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포스트 팬데믹-238화 (238/323)

238화 실험 (5)

“시발.”

김태평은 그로서는 실로 드물게 욕이나 해 대면서 튀고 있었다.

“크아아아!”

“으아아아!”

뒤에선 라드들이 쫓아오는 중이었다.

페로몬인지 호르몬인지 나발인지 모를 것을 내뿜는다던, 김 주무관이 건넨 쥐는 이제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었다.

처음부터 그랬다는 건 아니었다.

만약 그랬다면, 침투할 엄두조차 못 냈을 터였다.

라드 놈들은 눈보다 냄새로 적을 먼저 포착하는 경우가 있었으니.

하지만 지금 뒤따라오는 것들처럼 지능이 어느 정도 있는 것들에게 시각적으로 포착된 경우에는 다 끝장이었다.

“버려, 버려!”

“네? 그래도…….”

“어차피 절반 넘게 뒤졌잖아!”

지금도 그랬지만, 이 위기가 끝나고 나서도 마찬가지였다.

왜냐.

가뜩이나 실험용 쥐는 스트레스에 취약한데, 이것들은 호르몬 분비를 위해 이상한 것들을 처맞다 보니 더더욱 약해져서 그랬다.

그냥 통 달고 달리는 것만으로도 마구잡이로 죽어 나갔다.

애초에 호르몬 때문에도 얼마 못 버티기도 했다.

오죽하면 김 주무관부터가 일회용 쥐라고 부르겠나.

우당탕

다다다당

하여간, 김태평의 말에 팀원들은 철로 된 통을 뒤로 흩뿌렸다.

이미 죽은 쥐들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다 보니 잠시 짐승 울부짖음과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피비린내도 살짝 풍겨 왔는데 태반은 쥐들이 죽은 쥐를 물어서 그랬다.

“크륵!”

그리고 그것은 라드에게 꽤나 강력한 자극이 되었다.

사람에게야 저만한 것들에서 나오는 피가 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겠나.

애초에 잘 보이지도 않는데.

하지만 라드의 후각은 놀라울 만큼이나 뛰어난 편이었다.

“와! 역시 팀장님!”

“이걸 노리고 그런 건 아냐. 운이 좋았어!”

“운도 실력이죠!”

무서운 기세로 달려들던 것들이 잠시 쥐들에게 정신이 팔려 버렸다.

그 틈을 타 내달리던 김태평은 이내 담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도…… 아직은 잘 뛰는구만.’

트레이닝다운 트레이닝을 해 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지만, 그럼에도 혹독할 만큼이나 훈련해 왔던 몸뚱이는 장장 몇 킬로미터에 달하는 달리기를 용케도 견뎌 주었다.

“읏차!”

그뿐만이 아니었다.

능숙한 태도로 손을 받친 팀원을 밟고서 단번에 담장 위로 오를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팀원 하나를 버린 것도 아니었다.

녀석 또한 위에서 끌어다가 모조리 튈 수 있었다.

끼기기기긱

그제야 알아차릴 수 있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한글 박물관 근처에서 보이던, 용산 센트럴센터를 위시한 군기지라고 해야 할지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던 곳이 부산스러웠다.

“총소리 때문일까요?”

“그럴 거야. 다행히…… 중간쯤에서 쐈으니까 그쪽으로 가겠지.”

“확실히……. 이쪽으로는 안 오는 거 같습니다.”

“저 새끼들이라도 뭐……. 위성이라도 쓸 수 있으면 모르겠는데, 그럴 만한 전력이 있을 리가 없지.”

“그렇죠.”

“흐음.”

김태평은 품에서 꺼낸 망원경으로 센터 쪽을 바라보았다.

두돈반(적재량이 약 2.5톤인 군용 트럭) 트럭이 무려 두 대나 빠져나가고 있었다.

확실히 이쪽의 전력은 무시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비록 모든 지역을 완전히 장악한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강북의 절반 가까이를 권역에 둘 수 있을 만큼의 전력은 된다, 이 말이었다.

‘병원 쪽에서도 튀어나왔으려나……?’

김태평은 혹시 하는 생각으로 담장 쪽을 바라보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너머에 있을 병원 쪽이었는데, 이내 단념하기로 했다.

말이 되지 않았다.

-크아아아

-크르르륵

-어디! 어디냐!

-저기! 저기!

쥐에 정신이 팔렸던 놈들에 더해 군인들도 합류한 상황이지 않나.

