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포스트 팬데믹-69화 (69/323)

69화 은폐 (1)

-속보입니다! 경복궁 인근에서 총격전이 벌어졌다는 소식입니다! 현장에 나가 있는 김범준 기자 연결하겠습니다!

유현이 보낸 자료도 충격적이긴 했다.

아마 평소였다면, 청와대의 보도 지침에 영향받지 않을 비레거시 언론들은 모조리 달려들 수도 있는 일이었다.

물론 일반적인 보도 지침이 아니라 방역 지침에 위배된다는 얘기까지 나왔으니 위축이 되기야 하겠지만.

그럼에도 몇몇 용기 있는 이들은 달려들었을 터였다.

하지만 원래 이슈는 이슈로 덮어지는 법 아닌가.

경복궁 인근에서의 총격전이라니.

이건 언론사를 표방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절대 놓칠 수 없는 아니, 놓쳐서는 안 되는 특종이었다.

“네, 현장에 나와 있는 김범준입니다.”

때문에 김범준 기자가 나가 있는 현장에는 이미 다른 기자들과 유튜버, BJ 등등 하여간 이슈 몰이를 해야만 하는 이들이 잔뜩 몰려 있었다.

“여전히 현장에는 피와 탄피 그리고 총 자국이 가득합니다. 이렇게만 봐서는 이곳이 정말 대한민국 서울이 맞는지, 의심까지 들 지경입니다!”

김범준 기자는 흥분한 얼굴로 외쳤다.

딱히 억지로 텐션을 끌어올릴 필요는 없었다.

종군 기자라도 된 듯한 기분에 휩싸여 있었으니까.

서울에 이런 일이 발생할 줄이야.

팬데믹 사태도 상상하지 못했지만, 이건 그 수준을 뛰어넘은 일이었다.

“경찰은 경찰 특공대까지 동원하여 해당 테러를 저지른 용의자를 뒤쫓고 있다고 밝혔으며 자세한 사상자는 아직 집계 중이라고 합니다!”

죽거나 다친 이가 어림잡아 수십은 넘는다고 했더랬다.

어떤 사고가 아니라 범죄로 인한 사상자였다.

심지어 총기류가 이용된 범죄.

당연하게도 온 국민의 관심은 이리로 쏠렸다.

청와대에서도 언론이 그렇게 흘러가도록 조장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파악한 단서에 의하면……. 일단 무슬림 관련한 단체로 생각됩니다.”

경찰이 연일 정도가 아니라 매시간 발표를 갱신하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테러 단체 중에서 가장 독하기로 소문난 무슬림이 거론되었으니 더더욱 그랬다.

“대체 왜 무슬림 단체가 대한민국에서 테러를 저지른 겁니까?”

“자세한 범행 동기는 알 수 없습니다만, RPG까지 동원한 테러였습니다. 경찰은 이 사안을 엄중하게 여기고 최선을 다해 쫓고 있습니다. 곧 성과를 내보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이렇게까지 기자 회견 요청에 호의적으로 응한 적이 있었나 싶을 지경이었다.

그렇다 보니 정보가 분 단위로 갱신되었고, 시민들의 관심 또한 완전히 그쪽으로 매몰되어 가고 있었다.

물론 청와대는 별 관심이 없었다.

누가 이런 짓을 왜 벌였는지도 물론 중요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들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이 일에 자신들이 연루되었다는 것을 덮는 것이었다.

“일단……. 언론 통제는 어느 정도 되는 거 같고……. 정유현 교수가 보냈다는 자료는 어디까지 회수했지?”

“주요 언론사 측은 모두 제출했습니다. 다만…….”

“다만?”

“유튜브나 BJ와 같은 개인 방송인들은 누구에게 보냈는지 아직 파악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멍청한! 해킹하라고! 영장 필요하면 영장 발급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고!”

“네! 각하. 그렇게…… 하겠습니다.”

일단 최우선시되는 과제는 정유현이었다.

유현이 보낸 자료가 무엇인지 알게 된 다음에는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김조은 박사의 합류, 박원상 교수의 합류 그리고 바이러스의 설계에 대한 대략적인 예상부터 병원 침입 시도 및 박기태 환자에 대한 이야기까지.

음모의 전부까지는 아니겠지만 윤곽이 드러날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물론 이게 공개된다고 해도, 대통령은 빠져나갈 자신이 있었다.

꼬리 자르면 되니까.

