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포션으로 무한성장 (6)화 (6/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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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르나라

“아. 여기는 근처에 오크 부락이 있어서요. 혼자 다니시기는 위험할 겁니다.”

청년이 말했다. 위험지대라는 말을 보자마자, 카르안이 다시 연금술 길드 안으로 들어간 것. 그의 질문에 청년은 친절하게 답해주었다.

“이 두 약초가 꼭 필요한데.”

“차라리 파실 거면 다른 것을 채집 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용암버섯이랑 달맞이 풀은 값도 안 되고 위험 지대에 있어서....... 차라리 태양 꽃은 어떤가요? 가격표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요즘 태양 꽃의 씨가 아주 괜찮습니다.”

‘그게 아니라고.’

청년이 말한 약초는 별로 쓸모가 없다. 그저 그런 E급 포션의 재료. 카르안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혹시, 여기서 두 재료를 구할 수 없을까요?”

“저희는 재료를 안 팔아요. 남는 것도 없어서. 보시다시피 달맞이꽃이랑 용암버섯이 자라는 곳은 위험지대라 사람들이 잘 안가거든요. 힘들게 캐 봐야 돈도 안되고.”

“크흠......”

맞는 말이었다. 카르안은 직접 약초를 사서 제조할 생각까지 해 봤다.

하지만 두 재료를 캐는 채집꾼이 없었다. 게다가 구한다고 해도, 약초를 캐는 채집꾼들은 약초를 전부 연금술 길드에 판다. 시스템이 갖춰진 길드에 파는게 이득이지, 뭐하러 카르안에게 팔겠는가.

길드도 얻은 약초를 되팔기보다는 포션으로 가공하는게 이득이다.

결론은 재료를 직접 찾을 수 밖에 없다는 것. 그때 청년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래도 단순히 달맞이꽃을 파려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 그러면 용병길드를 찾아가 보세요.”

“용병길드?”

“그곳에서 용병 한명쯤은 고용 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오크들은 주로 혼자 다니는 사람을 노리니까.”

“으흠. 그 편이 좋겠군요.”

‘용병의 몸값이 비싸지 않을까.’

카르안은 내심 걱정하며 밖으로 나왔다. 그냥 혼자 가버릴 생각도 했지만,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 자신이 힘이 조금 강하다 해도, 목숨을 건 전투는 별개의 문제였다.

“주먹질은 좀 해봤지만.”

그는 오크를 떠올렸다. 그들의 근력은 인간보다 뛰어나다. 카르안은 주먹을 한번 쥐었다 폈다. 지금 그의 힘이 강하다 해도 오크보다 조금 강하거나 비슷한 수준.

‘한번 들린다 해서 손해볼 것은 없지.’

카르안은 용병 길드로 가자고 생각했다. 58실버. 그의 남은 재산이다. 그 돈으로 용병고용이 불가능 하다면 혼자서라도 가리라. 카르안은 그렇게 생각하며 용병길드로 향했다.

2.

“여기가 용병 길드인가.”

카르안은 사람들에게 물어가며 이 곳을 찾을 수 있었다. 연금술 길드보다 큰 건물. 하지만 크기와 별개로 건물은 좀 너저분해 보였다.

“연금술 길드 자체가 부유한 곳이니.”

아무래도 용병 길드보다는 상태가 좋았던 것이겠지. 그는 길드의 문을 열었다.

끼이이익-

삐그덕대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안에는 우락부락한 사내들이 이리저리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용병길드 중간에는 거대한 게시판이 있었다. 거기에는 여러 가지 자잘한 의뢰들이 적혀 있다.

‘여기서 의뢰를 맡는가 보군.’

그가 죽기전보던, 인력 사무소 같은 모습이다. 게시판의 의뢰를 맡거나, 아니면 여기서 기다리며 고용할 사람을 찾는 것이다.

카르안은 바로 ‘용병 고용’ 이라고 적힌 곳으로 갔다.

“무슨일로 오셨습니까?”

“오늘 하루 함께 일할 용병이 필요해서 왔습니다.”

“다들 여기에 그런 이유로 오지요.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맡기실 겁니까?”

“여기서 약초를 좀 캐려고 합니다. 위험 지대라서 경호원이 필요해요.”

“흠.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안내원은 데스크 밑에서 뭔가를 뒤적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런 일은 얼마정도 듭니까?”

“경호 임무는 그다지 비싼 편이 아니에요. 물론 어떤 용병인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겠지만.”

그는 그렇게 말하며 나무판 하나를 꺼내었다. 그 안에는 종이 여러 장이 끼워져 있었다.

“지금 대기 중인 용병님들입니다. 원하시는 분으로 찾아보세요.”

“음.”

종이에는 용병의 등급, 특기, 경력등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의뢰를 받는 가격대도. 카르안은 천천히 명단을 읽어보았다.

“1급부터 10급까지. 1급이 가장 뛰어난 용병님이고, 그 밑으로 갈수록 신참이거나 뭐. 그런 분들입니다.”

안내원이 말해주었다. 그러니까 급 앞에 숫자가 낮을수록 뛰어난 용병. 과연 그 급수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로 달라졌다.

