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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르나라
카르안은 연금술을 위해 재료를 살펴보았다. 만들 포션은 C급 만드라고라의 피. 어렵지 않았다. 어렵지는 않았지만.......
‘재료에 수작을 부려놨군.’
그는 한숨을 쉬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 재료는 만드라고라의 피의 재료가 맞기는 하다. 어디까지나 이론상으로는.
“뭐하나 빨리 안하고.”
리젝트가 독촉했다. 그는 입을 비틀며 웃고 있었다.
‘저 재료로 포션을 만드는 것은 힘들 거다.’
만드라고라의 피를 만드는 방법은 두 가지. 하나는 원래 필요한 재료를 이용해 만드는 것.
그리고 차선책으로 그 재료가 없을 때, 다른 것을 이용해 만드는 법이다. 지금 리젝트가 요구한 것은 그 차선책이다.
하지만 말이 차선책이지, 실제로 사용 되는 방법이 아니다. 그 난이도가 너무 어렵기 때문. 무엇보다 턱없이 많은 마나량을 필요로 했다.
지금 카르안은 마나 량이 부족한 상황. 기술은 있지만 마나가 부족하다.
그의 연금술은 기본적으로 효율성이 높았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극도의 효율을 자랑하는 몇가지 제조법들. B급 달의 눈물도 그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 ‘극도의 효율을 자랑하는 몇 가지 제조법’ 에 만드라고라의 피는 포함 되어 있지 않았다.
‘포션을 만들지 못하면, 당장 연금술사를 사칭한 죄로 감방에 처넣어 주마.’
리젝트가 생각했다. 카르안이 정말 연금술사이지만, 이 방법으로 만드라고라의 피를 만들지 못할수도 있다.
4급 연금술사인 리젝트도, 이 재료로 그 포션을 만들려면 하루 종일 끙끙거려야 하니까.
하지만 더 이상 카르안이 진짜 연금술사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리젝트는 그저 저런 놈이 거지같은 놈이 자신과 같은 연금술사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것을 눈치 챈 주변 연금술사들도 카르안을 비웃었다. 조롱과 멸시. 그 사이에서 카르안의 손끝이 빛났다.
그가 마나를 쓸 줄 알자 연금술사들은 잠깐 움찔했다. 정말로 마나를 다루고 있다. 얼굴이 굳은 연금술사도 있었다.
하지만 카르안이 연금술을 위한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 그들의 당혹감은 다시 비웃음으로 바뀌었다.
“저게 뭘 그리는 거야?”
“그래도 마나는 쓸 줄 아는군. 연금술은 개뿔도 모르지만.”
“마나는 쓸 줄 알아야 사기를 치지.”
“푸핫, 그거 말 되는군.”
성좌를 이용한 마법진. 다른 연금술사들은 알지 못하는 방식이다. 그들이 사용하는 마법진과는 전혀 다르니까.
카르안은 묵묵히 마법진을 완성하였다. 그리고 구체를 불러내어 조작를 시작했다. 그쯤 되자 연금술사들도 고개를 갸웃했다.
“저게 뭐하는 거지?”
“뭘 하려는 것 같기는 한데.”
그러는 사이에도 카르안의 연금술은 계속되었다. 그의 움직임에 따라. 마나는 정교한 도구가 되어 재료들을 끝없이 가공하였다.
그리고
어리둥절한 연금술사 사이에서, 리젝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더 이상 웃음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저 마법진은......”
“리젝트님?”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그가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되는 일. 성좌를 이용한 연금술. 그도 알고 있었다. 전설적인 연금술사 무르짐이 고안한 연금술.
극도의 효율성을 끌어낼 수 있으나, 그 난이도가 너무 높아 어지간한 천재가 아니면 사용할 엄두도 낼 수 없다.
세계에 몇 없는 1급 연금술사들도, 저 연금술은 제대로 펼칠 수 없다. 완벽하게 다루는 자는 오래전 사라진 무르짐 한명 뿐.
‘그러니까 저 놈이 성좌를 완벽히 다룰 일은.’
없다. 용병길드에 가서 아무나 붙잡고 검을 휘두르라고 했는데, 그게 전설속의 검호(劍豪)일 확률과 비슷하다. 그게 말이 되는가. 리젝트는 애써 마음을 가라앉혔다.
지이이잉-
그때 재료들이 하나로 배합되었다. 리젝트가 생각하는 사이 포션이 완성된 것.
진한 은색의 포션. 카르안은 상당히 체력을 소모했는지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때 한 연금술사가 소리쳤다.
“저건 만드라고라의 피가 아니잖아?”
2.
