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포션으로 무한성장 (3)화 (3/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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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르나라

쿠르릉-

강민은 정신없이 달렸다.

“쿨럭!”

조금 달리자 기침이 미친듯이 나왔다. 지독한 불치병....... 뒤늦게 천사장이 한 말이 떠올랐다. 강민은 컥컥거리며 계속 달렸다.

“주, 죽을뻔했네.”

그는 쿨럭거리며 미친듯이 달렸다. 덕분에 부상 없이 도망칠 수 있었다. 작은 파편 몇 개에 맞았을 뿐. 큰 부상은 아니다.

게다가 행운도 뒤따랐다. 작게나마 물소리가 들린다. 계곡이 근처에 있다. 정신없이 도망치다 보니 계곡 근처까지 온 것이다.

강민은 졸졸거리는 물소리를 향해 발을 옮겼다. 얼마 안가 물줄기를 찾을 수 있었다.

정신없이 도망친 탓에 갈증이 컸다. 그는 계곡에 머리를 박고 정신없이 물을 마셨다.

“푸하!”

차가운 물이 식도를 타고 흘러내렸다. 시원한 물이 달궈진 몸을 식혔다. 목을 축이고, 강민은 그가 나무에서 들고 온 액체를 살펴봤다. 붉은 액체는 은은한 빛을 흘리고 있었다.

‘그나저나 이건 뭘까.’

라고 생각한 순간. 무언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S급 강화포션. 효능은 근력과 체력, 마나의 영구적 강화.

“응?”

강민이 깜짝 놀랐다. 난생 처음보는 물건인데 용도가 기억난다. 마치 잊어버렸던 것을 떠올렸을 때처럼.

그때였다. 온갖 지식들이 천천히 떠올랐다. 언어, 이 세계에 대한 지식.

그리고 연금술.

강민은 그 자리에 앉았다. 뭔지는 몰라도 집중해야 한다. 본능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그는 천천히 기억을 되새겼다.

“그러니까 이게 무르짐이라는 연금술사의 지식이군.”

잠시 후, 머리가 모두 정리되었다. 그가 붙잡혔던 나무 전체가 하나의 책. 연금술사가 지식을 전수하기 위해 만든 것이었다.

고도의 연금술 기술로 만들어진 나무는, 접촉한 사람에게 저장된 지식과 경험을 전해주는 것이다.

“이 세계의 이름은 아케르나라.”

그는 이 세계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세계, 아케르나라가 과학 대신 마법이 발달한 세계라는 것.

단련된 기사와 마법사가 전장을 휩쓸고 다닌다는 점. 자신의 힘이 연금술 이라는 능력이라는 것까지 세세하게 알 수 있었다.

‘옛날에 잠깐 하던 게임과 비슷해.’

그는 과거에 하던 온라인 게임을 떠올렸다. 깊게 즐기진 않았지만, 시간 날 때마다 간간히 즐기던 게임. 판타지 풍의 RPG게임이었다.

마법이 있고, 갑옷을 입은 기사가 검을들과 싸운다. 아무리 봐도 비슷했다. 게다가.......

근력: 11

체력: 7

물리저항력:  11

마법저항력: 2

마나: 1

이것까지. 하지만 다른 점은 여기가 게임이 아닌 현실이라는 것이다.

이 스텟창 같은 것도 연금술사들이 능력을 객관화시키기 위해 만든 마법이다.

처음에는 무슨 게임 세계 같은 곳으로 들어온 줄 알았는데, 연금술 지식을 찬찬히 되새겨보자 그게 아니었다.

특수한 연금술로 몸을 스캔하는 것이다. 상당히 고난이도의 연금술이라고 하는데, 그에게 지식을 전한 무르짐 에게는 쉬운 일이다.

이런 엄청난 지식을 통째로 저장하는 것 자체가, 말도 안될 만큼 어려운 연금술이다. 연금술사 무르짐은 실로 괴물 같은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연금술사. 특수한 포션을 제조하거나, 물체에 생명을 불어넣어 부릴수도 있다. 그 외에 섬세한 마법 도구를 만들기도 하고. 여러모로 쓸모가 많은 직업이다.

게다가 연금술 자체가 워낙 어려운 학문. 그럭저럭 실력있는 연금술사의 수는 희귀하다는 마법사보다 적었다.

무르짐은 포션 제작에 특화된 연금술사. 지금 강민의 머릿속에는 온갖 포션 제조법과 거기 필요한 연금술이 요동치고 있었다.

