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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팬데믹-317화 (317/323)

317화 분열 (3)

대통령은 종로의 움직임을 예측하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도 모른단 생각은 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최동호 총리가 배은망덕하게 배반을 했을지도 모른단 의심은 종로를 떠나기 전부터 하고 있지 않았나.

허나 일부 부대가 낑겨 들어올거란 생각은 못하고 있었다.

물론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그의 예상을 빗나간 일들은 수두룩 빽빽이었다.

“뭐야, 저거.”

청와대에 장갑차가 있겠나 탱크가 있겠나.

제아무리 의심병 환자인 대통령이라지만 그건 무리였다.

애초에 일상을 즐기고 있다는 걸 과시하고 싶은 그였기에 모아 둔 차량들은 대개 고급 차량들이었다.

아니, 고급이라기보다는 사치품에 해당하는 차량들.

벤츠나 제네시스나 롤스로이스, 벤틀리와 같은 차들.

뭐, 일반적인 차량보다는 더 튼튼하고 잘 나가긴 할 터였다.

“각하! 뒤로! 뒤로 물러야 합니다!”

하지만 전투에 적합할 수는 없었다.

돌멩이들이 날아들고 있었다.

아마 두돈반 트럭이었다면 벌써 뒤에 타고 있던 녀석들 태반이 전투 불능에 빠졌을 텐데, 그나마 대통령이 봉고나 버스로 이동할 수 있게끔 축재해 둔 것이 다행이었다.

“으, 으아악!”

물론 그렇다 해서 돌멩이에 깨지지 않는 건 아니었다.

특히 앞좌석에 있는 이들에게는 치명적이었다.

운전을 하던 이가 비명을 지르며 정신을 잃었다.

그냥 그렇게만 되었다면 다행일 텐데…….

핸들을 꺾어 버리는 바람에 스타리아 차량이 인도를 타고 올라가 건물에 처박히고 말았다.

그렇게 두 대가량의 차량이 반파당하는 사이에 나머지 차량은 뒤로 돌아 나가기 시작했다.

그나마 이쪽 도로는 평소에 완벽히 관리를 하고 있던 덕이라 할 수 있었다.

서울의 여느 도로처럼 군데군데 망가진 차량이나 무너진 벽 또는 하다못해 라드의 시신 등이라도 있었다면 걸려서 돌아갈 수 있었겠나?

부우웅

그중에서도 대통령은 사방에 다른 차량을 이용한 호위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완전히 멀쩡한 채로 뒤로 빠져나갈 수 있었다.

그렇다 해서 차 안에 탑승한 이들의 표정이 밝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그럴 수 있겠나?

만약 그렇다면 참으로 이상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정말 망해 버렸으니.

‘이런 젠장. 이게 대체……?’

라드?

여기서 라드가 왜 나온단 말인가.

그것도 뭐 콜레라에 의해 만신창이가 된 놈들도 아닌 듯했다.

군대로 치면 정규군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강한 놈들이었다.

“일단 이것들이라도 물어 버리지.”

“네!”

백을 헤아리는 라드가…….

이놈들 아무리 봐도 아까 종로에서 활보하던 놈들 같아 보였다.

도망 나온 건가.

아니면 안에 들어간 놈들 외에도 이만큼이나 있는 건가.

만약 후자라면 절망스럽기 그지없는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종로에 남은 병력으로 이걸 이겨 낼 수 있나?

안 된다, 그건.

시민들을 무장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최동호에게는 그만한 무기가 있었으니.

물론 무장이라고 해 봐야 개인 화기 정도고 훈련도 안 되어 있는 데다가, 무엇보다 탄약이 부족하다 보니 말 그대로 시간 벌기 용이 될 뿐이었다.

‘도망 나와?’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이런 상황에서 몇백에 달하는 라드 무리가 건재하다는 건 너무 이상한 일이었다.

100개체가량의 무리도 사실 유지하기가 어려울 텐데…….

수백?

아무리 운 좋게 콜레라 물을 피했다 해도 문제는 첩첩산중이었을 터였다.

라드는 일반 인구보다 훨씬 많은 양의 에너지를 필요로 하니까.

그만큼 물도 많이 먹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것도 이상한……. 설마 다른 군대 또는 세력이랑 붙어 먹었나?’

그렇다면 도망 나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터였다.

여전히 문제는 남았다.

어떻게 이놈들을 내쫓았을까.

그만한 병력이 있어서?

