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화 공습 (2)
쐐애애애액
맑은 하늘.
조금 전까지만 해도 구름 한 점 보이지 않던 하늘에 무언가 날아들기 시작했다.
쐐애애애액
전투기가 편대를 이루어 날아들었다.
굉음이 울렸다.
‘비행장에서 듣던 건 아무것도 아니네…….’
공군 군의관 출신이면서 동시에 비행장 근무를 했었던지라 나름 전투기 소음에는 익숙하다고 여기고 있었는데, 막상 듣고 보니 이게 장난이 아니었다.
워낙 낮게 날고 있어서 그랬다.
쐐애애액
게다가 한두 대가 아니라 더더욱 그랬다.
이 정도면 거의 전 비행기가 다 출동한 것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럴 리가 없는데……?’
공습 대상 중에 세종이 있고 또 서울 강남도 있다고 듣기는 했다.
하지만 한국에 대도시가 어디 거기만 있던가.
당장 이 근처만 해도 대전도 있고 청주도 있고 했다.
거기라고 상황이 크게 다를 것 같진 않았다.
쌩 시골은 상황이 좀 나아 보였지만 그것도 어제까지의 일 아니었나.
게시판에 올라온 사진은 그저 절망 그 자체였다.
쐐애애액
의문을 품건 말건 전투기는 계속해서 날아들었다.
폭격이 주가 될 테니 F-15k만 날아올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것 같았다.
거의 모든 전투기가 동원된 모양이었다.
‘하긴……. 전폭기 기준이 탑재량에 있지……?’
당연한 일이긴 했다.
그냥 달린 폭탄을 죄다 바꾸면 되니까.
양이 좀 적긴 할 텐데, 그게 뭔 상관인가.
한 번에 쓸어버리는 게 더 중요하지.
“엄마…….”
“들어가 있어.”
“너무 시끄러워. 무서운데…….”
“괜찮아. 여긴 괜찮아.”
워낙에 비행기들이 낮게 날고 있다 보니 그야말로 굉음이 울리고 있었다.
하지만 유현은 직감했다.
이건 시작도 아니라는 걸.
“우식아. 귀 막아 줘.”
“응? 아, 네네.”
“곧……. 아, 열린다. 우리도 귀 막죠. 공군 하다 보면 귀 다 나가더라고요. 가뜩이나 살기 힘든 세상인데……. 귀까지 나가면 안 되지.”
“네.”
유현의 말대로 곧 폭탄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공군 비행장에서 3년이나 복무했지만, 군의관이었다 보니 전투기 모양이나 알아보면 다행인 수준이었다.
그렇기에 떨어지는 폭탄을 보고 저게 뭔지 알 수는 없었다.
그저 뭐가 떨어진다, 이 느낌이었다.
“연구소는 괜찮겠죠?”
누가 악을 쓰길래 귀를 막은 채 뒤를 돌아보니 우식이 있었다.
아들 귀 막고 있느라 정작 본인은 휴지나 쑤셔 넣고 있었다.
“여기선 안 보여. 그래도 괜찮을 거라고 믿고 있어야지.”
“네, 그……. 잘못되면 안 되는데요.”
“우선 말은 해 줬잖아. 대응은 하고 있을 거야.”
“대응이 돼요?”
“안 되겠지.”
유현은 언젠가 나갔던 훈련 의무 지원을 떠올렸다.
거기 있을 땐 딱히 관심도 없었는데 이상하게 전역한 지 한참이 지났음에도 기억이 선명했다.
‘요새 폭탄들이 이게……. 보통이 아니거든…….’
아마 오폭이 단 한 발만 떨어져도, 방향에 따라 둘은 살아남기 어려울 터였다.
심지어 둘은 어찌 보면 적진 한가운데 있다고 볼 수 있지 않나.
그것도 아주 무서운 적들에 둘러싸인 상황.
어렵게 살아남는다 해도 아마 죽을 터였다.
“살아남길 바라야지.”
“네…….”
“귀나 막어.”
“네.”
슬슬 공습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슈우우우웅
애초에 낮게 날던 전투기들이라 떨어지나 싶자마자 폭발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쿵쿠아아아앙
드문드문 이어지던 대화는 자연히 턱 하고 막혔다.
다들 귀를 막느라 여념이 없었다.
비행으로 인한 굉음과는 차원이 다른 데시벨의 소음이 귓전을 때려 오고 있었다.
창문도 다 닫아 놨는데도 그랬다.
이러니 밖에 있는 것들은 어떨까.
“크?”
“크아아아아!”
아마 고막이 죄 나가고 말 터였다.
