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포션으로 무한성장 (7)화 (7/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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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르나라

“다 되었군.”

카르안은 땀을 닦으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어느덧 태양이 붉은 빛을 뿜으며 지평선 아래로 사라지고 있다. 멋진 노을이었다.

들고 온 가방 안에는 달맞이 풀과 용암 버섯으로 가득했다. 더 들어갈 공간이 없었다. 재료는 이 정도로 충분하다. 우려했던 오크의 습격도 없었고, 일이 순조롭게 잘 풀렸다.

“슬슬 내려가 보자고.”

“예.”

카라나리가 조용히 뒤를 따랐다. 한 시간만 가면 마을. 카르안은 편한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피이잉-

“.......!”

그 순간. 카라나리가 검을 검집 채 휘둘렀다. 화살 하나가 그녀를 향해 날아온 것. 화살은 허벅지 쪽을 노리고 있다.

파악!

화살은 그녀의 검집에 막혔다. 순간 카라나리의 눈빛이 매섭게 변했다.

“응? 뭐야?”

상황파악을 못한 카르안. 무슨 소리가 났는데, 그는 화살이 날아오는 것을 보지 못했다. 카라나리가 검을 뽑았다.

“습격입니다.”

취이이익!

그와 동시에 오크 20여 마리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하나같이 거대한 근육질. 그들은 나무와 수풀 뒤쪽에 숨어 있었다. 둘은 한순간에 오크 수십 마리에게 둘려 싸였다.

“젠장. 저놈들은 뭐야.”

예상외의 상황. 위험지대라고 해도 이정도 규모일줄은 몰랐다. 기껏해야 돌아다니는 오크 한두 마리정도를 조심하면 될 줄 알았는데, 이것은 조직적인 습격이다.

‘검이라도 하나 사 둘걸.’

가능하면 은화를 다 줘서라도 전투를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저 오크들이 말을 알아먹을 것 같지는 않다.

대화 자체가 불가능. 오크들은 자기들만의 지극히 원시적인 언어를 사용했다.

그때 카라나리가 한 곳을 향해 말했다.

“저는 알페라츠 기사단 출신, 전직 기사입니다. 지금 물러난다면 저희도 조용히 지나가겠습니다.”

카르안이 한숨을 쉬었다.

“알아듣지도 못할 것 같은데........”

“크으, 전직 기사라.”

예상외로 그녀가 노려보던 곳에서 오크 한 마리나 걸어 나왔다. 유창한 인간의 언어와 함께.

“너를 잡으려면 우리의 피해도 상당하겠군.”

“제국어를 배울 정도의 지능이 있다면, 그냥 물러나는 게 현명하다는 것도 아실 겁니다.”

차가운 말투. 한마디 한마디에 살기가 서려 있었다. 그녀 나름대로의 기싸움 방법이었다. 하지만 오크의 반응이 영 시원찮았다.

“그렇군. 하지만 말이야, 눈앞에 금괴가 있는데 그냥 보내주면 너무 아깝지 않나. 특히 너같은 미녀는.......”

대장으로 보이는 오크가 씨익 웃었다. 잔인한 미소. 그러자 다른 오크들도 무기를 세웠다. 카라나리가 작게 말했다.

“아무래도 싸워야 할 것 같습니다. 이것을.”

그녀는 카르안에게 검 하나를 건넸다. 단검과 장검의 중간정도 되는 길이.

“젠장. 꼭 마지막에 초를 치는군.”

그는 검을 받았다. 검술을 잘 모르지만, 이거라도 들고 싸우는 게 맨손보다는 백배 낫다. 그는 단검을 잡던 자세로 검을 세웠다.

그러자 오크들도 무기를 들었다. 오크 대장이 소리쳤다.

“전부 쳐라! 아주 죽이지는 말고!”

“크하아아!”

요란한 괴성. 오크들이 달려들자 카르안도 살이 떨려왔다. 첫 전투. 이런 전투는 죽기 전에도 해본 적 없다.

카르안은 그나마 대담한 성격이라 서 있을 수 있었다. 근육질 오크 수십마리가 칼, 도끼, 몽둥이 같은 것을 들고 돌격해온다. 어지간한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주저앉을 것이다.

오크들이 달려드는데도 카라나리는 긴장하지 않는듯했다. 처음 봤을 때와 변함없는 차가운 표정. 그 도도한 태도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오크 둘이 괴성을 지르며 덤벼들었다.

“크윽!”

