쳐들어와서. 민폐도 이 정도면 블록버스터 급이었다. 타브는 계속 입을 열었다.

“잘 들어라. 너같은 천민이 평생 얻을 수 없는 부와 사치를 약속해주지. 그리고......"

천박한 유혹에 카라나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노골적인 무시. 한참을 떠들던 타브의 얼굴이 붉어졌다.

“너 지금 내 말을 무시하는거냐.”

“하아......”

깊은 한숨. 그것을 들은 타브가 주먹을 떨었다.

“그런데 말이야. 네가 한가지 잊고 있는 게 있지 않나?”

그의 눈이 어둡게 빛났다. 타브는 카라나리를 잡아 먹을것처럼 말했다.

“자꾸 내 호의를 씹어대면 말이야, 반병신인 네 동생이 위험하지 않겠어? 혼자 있을 때 정체모를 강도들이 습격할 수도 있고. 또........”

“더러운 입 닥쳐.”

침묵. 주변이 조용해졌다. 카라나리가 타브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멀리서 보고 있던 카르안의 등에 식은땀이 흐를 정도. 그녀의 눈에 가득 찬 것은 만년설처럼 순수한 증오였다.

지독한 살기.

“어, 너, 방금 뭐라고........”

“타브씨.”

그녀는 조용히 분노하며 말했다.

“그런 방식으로는 길거리의 암캐 한 마리도 유혹하지 못할 것입니다. 당신은 평생 누구를 사랑하지도, 사랑받지도 못해요.”

“너, 감히........”

“그리고 만약 동생을 건드리신다면, 제가 당신을 죽여 버리겠습니다.”

타브의 얼굴이 분노와 굴욕으로 얼룩졌다. 그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꽈앙!

순식간이었다. 타브의 주먹이 카라나리를 후려쳤다. 엄청난 힘.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일격에 그녀는 실 끊어진 인형처럼 날아갔다. 그녀는 뒤에 있던 테이블 두 개를 부수고 나서야 멈춰 설 수 있었다.

“이 개같은년! 감히 나를, 나를 모욕해!”

카라나리가 비틀거리며 일어나려 했다. 하지만 타브의 주먹이 조금 빨랐다.

퍼억!

“아악........”

주먹이 그녀의 배와 명치, 얼굴을 번갈아 가며 쳤다. 보통 주먹이 아니다. 타브도 오러를 쓰는 기사. 그것도 기사 단장급 실력자다. 일반인과 비교 할 수 없을 만큼 강하다.

그녀는 막지 못했다. 성격은 싸이코지만, 타브도 실력 하나는 누구보다 뛰어났다. 처음 한방을 허용한 이상 아무리 카라나리라도 버틸 수 없었다. 주변에 섬득한 피가 튀었다.

“끝까지 짜증나게 하는군!”

타브가 고함을 치며 카라나리를 걷어찼다. 힘이 실린 발차기. 그게 그녀의 복부를 정확히 찍어내렸다.

“아흑!”

몸이 붕 떠 올랐다. 끔찍한 소리와 함께 그녀가 벽에 부딪혔다. 이번에는 카라나리도 견디지 못했다. 그녀는 쓰러진 채 움직이지 못했다. 타브는 쓰러진 카라나리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쓰레기 같은 년.”

‘젠장.’

카르안의 머리에 열이 확 올랐다. 그다지 정의롭게 살지는 않았지만, 아는 사람이 웬 잡놈에게 맞고 있으니 짜증이 났다.

그렇다고 무작정 돌격할 수도 없었다. 그랬다가는 정말 개죽음이다. 감정적으로 움직이기보다는, 조금은 머리를 식혀야 했다.

용병 길드도 움직이지 못했다. 카라나리에게 호의를 가진 사람들도 많았지만, 일단 그녀가 귀족인 타브를 모욕한 것은 사실이다.

무엇보다 길드는 냉정해야 했다. 그녀 하나를 감싸기 위해 백작가를 적대할 수는 없었다.

길드원 제명이라는 '내정간섭'까지는 무조건 막아야 했지만, 자신을 모욕한 평민을 처벌하는데 그것까지 말릴수는 없었다.

“이년에게 의뢰를 한 놈도 찾아서 내 앞으로 끌어와!”

“으음.”

어느새 불똥이 자신에게 튀었다. 저런 싸이코에게 끌려가면 몸이 남아나질 않을 것이다. 카라나리가 걱정 되었지만, 지금 그것보다 자기목이 달아나게 생겼다.

단장의 말을 들은 기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단 피해야겠지.’

카르안은 머리가 아파왔다. 재수 없게 딱 걸렸다.

그래도 카라나리를 고용한 것은 후회가 없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진작 오크들에게 잡혀서 어디로 팔려 갔을지 모른다.

카르안은 인파 사이로 소리 없이 빠져나갔다. 그때, 한 가지 의문이 머리를 스쳤다.

“그나저나 왜 저 여자는 여기에 남으려는 거지?”

