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화 초거대 개체 (2)
지이익
피비린내가 처치실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혹 이 냄새가 다른 놈들을 자극할까 두려워 창문까지 꼭꼭 닫은 탓이었다.
“으. 저는 좀 나가서 경계 서고 있겠습니다.”
“아, 그러시죠. 굳이 여기 계실 필욘 없으니까.”
“네네.”
김현철을 괴롭게 하는 건 단지 냄새뿐만이 아니었다.
시신의 형태 자체도 그랬다.
일단 사람이지 않나.
라드는 그 어떤 말을 붙여도 인간으로 보였다.
덩치가 너무 커서, 수술대 위에 올라가지도 않아 책상을 끌어다 붙이기까지 했지만, 뭐가 되었건 눈이 억지로 감긴 저 얼굴은 사람이었다.
해서 김현철은 밖을 도망 나와 숨을 몰아쉬었다.
‘우……웁.’
그래도 구역질이 나왔다.
그럴 수밖에 없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실제로 토를 하진 않았다.
“휴…….”
숨을 몰아쉬고 있다 보니 오히려 머리가 차가워지고 있었다.
그 덕분에 김현철은 비로소 창밖을 내다볼 수 있었다.
여기까지 오는 내내 본 풍경이었지만 생경했다.
워낙 긴장하고 있었기에 그랬다.
‘시골이네…….’
군인이라 봐야 원래는 대학생이었던 그 아니었나.
이런 풍경은 낯설었다.
평화로운, 그리고 조용한 광경.
동시에 풍요로워 보였다.
특히 보건소 뒤에 마련된 텃밭에 심어진 이름 모른 것들이 그렇게 보였다.
‘여기서……. 여기서 오래 버틸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김현철이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유현은 칼을 내려놓았다.
그 밑에는 명치부터 배꼽 아래 치골까지 쭉 갈라진 시신이 놓여 있었다.
이것만 해도 충분히 끔찍했지만, 실제 부검할 때 하는 절개보다는 훨씬 얌전한 형태였다.
일부러 유현이 수술 시에 쓰는 절개를 일부 차용해 그어서 그랬다.
“너 설마 연습하는 거야?”
갈라진 절개 틈을 훅 하고 벌려 낸 이순규가 물었다.
암만 봐도 시신을 다루는 느낌이 아니라 그랬다.
수술이라도 하는 것처럼 엄청 신중한 얼굴이었다.
“어. 그렇지.”
“아…….”
“아깝잖아. 이렇게 덩치 큰 놈은 아무래도 보기 더 쉽겠지.”
“그……. 뭐, 그렇지.”
유현의 답은 어찌 보면 좀 사이코패스 같은 면이 있었다.
그러나 이 자리에 함께하고 있는 의사들은 그저 당연시하고 있었다.
의사가 무려 넷이나 되는데 외과 의사는 하나도 없지 않나.
누구라도 연습을 하긴 해야 했다.
앞으로 다칠 일이 반드시 있긴 할 테니까.
“음……. 간……. 결절이 없네. 이런 망할.”
하여간 절개를 하면서 해부학을 살피는 건 잠깐이었다.
뭐가 되었건 안을 들여다봐야 하지 않겠나.
그중에서도 유현이 가장 궁금했던 건 간의 상태였다.
지금 이놈들, 그러니까 라드들의 상황은 어마어마한 양의 호르몬을 강제로 주입받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지 않겠나.
부산물도 어마어마하게 발생할 테니, 이를 해독하기 위한 장기인 간은 망가져야 정상이었다.
그러나 이 라드의 간은 겉으로 보기엔 깨끗했다.
“젊어서 그럴 거야. 늙은 라드의 시신을…… 볼 수 있다면 더 좋을 텐데. 아무래도 지금은 다 부패했겠지.”
“일단…… 갈라 봐.”
“네?”
“재원아, 네가 갈라야지. 그럼 우식이가 하리?”
“와……. 이 지경이 돼도 저 레지던트예요?”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인마. 너 심약해서 밖에도 잘 못 나가잖아. 이럴 때라도 뭘 해.”
“아, 그런 얘기시구나. 네네.”
해서 간을 갈라 보았다.
그러나 눈에 보일 만큼의 저명한 변화는 없어 보였다.
신장도 그랬다.
그에 반해 엄청난 변화를 일으킨 장기가 있었으니, 위가 그랬다.
“원래 이렇게 큰가?”
“아니. 그렇게 클 수가 있겠냐? 많이 먹다 보니 늘어난 거 같은데?”