“카아아악!”

오크들이 달려드는 순간, 그들이 피를 쏟았다. 목이 잘려나간 것. 그녀의 검에는 새하얀 오러가 서려있었다.

오크 대부분은 카라나리를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카르안에게도 한 마리의 오크가 소리를 지르며 달려왔다.

“크윽!”

카르안과 오크의 검이 부딪혔다. 힘겨루기. 그의 팔뚝에 힘줄이 올라왔다.

과연 오크의 힘은 굉장했다. 하지만 카르안이 있는 힘을 다하자 오크가 쭈욱 밀려나 버렸다. 힘으로 우위를 점하려던 오크는 당황한 듯했다.

그녀는 카르안을 슬쩍 보았다. 그가 문제없이 오크와 대치하는 것을 보자마자, 그녀의 발이 빠르게 움직였다.

끼이이익-!

카라나리의 검격. 오크들은 무기를 세워 막았지만, 소름끼치는 쇳소리와 함께 무기가 잘려나갔다. 그 오크는 자신의 검과 함께 두 동강났다.

“막아! 저년을 덥쳐!”

오크 대장이 소리쳤다. 어디선가 그물이 날아들었다. 어지간한 검사들도 저것에 당하면 허우적대다 당하고 만다.

하지만 그녀의 검격 몇 번에 그물은 잘게 찢어졌다.

검기 뿐 아니라 그녀의 검은 바람처럼 날쌨다. 다른 오크들이 한 동작을 하기도 전에, 그녀는 이미 두세 동작을 움직이고 있다. 그물이 막히자 오크들이 직접 달려들었다.

오크가 카라나리에게 달려들고, 카라나리가 오크에게 달려든다. 하지만 싸움은 일방적. 오크들은 싸우는 게 아니라, 단체로 분쇄기 속에 달려드는 것 같았다.

가까이 다가간 즉시 토막 난 고기가 돼서 나왔으니까.

뚜욱- 뚝-

잠시 후, 이리저리 튄 피가 숲을 음산하게 꾸미고 있었다. 주변에 오크들은 전부 자신의 신체와 불행한 이별을 마친 상태였다.

말 그대로 피바다.

그 한중간에, 오크 대장만이 창을 붙잡고 서 있었다.

저벅- 저벅-

그런 오크대장에게 카라나리가 걸어갔다. 느긋한 발걸음.

“이익!”

오크대장은 잠시 주춤 하더니 그녀에게 창을 내찔렀다. 이판사판. 먹힐 리가 없었다. 그녀는 검을 세우고 몸을 살짝 비틀어 창을 흘려보냈다.

그리고 오크대장이 창을 회수하기도 전에, 순식간에 달려들어 그의 목을 베었다. 뜨거운 피가 분수처럼 쏟아올랐다.

“........”

카르안은 멍하니 카라나리를 쳐다봤다. 그와 힘 겨루기를 하던 오크도, 입을 헤 벌리고 그녀를 보고 있었다. 그녀가 카르안 앞에 있던 오크에게 시선을 돌렸다.

“취, 취익!”

그러자 오크는 냅다 도망가 버렸다. 어차피 대장도 죽었다. 동료들을 따라가고 싶지는 않겠지. 하지만 그 도주극도 얼마 가지 않았다.

푸욱-

도망가던 오크가 고꾸라져 버린 것. 그녀가 단검을 던져 맞춘 것이다. 정확한 투검(投劍). 카라나리는 피를 닦으며 카르안에게 다가왔다. 여전히 무표정이었다.

"괜찮으십니까?"

“덕분에.”

카르안은 얼떨떨하게 말했다. 상상 이상의 실력. 수십 마리의 오크를 베어놓고도 그녀는 숨도 차지 않아보였다.

“그나저나 오크들이 뭘 노린거지.”

눈앞의 금괴. 오크가 한 이야기다.

보통 오크들은 힘과 체력이 뛰어나지만, 지능이 인간보다 떨어진다. 그래서 대부분의 오크들은 산 속에 거주하며 원시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인간에게 천재가 태어나듯, 가끔 머리가 좋은 오크들도 태어나기는 한다. 그들은 인간이나 다른 종족의 언어를 배워, 그들과 함께 살아가기도 한다.

방금 오크가 한 것도 제국어. 제국어는 인간들의 공통적인 언어다. 저 오크는 인간의 언어를 익힌 놈이었다.

