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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팬데믹-112화 (112/323)

112화 공황 (6)

“찌지지직!”

소리치며 도망가는 쥐를 라드들은 그저 지나쳐 왔다.

확실히 저 쥐를 적 또는 식량으로 당장 인지하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죽고 나면 또 모를 일이겠지만.

하여간 지금 당장은 그랬다.

‘이걸 좋아해야 할지 아니면…….’

이순규로서는 마음이 복잡해지는 상황이었다.

쥐의 냄새가 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확인했으니 좋은 일이었다.

그러나 그 쥐를 놓친 건 안 좋은 일이었다.

아니, 안 좋은 일이라는 건 너무 긍정적이었다.

나쁜 일이었다.

그것도 아주 나쁜 일.

“크…….”

“킁. 킁.”

어느새 라드들은 지척에 와 있었다.

이순규가 최대한 두 주무관을 끌어당기려 했지만.

손에는 이미 쥐가 각각 하나씩 들려 있는 상황이지 않나.

해서 팔뚝으로 당기고 있었는데, 김 주무관은 그 안에 잘 들어와 있는 데 반해 이 주무관은 그렇지 않았다.

“으.”

가까이서 라드들을 보니 확실히 이순규와 비슷하단 생각이 들어서일까?

이순규로서는 그의 생각을 알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제 그는 더 위험해졌다는 사실이었다.

“킁킁.”

라드 중 하나가 이 주무관과 정면으로 마주하고 섰다.

코를 벌름거리며 이 주무관의 냄새를 맡았다.

쿵쿵

이순규가 최대한 당기려 했지만 그보다는 많은 수의 라드가 이 주무관을 둘러싸는 속도가 훨씬 빨랐다.

쿵쿵

이제 잘 보이지도 않을 지경이었다.

그런데도 심장 소리만큼은 더 크게 들려왔다.

쿵쿵쿵

김 주무관의 심장 소리도 더 커지고 있었는데, 이건 그나마 가려지고 있는 듯했다.

지금 라드들의 관심은 온통 냄새가 옅은 이 주무관에게 쏠려 있었다.

아니, 심장 소리 자체도 그쪽이 더 컸다.

당연한 일이었다.

저렇게 둘러싸이면 이순규라 해도 별수 없지 않겠나.

아마 유현이라 해도 저기서는 크게 다를 수 없지 않을까.

“제길.”

이순규는 어쩔 수 없단 생각에 결단을 내렸다.

들고 있던 케이지, 그러니까 멀쩡한 쥐 두 마리가 들어 있는 케이지를 싸고 있던 비닐을 쭉 찢었다.

그러자 찍찍거리는 소리와 함께 이질적인 냄새가 공기 중에 스며들었다.

일반인은 절대로 확인할 수 없는 냄새였다.

그러나 이 근처에 있는 라드들은 전부 그쪽을 돌아보았다.

“음?”

“먹을 거?”

그중엔 짧게나마 말을 할 수 있는 이들도 있었다.

그저 으르렁거리기만 하는 놈들이 더 많긴 했지만.

아무튼 간에 이순규는 그렇게 주목이 쏠린 케이지를 될 수 있는 한 멀리 던졌다.

“찍!”

쥐들의 비명이 울려 퍼졌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

확실히 체격도 커지고 힘도 세져서 그런가 케이지는 저 멀리 날았다.

그와 동시에 라드들이 후다닥 그리로 달리기 시작했다.

몇몇은 여전히 이 주무관과 케이지를 번갈아 보고 있긴 했지만.

이순규는 이제 자유롭게 된 손으로 이 주무관의 팔뚝을 낚아챘다.

“달려요. 이미 의심받고 있고……. 다리 건너가면 더 많이 만날 겁니다. 달려야 해요.”

이 주무관은 이순규를 향한 본능적인 공포를 드러냈지만, 잡힌 팔뚝을 어찌하지는 못했다.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뭐 어쩌겠나.

압도적인 힘으로 잡혔는데.

게다가 김 주무관은 이미 뛰고 있었다.

덜렁거리는 통에 든 쥐가 더 지랄을 해 대기 시작했지만.

김 주무관은 용케 물리지 않고 뛰었다.

두두두두

그 뒤를 이순규와 이 주무관이 따랐다.

“크아아아!”

“윽!”

뒤에선 케이지 안에 든 쥐를 두고 싸움이 일어나고 있었다.