당연한 이야기. 그녀 입장에서는 이 알페라츠 백작령에 남을 필요가 없다. 그냥 멀리 떨어진 도시에서 용병 생활을 하면 될 일.

설마 라브란 놈도 거기까지 따라와 방해를 놓지는 않을 것이다. 적어도 지금보다는 덜 하리라.

“뭔가 사정이 있겠군.”

카르안은 두리번 거리는 기사를 피해 움직였다. 가면이라도 사야하나. 그는 숨을 죽이고 여관으로 향했다.

2.

다음날 점심. 카르안은 여관 침대에 누워있었다. 결국 전날은 하루 종일 발이 묶였다. 기사들이 돌아다녔기 때문. 카르안은 여관 주인에게 은화 몇장을 더 쥐어주며 여관에서 지냈다.

기사단이 여관도 찾아왔으나, 주인은 카르안과 그의 은화에 대한 의리를 지켰다. 덕분에 무사히 지나갈 수 있었다.

“연금술은 좀 더 익숙해 졌지만.”

그는 틈 나는대로 연금술을 복기했다. 아무리 지식이 완벽하더라도, 여전히 약간의 괴리감은 있는 법. 그는 크고 작은 마법진을 그리며 손에 연금술을 익혔다.

‘그나저나 결정할 날이 됐어.’

흑룡회의 입단. 오늘 그들이 찾아온다. 원래는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상당히 큰 조직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여전히 위험하다는 것은 변함이 없지만. 돈과 능력을 크게 키울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와서 착하게 살 것도 아니지.”

카르안은 피식 웃었다. 잠깐 성녀의 얼굴이 지나갔지만 애써 무시했다. 열어둔 창문에서 따뜻한 봄바람이 흘러 들어왔다. 이제 완전히 봄인가. 그는 느긋하게 창문에 기대 밖을 바라보았다.

하루 종일 그를 괴롭히던 기사단도, 저녁에 철수했다. 별로 위험할 것은 없다.

“응?”

카르안의 눈에 누군가 들어왔다. 카라나리. 그녀는 어딘가를 향해 걷고 있었다.

‘안 그래도 찾아가려 했는데.’

그는 1층으로 내려갔다. 여관 밖으로 나서자 멀리서 그녀의 뒷모습이 보였다. 어쩐지 힘이 없어 보인다. 카르안은 그녀에게 다가갔다.

“카라나리씨.”

이름을 부르자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약간 창백한 얼굴. 원래 피부가 하얀색 이었지만, 지금은 더욱 핏기가 없어 보였다.

“무슨 일이시죠?”

“그게....... 잠깐.”

카르안은 말을 꺼내려다 멈추었다. 뭔가 이상했다. 파랗게 질린 얼굴, 살짝 풀린 눈동자.

“어제 맞고 치료 안 받은거야?”

“아....... 보셨습니까?”

“그래. 다 봤지. 젠장.”

카라나리의 상태는 한눈에 봐도 안 좋아 보였다. 카르안은 급하게 말했다.

“치료부터 받았어야지! 그 정도 돈은 있을텐데.”

“그건........”

그녀는 말을 잇지 못했다. 뭔가 사정이 있는 것일까. 그러고 보니 그녀의 양 손에는 뭔가가 잔득 들려 있었다.

“아무튼 치료부터 받자고.”

“하지만 그게, 남은 돈이 없습니다.”

카라나리가 부끄러운 듯 발개진 얼굴로 말했다.

“그 정도는 내 줄테니까.”

그녀는 깜짝 놀라서 카르안을 쳐다봤다. 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빚을 만들어 둘 수는 없습니다. 정말 괜찮아요.”

“다 죽어가면서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말 좀 들어.”

카르안의 기나긴 설득 끝에, 그녀가 나중에 갚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일부러 손해를 보다니. 저 여자도 참 피곤한 성격이야.’

카르안이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아무튼 저 쇠고집을 병원에 끌고 갈수라도 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3.

카르안이 향한곳은 마법사 길드였다. 여기 말고도 백 마법사가 운영하는 크고 작은 의원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 곳에서는 카라나리를 받아주지 않을 수도 있다. 알페라츠 기사단에 찍히는 것은 싫을 테니까.

하지만 마법사 길드에 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과연 안에서 상황을 설명하자 안내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백마법사님을 찾으시는군요. 저를 따라 오십시오.”

안내원을 따라가자 방 하나가 나왔다. 안에 들어가자 백발의 노인이 앉아있었다. 그는 카르안과 카라나리를 보며 말했다.

“아가씨가 다친 모양이군. 무슨 일인가?”

“복부를 심하게 맞았습니다. 어제 오전쯤에.”

“맞은 곳부터 보여주게.”

백마법사가 지팡이를 꺼내며 말했다. 그녀는 상의를 벗었다. 새하얀 속옷이 보였다. 카르안은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슬쩍 돌렸다.

군살은 찾을 수 없는 탄탄한 몸. 하얀 피부 위에 멍이 먹물처럼 번져있었다. 특히 배 쪽이 심각했다. 마법사는 진지한 눈으로 그녀의 복부를 쳐다봤다.