‘아니, 아냐. 대체 누가……. 최동호……. 이놈 손발 다 묶어 둔 지 오랜데…….’

총리가 직접 연락을 취할 수 있는 부대는 오직 종로 부대 하나뿐이다.

나머지는 연락이 안 된다.

일단 무전기 주파수도 아예 다른 체계를 따라 바꾸고 있었으니까.

뭐……. 억지로라도 연락을 하려고 한다면야 불가능한 건 아니겠지만…….

‘라드랑 결탁을 해? 아니, 그것도 말이 안 돼. 이런 젠장.’

어떻게를 찾다 보니 어느새 다시 청와대였다.

호되게 당한 후이다 보니, 그 결과 동원했던 부대의 3분지 1가량을 무의미하게 잃은 상황이다 보니 청와대 안으로 진입하는 것도 무척이나 조심스럽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평소의 대통령이었다면 답답하게 굴지 말라고 일갈했을 테지만…….

그럴 수 있을 만큼 여유가 있질 못했다.

아마 평범한 인간 아니, 어지간한 정치인이었다면 지금쯤 그저 좌절이나 하고 있을 터였다.

하지만 그는 좀 달랐다.

‘이유가 뭐가 되었건…… 최악의 상황이야. 이렇게 된 이상……. 군부대 거점 하나라도 내가 안아야 해. 그러자면…… 어디가 좋을까.’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이걸 따지는 것도 물론 중요한 일이다.

징비록 같은 게 괜히 있고 또 필독서로 자리했겠나?

하지만…….

류성룡이 한창 전쟁 중일 때 그걸 썼나?

아니다.

다 끝나고 썼다.

위대한 정치인이 그렇게 했을 땐 다 이유가 있는 법이었다.

일에는 순서가 있고, 대통령은 냉정하게 그 순서를 지킬 수 있을 만한 사람이었다.

“이봐.”

“네.”

“일단 물자부터 다 챙겨. 필수품으로!”

“아……. 네. 근데 왜……?”

“여기가 방어에 적합한가?”

“그…….”

해서 대통령은 옆에 앉은 지휘관에게 말했다.

아닌 게 아니라 지휘관은 잔뜩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자질은 뛰어난 놈이었지만, 아직은 김선태처럼 산전수전 다 겪기 전이지 않나.

그 와중에 간신히 키워 놨던 부하들을 허무하게 잃고 돌아온 상황이었다.

시민들의 생각도 알 길이 없었다.

“그렇지 않지. 여긴 종로와 서대문이 든든하게 지켜지고 있을 때만 안전한 곳이야.”

“그,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그 모습에 대통령은 남몰래 한숨을 쉬었다.

대체 왜 세상엔 유능한 인간이 이토록 적은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

아예 없던 건 아니었다.

적어도 김조은이나 김선태는 꽤 유능하지 않았나?

김태평도 그랬다.

아마 정유현도…….

다만 믿을 수 있냐 없냐의 문제로 들어가면 완전히 얘기가 달라졌다.

‘그게 실수였지.’

사태 전에는, 그러니까 사회 인프라가 완전히 제대로 굴러가고 있을 땐 사실 어지간해서는 대통령을 배신한다는 건 선택지에 들어갈 수 없지 않겠나?

그러니 그때는 그저 유능함만이 유일한 지표라 해도 좋았다.

허나 사태 이후엔 판단의 기준이 달라져야만 했다.

좀 모자라더라도 충직한 놈들을 골라 써서 어떻게든 키워 줘야만 했다.

뭐, 멍청한 놈들이라고 해서 꼭 충성스러우리란 법은 없긴 하지만…….

하여간, 뒤늦은 후회가 들었다.

“그래, 지금 여기서 가장 가깝고 그나마 적대하지 않을 만한 곳이 어디지?”

“적대하지 않을 만한 곳…….”

사실 제일 안전한 곳은 아마 세브란스였을 터였다.

그 전에는 서대문이고.

하지만 하나는 날아갔고, 하나는 여기서 직접 날려 버렸다.

다리 경비대들 또한 세 개가 파괴되었다.

다른 경비대들을 찾아?

남은 두 개 중 하나……?

‘우리를 반겨 줄까?’

처음에야 뭐 받아 주긴 할 터였다.

나라가 이 지경이 되긴 했어도 뭐가 되었건 간에 대통령이니까.

지휘관들도 병사들을 통제함에 있어 명분이 필요한 상황 아닌가.

대통령을 날린다는 건 아무래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아무 힘도 없고 심지어 지지 기반조차 잃어버린 빈털터리 대통령이라는 걸 알게 되면…….

