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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그리고 프롤로그
“젠장.........”
한 남자가 항구를 달리고 있었다. 비릿한 바다내음이 코를 찔렀고,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른다. 하지만 멈출 수 없다. 그는 고개를 슬쩍 돌려 뒤를 보았다.
“저 새끼 잡아!”
“빨리 뛰라고!”
뒤에서 여섯 명 정도의 경찰들이 쫒아오고 있다. 그의 심장이 미칠 듯이 요동쳤다.
위이이웅- 위이웅-
요란한 사이렌 소리. 그게 분위기를 한층 더 긴장시키고 있다.
남자는 연신 욕설을 내뱉으며 있는 힘껏 발을 놀렸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배가있다.’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의 시야에 바닷가에 정착되어 있는 배 한척이 들어왔다. 50미터 정도의 거리. 저기까지만 달려가면 된다. 남자는 이를 악 물고 발을 놀렸다.
마약왕 최강민. 지금 쫒기는 것도 대한민국이라는 좁은 땅에서 열심히 마약을 팔아재낀 결과다. 무려 15년. 그가 약장사를 한 시간이다. 성인이 되자마자 이 일에 뛰어들었다.
그동안 큰 돈도 만져보고 배신도 당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궁지에 몰린 것은 처음.
‘그 씨발놈 말을 믿는게 아니었는데.’
조폭이 운영하는 클럽. 오늘 그 쪽과 거래가 있었다. 간단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마약 거래는 그에게 요리사가 밥 한끼 만드는 것 만큼 단순한 반복 작업이었다.
하지만 조폭 사이에 경찰의 끄나풀이 있었다. 결과는 이렇게. 동업자들은 잡혔을까. 걱정도되었지만, 지금은 그런 곳에 신경 쓸 때가 아니다. 자기 몸부터 챙겨야 한다.
“허....헉..... 저 새낀 또 뭐야?”
배에 거의 다 왔을 무렵, 그의 눈에 한 사내가 들어왔다. 익숙한 제복을 입고 있다. 푸른 경찰복. 그에게는 지긋지긋한 복장.
경찰 한명이 그와 배 사이를 막고 있다. 그의 가슴이 벌컥 내려앉았다.
지금은 빙 돌아갈 시간이 없다. 강민은 뒤를 돌아봤다. 경찰들이 눈에 핏대를 세우고 쫒아온다.
젠장. 그는 욕설을 한번 더 내뱉었다. 잘못하면 잡히겠군. 그러나 그가 가까이서 경찰을 본 순간, 입가가 살짝 올라갔다.
“꼬, 꼼짝마! 가까이 오면 쏘, 쏘, 쏜다!”
젊은 경찰. 20대 초반으로 보인다. 아직 애송이. 게다가 벌벌 떨며 총을 겨누고 있다. 차라리 몸을 던져 막았으면 정말 위험했을 텐데. 강민은 그를 무시하고 지나치기로 생각했다.
어차피 저놈은 총을 쏘지 못한다. 방아쇠를 당기는 것. 그 무게는 신입이 감당하기에 너무 무거운 것이다.
반면 그는 총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십여 년쯤 험한 일을 하다 보니 담이 커졌다. 물론 경찰이 쏘지 못할 것을 알기에 그런 것이지만. 총만 보면 얼어붙는 애송이는 아니었다.
다리를 맞출까, 잘못 맞춰서 죽으면 어떻게 하지. 저 경찰은 여러 가지 두려움에 잡아먹혀있다.
과연 강민이 계속 달려갔지만 경찰은 안절부절 못하며 소리만 질렀다.
“머, 멈춰! 멈추라고!”
“거, 수고하십쇼.”
결국 그는 경찰을 툭 치고 지나갔다. 젊은 경찰은 그를 고함만 칠 뿐, 아무것도 하지 못하였다.
이제 중국으로 가서 몸을 숨겨야 한다. 돈도 숨겨뒀다. 몇 년간 긴 휴가를 마치면, 다시 활동할 수 있겠지. 그는 그렇게 미래를 생각했다.
타아앙-!
“어?”
그때, 무언가 묵직한 것이 강민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착각인가. 그는 계속 달리려 했다.
그런데 다리에 힘이 풀려 버렸다. 숨을 쉬는데 입에서 날숨 대신 피가 쏟아진다. 강민은 믿을 수 없는 눈으로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봤다.
“하.”
붉다. 그의 가슴팍이 거짓말처럼 빨갛다. 줄줄 흐르는 피. 마치 연극의 한 장면 같다. 그의 옷 위에 붉은 지도가 그려지고 있다.
그리고 뒤늦은 통증. 강민의 몸은 힘을 잃고 푹 쓰러졌다.
“야 이 미친새끼야!”
“진짜로 쏘면 어떻게 해!”
뒤따라온 경찰들의 욕설. 그들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그는 붉게 물든 시야로 경찰을 쳐다봤다. 그를 쏜 경찰.
“후....! 후흡.....! 흡.....!”
그는 총을 떨어뜨렸다. 그는 쓰러진 강민은 보며 경련하듯 떨고 있었다. 눈물까지 질질 흘리며. 경찰이 되었어도 살인 같은 것은 생각도 못했겠지.
지나치게 긴장한 탓에, 방아쇠를 당겨버린 것이다. 그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얼빠진 새끼.’
강민은 이상하게도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렇게 살다가, 모아둔 돈으로 해외에서 별장이나 짓고 살려했는데.
‘개꿈이었네.’
강민은 눈을 감았다. 몸이 천천히 식어갔다.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려왔다. 문득 거대한 피로감이 몰려왔다. 그의 의식이 점점 희미해졌다.
'어떻게 죽을까 많이 생각했는데, 개같이 살다가 개같이 가는군.'
그는 마지막으로 숨을 들이쉬고 35년 인생의 유언을 남겼다.
“진짜....... 좆같네.”
최강민, 대한민국의 마약왕. 그의 죽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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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션으로 무한성장. 시작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