“보통일이 아닌 것 같은데. 자세히 봐야겠어.”

지팡이가 번쩍이자, 마법사의 눈이 은빛으로 빛났다. 의료 목적의 마법. 일종의 투시 마법으로, 환자의 상태를 보다 자세히 알 수 있게 한다.

그는 빛나는 눈으로 카라나리의 복부를 살폈다. 잠시 후, 그의 눈이 빛을 잃고 원래대로 돌아왔다.

“다른 곳은 큰 문제가 없다네. 하지만 복부가 문제야. 내장이 심하게 손상됐어. 안에서도 출혈이 계속되고 있고.”

그의 표정은 심각했다.

“어제 오전에 다쳤다고 했지? 솔직히 지금까지 걸어 다니는 게 신기할 지경이네. 빨리 치료를 받아야해.”

“치료가 가능합니까?”

“물론이지. 헌데 가격이......”

마법사는 그를 쳐다보며 헛기침을 하였다. 허름한 차림. 돈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것이다.

“300실버, 그러니까 3골드 정도 들 것일세. 자세한 것은 수술을 해 봐야 알겠지만.”

말이 끝나기 무섭게 카르안이 품 속을 뒤적였다. 곧 짤랑이는 소리와 함께 금화 4개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법사의 눈이 커졌다.

“시간은 얼마나 걸리죠?”

“최, 최대한 빠르게 하면 4시간 정도 걸릴걸세.”

“부탁드립니다.”

“하지만........ 저는 괜찮습니다.”

금화를 꺼내자 당황한 것은 카라나리. 생각보다 비용이 너무 비쌌다. 그리고 그 돈을 카르안이 선뜻 내 주자 당황한 것이다.

‘바보같군.’

자기 목숨이 걸린 일이다. 지금도 상당히 괴로울 텐데, 단순히 그에게 폐를 끼치기 싫다는 이유로 거절하고 있었다.

이걸 올곧다고 해야 하나, 융통성 없다고 해야 하나. 카르안은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여전히 미안한 표정이었다.

“크흠. 아무튼 한시가 급한 상황이네. 바로 준비하지.”

마법사는 카라나리를 침대 위에 눕히더니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조수로 보이는 여자와 함께 돌아왔다. 조수는 몇 가지 포션과 주사기를 들고 있었다.

‘여기는 수술도 마법으로 하나?’

그리고보니 무르짐의 지식에 수술 장면은 없었다. 지금 그의 눈앞에는 그가 살던 세계에 있던 메스 같은 것이 보이지 않았다.

마법사가 심호흡을 하더니 주문을 외웠다. 흰 색의 마법진이 허공에 떠올랐다. 그는 그 마법진을 천천히 카라나리의 배 위로 옮겼다. 곧 새하얀 빛은 실처럼 변해 그녀의 상처로 스며 들어갔다.

“으윽.”

그녀가 고통스러운 듯 신음을 흘렸다. 마법사가 조수에게 말했다.

“진통제.”

“네.”

가느다란 주사바늘이 카라나리의 팔을 찔렀다. 피처럼 붉은 액체가 주사되었다. 약이 혈관을 타고 온 몸을 돌자, 그녀의 눈이 초점을 잃었다.

“이건?”

“진통제긴 한데, 마약성분이 조금 있네. 내장을 건드려야 하니.”

“으흠.”

과연 그녀의 호흡이 느릿하게 변했다. 고통에 찡그려 졌던 얼굴도 스르르 풀렸다. 그 모습을 보고 카르안이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럼 4시간쯤 뒤에 오겠습니다.”

더 있어봐야 뭐 하겠는가. 생각 외의 지출이 생겼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다. 카르안은 금화를 책상 위에 놓은 채 밖으로 향했다.

“그나저나 이 아가씨와는 무슨 관계인가? 가족같아 보이지는 않는데.”

마법사는 수술 중에도 제법 여유가 있는지, 카르안에게 물었다. 카르안은 잠시 멈춰 섰다.

“같이 일한 사이죠. 이틀정도.”

“겨우 2일동안 생긴 인연으로 금화 4개를 쓰다니. 자네는 성자(聖者)가 아니면 굉장한 부자겠구만.”

“하하. 부자는 아닙니다.”

“그렇구만. 그렇다면 전자로 알겠네.”

백 마법사는 말을 멈추었다. 약이 완전히 퍼졌다. 이제 수술에 집중할 때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마법에 신경을 쏟았다.

카르안도 문을 열었다. 그는 밖으로 나가기 전, 카라나리를 쳐다보았다. 둘의 눈이 마주쳤다. 흐릿한 눈. 잠시 그녀를 쳐다보던 카르안은 시선을 돌렸다.

그의 눈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부자는 아니지만, 성자도 아닐 겁니다.”

============================ 작품 후기 ============================

분량 조절이 힘들군요. 보통 다른 작가님들은 한편에 5천자 대로 쓰시던데 말입니다. (그 정도가 읽기 편하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쓴 것을 확인해보니 대부분의 편이 6,7천자를 넘어가네요. 흐흐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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