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포스트 팬데믹-70화 (70/323)

70화 은폐 (2)

“반갑습니다, 정유현입니다. 제가 찾아갔어야 했는데……. 이렇게 오시라고 해서 죄송합니다.”

“아, 아닙니다.”

유튜브 채널명은 렉카 프렌즈.

이름은 프렌즈인데 한 명이 운영하는 것도 이상하고, 이름에 대놓고 렉카라고 박은 것도 이상하고 하여간 여러 이유로 잘 못 크고 있던 참이었다.

‘이거 대박 건이긴 한데…….’

그래서 유현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기도 했다.

사실 주변에 이슈 다루는 유튜버들에게 의견을 물었을 땐 다들 부정적이었다.

이슈 유튜버가 이슈를 다루는 걸 저어한다는 게 이상하게 느껴지기야 하겠지만.

ARS-24에 대해서는 예외였다.

이건 좀 위험했다.

관련 법안이 빽빽하게 입법되어 있어서 그랬다.

정신 차려 보니 구치소 안이었더라 하는 전설적인 증언들이 적은 것도 아니고, 많았다.

특히 이번 건에 대해서는 질병관리부에서 일반 방송국은 물론이거니와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에 따로 공문까지 내렸다.

-ARS-24 변종 관련한 헛소문 유포는 관련 법안에 따라 부에서 공식 고소할 것임을 알려 드립니다.

나라가 국민을 고소한다니?

말이 되나 싶을 수도 있겠지만, 팬데믹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는 불가능했던 것들을 가능케 하고 있었다.

국민들의 반발도 딱히 없었다.

방역은 모든 것에 우선되어야 한다는 말에 대의가 있어서 그랬다.

“긴장하셨나 봅니다.”

“아, 네.”

유현은 땀에 젖은 유튜버를 보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라고 해서 긴장이 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그랬다면 바로 튈 수 있게 준비를 해 놓지도 않지 않았겠나.

오예리와 이진호가 밖에서 대기 중이었다.

골목 어귀에는 모두 카메라를 설치해 두었고.

여차하면 나가서 오토바이 두 대에 나눠 타서 튈 작정이었다.

“너무 걱정 마세요. 잡히는 일은 없을 테니.”

“네, 그. 아…….”

위로랍시고 건넨 말이었는데 오히려 역효과를 낸 모양이었다.

젖어 있던 손에서 이제는 숫제 땀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하여간 빨리하도록 하죠.”

“아, 네.”

“영상 예약은 되어 있는 거죠?”

“아, 네네. 라이브 종료되더라도…… 2시간 뒤에 제 채널에 올라가게끔 되어 있습니다.”

“좋습니다.”

그러나 방송 취소할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다.

만년 구독자 5천 명이었어서 그랬다.

이 줄이 비록 썩은 동아줄일 가능성이 더 크기는 하겠지만.

최근 들어서는 아예 가능성이라는 것 자체를 보지 못했더랬다.

“그럼 시작하시죠.”

해서 방송을 켰다.

혹시 미리 잡혀 갈까 봐 공지도 못 했기 때문에, 들어오는 시청자 수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적었다.

기껏해야 20명.

유튜버는 자신도 모르게 유현의 눈치를 살폈다.

그에 비해 유현은 별생각이 없었다.

‘일단 뭐라도 하게 된 것이 어디냐…….’

사실 자료를 보낼 땐 내심 기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친하게 지내던 기자들도 있었고, 자료 자체가 워낙에 매력적이었을 테니까.

하지만 놀랍게도, 정말 놀랍게도 누구 하나 나선 이가 없었다.

재차 문의를 했더니 돌아오는 것은 답 대신 차단이었다.

생각보다도 더 대한민국의 공권력은 강해져 있었다.

언론이 공포에 젖을 정도로.

“시작할까요.”

“네.”

“안녕하십니까, 감염내과 교수 정유현입니다. 오늘은 여러분들께 ARS-24의 새로운 변종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나왔습니다.”

렉카 프렌즈 채널은 구독자 수가 적은 것도 문제지만 그 구독자 수로 유지된 시간이 너무 길다는 것도 문제였다.

충성도 자체가 희미해져 있었다.

해서 처음엔 채팅도 거의 없었다.

“우선 자료 화면을 보시죠.”