가뜩이나 저것들은 더 예민해져 있는 상황이니까.
‘그럼 도망갈 때 훨씬 유리하려나……. 아닌가?’
이비인후과 친구한테 주워듣기로는 거리가 있는 상황에서 터진 폭발이라면 고막 근처 뼈를 근육이 훅 당겨서 소리를 죽여 준다고 하긴 했다.
적어도 이 거리에 있는 놈들이 청력이 다 나갈 거라는 건 말이 안 되는 기대 같았다.
하지만 저쪽 너머에 있는 것들은 아마 지금쯤 지옥을 경험하고 있을 터였다.
“으……. 으으으으으!”
문제는 감염자, 즉 라드들만 고통받고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연구소에 있던 주무관들도 죽을 맛이었다.
“이거 미리 몰랐으면…….”
“아니, 창도 없는데 뭔 소리가 이렇게…….”
“설마 여기 떨구는 건 아니겠지?”
혹시 모르니 안전한 곳에 있으라는 말을 들었더랬다.
해서 두 주무관은 책상 아래 들어가 있었다.
쿵쿠아아아앙
또 솜으로 귓구멍을 막고 손으로도 누르고 있었다.
그럼에도 소리는 집요하게 고막 속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밖은……. 밖은 어떻게 되고 있을까?’
두 주무관은 눈까지 감은 채 바깥 상황을 떠올리고 있었다.
언젠가 군인들이 왔을 때, 그때도 밖을 봤었는데 그때랑은 아예 느낌이 달랐다.
초거대 개체라고 하던가?
3미터에 가까운 것들.
총을 맞아도 몸통에 맞으면 그냥 돌진해 가던 것들.
그놈들도 폭탄에는 별수 없을 것 같았다.
“크아아아!”
밖은 둘의 예상보다도 더한 아비규환이었다.
폭탄이 주르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단지 폭탄이 터지기만 하는 게 아니었다.
뜨겁게 가열된 공기가 하늘 위로 치솟자, 순간적으로 진공 상태가 된 폭발한 곳으로 공기가 미친 듯이 유입되었다.
불에 산소가 유입된다.
그리고 바람이 위로 분다.
그야말로 화염 폭풍이었다.
“사, 살려 줘!”
“으아아아아!”
덩치가 크건 작건 불이 한번 붙으면 비명만 지를 뿐이었다.
오히려 초거대 개체들은 더더욱 취약해 보였다.
“으, 으으.”
“으…….”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만한 점이 있다면 열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고온이라는 것이었다.
휘말린 개체는 오래 버티지 못하고 죄 죽어 나갔다.
그야말로 마구마구 휘말려 죽어 나갔다.
그러나 살아남은 이들도 있었다.
그것도 멀쩡하게.
두두두두두
수가 그리 많지는 않았다.
득실대던 것들에 비하면 절반이 뭔가.
반의반도 안 되었다.
10%가 될까 말까 한 상황이었다.
두두두두두두
그것들은 무지성으로 달렸다.
여기저기.
괜찮아 보이는 곳이 있다면 어디가 됐건.
슈우우우웅
폭격은 1차로 끝나지 않았다.
편대를 이루고 날아들던 전투기들이 폭탄을 쏟아 냈다.
쿠아아앙
안 그래도 화염 폭풍이 도심 이곳저곳을 휘감고 있는 상황에서 폭탄이 또 터지는 상황.
감염자들의 팔다리가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몸통과 얼굴도.
숯덩이가 되어서.
두두두두
그럼에도 도망가는 놈들이 있었다.
대개는 다리를 건넜다.
유현이 마련한 은신처가 있는 곳으로.
그러잖아도 이쪽에 있던 라드들도 한껏 예민해져 있던 참이다 보니 싸움이 벌어졌다.
“미친…….”
여전히 폭격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유현과 다른 이들 모두 귀를 막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유현의 입에서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누구도 유현을 보고 뭐라 하지는 않았다.
“크아아!”
“으……. 으아아아!”
불이 붙은 채 도망 온 놈들은 그저 사냥감일 뿐이었다.
유대감이라곤 눈 씻고 찾아보려도 없었는지 같이 몰려온 놈들도 쓰러진 놈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끄으으…….”
누군가는 팔을 뜯어 가고.
누군가는 다리를 뜯어 가고.
“이런 미친…….”
유현은 계속해서 욕설을 내뱉었다.
나머지는 그저 끔찍한 광경이라 그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유현은 저놈들이 어떻게 죽어 가건 간에 별 상관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이미 사람이 아니라 여기고 있지 않던가.