관련자 중에 말 안 듣거나 책임 뒤집어씌우고 싶은 놈이 있으면 자살로 위장하면 되니까.

‘하지만……. 애초에 그런 일이 안 벌어지는 게 최선이지.’

다만 그렇게 되면 법적으로의 연루는 피할 수 있겠지만, 의심은 피할 길이 없었다.

정치인에게 이러한 꼬리표는 치명적이었다.

퇴임 후에도 단지 전직 대통령으로, 그러니까 지금까지 대한민국 대통령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뒷방 노인네로 지낼 생각일랑 없는 그에겐 반드시 덮어야 할 일이었다.

“하여간……. 그렇게 하도록 하고.”

“네.”

실직한 박 국장과 황 팀장을 대신해 투입된 김태평은 어깨를 늘어뜨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일만 해도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기밀이라는 미명하에 주어진 인력이 제한되는 상황이다 보니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는 일이지.’

동시에 너무 중차대한 일이기도 했다.

‘근데 이게……. 나라를 위한 일인가?’

또 고민되는 일이기도 했다.

여태까지 그가 해외에서 벌여 온 공작은 확실한 목표가 있었다.

대한민국의 주적인 북한의 자금줄을 끊고, 대한민국 안으로 스며든 첩자를 추적하고.

그 과정은 당연히 녹록지 않았다.

사람이 죽어 나갔고, 폐인이 되는 이들도 있었다.

누군가의 사업을 의도적으로 망가뜨려야만 했던 적도 있었다.

딱히 그가 사업하던 대상이 북한인 줄도 모르던 이였다.

‘그건 불가피한 일들이었어. 하지만, 이건…….’

이번 일도 희생이 많았다.

문제가 있다면 민간인들의 희생이 너무 많았다는 점이었다.

시키면 무조건 시키는 대로만 하는 김선태가 저질러 놓은 일을 보니 더더욱 그랬다.

수락 마을에 살던 이들은 아무 죄 없는 노인들이었다.

이번 현장에서 죽거나 다친 민간인들 또한 평범한 직장인들이었고.

“실험체는 어떻게 됐지?”

대통령은 그런 김태평의 고민은 아는지 모르는지, 무감한 얼굴이었다.

성공을 위해서라면 다른 이들은 얼마든지 희생시킬 수 있는 얼굴이기도 했다.

그에게는 대의가 있으니 당연하다고 여겼다.

대한민국에 핵을 뛰어넘는 비대칭 전력을 선사하는 일.

그것이야말로 역사가 그에게 쥐여 준 사명 아니겠나.

그걸 방해하는 놈들은 죄 나쁜 놈들이니 죽어도 되었다.

“아직 추적 중입니다. 현장에서 사살된 실험체와 나중에 포획한 실험체를 합산하니, 총 3개체가 모자랍니다.”

“어디로 갔는지는 오리무중이고?”

“네.”

이럴 줄 알았으면 위치 추적 장치라도 박아 두는 건데.

김태평은 작전 실행 직전에 투입되는 바람에 제대로 검토도 못 하고 그저 현장에 갔던 것을 자책했다.

물론 지금 다시 돌아간다 해도, 상황이 크게 다르진 않을 것 같았다.

작전의 전반적인 상황을 파악하기에도 바빴으니까.

게다가 그때 나타났던 놈들, 그러니까 적들은 만만한 놈들이 아니었다.

‘중화기로 무장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적어도 몇 주는 준비한 거야.’

대한민국에 총기가 없다는 얘기는 아니었다.

다만 드물었다.

그만큼 구하기도 어려웠다.

밀수를 통해 들여오기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삼면이 바다라지만 조그마한 배로 왔다 갔다 하기에는 거친 바다였다.

인구가 많아서 오가는 배도 많았고.

그걸 다 피해서 들여오려면 치밀한 계획이 필요했을 터였다.

“반드시 찾아.”

“네.”

대통령은 그따위 것은 고려치 않았다.

명령을 내리는 사람은 그래도 되긴 했다.

자세한 거야 밑에 사람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 않나.

대통령이 보여야 할 것은 굳은 의지뿐이었다.

적어도 현직 대통령은 그렇게 믿었다.

“범인은 어떻게 됐지?”

이번에 나선 이는 김선태였다.

특임대로서, 공식적으로도 대통령 경호 업무를 맡고 있는 그가 아무래도 김태평보다는 더 자유롭게 다른 이들과 공조에 나설 수 있어서였다.