만드라고라의 피는 묽은 붉은색이다. 용병들 사이에서도 ‘빨간약’으로 불리며 애용되는 물건. 그 별명도 특유의 붉은 빛 때문에 생긴 것이다.
반면 카르안이 만들어낸 물건은 진득한 은색. 깊이 따져볼 것도 없었다.
“그래. 만드라고라의 피가 아니다.”
리젝트도 중얼거렸다. 그 말에 연금술사들도 마음을 놓았다. 저 놈이 이상한 짓을 할 때는 혹시나 했다. 하지만 결과는 꽝.
“역시 네놈은 사기꾼이었군. 감히 얄팍한 눈속임으로 연금술사를......”
한 연금술사가 앞으러 나섰다. 그때 누군가의 손이 그를 막아섰다. 리젝트였다. 상사에게 가로막힌 연금술사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그를 봤다. 저놈을 끌고 온 것은 다름아닌 리젝트 아닌가.
그런데 그의 상태가 조금 이상했다. 리젝트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말했다.
“저놈이 만든 것은 A급 회복포션. 은룡의 심장이니까.”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들은 뭔가 잘못 들었나 싶었다. A급 회복포션. 그들의 실력으로는 고급 재료를 잔득 모아놔도 만들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저런 잡스러운 재료로 만들었다고?
“그래도 알아보긴 하는군.”
카르안이 말했다. 비꼬는 말투. 연금술사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효율적 포션 제조’ 목록에 만드라고라의 피는 없었다. 하지만 눈앞의 재료로도 만들 수 있는 포션은 있을 것.
그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다행이 한가지 포션이 떠올랐고, 그것에 A급 포션 은룡의 심장이었다. 그것은 목록 한 중간에 있었으니까.
‘비싼 재료가 꼭 좋은 것은 아니지.’
흔한 재료로도 좋은 포션을 만들 수 있다. 그것이 무르짐의 힘. 그는 곧바로 은룡의 심장을 만들어내었다. 익숙한 솜씨. 어제 B급 달의 눈물을 직접 만들어 본 덕이다. 포션 제조도 어느 정도 손에 익었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이놈이 어디서 얄팍한 수를.........”
한 연금술사가 앞으로 나섰다. 그의 상식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저런 재료로는 A급 포션을 만들 수 없다. 연금술사는 은룡의 심장이 담긴 병을 낚아채었다.
진한 은색. 쓸쓸한 식물냄새, 그리고 안에서 잔잔히 흐르는 마나.
연금술사인 그가 봐도 분명한 정품이었다. 도저히 부정할 수 없었다.
“자. 이제 됐지? 더 이상 귀찮은 짓 좀 시키지 마라.”
카르안이 자리에 일어나 문 밖으로 나가려 했다. 조금 지친 기색. 하지만 그 누구도 그를 막을 수 없었다.
리젝트는 카르안을 보고있지 않았다. 은룡의 심장. 그가 방금 만든 포션을 흐리멍텅한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문득 피곤함이 몰려왔다.
‘난 지금까지 뭘 했던 거지?’
나름 재능도 있었고, 노력도 했었다. 행복하기도, 좌절하기도 했었다. 뛰어난 연금술사를 볼 때마다 열등감이 활화산처럼 폭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저 놈을 보니, 괴물같아 보였던 연금술사들도 다 하찮아 보였다. 개미가 힘이 세 봐야 개미 아닌가.
힘 센 개미를 보고 열등감을 느끼던 개미가, 처음으로 거대한 인간을 본 기분이다.
무언가, 심장에 박혀있던 거대한 쇳덩이가 떨어진 기분이다. 그를 거머리처럼 물어뜯던 열등감이 어디론가 사라진 것만 같았다. 그게 구원일지, 더 큰 절망 때문일지는 리젝트 본인도 몰랐다.
“기다려.”
리젝트가 소리쳤다. 그러자 카르안을 발이 멈췄다. 짜증이 잔득 묻은 표정.
“또 뭐?”
리젝트는 품속에서 가죽 주머니 하나를 꺼냈다. 안에는 은화와 금화로 가득했다. 그가 어제 받은 월급이다. 그는 거기서 금화 두개를 카르안에게 던졌다.
카르안은 금화를 잡았다. 예상 외의 물건이다.
“이게 뭐야?”
“수고비다.”
리젝트가 말했다.
“연금술사라는 놈이....... 일은 다하고 돈도 안 받아 가냐. 멍청한 녀석.”
“수고비 치고는 좀 많은데.”
카르안이 말했지만 그는 손을 한번 휘저을 뿐이었다.
“됐어. 욕 처먹은 위자료인 셈 치고 받아가.”