“그럴 수가 있나……? 먹방 유튜버들 위도 크기 자체는 그냥 그렇다고 들었는데…….”
“모르지. 하여간…… 아우, 냄새……. 이건 좀 어떻게 비닐 봉다리라도 써 봐.”
“재원아.”
“아.”
빈속에도 늘어나 있었을까?
그건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노루인지 고라니인지 뭔지 모를 짐승의 고기가 가득 차 있는 위는 그야말로 거대하다는 표현이 딱 맞을 지경이었다.
“잠깐. 음……. 구웠네.”
“구워? 거의 날것 아닌가?”
“아니, 아냐. 이거……. 이거 익었잖아.”
“그렇네. 확실히……. 도심에 있던 놈들도 불을 썼었지.”
뒤처리는 재원의 몫이었다.
안에서 소화되던 것들이 태반이라 그런가. 냄새가 지독했다.
해서 인상을 쓴 채 비닐에 담으려 했더니, 그것조차 여의치 않았다.
유현 때문이었다.
그는 무려 그 안을 헤집더니 기어코 이 라드가 불을 썼다는 것을 밝혀내었다.
“어떻게…… 했지?”
“이따 짐 뒤져 봐. 라이터라도 있겠지. 설마…… 그냥 붙였겠어?”
“하긴.”
“도구를 쓸 수 있다는 건데……. 뭐 그 정도의 지능은 예상하고 있었잖아?”
“그건 그래. 근데 그런 생각을 하니까……. 진짜 끔찍하네.”
“인간 같아서?”
“응.”
“인간이긴 하지. 그리고 그게 네가 할 소리냐?”
이순규도 끼어들어서 대화를 이러쿵저러쿵 주고받았다.
대화를 듣고 있던 최우식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방금 유현이 한 말처럼 이순규의 대화는 어딘지 모르게 뒤틀려 있는 느낌이 들어서 그랬다.
‘진짜 다 극복한 건가.’
뭐 이런 생각까지 들었다.
그 와중에 유현은 이제 가슴으로 넘어갔다.
심장을 보기 위함이었다.
지이익
이쪽은 그리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가슴뼈가 있었으니까.
“톱 좀 줘 봐.”
“하……. 전기톱 없나.”
“있겠냐?”
“아.”
“반대편 잡아. 잘못하면 손 나가니까, 주의하고.”
“하.”
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뭐가 되었건 이들은 의사였고, 인체를 해부해 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유현은 그중에서도 유독 침착한 편인 데다가 손놀림도 좋아서 금세 가슴뼈를 갈라놓았다.
물론 이게 사람이었다면 큰일이 났을 터였다.
“아, 이래서 밑에 철판을 대는구나.”
“태평하게 말하네, 미친놈이.”
가슴뼈 밑에 종격동(mediastinum, 가슴안에서 양쪽 허파를 둘러싸는 가슴막 사이의 부분)이 훅 하고 갈려 나갔다.
아무것도 대 놓지 않고 톱질을 하니 당연한 일이었다.
하여간 심장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일반적인 심장보다는 더 컸다.
약 1.5배?
“크네. 이거 살아 있었으면 초음파라도 대 보고 싶은데.”
“제대로 뛰나 보려고?”
“응. 뭐……. 뛰겠지만.”
“그래. 심장이 안 뛰는 상황에서 그런 속도를 낼 수는 없어. 다만…… 이렇게 커져 있다면……. 확실히 장거리 뛰는 건 어려울 거 같은데.”
“근데 짐승은 어떻게 잡은 거지?”
“음……. 그러게. 그건 또 의문이네.”
심장이 크면 좋은 것 아닌가 싶을 수도 있겠지만, 심장이 커진다고 해서 반드시 심박출량(cardiac output, 심장이 한 번 수축할 때마다 뿜어내는 혈액의 양)이 늘어나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줄어드는 경우가 더 흔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면, 안쪽 공간이 줄지 않겠나?
그 말은 곧 심장을 채우는 피의 양이 준다는 것을 의미했고, 한 번에 내뿜을 수 있는 양 또한 줄었다.
그렇다고 안쪽 공간 자체가 늘어난다고 반대의 경우가 발생하는 것도 아니었다.
적당한 양까지는 비례해 늘어나기야 하겠지만…….
그것도 일정 수준까지의 일이었다.
“하여간 이건 잘된 일이야. 아무래도…… 순규랑은 여러모로 다른 상황이네.”
“그러게. 대체 뭔 미친 짓을 해서 바이러스가 이렇게까지 변했지?”