그러니 이 오크 대장도 그런 부류다. 인간 사이에 끼어서 살아가는 게 아니라, 인간을 약탈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이 조금 다르긴 했지만.

“아마 저희가 들어왔을 때부터 노린 것 같습니다.”

카라나리가 말했다. 처음 약초를 캐기 시작할 때, 잠깐 느낀 오크의 기척. 그녀는 그게 단순히 오크들이 스쳐 지나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건이 아닌 저희를 노렸겠지요.”

“하긴.”

하지만 그게 오크들의 정찰조였다. 사람이 왔다는 보고를 받은 오크들은 나가는 길에 매복해 있었다.

젊은 사람은 무조건 돈이 된다. 남자는 노예로 부리고 여자는 창관에 판다. 어느 쪽이든 젊은 편이 좋았다.

보통 오크들은 그런 생각까지 하지 않는다. 사람을 공격해도 사람이 동물을 잡는 사냥 비슷한 개념이다. 인신매매 같은 것은 이해조차 못한다.

하지만 지능이 발달한 오크. 그들은 다르다. 사람을 단순히 잡아먹는 것 보다, 사람을 잡아 판 다음 그 돈으로 음식을 사는 게 이득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가 오크 무리에 대장이 돼서 사람을 습격한 것.

큰 계산착오만 빼면 괜찮은 계획이였다. 오크는 기사 출신이라는 말을 들었어도, 카라나리정도의 미녀라면 잡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었다.

다만 그녀의 실력이 너무 강했다. 결국 그는 스스로의 무지를 탓하며 잡초의 비료가 되고 말았다.

“아무튼 살았으면 됐지.”

카르안은 내려놨던 가방을 다시 들었다. 그리고 품을 뒤적였다. 지갑을 꺼내기 위해서. 그는 은화 20개를 꺼냈다.

“자. 이건 수고비.”

“수고비는 받았습니다만.”

카라나리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세탁비라고 쳐. 피가 다 튀겼잖아.”

“하지만.......알겠습니다. 고마워요.”

죽다 살아난 것이다. 카르안은 쓸데없이 돈을 쓰는 성격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정도 도움을 받고 그냥 넘어가기는 영 미안했다. 카라나리가 해준 일은 20실버가 아니라 그 열배도 아깝지 않을 정도였으니.

물론 그런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저 여자. 아깝군.’

누구나 탐낼 실력자다. 이런 곳에서 용병으로 썩혀두기 아까울 정도. 나중에 자리를 잡으면 카르안은 그녀를 자기 밑에 둘 생각이었다.

‘지금은 그저 좋은 인상정도만 세겨두면 돼.’

20실버도 그것을 위한 것. 어차피 당장 카라나리를 고용할 수는 없다. 돈도 없는데다가, 알페라츠 기사단. 그들의 눈에 띄어서 좋을게 없으니까.

하지만 세상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지금 20실버 정도 투자는 아깝지 않았다.

한참을 걸어 어느새 마을까지 도착했다. 해는 완전히 지고 어둠이 내려앉았다. 마을 입구에 들어가자 카라나리가 멈춰섰다.

“그러면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내일 아침에는 어디서 뵐까요?”

“여기로 하지. 목적지도 가깝고.”

“알겠습니다.”

그녀는 그 말과 함께 어디론가 스르륵 사라져 버렸다. 카르안은 잠시 주머니에서 은화를 만지작거렸다.

“그러면 여관부터 잡아볼까.”

휴가 중이라도 숙소는 쓸 수 있다. 돈을 아끼려면 숙소를 쓰는 편이 좋겠지. 하지만 지금은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했다.

“포션을 완성해야해.”

빈병과 그릇, 용암버섯, 달맞이 풀, 그리고 맑은 물. 이것이 포션의 재료였다. 촉매제도 있으면 더 수월하다. 하지만 카르안은 예외. 촉매제는 실력이 부족한 연금술사가 사용하는 것이다.

그는 여관을 찾으며 잡화상점에 들렸다. 식수와 그릇을 구하기 위해서. 흔한 것들이라 금방 구할 수 있었다.

도구를 산 카르안은 적당한 여관 하나를 잡았다. 하룻밤에 3실버. 대부분의 여관처럼 1층에서 식사를 팔고, 2층부터 묶을 방이 있는 곳이었다. 카르안은 가볍게 저녁을 먹었다.

“그럭저럭 지낼 만하군.”