카르안은 잠시 생각하더니 금화를 품에 넣었다. 왜 저러는지는 모르겠지만, 거저 준다는데 거절할 필요는 없다.
“똥폼 잡기는.”
카르안은 휙 돌아 가버렸다. 작업실에 문이 닫혔다. 카르안이 나가고도, 리젝트는 한참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3.
“미안. 내가 좀 늦었지?”
“괜찮습니다.”
카라나리는 여전히 무뚝뚝하게 말했다. 반면 카르안은 미안한 표정이었다.
결국 한참이 지나서야 마을 입구에 도착한 것. 그녀는 입구 쪽 벽에 석상마냥 서 있었다. 카르안이 다가가자 그제야 카라나리가 움직였다.
“기황 늦은 김에 점심이나 먹고 갈까? 조금 이르긴 한데.”
“아닙니다.”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안 그래도 많이 늦었습니다. 해 지기 전에 약초를 필요한 만큼 얻으려면, 조금이라도 빨리 가시는 편이 좋을 겁니다.”
“그건 그렇지만.”
카르안이 말을 흐렸다. 280실버. 금화 2개와 은화 80개다. 거기에 리젝트에게 덤으로 받은 보너스까지. 돈이 인간을 나태하게 만든다고 했던가. 주머니가 무거워지니 냉정하던 마음이 말랑해졌다.
‘나보다 나를 더 걱정해주는군.’
그나저나 카라나리. 그녀 입장에서는 느긋하게 일하는 편이 좋다. 어차피 받는 돈은 똑같으니까. 다른 용병이라면 얼씨구나 하고 시간을 있는 대로 끌었겠지.
하지만 그녀는 반대였다. 좋게 말하면 성실했고, 나쁘게 말하면 요령 없는 여자였다.
“하긴. 오늘도 잔득 벌어야지.”
카르안은 빈 가방을 고처 매며 말했다. 오늘 잔득 팔았다고 가격이 떨어질 일은 없다. 마나 포션은 항상 부족하니까.
연금술 길드에서도 두 손 벌려 환영하리라. 카르안은 카라나리와 발걸음을 옮겼다.
4.
“오늘은 별 일 없었군.”
카르안이 기지개를 펴며 말했다. 가방 안에는 어제처럼 달맞이 풀과 버섯이 가득했다. 시간도 늦고, 어제 캐었던 곳도 다 캐어서 멀리까지 가야했다. 하지만 그도 나름대로 약초를 찾는 요령이 생겼다. 덕분에 어제보다 빠르게 캘 수 있었다.
“예. 오늘은 주변에 아무도 없더군요.”
그녀도 검을 집어넣으며 말했다. 그녀도 어제보다 긴장하며 움직였다. 도시 입구를 나갈때부터 다시 들어올 때 까지. 그녀의 날카로운 감각이 거미줄처럼 펼쳐져 민감하게 주변을 감시했다.
다행히 오늘은 어제처럼 오크가 습격하는 일은 없었다. 둘은 무사히 도시 안까지 들어왔다. 해가 완전히 사라지고, 달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그러면 이제 슬슬 해산하자.”
“네. 카르안씨도 수고하셨습니다. 그러면 이것으로.”
“그래. 계약은 끝이다. 나중에 일이 있으면 또 찾아가지.”
카라나리는 가볍게 목례를 했다. 그것으로 이틀간의 계약은 끝. 그녀는 조용한 발걸음으로 도시 속에 녹아들었다.
“부하로 두면 참 좋을 텐데. 유능하고, 성실하고.”
저런 인재를 내 치다니. 알페라츠 백작가의 기사단도 멍청하군. 카르안은 그렇게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일단 좀 쉬어야겠어.”
그는 자신의 주머니를 조심스럽게 열어봤다. 금화와 은화가 눈부시게 번쩍였다. 실제로 빛이 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금화와 은화가 가득한 것을 보니 그런 기분이 들었다.
금화 4개와 은화 80개.
몇달은 놀면서 살아도 될 금액. 하지만 카르안은 정신을 차렸다. 일단 자신의 몸부터 챙겨야 한다.
‘망할 놈의 불치병.’
그의 몸을 갉아먹고 있는 병. 실제로 불치의 병으로 알려져 있다. 다행히 카르안은 그 치료제 제조법을 알고 있지만.
문제는 치료제를 만드는데 필요한 재료. 다른 자잘한 재료는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치료제에는 가장 중요한 재료가 있었다.
“가격이 더럽게 비싸지.”
카르안이 중얼거렸다. 그 재료의 이름은 숲의 심장. 정령이 수호하는 엘프의 숲에서만 자라며, 그 숲에서도 굉장히 드물게 나타난다.