현재는 공항 및 항만 통제에 경찰의 협조를 받고 있는 참이었다.

“출국 절차 강화했고, 사건 발생 직후 서울에서 밖으로 나가는 모든 도로 검문검색 중입니다. 여기……. 김태평 팀장이 준 자료를 토대로 중앙아시아인 위주로 탐문에 나서고 있기는 하지만 일단 가능성은 열어 둔 상태입니다.”

“경찰은 테러범으로만 알고 있는 거지?”

“네.”

“범인 신병은 반드시 이쪽에서 인도받아야 해. 여의치 않으면 죽여.”

“네. 명심하고 있습니다.”

모든 말을 마치고, 대통령은 짙은 한숨을 쉬었다.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장밋빛 미래를 꿈꾸고 있었더랬다.

앉은 자리에서 국제 정세를 휘저을 수 있는 무기를 안전한 곳에 가져다 놓을 수 있을 거란 생각 덕분이었다.

비록 아직까지는 바이러스가 정제화되지도 않았지만, 그거야 이과생들을 굴리다 보면 어떻게든 될 일 아니겠나.

“연구는 어떻게 되고 있지.”

이과생을 떠올리자, 김조은을 비롯한 이들의 얼굴이 생각났다.

또 그가 원래 꿈꿨던 비대칭 전력, 그러니까 바이러스 또한 떠올랐다.

“아.”

그의 질문에 의무사령관이 나섰다.

살짝 당혹스럽다는 얼굴을 하고서였다.

솔직히 일이 이렇게 되고 나서는 그저 은폐에만 나설 것이라 믿고 있던 탓이었다.

뭔가 더 하기에는 좀 위험한 상황이지 않나.

하지만 대통령은 그렇게 생각지 않았다.

오히려 뭔가 발각이 된 다음에 할 말이 있으려면 결과가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아가 아니라. 어떻게 되고 있어.”

“우선……. 김태평 팀장이 회수한 실험체는…… 남산 연구소에 옮겨 두었습니다.”

“연구는 되고 있어?”

“아……. 아닙니다. 지금은 일단 지켜보고 있습니다.”

때문에 대통령은 안일한 얼굴의 의무사령관에게 화가 났다.

아니, 화가 났다기보다는 한심스럽단 생각이 들었다.

이럴 거면 애초에 왜 나섰단 말인가.

이게 얼마나 큰 건인지 몰랐나?

“핵심 인력들은 어떻게 됐어.”

“핵심 인력이라고 하시면…….”

“김조은 박사와 박원상 교수.”

“아……. 우선은 자택에서 대기 중입니다.”

“그게 말이 되나? 특히 박원상 교수, 그 사람은 나중에 합류한 사람이잖아? 그 인간이 밖에서 입 함부로 놀릴지 누가 알아?”

“그…….”

의무사령관은 입을 다물었다.

진짜로 할 말이 없어서 그랬다.

듣고 보니 그렇지 않나.

물론 자택으로 보낼 때는 다 계획이 있었다.

일단 박원상 교수도 깊이 연루가 된 만큼 말을 꺼내진 못할 거라 판단했고, 이송 중에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는 정말이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지금 여기서 그런 말을 꺼내면 어찌 될까.

테러에 덮여 버린 박태식 의원의 죽음과 덮지 않아도 될 만큼 무의미한 죽음이 되어 버린 김효상이 떠올랐다.

“불러들여. 일단 남산으로 실험체가 간 거 아냐?”

“네, 그렇습니다.”

“그럼 보내.”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대답만 하고 있을 거야?”

“네? 무슨…… 말씀이신지.”

대통령은 멀뚱히 서 있는 의무사령관을 향해 들고 있던 펜을 집어 던졌다!

“지금 당장 불러들이라고! 서서 뭐 해!”

“아,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의무사령관은 펜에 맞은 눈두덩이를 문지를 생각조차 못 한 채 밖으로 향했다.

그렇게 청와대가 분주하게 돌아갈 때쯤, 유현은 성수동 인근에 위치한 지하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안에는 구독자 5천 명가량의 유튜버 하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어쩌죠? MCN에서 절대 안 된다고…….

-회의 결과 저희는…….

-제가 아무리 가면을 쓰고 있어도 이건 좀…….

대형 채널은 다들 난색을 표한 까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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