유현은 빈 채팅창을 보면서, 화면을 띄웠다.

화면은 다름 아닌 흉포해진 감염자가 날뛰는 장면이었다.

유현은 실험체들이 탈취될 당시 바로 그 현장에 있었기 때문에 흐릿하게나마 영상을 찍을 수 있었다.

화질도 개판이고 흔들린 영상이었지만, 확실히 둘이 입으로만 떠들 때보다는 반응이 있었다.

무엇보다 한번 들어온 사람들이 더 나가지 않기 시작했다.

시청자 수가 점차 늘고 있다는 뜻이었다.

20에서 30으로.

30에서 40으로.

“지금 다른 사람을 물고 있는 사람이 바로 새로운 변종에 감염된 환자입니다. 이번 변종은 다른 변종과 달리 공기 감염 또는 비말로 인한 감염이 아니라……. 물리적인 타액 전파로 인해 감염이 됩니다. 이론적으로는 성행위 또는 상처에 타액이 닿는 것으로도 감염이 가능합니다만, 보통은 방금 보신 바와 같이 물리는 행위로 감염이 됩니다.”

물려서 감염이 된다.

이 말이 있고 나서부터는 반응이 조금 바뀌었다.

진위 여부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 자체가 흥미 요소가 되었기 때문에 여전히 이탈자는 없었다.

‘시청자 수 100 돌파……. 얼마 만이냐…….’

이미 다 죽은 채널이 된 지 오래였던 것이 바로 렉카 프렌즈 아니었나.

유튜버의 얼굴에 저도 모르게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잡혀갈 수도 있다는 공포까지 잠시 잊게 되었을 지경이었다.

“정부에서는 이 변종에 대한 정보를 의도적으로 은폐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저 날 감염된 환자의 행방이 묘연합니다. 테러 사상자로 분류된 이들 중 일부 유족들이 청와대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는 것을,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물론 돌파 감염의 위험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강제 해산이 되기는 했지만, 그 유족들의 주장은 대개 이렇습니다. 대체 왜 사상자의 시신조차 찾을 수 없다는 거냐.”

그에 반해 유현은 하고자 했던 말을 차분히 이어 나가고 있었다.

탈취 사건이 있기 전에 알아냈던 것, 그리고 그 이후로 알아낸 것을 종합해서.

설득력 있게 풀어 나갔다.

“이상한 일이죠? 총에 맞거나 중화기에 당한 사상자들은 이미 신원이 다 확인되었고, 가족들의 면회 또는 부검 참관이 허용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영상에 보이는 환자에게 물린 이들의 경우에는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실종’ 처리가 되어 있습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실종이라.

이상한 일이지 않나.

-저런 변종이면 알려야 되는 거 아님?

-그걸 방구석 백수가 판단할 일임? 질병관리부에서 판단할 일이지.

채팅창은 더없이 활발해져 가고 있었다.

설득이 된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뉘긴 했지만 하여간 이것만으로도 들어오는 사람을 묶어 둘 수 있는 힘이 생겨 버렸다.

‘와……. 300명 돌파.’

한번 들어온 사람들은 나가지 못하고 잔류했다.

그렇게 실시간 시청자 수가 총구독자 수 대비 일정 비율을 넘어가 버리자, 유튜브 알고리즘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흥미롭거나 혹은 매우 도움이 되는 컨텐츠라고 판단, 비구독자들에게도 뿌리기 시작했다는 얘기였다.

‘천 명, 시발!’

유튜버는 본인이 아까부터 입을 꾹 다물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저 실시간 시청자 수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야말로 팍팍 늘고 있었다.

제목부터가 자극적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한국대학교 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말하는, 정부에서 은폐하고 있는 ARS-24 변종이라니.

‘서둘러야겠군.’

반면 유현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시청자 수를 보며 초조해졌다.

듣기로 이렇게 되면 정부의 감시 체계에 걸릴 공산이 커진다고 해서 그랬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식의 말이었다.

실제로 팬데믹이 제일 심각했던 당시, 가짜 뉴스 유포 방지를 목적으로 우식이 관련 팀을 이끌었던 바 있었다.

‘평균 5분. 길어야 10분이랬지?’

대한민국은 뭘 해도 좀 빠르지 않나.