침대와 책상 하나. 전체적으로 낡았지만 청소가 잘 되었다. 이제 돈벌이를 할 시간. 카르안은 짐을 풀고 재료들을 꺼냈다.

준비가 대충 끝났다. 카르안은 책상 위에 마력으로 성좌(星座)를 그렸다.

점성술을 접목시킨 연금술. 그것이 무르짐의 특기다. 보통 다른 연금술사들이 사용하는 마법진 대신, 그는 몇가지 별자리를 그려내었다.

진이 완성되었다. 성좌는 나무 책상 위에서 은은하게 빛나고 있다. 카르안은 커다란 접시 3개를 가져왔다.

한 쪽에는 용암버섯을, 다른 쪽에는 달맞이풀을 있는대로 담았다. 마지막으로 빈 그릇에 물을 담았다.

“별과 별을 잇는 선. 진리에 따라 움직이리라.”

짧은 주문. 마법진의 빛이 한층 강해졌다. 동시에 그 앞에 빛나는 공 하나가 나타났다. 이 동그란 형태의 물체로 연금술을 통제한다.

일종의 컴퓨터같은 것이다. 카르안의 얼굴에 땀이 흘렀다.

‘제대로 되고있는거 맞지?’

지식은 확실한데 직접 해보는 것은 처음이다. 그는 긴장하며 구체에 손을 뻗었다.

새하얀 빛들이 그의 손가락에 감겨왔다. 카르안은 손가락을 살짝 움직였다. 그에 따라 성좌들도 반응했다.

카르안은 숨을 몰아쉬며 천천히 구체를 조작했다. 고도의 연금술. 그의 섬세한 움직임에 따라 연금술이 진행되었다.

지이잉-

얼마후. 약초가 눈 녹듯 액체로 변해버렸다. 그 뿐 아니다. 재료의 색이 완전히 변했다. 파란색 달맞이 풀은 황토색으로, 검붉은 색이었던 용암버섯은 녹색으로.

“후우.”

깊은 한숨. 어려운 단계는 지났다. 이제 남은 것은 유도뿐. 카르안은 계속 마력을 운용했다. 액체로 변한 재료들이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

“달맞이 풀은 320도에서 12초. 그 뒤 136도의 버섯을.........”

계산에 따라 재료들의 상태가 조절되었다. 그 뒤, 떠오른 액체들은 커다란 병으로 움직였다. 그 병 안에서 정확한 양으로 배합되었다.

잠시 후. 카르안은 뿌듯한 표정으로 병을 바라보았다. 처음에 빈 병이던 것이. 이제는 맑은 하늘색 액체로 가득 차 있다.

“B급 포션 달의 눈물. 확실하군.”

카르안은 빈 컵에 포션을 조금 담았다. 이 포션의 효과는 마나 회복. 직접 먹어보면 확실할 것이다.

‘잠깐.’

그는 문득 생각난 듯. 팔을 멈췄다. 그는 자신의 손등을 한번 쓰다듬었다.

근력: 23

체력: 18

물리저항력:  11

마법저항력: 2

마나: 10 (-8)

예의 상태창이 떠올랐다. 거기에 적힌 마나는 10에서 –8이 표시되어 있었다. 즉 지금 그의 마나는 2. 많이 줄어있었다. 포션 한번 만드는데 대부분이 소모된 것이다.

‘B급 포션 한번으로 바닥이라니.’

그래도 꽤 많은 양을 만들 수 있었다. 카르안은 포션을 한 모금 마셔 보았다.

씁쓸한 맛과 함께 몸에 활력이 돌았다. 그와 동시에, 그의 상태창도 변하였다. 그는 마나 창에 주목했다.

마나: 10

“됐다!”

(-8)이 사라졌다. 단숨에 마나가 회복된 것. 직접 확인까지 해 봤으니 정확했다.

정말로 B급 포션을 완성한 것이다.

카르안은 포션을 빈 병으로 옮겨 담았다. 한 병의 크기가 100mL. 큰 병에 있던 것을 전부 옮기자 14병이 나왔다.

“달의 눈물. 이거 시세가........”

그는 연금술 길드에서 받아온 포션 가격표를 다시한번 확인했다.

B급 포션. 달의 눈물. 100mL 당 20실버.

“14병이 있으니까.”

간단한 계산이다.

280실버.

그가 1년하고도 2달 동안 뼈 빠지게 일해야 벌 돈이 하루 만에 손에 들어온 것이다.

============================ 작품 후기 ============================

약간의 오류가 있어서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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