“이 사람은?”

카르안의 눈동자가 멈춰섰다. 명단 한 중간. 그의 시선을 끄는 인물이 있다.

3급 용병. 주무기는 검. 특별사항으로 알페라츠 기사단 출신이고 마나를 다룰 줄 아는 전직 기사.

엄청난 스펙이다. 카르안이 깜짝 놀랄 정도로. 여기있는 대부분 용병은 9급이나 높아봐야 7급 정도. 이 사람은 홀로 3급이었는데, 그것이 바로 납득 될 정도였다.

마나를 다룰 수 있다는 게 중요했다. 검사가 마나를 다룰 수 있게 되면, 전과 비교할 수 없는 근력과 체력을 얻을 수 있다. 기사의 필수 조건이 마나를 다룰 수 있는 것이니까.

그리고 대부분의 용병들은 마나를 다루지 못한다. 사실 3급이라는 숫자도 낮게 나온 편이다. 마나를 다룰 수 있다면 기사단을 가지, 용병일을 할 필요가 없으니까.

3급. 마나를 다루는 검사. 중요한 것은 그것뿐 아니었다. 의뢰비가 너무 싸다. 9급 용병과 비슷한 수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 용병은 왜 이렇게 의뢰비가 낮지요?"

"혹시 모험가이십니까?"

안내원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뜬금없는 질문. 카르안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모험가가 아니었다.

“제 말은 이 알페라츠 백작령에서 사시는 분이신지, 아니면 이곳에 잠깐 들린 분이신지 해서 말입니다.”

“여기서 계속 지낼 생각이긴 하지만, 그게 무슨 문제라도 됩니까?”

안내원은 한숨을 쉬었다.

“손님이 부르신 용병은 알페라츠 기사단에서 쫓겨난 사람입니다. 아시다시피 그 기사단은, 백작가 직속 기사단이지요. 소문에 의하면 기사단장의 명령에 불복종했다는 게 이유인데.......”

안내원이 주변을 한번 둘러보더니 작게 말했다.

“그 뒤로 알페라츠 기사단에서 압박을 넣었습니다. 쫓겨난 그 용병을 고용하는 사람은 기사단에서 가만 두지 않을 것이라고.”

"기사단이 직접?"

"그렇습니다. 저희 길드는 백작가도 쉽게 생각하지 못하지만 의뢰인 분들은 대부분 평민 분들이라, 기사단을 감당할 수가 없어요."

백작령에서 그 백작가의 직속 기사단. 당연히 그 힘은 엄청나다. 백작령에 있는 평민정도는, 마음만 먹으면 없는 죄목도 만들어서 즉결 처분 할 수 있다.

그렇게 아무도 그 용병을 고용하지 않아서 몸값도 떨어진 것이리라.

“게다가 그 기사단장도 백작님의 아들이라는데. 아무튼 이 용병은 제대로 찍힌거죠. 가끔 지나가는 모험가 분들이 의뢰를 맡기시긴 합니다만. 여기 토박이들은 이 분한테는 절대 의뢰를 안 맡겨요. 그래도.”

안내원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경호 임무 정도면 괜찮긴 할 거 같은데. 음. 가능하면 다른 분을 추천 드리고 싶네요.”

“그래도 얼굴 한번쯤은 보고 싶군요.”

“그렇다면야. 카라나리씨! 의뢰 들어왔어요!”

안내원이 크게 외쳤다. 그러자 우락부락한 용병들 사이로 누군가 다가왔다.

“무슨 의뢰죠?”

조곤조곤한 목소리. 카르안은 깜짝 놀랐다.

‘여자? 그리고 생각보다.......’

화려한 경력과 능력을 보고, 산전수전 다 겪은 40대 마초 머슬맨을 상상했는데. 생각보다 어린 나이었다.

10대 후반정도 되었을까. 조금 작은 키에 단아한 흑발. 그와 대조되는 창백한 피부.

군살 없이 매끈한 근육과 드문드문 흉터가 보이는 손이 검사임을 짐작하게 했지만, 전체적으로 가녀린 인상이다.

“오늘 하루 경호일을 맡기려고 합니다. 이쪽에 볼일이 있어서요.”

카르안이 지도를 펼치며 말했다. 그가 가야할 곳이 붉게 동그라미 쳐져 있었다.

“여기는........ 주변에 오크부락이 있군요. 문제없습니다.”

카라나리는 별일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해가 질 때까지 경호를 부탁하고 싶군요. 가격은 얼마정도?”

“20실버면 됩니다.”

“20실버? 정말?”

카르안이 놀랐다. 다른 9급 용병들도 30실버 정도의 의뢰비를 받는다. 가격이 싸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라니. 흥정을 준비하려던 그는 입이 굳어버렸다.

아무리 경호 업무라지만 목숨이 걸린 일이다. 몬스터 토벌같이 무조건 싸워야 되는 의뢰보다는 훨씬 안전하지만.

그런 일에 비해 안전한거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오크들이 달려든다면 정말 위험하다. 적어도 20실버에 할 일은 아니었다.

‘돈을 아낄 수 있겠어.’