물론 순규처럼 나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 희망만으로 인도적으로 다가가기엔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다.
‘늘어났어…….’
어렵게 죽여 놨더니, 이런 식으로 늘어난다고?
유현은 믿기지 않는단 얼굴로 다리 너머를 바라보았다.
사실 장애물이 많아서 뭐가 잘 보이는 거리는 아니었다.
그 거대한 연구소도 안 보이니 원래 같으면 보이는 게 없어야 맞았다.
그러나 지금은 시커먼 연기와 시뻘건 불길이 넘실거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저런 걸 불이라고 해도 될까?
그냥 지옥 아닌가?
‘저기서 도망 나온 놈들이 이렇게 많다고?’
도망 나온 놈들 몰골만 봐도 상황이 어떨지 예상이 갔다.
어떤 놈은 팔이 숯덩이가 된 채로 달려오지 않았나.
그 와중에도 놈은 살아남았다.
덩치가 커서 그런가?
‘뭐……. 그래 봐야 시간 문제지.’
덩치가 크건 작건 화상이 저렇게 났다면, 제대로 된 치료가 필요한 법이었다.
화상으로 인한 탈수뿐 아니라 감염으로도 죽을 수 있을 터였다.
그러니까 지금 당장 죽어 나간 놈들뿐 아니라 더 죽어 나갈 거란 얘기였다.
그럼에도 별로 기대가 되진 않았다.
몰려온 놈들이 너무 많았으니.
‘천운으로 초거대 개체 놈들을 죽였더니……. 시발.’
이렇게 될 줄이야.
차라리 앞에다가 폭격을 해 달라고 할 걸 그랬나.
그랬으면 나았을까?
‘아니, 아냐. 아냐…….’
딱 그 생각을 하는데 저 멀리서 폭음이 들렸다.
폭탄이 더 떨어진 것도 아닌데,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언젠가 비행 군의관 관련 강의에서 들은 것 같았다.
저렇게 폭격이 일어난 곳에서는 연속되는 폭발이 생길 수 있다고.
특히 지형지물이 복잡한 시가지의 폭격은 더더욱 그런 일이 잦아서 사실상 정밀 폭격은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고.
‘이번에 보니까 실감이 나네……. 연구소는 어떻게 될까. 이런 젠장.’
거기서 연구가 진행이 되지 않으면 도망도 못 갈 텐데.
어쩌나 싶었다.
그때 이진호 형사가 다가와 유현의 어깨를 두드렸다.
“교수님.”
“네?”
돌아보니 표정이 무척 어두워 보였다.
일전에 사건이 있고 난 뒤 원체 얼굴이 어두워지긴 했지만.
그래도 어지간하면 티를 내지 않던 사람 아닌가.
형사답다 여기고 있던 참이었다.
“무슨 일이죠?”
“저기…….”
“어…….”
유현의 은신처는 이제 불을 켜지 않았다.
전기를 아끼기 위함이기도 했지만, 괜히 주목받는 일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컴퓨터는 켜 놨더랬다.
그건 어차피 기름 발전기로 돌려서 켜 놓은 거니까.
그게 꺼지진 않았다.
근데 화면이 나가 있었다.
“이게……. 이게 왜……?”
“모르겠습니다. 통신이 나간 거 같기도 하고요.”
“통신……? 아, 폭격……?”
“네. 이게 유선 랜선이나 이런 게 나간 거 아닐까요?”
“그럼 전기도?”
“제가 아까 해 봤어요. 안 들어옵니다.”
그나마 전기와 통신이 되는 게 위안이 되고 있었는데.
아니, 위안이 아니라 실제 생존에 도움이 되고 있었는데.
이걸 어쩐단 말인가.
“저 새끼……. 쟤는 알게 되면 뭔 일 저지를지 몰라요. 돌아가면서 봅시다.”
이걸 알게 되어서 문제 일으킬 만한 이가 있나?
생각해 보니 하나 있었다.
김현철 소위와 함께 온 병사.
일부러 통성명도 하지 않았다.
괜히 정들면 냉정하게 쳐 내야 할 때 아무것도 못 할까 봐.
“아, 네.”
“오예리 형사까지 해서 셋이 살피죠. 김현철이 같이 움직이면 안 되니 떼어 놓읍시다.”
“네.”
유현은 그렇게 지시를 내린 후, 다시 밖을 살펴보았다.
병사도 병사지만, 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나.
폰을 꺼내 보니 이것도 먹통이었다.
‘이거 이렇게 되면…….’
통신이 아예 끊겼다.
‘일단 연구소랑도……. 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