무르짐은 포션 제작 외에도 재능이 있었지만, 남겨준 지식 대부분은 포션 제조에 관한 것이었다.

“나쁘지 않은데.”

이 포션 제조 라는게, 굉장히 희귀한 연금술이다. 포션 제조는 단순히 재료와 방법만 안다고 해서 되는게 아니다. 특수한 연금술로 마법진을 운용해서 만들어야 한다.

극소수밖에 없는 연금술사. 그들이 만든 포션의 가격은 기본적으로 비싼 편이다. 체력회복, 마나회복, 상처치료부터 능력의 강화까지.

온갖 성능을 가진 포션은 항상 부족했다. 그리고 그 포션을 만들 연금술사는 얼마 없다. 당연히 가격이 비쌀 수 밖에. 포션도 등급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 이었지만.

강민은 손 안의 포션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S급 포션. 그 중에서도 마신 자의 능력을 영구적으로 올려주는 강화포션이다. 당연히 그 가치는 황금과도 비교할수 없을만큼 대단했다.

이 작은 병을 팔기만 해도 평생 떵떵거리며 살 수 있을 정도.

하지만 강민은 고개를 저었다.

‘이런건 아끼다가 꼭 잃어버리더라고.’

그는 죽기 전 봤던 할리우드 영화를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항상 타이밍 맞춰 중요한 물건을 잃어버리는.

영화는 재미있게 봤지만, 자신이 이런 걸 잃어버려서 개고생을 하는 것은 사절이다.

무엇보다 이런 귀한 것을 사줄 사람이 있는가? 아니다. 알고 있는 거래처도 없고, 오히려 이런 비싼 것을 들고 다니다 칼침을 맞고 포션을 빼앗길 수도 있다.

차라리 직접 마시는게 나을수가 있다. 이 포션이 비싸다는 것은, 그만큼 먹었을때 가치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강민은 미련없이 병을 따고 내용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씁쓸한 맛. 어렸을 때 먹었던 한약같기도 했고, 맛없는 원두 커피같기도 한 맛이다.

병이 깨끗하게 비워졌다. 강민은 한방울이라도 남을까봐 병을 탈탈 털어마셨다. 그러자 배 속부터 뜨거운 기운이 올라왔다. 몸이 후끈해졌다.

그게 끝이었다. 눈에 띄는 변화는 없다. 하지만 그에게는 연금술이 있었다. 강민은 손등의 문신을 한번 만졌다. 그러자 예의 상태창이 떠올랐다.

근력: 23

체력: 18

물리저항력:  11

마법저항력: 2

마나: 10

“오오.”

근력과 체력이 무려 두 배 이상 올랐다. 이 근력이라는 숫자의 기준은 알 수 없다. 원래 그의 근력이 11, 체력이 7이였다.

그의 두 배 이상 오른 것이다. 정말 근력이 두 배 이상 늘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일. 100kg짜리 물건을 들 수 있던 사람이 한순간에 200kg을 들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체력이 늘었으니 지구력도 상당히 올랐을 것이다.

그 때문일까. 몸이 가벼워졌다. 몸이 한결 튼튼해 진 느낌이다. 허약한 몸에 활기가 붙은 듯한 느낌.

마나도 1에서 무려 10으로 올랐다. 10배가 훌쩍 오른 것. 마나는 연금술사와 마법사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이다. 그게 높을수록 더욱 강력한 마법과 연금술을 사용할 수 있다.

“일단 밑으로 내려가자.”

큰 행운으로 포션을 얻었지만 이제 시작이다. 일단 이 산부터 벗어나야 한다. 강민은 물을 마저 마시고 계곡을 따라 내려갔다.

“사람 사는 곳을 찾아야해. 혹시라도 마을이라는 게 있다면 좋을 텐데.”

계곡물을 따라 내려가며, 강민의 머릿속에 의심이 한줄기 지나갔다. 저 나무에 담긴 지식.

거기에는 단순한 연금술 지식만 있지 않았다. 이 세계, 아케르나라에 대한 지식이 전부 들어있었다.

‘대체 왜?’

연금술 지식은 몰라도, 아케르나라에 대한 지식은 왜 넣어둔 것일까. 무슨 비밀장소의 위치같은 귀중한 정보도 아니고, 그저 순수하게 물가나 생활, 문화등에 대한 정보였다.