역시 기사단이 조금 마음에 걸리기는 한다. 하지만 카르안은 마음을 굳혔다. 흥정하기도 민망할 만큼 싼 가격.

“그러면 내일까지 해서 40실버. 어때요?”

“이틀 동안 계약....... 좋습니다.”

소녀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2일간 고용. 둘은 안내원이 건내준 서류에 서명을 했다. 카르안은 선불로 20실버를 지불했다.

“그나저나 통성명도 못했군요. 저는 카르안이라고 합니다. 아가씨는?”

“저는 카라나리 입니다. 그리고 편하게 말씀하세요.”

지금 카르안은 28세. 게다가 원래 나이는 35세였다. 반면 저 소녀는 십대 중후반 정도로밖에 안 보인다. 서로 존대를 하는 게 이상해 보일정도. 카르안은 편히 말을 놓았다.

“좋아. 준비 끝나면 바로 출발하지.”

“저는 바로 출발해도 괜찮습니다.”

카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약초 지도를 그녀에게 자세히 보여주었다.

“보다시피 여기서 1시간 정도 걸어가면 목적지에 도착한다. 카라나리씨는 그냥........ 내가 약초를 캘 때 동안 주변을 잘 살펴주면 되는 거야.”

“간단한 일입니다. 그런데.”

그녀가 입을 열었다.

“카르안씨도 혹시 검을 배우셨습니까? 아니면 마법이나.......”

“아니, 배운 적은 없다.”

카르안은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의아한 눈빛으로 말했다.

“카르안씨에게서 마나가 느껴집니다. 조금 희미하긴 합니다만.”

연금술의 영향. S급 포션을 얻었을 때, 카르안의 마나가 상당히 올라갔다. 물론 진짜 마법사에 비하면 미약한 수준이지만.

카라나리는 그 미세한 흐름도 잡아내었다. 그녀가 보기에 카르안은 일반인에 비해 많은 마나를 가지고 있었다.

“연금술을 조금 배웠거든.”

“연금술....... 그렇다면 연금술 길드에서 일하시는 게 좋지 않습니까?”

“그것도 나쁘지는 않는데.”

카르안은 고개를 저었다. 자신도 그 생각을 못 한건 아니다. 그의 힘으로 연금술 길드에서 일하면 풍족하게 살 수 있다. 하지만.

‘더 높이 올라가야지.’

이정도 힘을 가지고 남 밑에서 일하기는 싫었다. 게다가 봉급이 어느 정도 고정된 연금술 길드와 달리, 프리랜서로 일을 하면 말 그대로 일한만큼 벌 수 있다.

무엇보다 연금술 길드는 귀족과 천민의 차별이 심했다. 오히려 돈을 벌자면 이렇게 일하는 편이 좋으리라.

“그냥....... 거기는 체질에 안 맞아.”

카르안은 그렇게 말했다. 카라나리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연금술 길드에 들어갈 정도의 실력은 아니시구나. 큰 실례를 했어.’

조금 다르게 해석한 것 같지만. 약간의 오해와 함께, 둘은 발걸음을 옮겼다.

2.

카르안은 잡화상점에 들려 몇가지 물건을 샀다. 땅을 팔 호미와 작은 삽, 거기에 말린 육포까지. 육포는 점심 대용이었다.

“이쯤이군.”

카르안은 지도와 주변을 번갈아보며 말했다. 한참을 걸은 결과,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는 달맞이 풀을 찾아 주변을 둘러보았다.

“제가 도와드릴까요?”

“아니, 그저 주변만 잘 살펴줘.”

이건 농사가 아니다. 약초를 뽑는 게 힘든 것이 아니라 찾는게 힘들다. 여러 명이 있어봐야 별 쓸모가 없다. 무엇보다 그녀는 언제 올지 모르는 오크들을 감시해야했다.

카르안은 이곳저곳을 열심히 뒤졌다. 아무리 싸구려라 해도 약초는 약초. 잡초처럼 흔한 것은 아니다. 그는 한참을 돌아다니며 달맞이 풀과 용암버섯을 찾았다.

수색 30분째. 그의 눈이 빛났다.

‘파란색 잎. 모양도 똑같고. 저게 달맞이 풀인가.’

지식은 있지만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다. 그는 호미를 꺼내 조심스럽게 땅을 팠다. 얼마안가 달맞이 풀의 뿌리가 대부분 들어났다. 카르안은 약초의 몸통을 잡고 힘껏 뽑았다.

쑥욱-

달맞이 풀이 시원하게 뽑혀 나왔다.

“드디어 하나 찾았군.”

카르안의 가슴이 뛰었다. 약초는 상처하나 없는 게, 상태가 아주 좋았다. 이제 이게 돈덩이로 변할 것이라 생각하니 웃음이 자꾸 나왔다.

“저, 이게 좋은 것인가요?”

뒤따라오던 카라나리가 말했다. 그녀도 용병인 만큼 약초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 물론 달맞이 풀도. 그녀가 알기에 그것은 별로 대단한 약초가 아니었다.

“좋은 거냐고? 물론 좋은 물건이지.”

카르안은 약초의 흙을 탁탁 털며 말했다.

“이게 곧 금화로 바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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