고농도의 마력을 품고 있기 때문에 엘프들 사이에서도 귀한 약초로 쓰인다.
무엇보다 숲의 심장은 S급 강화포션의 주재료다. 포션 중 가장 귀하다는 S급 강화포션의 핵심, 거기다 희귀하기까지 하니 그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비싼 것은 둘째 치고, 매물이 안 나오는 게 더 큰 문제. 나와도 전국의 연금술 길드에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카르안은 얼굴을 찌푸렸다.
“젠장. 일단 방부터 잡고보자.”
그는 마을 안쪽으로 들어갔다. 여관 몇 개가 불빛을 흘리고 있었다. 그는 어제 갔던 여관을 다시 찾았다.
공용 욕탕에서 몸을 씻고 난 뒤, 그는 연금술로 달의 눈물을 잔득 만들었다. 이제 이정도 연금술은 별 긴장 없이도 할 수 있다.
지식과 경험이 머릿속에 있기에, 몇 번만 해보자 금방 익숙해진 것.
마나소모로 인해 피로감이 느껴졌지만, 갓 만든 포션을 마시자 그것도 금방 사라졌다.
“음. 이제......”
뭘 해야 하나. 그는 침대에 누워 생각했다. 하루 종일 약초채집을 하느라 몸을 움직이기는 했다. 하지만 체력이 워낙 많이 늘어나서 큰 피로는 없는 상황. 연금술도 익숙해지는 바람에 금방 끝났다.
“술이라도 마실까.”
갑자기 든 생각이다. 그는 죽기 전에도 술을 즐기는 편이었다. 카르안은 몸을 일으켰다. 며칠 전 동료들과 갔던 술집이 떠올랐다. 미지근한 술과 감자 안주.
‘그다지 맛있지는 않았지만.’
카르안은 1층으로 내려가며 생각했다. 그래도 그 술집보다는 큰 여관이다. 다른 술이 있지 않을까.
“아, 손님. 한잔 하시려고 오셨습니까?”
1층에 내려가자 여관 주인이 테이블을 정리하고 있었다. 저녁 시간도 지나서 손님 대부분은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었다. 카르안은 자리를 잡고 말했다.
“예. 맥주랑........ 안주는 뭐가 있죠?”
“고기안주도 있고, 감자안주도 있습니다.”
“그럼 고기안주로.”
“네엡!”
여관 주인이 힘차게 말하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당연히 감자보다는 고기가 비싸다. 간만에 비싼 안주를 시키는 손님이 온 것. 그는 잽싸게 주방장에게 요리를 주문했다.
곧 뜨거운 철판 위에서 지글거리는 고기와, 차가운 맥주가 나왔다. 카르안은 맥주를 시원하게 마셨다.
차가운 느낌과 적당히 쌉쌀한 맛이 기분 좋게 느껴졌다. 술을 한잔 걸치자 고기가 더욱 맛있어 보였다.
“고기반찬도 오랜만이야.”
그동안 밥다운 밥을 먹어보지 못했다. 카르안은 잘 익은 고기를 씹었다. 조금 질기지만 고소했다. 그는 맥주와 고기를 순식간에 해치워 버렸다.
한잔 더 시킬까. 그가 즐거운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식사는 맛있게 하셨습니까?”
삐딱한 말투. 웬 남자 둘이 그 앞에 앉았다. 카르안은 고개를 들었다.
특이한 주황 머리와 정리 안 된 수염. 그에게 말을 건 남자다. 전체적으로 껄렁껄렁한 인상. 그리고 다른 쪽은 과묵하고 묵직해 보이는 스킨헤드의 근육질 남자.
대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성실하고 정직한 일에 종사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의 후각이 위험한 냄새를 감지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카르안이 경계하며 말했다. 그는 주변을 슬쩍 둘러보았다. 아직 사람이 많다. 이런 곳에서 대놓고 행패를 부리지는 않으리라. 그때 과묵해 보이는 사내가 말했다.
“실례했습니다. 이 친구가 워낙 예의가 없어서.”
“뭐 임마?”
주황 머리가 발끈했으나, 근육질의 사내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오늘 아침, 연금술 길드에서 은룡의 심장을 만드신 분. 맞습니까?”
“........ 그렇다고 한다면?”
카르안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은채 말했다. 그의 근력과 체력은 보통 이상. 다행히 술도 많이 마시지는 않았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었다. 특히 저런 위험한 냄새를 풍기는 놈들 앞에서는.
그때 근육질 사내가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저희는 흑룡회(黑龍會)입니다. 연금술사님을 스카웃 하고 싶어서 찾아뵙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