그 와중에 저길 뚫고 남영동에 닿고 거기서 또 골목을 따라 걷다가 충정로역으로 진입해?

가능할 수는 있었다.

김태평 본인을 비롯해 모든 인원이 본 시리즈에 나오는 제이슨 본이면…….

‘아니, 그것도 안 될 거 같은데.’

김태평은 시답잖은 생각이란 생각에 고개를 젓고는 이내 한글 박물관으로 향했다.

딱 도착하자, 1층에 벌써 남겨 두었던 팀원이 나와 있었다.

“우에에엑!”

“웩.”

그 얼굴을 보고 나니 안심이 된 탓일까?

용케도 잘 따라온다 싶었던 병사 둘이 벽면에 대고 토를 해 대기 시작했다.

김태평은 그 꼴을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돌아보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그만 더럽히고, 튀지. 위장은 잘해 놨겠지?”

“네. 완벽합니다. 들어오더라도…… 눈치채지 못할 겁니다.”

“그래, 그럼 저것만 대강 치우고 가지.”

“네!”

그의 말에 요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병사들과 그들이 쏟아 낸 것들을 치웠다.

치운다고 해 봐야 별 건 없었다.

그냥 냄새가 나지 않게 만드는 것 정도였다.

약품 처리를 한다, 이 말이었는데 놀랍게도 그것만으로도 확실히 티가 덜 나긴 했다.

“죄, 죄송합니다.”

“토나 닦고 말하지.”

“그…….”

“뭐, 평범한 경험은 아니었으니까. 확실히 죽을 뻔했어. 이번엔.”

김태평은 병사를 탓하는 대신 그저 격려만 했다.

‘그러니까 가서 허튼소리 하지 말라고…….’

김태평이 유난히 이해력이 뛰어나거나 이 환난을 통해 사람이 좋아져서는 아니었다.

언제나 그러하듯이, 그에게는 늘 꿍꿍이속이 있었다.

부아앙

하여간, 일행은 차 안에 타자마자 다리부터 건넜다.

여차하면 해가 뜰 테고, 그럼 걸릴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더랬다.

차가 걸리는 게 낫지, 사람이 걸리면 끝장 아닌가.

편집증에 가까울 만큼이나 요인 죽이기에 집착하고 있는 대통령 귀에 김태평의 소재지가 드러나게 되면 김선태가 출동할 가능성이 컸다.

‘자신 없는데…….’

일대일이라면야 또 모르겠지만.

녀석이 이끌고 있는 부대를 생각하면, 두려움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훈련 수준은 차치하고서라도 그들이 운영하고 있는 장비 수준이 너무 어마어마했다.

한국군 특성상 보급 장비 외에는 쓸 수 없게 되어 있는데, 녀석들에게만은 사태 전부터 예외였는지 총부터가 달랐다.

‘개새끼…….’

그 말은 곧 대통령도 처음부터 뭔가를 대비하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확실히 녀석만 두고 보면 성공적인 계획이긴 했다.

지금도 봐라.

여전히 떵떵거리면서 잘만 살고 있지 않나.

아마 미국 정도를 제외하면 저만한 행정부를 꾸리고 버티고 있는 놈들도 별로 없을 터였다.

‘아니, 어쩌면 미국보다도 낫지.’

미국은 주 방위군을 제외하고서라도 경찰, 심지어 민간인으로 이루어진 민병대들의 무장 수준도 어지간한 군을 방불케 하니 대항마가 있을 수밖에 없지 않겠나.

그에 비해 한국은…….

저쪽이 아무래도 압도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충정로……. 그런 건 아니야.’

잠시 그냥 저쪽에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김태평은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방금도 가서 보지 않았나.

저항 능력은커녕 저항 의지조차 없던 민간인들을 학살하고 그들의 보급품을 앗아 가다니.

그런 명령을 내린 놈도 문제지만 멀쩡히 따른 놈도 문제였다.

김태평은 절대 아이히만이 될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야 나치 놈들과 같지 않겠나.

또는 마루타 실험을 주도했던 놈들이나.

애국이란 이름으로도 가려질 수 있는 과오가 있고 또 가릴 수 없는 과오가 있는 법이었다.

딸깍

다리를 건너고도 조금 더 달리고 나서야 헤드라이트를 켤 수 있었다.

운전대를 쥐고 있던 팀원은 그렇게 불을 켜고 나서 김태평을 바라보았다.