“반포대교 북단 부대로 가지.”

지휘관의 눈에 담긴 불안함을 읽어 낸 대통령은 서둘러 입을 열었다.

불안감은 늘 배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에 그랬다.

여태 많이 보아 오지 않았나.

사태 이전에도 그랬다.

정적들을 제거할 때, 대통령은 늘 그 아랫것들의 불안감을 부추겼다.

충성심에 따라 늦게 흔들리는 놈들은 있었지만 그것도 다 시간문제였다.

결국, 사람들은 불안감에 기반한 두려움에 굴복하기 마련이었다.

“거긴…….”

“거기 있는 부대는 자네 부대잖아.”

“네. 하지만 완전히 반파되어서 지내실 곳도 마땅치 않을 겁니다.”

“그래도 괜찮아. 괜찮네. 우리에게 지금 당장 급한 건 병사들이지, 다른 게 아냐.”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럴 땐 지시를 끊임없이 내리는 것도 방법이었다.

쓸데없는 시간을 주지 않는 것이야말로 때에 따라서는 최고의 방안이 되곤 하는 법이라는 걸, 대통령은 잘 알고 있었다.

부우웅

그렇게 최소한의 물자만 실은 채, 대통령은 반포대교 북단에 위치한 부대로 향했다.

말이 부대지, 지휘관의 말마따나 건물이고 뭐고 다 박살 난 상황이었다.

주둔 중인 병사들도 불만을 가질 만큼이나 엉망진창이었다.

애초에 한번 거하게 싸웠으니 곧 종로로 들어가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명령 체계가 다 박살 난 탓에 방치되고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나.

“저거…….”

조영상과 구급대원은 마침 한글 박물관에 있던 이들과 합류해 이동 중이었다.

반포대교 북단과 지척인 곳이니만큼, 게다가 아직 북단 경비대 쪽에 붙었던 불이 꺼지지도 않은 상황인 만큼 그쪽으로 향하는 움직임은 쉬이 간파되었다.

아마 대통령도 온전한 정신이었다면 어느 정도 은폐를 하려 했을 터였다.

하지만 정신이 있겠나?

지금처럼 급히 움직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었다.

여전히 그는 고급 차량에 탑승한 채였다.

“대통령인가?”

“모르겠습니다. 뭐, 그만큼 중요한 인간 아니면 저런 식으로 다니진 못할 거 같은데…….”

뻥 뚫린, 그러니까 텅 빈 도로를 내달리고 있는 건 4대의 봉고와 한 대의 외제 SUV 그리고 롤스로이드 한 대였다.

뭐 고터의 소장도 어느 정도 분에 넘치는 사치를 저지르긴 했더랬다.

하지만…….

저렇게까지 체계적이진 못했다.

호위 차량을 붙인 채 달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특히 군인이었던 조영상은 자연스레 VIP를 떠올리게 되었다.

“저기로 이동한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는데. 대통령이라면 어지간히 급한 모양입니다.”

“그러니까 말입니다.”

“일단 가죠.”

일행은 이러쿵저러쿵 떠들면서도 급히 이동하고 있었다.

위험하단 생각은 하고 있지 않았다.

아닌 게 아니라 대통령이 물을 오염시키고 나서부터는 애초에 얼마 안 남아 있던 야생 라드들까지 싹 정리가 되어서 그랬다.

허나 종로를 생각하면 정말이지 변수투성이였다.

이 병력을 가지고 얼마나 도움이 될는지는 몰라도, 아무튼, 급히 가서 합류하는 것이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긴 할 터였다.

“종로는 장악했습니다.”

“왜 대통령이 오질 않죠?”

“모르겠습니다. 흐음…….”

한편 종로 쪽도 불안하기는 매한가지였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말이 있지 않나.

이쪽의 병력 상황을 모른 채 대통령이 오면 박살 내 줄 요량이었는데 공격은 없었다.

중간에 들려왔다던 총소리가 원인인 듯한데…….

확인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내부 통제도 힘든데 어딜 나간단 말인가.

“일단 주변 부대부터 설득을 해 보죠. 어차피 대통령 그놈들이 어떻게 나오건 말건……. 이쪽 세력이 세지면 상관없을 겁니다.”

“그렇지. 걱정보다는 해야 할 일을 해야겠지.”

유현의 말에 천지평이 무릎을 두드렸다.

나중 가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은 이 유능한 교수가 있어 다행이란 생각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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