먹을 것이라는 인식이 확실한 대상을 두고 벌어지는 경쟁은, 이미 지나치게 분비되고 있는 아드레날린을 더더욱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여러 명의 라드가 한데 뒤엉켜 주먹을 날리고, 들고 있던 돌로 상대를 찍고.

그렇게 발생한 시신을 두고 또 다른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저것들…….’

이순규는 더 뒤에 있는 것들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연구소 내에 있던 놈들.

그러니까 지성체 무리들.

놈들은 그렇게 발생한 시신을 탈취하기 위함인지 뭔지 손에 무기를 들고 천천히 접근 중이었다.

‘아무거나 들고 싸우는 라드들보다는 총 든 라드가 더 위험하다고 판단한 건가. 모를 일인데…….’

하여간 저놈들이 자신들을 막아서지 않는 건 다행이라 생각하며 뛰다 보니 어느새 다리였다.

다리도 폭격이 대강 훑고 지나간 곳이었기에 엉망이 된 지 오래였다.

혼자 건너올 때야 겅중겅중 뛰어 왔지만 오랜 시간 안에 갇혀 지내던 두 주무관에게는 방금 달린 것만으로도 이미 무리였다.

“헉. 헉.”

“걷죠. 뒤에 싸움까지 벌어질지는 몰랐는데……. 다행입니다.”

뒤에서 쫓아오는 놈들이 있다면 또 모르겠지만.

고민하던 놈들도 시신이 더 발생하자 그쪽으로 따라붙은 지 오래였다.

덕분에 이순규는 두 주무관을 다독일 시간도 벌고, 나머지 손에 있던 쥐를 이 주무관의 손에 쥐여 줄 수도 있었다.

“이번엔 놓치지 마세요. 아무래도……. 케이지 안에 있으면 냄새가 확실히 약하게 나는 모양이에요.”

“이게 왜 이러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손에 직접 뭐가 묻어서 더 그렇게 되는 것일 수도 있고요. 사실 우리가 뭔가 알면 그게 더 이상한 일 아닐까요?”

“하긴 그렇습니다.”

이 주무관은 말없이 쥐를 들고 서 있었기 때문에 대화는 주로 김 주무관과 이어졌다.

그는 방금 진짜로 죽을 뻔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 더 많아져 있었다.

딱히 감정적으로 안정이 되어서는 아닐 터였다.

정신과 의사인 이순규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 친구도 불안하기는 매한가지라는 걸.

“아무튼, 걷죠. 주의하세요. 여기 두 번째 공습이 휩쓸고 지나가서……. 군데군데 구멍이 난 데가 있어요.”

“아, 네. 아휴……. 이거 뭐. 이렇게 됐는데도 저렇게나 많다니요.”

“그러니까요. 아직도 불 나는 데가 있는데…….”

이순규는 아무래도 키도 크고 하다 보니 이 둘보다는 시야가 넓지 않겠나.

연구소 주변에 번화했던 곳 전부가 불에 타고 있다는 걸 확연히 알 수 있었다.

물론 이 둘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불뿐만 아니라 새카만 연기가 천지사방을 덮고 있었으니.

지금도 소매로 입을 가리지 않으면 대번에 기침이 나올 정도였다.

“사람도 살아남는데……. 저것들은 더하겠죠.”

쿨럭대며 이순규의 말을 듣고 보니 과연 그럴싸해서 김 주무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 어떤 환경에서도 소수나마 살아남는 게 인간 아니던가.

그런데 그보다 더 강인한 개체인 라드라면 더 많은 수가 살아남는 것도 당연했다.

“하여간 저 앞에서는 진짜 주의하셔야 합니다. 수가 훨씬 많아요.”

“제길.”

김 주무관은 욕설을 하면서도 힘차게 앞으로 향했다.

들고 있던 쥐 두 마리를 절대로 놓치지 않으려는 듯 힘을 꽉 준 채였다.

그 바람에 뒷덜미 잡힌 쪽이 더 버둥거렸지만.

하여간 힘만 안 빠지면 괜찮을 것 같았다.

자박자박

그렇게 도달한 다리 저편엔 웬일인지 라드들이 꽤 많이 나와 있었다.

“뭐지……?”

이놈들은 좀비가 아니지 않나.

무의미하게 서성이지 않는단 얘기였다.

특히 지금처럼 해가 나 있을 때는 햇살을 피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 있기 마련이었다.

“아.”

이상하단 생각으로 좀 더 가까이 가 보니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드디어라고 해야 할까?