이심전심이라고, 딱 보자마자 왜 쳐다보는지 알아들은 김태평은 고개를 끄덕였다.

“왔던 길로, 그대로 달리지.”

“네, 팀장님.”

그에 따라 뒤따르던 차량도 급하게 수원 방면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이미 해가 뜬 후다 보니 몇몇 시선들이 내리꽂히고 있었지만, 다행히 직접 움직이는 것들은 없었다.

사람이 되었건 아니면 라드가 되었건 멀쩡히 움직이는 차량에 가득 찬 인원을 위협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세상이 된 덕이었다.

“어떤 놈이…… 아.”

김태평이 그렇게 험지를 빠져나오는 사이, 군의관은 영상의학과 의사와 김조은을 데리고 1층에 도달했다.

그러곤 인상을 쓰면서 소리를 치려다 말았다.

눈앞에 선 사람 때문이었다.

“김선태…… 중장님.”

계급도 중장이었다.

소령 따위가 어찌해 볼 수 없는 존재라, 이건데…….

기실 계급이 중령일 때라고 해서 뭐가 크게 다르거나 하진 않았다.

김선태는 그냥 김선태인 것만으로도 두려운 존재였으니.

단지 그 전투력 때문만은 아니었다.

충정로뿐만이 아니라 마트나 백화점 등등으로 대표되는 생존자들의 터전을 짓밟을 때, 그야말로 일말의 망설임이나 꺼림을 느끼지 못했더랬다.

‘지금도…… 사람 잡는 백정이지…….’

당장 지금도 민간인들을 마구잡이로 잡아 오고 있지 않은가.

군의관은 필요 이상으로 떨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김선태를 바라보았다.

김선태는 언제나 그러하듯 엄숙한 얼굴이었다.

“사람 더 보내야 하는데……. 불만이라도 있나?”

“아, 아닙니다. 다만…….”

“여기 방위가 걱정이라고?”

“네, 네.”

“라드들은 성공작이고 실패작이고 다 갇혀 있는데 뭔 걱정이지? 게다가…… 군부대가 움직이는데 여길 칠 만한 놈들이 이 세상에 남아 있을 거 같나?”

그럴 만한 놈들은 다 죽었고, 혹은 다 죽였다는 말로 느껴졌다.

군의관은 어느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제, 제가…… 결례를 범했습니다.”

“그래. 그리고…… 총소리가 달랐어.”

“네?”

“나도 들었다고. 총소리가 우리가 쓰는 총이 아냐.”

“아.”

그게 그렇게 분간이 될 수 있는 건가?

군의관은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더 입을 열진 않았다.

군의관이니만큼 의사치고는 총깨나 쏴 본 참이긴 하지만 김선태에 비할 바겠나.

누군가를 죽이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데 있어서만큼은 김선태가 국내 제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럼, 오라고 해.”

“네!”

그렇게 병원을 지키던 방위군의 80%가량이 차출되어 나갔다.

말이 80%이지 애초에 병원에 상주하는 인력 자체가 100명이 될까 말까 했었기 때문에, 남은 인원은 20명 남짓할 따름이었다.

그나마도 제대로 무장을 갖춘 인원은 15명이었다.

“너도 군인이지.”

“아, 네. 맞습니다.”

“너까지 셈하지.“

군의관 등도 다 군인으로 분류한 까닭이었다.

‘대체 왜 저 지랄이지……?’

군의관은 이렇게까지 하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니, 사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태반이 그랬다.

그러나 입도 벙긋하지 못하는 건 다 상대가 김선태라서 그랬다.

그나마 김선태 밑에 있는 이들은 이유가 좀 달랐다.

두렵기만 해서가 아니라, 이유가 있을 거란 생각이 있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김선태에게는 이유가 있었다.

그것도 꽤 타당한.

‘그때…… 내 부하들 죽인 그 총소리……. 그 소리였어.’

누구에게나 잊을 수 없는 순간은 있기 마련이었다.

이런 세상이라면 더더욱 그렇지 않겠나.

놀랍게도, 김선태 또한 스스로 피해를 입은 적이 있었다.

‘김태평……. 그 개새끼…….’

김선태는 어금니를 깨문 채 차에 올랐다.

병원이 좀 비게 되었다는 게 마음에 걸렸지만, 누가 미쳐서 안에 갇힌 라드들을 다 열어 주지 않는 한 문제가 생길 리는 없었다

‘잡는다, 내가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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