다른 나라 같았으면 한 식경 걸릴 일도 여기선 눈 깜짝할 사이에 해결되고 그러는 법이었다.

“지금 보고 계신 분들께 요청드립니다. 혹 주변에 누군가에게 물리거나 상해를 입은 후 정서적으로 불안 증세를 보이거나 비정상적인 식욕 증가 등의 증상을 앓고 계신 분이 계신다면 우선 질병관리부 그리고 이 영상 고정 댓글에 달린 링크로 들어가셔서 제보 부탁드립니다. 엄중한 상황입니다. 어쩌면 지금까지 우리가 겪어 온 팬데믹은 아무것도 아니게 될지도 모릅니다. 부디……. 감염내과 교수로서 또 여태까지 대한민국의 ARS-24 방역 및 진료에 힘써 온 사람 중 하나로서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일부러 정부 얘기는 하지 않았다.

괜히 그랬다가 지금 옆에서 흥분을 감추고 있는 이가 죽게 될 수도 있을 테니까.

게다가 이렇게만 말한다면 정부에서도 단지 이것만을 빌미로 유현을 공식 수배할 수는 없을 터였다.

‘나라고 해서 죽고 싶은 건 아니니까.’

막기는 해야 했다.

사상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 사태가 벌어졌을 때 이미 불귀의 객이 되어 있기도 싫었다.

띠이이이

그때 방송이 툭 하고 끊겼다.

“아.”

“아마 방역 당국에서 그랬을 겁니다.”

“그럼 저는…….”

“말한 것은 저니까, 저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세요. 그럼 괜찮을 겁니다. 솔직히 별로 아시는 것도 없잖아요.”

“올라갈 영상은요?”

“그것도 저만 나오잖아요. 해킹당했다고 하면 되죠.”

“아.”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유튜버의 얼굴.

생각 같아서는 좀 더 위로를 해 주고 싶기는 했다.

하지만 시간이 없었다.

“곧 경찰이나 또는…… 더 위험한 사람들이 올 수도 있어요. 목표는 저겠지만, 일단 자리를 피하죠.”

“아, 네. 그럼 저는.”

“이대로 헤어지는 게 서로에게 좋을 겁니다.”

“네네. 그럼……. 조심하십쇼.”

유튜버는 최종적으로 찍혔던 시청자 수, 5천 명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실시간으로 늘어나고 있는 구독자 수도.

또 최근 영상에 달리는 댓글들도.

댓글로 채팅을 이어 나가고 있었다.

‘대박.’

마음 같아서는 더 좋아하고 싶었지만.

유현은 벌써 뒷문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유튜버 또한 그래야만 했다.

안 그럼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물론 대한민국에서 설마 별일이 있겠나 싶기도 했지만, 마냥 안일하게 있기엔 유현이 너무 서두르고 있었다.

그가 보내온 영상이 다 사실이라면 진짜 별일이 있을 거기도 했고.

부우웅

부우웅

곧 성수동 골목 근처에서 두 오토바이가 정반대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뒤늦게 도착한 김태평은 그저 텅 빈 스튜디오만을 마주할 수 있을 뿐이었다.

아니, 스튜디오 내에 남겨진 USB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건……. 이따가 보도록 할까.’

김태평은 그걸 챙겨 넣으면서 말했다.

“채널 아예 날려.”

“네!”

-이게 뭐예요?

-그냥 폭력 사태 아님?

-이거 얼마 전에 그 테러 일어난 곳 같은데?

-뭐야, 좀비야?

-새 컨텐츠인가? 신박하긴 한데.

-근데 나 저 사람 얼굴 앎. 진짜 대학 병원 교수일걸?

-교수가 하꼬 채널에, 그것도 렉카에 왜 나옴? 대가리에 총 맞음?

-어……. 듣다 보니까 이상한데?

-아니, 근데 문 게 맞기는 해?

-아까 영상은 그렇던데.

-조작일 수도 있지. 그리고 ARS-24 변종이면 알아서 방역하겠지……. 명색이 교수라면서 방역을 방해하려고 하네.

-뭐야, 잘린 거임?

-아……. 나 이거 궁금한데.

-헛소문이지.

-진짜면 어떡함?

-우리가 중국이냐? 언론 통제를 그렇게 하게?

-근데 저 사람 감염내과 교수 맞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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