“알 수 없지. 박원상 그 새끼……. 잡아 놓고 싶네.”
“남산에서 안전하게 있을 텐데 무슨 수로?”
“그냥 망상이야.”
유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거대해진 심장을 갈라 보았다.
확실히 일반적인 심장보다는 공간이 컸다.
그러나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었다.
아마 이대로면…….
‘아무리 신경 전달 물질이 미친 듯이 나와도……. 5분? 10분? 그 이상은 어려울 거 같은데…….’
정확한 건 실험을 해 봐야 알겠지만.
심박출량을 가늠해 보면 그 정도가 최대치일 거 같았다.
그 말은 곧 이놈을 상대할 때 최대 10분까지만 버티면 된다는 건데…….
‘10분……. 말이 안 되지.’
그러던 유현의 눈이 놈의 손에 닿았다.
거대했다.
전완근과 이어지는 이두, 삼두도 그랬다.
고릴라보다도 더 큰 것 같았다.
힘이야 약하겠지만…….
‘시벌.’
무기 없이 정면에서 붙으면 1분도 버티기 어려울 터였다.
한 방.
그야말로 한 방에 일반인 정도는 뭉개 버릴 수 있을 테니까.
“뇌는……. 봐도 뭐 알 수 있는 게 없긴 할 텐데…….”
“그래도 슬라이드화해 놓죠. 제가 현미경으로 보면 좀 알 수 있는 게 있을지도 몰라요.”
이제 대강 끝내려고 물었더니 우식이 나섰다.
생각해 보니까 녀석이라면 뭔가 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게다가 김 주무관님도 현미경을 잘 다루셔서 도움이 될 거예요.”
“그래. 그럼 일단 만들어는 놓자.”
게다가 이만한 놈의 사체를 이렇게 깨끗할 때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또 있겠나?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려운 일일 듯했다.
해서 유현은 머리를 톱으로 따고, 뇌의 각 부분을 슬라이드로 만들었다.
딱 봐도 전두엽이 전체 뇌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적어 보였다.
뇌의 다른 부분이 더 커진 것도 아니었다.
적어도 뇌는 그냥 그 사이즈 그대로였다.
아니, 오히려 더 작아 보였다.
“이게 내 착시인가……?”
“아니, 실제로 작은 거 같아. 확실히 전두엽이 억제된 정도가 아니라……. 아예 바이러스에게 잡아먹힌 거 같아.”
“그래서 억제가 아예 안 되는구나. 흐음…….”
억제가 안 되는 것.
아마 초기에는 생존에 유리할 수도 있을 터였다.
일단 가리지 않고 먹을 수 있고, 망설임 없이 대상을 공격할 수 있을 테니.
그러나 인류의 역사를 생각해 보면, 장기적으로 볼 때 그리 유리한 특성은 아니었다.
무리를 지으려면 어느 정도 참을 줄도 알아야 하지 않겠나?
자기 생각만 하는 놈은 그놈이 아무리 뛰어난 개체라 해도 무리에서 배척될 수밖에 없었다.
‘무리를 이루는 놈들의 뇌는 형태가 좀 다르려나.’
유현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다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의사고, 이러한 식으로 사고를 이끌어 나가는 훈련을 받아서 그랬다.
게다가 사태 발발 이후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에 있었던 만큼, 오히려 사태에 대해 진중하게 생각해 본 경험도 있었다.
“나머지는 어떻게 하지?”
“태워야 하나? 묻는 것도 일인데. 너무 커서.”
“냄새는 어쩌고?”
“그렇다고 그냥 두는 건 안 될 일이야.”
부검엔 거의 3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다.
그렇게 남은 부산물 처리에 또 1시간 정도가 걸렸다.
아마 묻으려 했다면 남은 하루가 죄 날아갔을 텐데 결국, 그냥 태우기로 했다.
이미 노인들이 이런저런 쓰레기를 모아 보건소 앞마당에서 태웠다는 진술이 있어서 그랬다.
물론 이건 좀 다른 냄새가 나긴 하겠지만…….
“가까이에 있었으면 우린 죽었어.”
“그렇지. 우리가 어찌 살았겠나.”
노인 둘의 말은 확실히 설득력이 있었다.
거동에 장애까지 생긴 사람도 있는데 살아남았다는 건, 솔직히 말해 이들이 대단하다는 걸 의미한다기보다 그저 생존에 유리한 환경에 있었다는 걸 의미한다고 봐야 했다.
티디딕
해서 일행은 타는 시신을 남겨 두고, 안으로 향했다.
비로소 다른 은신처에 도달한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