하여간 놈들이 상가 내에 있던 학원을 급습한 모양이었다.

뭘로 막아 놨을지는 모르겠지만 총도 뭣도 없는 데다가, 제대로 먹지도 못한 사람들이 침입을 막을 수 있을까.

입구가 뚫리다 보니 급해졌는지 창문을 통해 탈출을 시도한 모양인데, 먼저 내려온 사람은.

아니, 떨어진 사람은 당연하게도 밥이 되었다.

“크아아아!”

“어어…….”

“어! 어!”

눈앞에서 사람이 해체되는 광경.

몇 번이나 봐 왔음에도, 그나마도 호르몬 분비로 인해 마음이 이전보다 차가워졌음에도 적응이 되지 않는 광경이었다.

당연히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충격 그 자체이지 않겠나.

더욱이 이 둘은 연구실 안에 갇혀 있는 바람에 바깥세상의 비극을 간접적으로도 체험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보지 말고……. 제 등만 보고 와요.”

“어…….”

“빨리!”

“어…….”

그나마 김 주무관은 따라나서고 있었다.

하지만 이 주무관은 뭐라 말릴 새도 없이 뒤로 내달리고 있었다.

그 바람에 거리에 있던 놈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쏠렸다.

“시발.”

눈을 보니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냄새로 면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란 얘기였다.

극도로 흥분한 사람이 어디 앞뒤 가리는 거 본 적 있던가.

저것들은 그 정도가 훨씬 더 심하다고 보면 되었다.

딱히 이론이고 가설이고 필요 없이 그냥 봐서 알았다.

“일단 이쪽으로!”

“네, 네.”

해서 이순규는 이 주무관에게서 애써 눈을 떼어 낸 채 반대로 달렸다.

김 주무관을 잡아끌고서였는데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힘이 세졌다는 걸 이럴 때마다 체감할 수 있달까?

별로 기분이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위급하단 뜻이니까.

“몇, 몇 놈 따라오는데요?”

“몇인데요?”

“셋? 아니, 넷?”

“이런 망할.”

뛰어오던 놈들이 스물은 되었으니 잘되었다는 소리가 나와야 할 텐데.

“으아아아아아아! 아아악!”

최소 셋이라 해도 자신이 없었다.

총?

총이 있으면 뭐 하나.

승부는 찰나에 갈릴 텐데.

게다가 김 주무관은 일반인이라 저놈들에게 걸렸다가는 순식간에 찢겨 죽을 터였다.

방금 저 비명의 주인공.

이 주무관이 그런 것처럼.

“이런.”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유현은, 일행은 이순규를 보고 있었다.

애초에 오기 전에 무전을 받았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총 챙기죠.”

“네.”

이 주무관을 구할 수 있나?

아니, 그건 절대 무리였다.

벌써 죽었다.

저기서 비명을 지르면서 달리다니.

오랜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저것이야말로 자살 행위란 것이었다.

“무전 할까요?”

“이제는 조용히 하는 것도 의미 없을 거예요. 하죠.”

오예리가 무전기를 가지고 나오는 것을 본 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는 길에 언어가 들리게 되면, 그걸 라드들이 듣게 되면 위험할 거란 생각에 자제하고 있었다.

길거리에서 갑자기 살육이 벌어지게 된 마당에도 참았다.

이순규라면, 어떻게든 해결 가능할 거라 믿었으니까.

하지만 주무관이 저렇게 나설지는 몰랐다.

“형, 저도 갈게요.”

“너도?”

“제 지인들이에요. 벌써 하나 잃었어요. 좋은 사람들인데…….”

“그래.”

유현은 오예리 그리고 우식을 데리고 밖으로 나섰다.

다행히 문 열리는 소리 정도로는 길거리에 있는 놈들의 주의를 끌지 않았다.

해서 셋은 총을 메고 이순규가 오리라 생각되는 곳으로 향했다.

그사이 이순규는 둘러매고 있던 총을 김 주무관에게 건네주고 있었다.

“이걸……. 왜?”

“군대 갔다 오셨죠?”

“그야 그렇죠.”

“그럼 오면 쏴요. 저는 대강 이런 거 휘둘러도, 사람 죽일 수 있으니까.”

“아, 네.”

그런 이순규를 보며 김 주무관은 든든한 걸 느껴야 할지 아니면 아득함을 느껴야 할지 모르겠단 얼굴이 되었다.

“크아아아!”

하지만 감정은 중요치 않았다.

흥분한 라드 넷이 달려들고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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