당연히 이 아케르나라의 주민들에게는 아무 쓸모도 없는 것이다. 그 지식은 마치, 아케르나라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이방인을 위한 것처럼 느껴졌다.

‘이런게 우연일 리가 없어.’

강민은 그렇게 생각하며 발을 움직였다. 세상에서 우연히 행운을 얻는다? 그게 얼마나 드문 일인지 강민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세계에 떨어졌는데, 아무런 이유도 없이 전설적인 연금술사의 지식을 얻고 S급 포션까지 얻는다.

이게 모두 우연이라면 농담거리도 되지 못할 것이다. 무엇인가 그가 모르는 일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행운을 거절할 필요도 없지.’

2.

마을은 의외로 금방 찾을 수 있었다. 개울가를 따라 내려오니 산 바로 아래 마을이 있었다. 하지만 가까이 갈수록 그게 단순한 마을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람이 수천여명은 살고 있을만한 크기다. 마을이 아닌 거대한 도시.

“이거 뭐, 반지의 제왕인가?”

이 세계의 지식은 얻었지만,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다. 판타지 영화에서 보던 풍경. 커다란 농지가 듬성듬성 보였고, 중간 중간 나무로 지은 망루가 세워져 있었다.

저 멀리서는 상당한 높이의 성도 보였다. 대신 전선 같은 현대의 물건은 일체 보이지 않는다.

“마법석이로군.”

전선이 없는데도, 무건가가 가로등처럼 마을 사이사이를 비춰주고 있었다. 그것은 어둑해 지는 마을을 은은한 빛으로 채워주고 있다.

이 세계에서 과학 대신 발달한 마법. 그것으로 만든 물건이었다. 낮에 마나를 흡수하고 밤에 그 힘으로 빛을 방출하는. 저것도 연금술사의 작품이었기에 강민은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일단 들어가 봐야겠지.’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마을에 발을 내딛었다. 역시 많은 사람이 모인 도시답게 경비병도 있다. 강민이 마을에 다가가자 경비병들이 그에게 다가왔다.

“누군가 했는데 카르안 이였군. 대체 하루 종일 어디 갔었나?”

경비병이 그에게 웃으며 말했다. 아는 사이인가. 강민은 다행이라 생각했다.

지금 그에겐 과거의 기억이 전혀 없다. 그저 연금술사가 남겨준 지식뿐. 그는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 잠시 바람 좀 쐬느라.”

“으이구. 그보다 한스 그 양반이 아주 난리가 났어. 오늘 아침 자네가 말도 없이 사라졌다고. 보기만하면 죽인다나 뭐라나.”

한스? 당연히 모르는 사람이다. 강민이 그가 누구일지 생각하고 있을 때, 누군가 터벅터벅 걸어왔다. 그는 자연스럽게 강민 앞에 섰다.

퍼억!

“큭!”

“야 이 새끼야. 말도 없이 어딜 간 거야? 안 그래도 사람 모자란 거 알아 몰라?”

그는 다짜고짜 강민의 얼굴을 주먹으로 후려쳤다. 강렬한 충격. 눈앞이 번쩍거렸다. 하지만 한스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강민의 몸에 주먹질을 해 대었다.

“거. 몸도 안좋은 친구한테 그만 해요.”

“너는 빠져!”

보다못한 경비병이 한마디 했다. 하지만 한스는 그만둘 생각이 없어보였다.

폭행이 계속되었다. 갑작스러운 주먹질에 강민은 반격도 못하고 있다. 그의 얼굴에서 붉은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때.

“으아악!”

돌연 한스가 주먹을 붙잡고 비명을 질렀다. 그의 손가락 몇 개가 꺾여 있었다. 경비병의 눈이 커졌다. 분명 그의 친구는 맞고 있었을 텐데. 뜬금없이 때리던 한스가 쓰러진 것이다.

강민은 그 모습을 차가운 표정으로 내려 보았다. 그는 얼굴에 흐르는 피를 닦았다.

‘저놈이 내 상사로군.’

방금 경비병의 말을 듣고 자신이 오늘 아침 산에 올라간 것. 일을 빠지고 간 것. 그리고 저 성질 더러운 놈이 자신의 상사 같은 존재라는 것까지 파악하였다.

얻어맞으면서 생각한 것. 그 S급 강화포션 덕분일까. 신나게 맞는데도 생각만큼 아프지 않았다. 덕분에 비교적 덜 당황할 수 있었다.

‘짜증나는 건 어쩔 수 없지.’

그는 한스가 자신의 몸에다가 주먹을 날릴 때, 머리쪽을 막는 척 하며 팔꿈치를 힘껏 들어올렸다.

그 팔꿈치에 한스의 주먹이 부딪혔고, 덕분에 손가락이 부러져 버린 것이다. 생전에 하던 일이 험하다 보니, 이런 상황에서도 한방 먹일 수 있었다.

“뭐야? 무슨 일이야!”

“싸움이라도 난건가?”

강민과 한스가 일으킨 소란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들은 한스가 주먹을 움켜쥐고 쓰러져있자 깜짝 놀랐다.

“둘이 주먹질이라도 한 거야?”

“그냥 한스씨가 카르안을 일방적으로 때렸습니다. 저것도 잘못 때려서 손가락이 나간 것 같은데.”

경비병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한스는 그런 경비병을 노려봤지만 그는 못 본척했다. 마을 사람들도 수긍하는 눈치.

“쯧쯧. 그러게 주먹 좀 작작 놀리지.”

“뭐요?”

“내가 틀린 말 했나? 평소 행실이 나쁘니까 벌 받는 거야.”

마을 사람들은 한마디 씩 하였다. 강민은 한스의 평판이 바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덕분에 의심 따위는 받지 않았다.

“앗. 괜찮으세요?”

그때였다. 사람들 사이에서 소녀 한명이 앞으로 나섰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사이 정도로 보인다. 긴 금발에 정갈해 보이는 백색 수녀복.

낡은 바지에 셔츠 한 장인 주변 사람들과는 정 반대였다.

게다가 보기 드문 미녀. 쓰러져 있던 한스가 아픈 것도 잊고 멍하니 쳐다볼 정도였다.

“아니, 뮬리펜 성녀님이 이런 곳까지 웬일입니까.”

“고함소리가 나서 무슨 일이 생겼구나 싶었어요.”

성녀는 그렇게 말하며 한스에게 다가갔다. 그녀도 대충 상황을 눈치챈 것 같다. 성녀는 자리에 앉은 다음 그의 부러진 손을 잡았다.

성녀가 흙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은 것. 덕분에 새하얀 옷에 흙이 묻었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손가락이 부러졌네요.”

“네. 그, 그렇습니다.”

그녀는 한스의 손을 살피며 말했다. 심각한 표정. 그러거나 말거나 성녀가 손을 잡아주자 한스는 얼굴이 벌게졌다. 그는 고통도 잊고 베시시 웃고 있다.

“조금 아플수도 있어요.”

우드득!

“우아아악!”

한스는 멍청한 표정 그대로 비명을 질렀다. 순간적인 격통. 성녀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몇 번 더 손을 움직였다.

“잠시만 참으세요.”

“잠까........”

우드득! 우드득!

“어흐흐흑......”

치료는 5분정도 계속되었다. 한스는 눈알을 반쯤 까뒤집고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방금전 헤벌쭉한 표정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때 성녀가 눈을 감고 주문을 외웠다.

“4월의 꽃잎이 붉은 피를 씻어내길.”

순간 어둑해진 주변이 밝게 빛났다. 성녀의 양 손에서 빛이 난 것. 주변이 순간적으로 환해졌다.

신성마법. 타고난 성직자만이 사용할 수 있는 신의 권능. 하얀 빛이 한스의 손에 스며들 듯 흘러갔다.

“오오.”

“몇 번을 봐도 신기하구먼.”

사람들이 감탄했다. 창백하던 한스의 안색도 점점 좋아졌다. 그는 놀란 표정으로 손가락을 몇 번 움직여 보았다.

“이제 괜찮으실 거예요.”

“가, 감사합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마법으로......”

“뼈를 맞추지 않고 치료마법을 사용하면 손가락 망가져요.”

성녀는 상냥하게 웃으며 일어났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강민에게 다가왔다.

“카르안씨, 또 이렇게......."

성녀가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했다. 한스와는 조금 다른 반응. 동정심이 묻어나오는 목소리다. 평소에 성녀와도 알고 지내던 사이인가.

“예?"

“아니, 아무것도 아니예요. 그리고 약은 평소에 넣어놨던 곳에 뒀어요.”

약이라니? 강민이 의문을 가진 순간. 성녀의 손 끝이 다시 한 번 빛났다. 포근한 온기가 그의 얼굴을 품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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