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는 데뷔 2년차 (3) >
“후아……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래?”
장요한이 어안이 벙벙한 채 물었다.
무슨 일이긴.
방금 잡혔으면 최소한 머리카락 수십 개는 뜯겼을 상황인거지.
“어디 다친 데는 없고?”
“네. 딱히 없는 거 같아요.”
차조영 실장의 물음에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와, 우리 인기 장난 아니네요? 진짜 이럴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중국 에이전시 관계자한테 듣기는 했는데, 꽃미남 학교 인기가 현지에서는 장난이 아닌가봐.”
“우와, 강민이형 대박! 완전히 한류 스타네, 한류 스타.”
장요한이 존경과 흠모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덩달아 그 옆에 앉아 있는 노아도 같은 표정을 짓고 있고.
둘의 표정이 마치 공항에서 우리를 바라보던 그런 팬들 모습과 비슷했다. 사인이라도 해줘야할 것 같다.
나와 멤버들을 태운 리무진은 도로를 달려, 이내 센트럴 호텔 입구에 멈춰 섰다. 베이징에서도 손꼽힌다는 센트럴 호텔의 호화스러움은 말 그대로 헉 소리가 났다. 호텔 정문 앞에 한 무리들이 대기하고 있다가 우리가 차에서 내리기가 무섭게 달려든다.
검은색 유니폼을 잘 차려입은 중년신사와 호텔 측 직원으로 보이는 몇몇 사람들과 열 댓 명은 되어 보이는 경호원들.
그리고 NV에이전시 쪽 사람들이었다.
“센트럴 호텔 부지배인입니다. 모시게 돼서 영광입니다.”
부지배인의 극진한 환대와 NV에이전시 측 사람들의 인사를 받으며, 우리는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 계시는 동안 편히 쉬시다 가십시오. 불편한 점은 즉시 말해주시면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부지배인이 직접 우리를 안내해준 곳은 20층에 위치한 전망 좋은 스위트룸이었다. 딱 보기에도 어마어마하게 호화스럽고, 고급스럽다.
어째 모양새가 장요한의 말처럼 되가는 분위기다.
“우리 숙소가 여기에요? 한류 스타들이 중국에 가면 거의 국빈 대접을 받는다고 하던데, 우리도 벌써 그만한 급이 된 거에요?”
에이전시 측 직원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여러분 정도면 이정도 대우는 받을 만합니다. 우선은 여기서 하루 푹 쉬십시오. 스케줄은 내일부터 일정대로 진행할 테니.”
스위트룸을 둘러보니 방이 무려 5개나 되고, 화장실이 3개나 딸려 있다.
세계에서도 손꼽힌다는 두바이의 버즈 알 드림 호텔보다 호화스러움은 떨어졌지만 어째 크기는 더 큰 것 같다. 과연 대륙의 스케일이라 불릴 만했다.
장요한이 방을 고른다면서 이리저리 둘러보는 동안 차조영 실장과 에이전시 관계자들이 미팅 룸에서 진행해야 될 프로모션과 일정에 대해서 논의를 나눴다.
선전, 베이징, 상하이에서 NV에이전시와 함께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팬 미팅, 사인회를, 그리고 둘째 날에는 난징, 광정우 두 곳에서 왕홍 에이전시와 나머지 스케줄을 진행하기로 했다.
극진한 식사대접을 받고야 우리는 각자 방에서 베이징에서의 첫날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베이징에서의 두 번째 날이 밝았다.
[한국에서 온 5인조 보이그룹 플레어의 입국소식에 중국공항 팬들 때문에 몸살 앓아.]
[플레어, 중국에서 극진한 국빈 대우. 최고급 스위트룸에서 숙박!]
중국에 지부를 두고 있는 한국 언론사들이 앞 다퉈, 플레어에 대한 기사를 써 내렸다. 덕분에 한국포털 사이트에서는 플레어란 단어가 실검에서 내려가지 않고 계속 머물러 있다. 그리고 기사를 클릭하자 중국 공항 입국당시의 사진이 사진 몇 장 첨부되어 있다.
중국 베이징 공항에 엄청나게 많이 몰린 인파들과 뜨거운 취재 열기등.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한 천 여명쯤은 되는 것 같다. 바글바글하다.
서툰 글씨지만 최강민과 플레어 멤버들로 도배된 정성어린 피켓들과 플랜 카드들도 보인다. 저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보기 위해서 몰려온 중국 팬들이라니 실감이 잘 나질 않는다.
달리는 차안. 장요한이 태블릿을 손에서 놓지 않고 들여다보며, 실시간으로 기사 내용들을 생중계 해 주고 있다.
한국에서도 덩달아 난리가 났다고 홍보팀 장선영 팀장에게서 전화가 왔었다. 몇 번이나 확인을 했는지 모른다. 정말로 중국에서 그러한 대접을 받고 있냐면서.
물 들어올 때 노 젓겠다고, 이참에 홍보기사 팍팍 뿌릴 테니까 소스가 될 만한 것이 있으면 계속해서 던져 달라 신신당부를 했다.
“인기가 실감이 나시나요?”
프로모션 현장, 진행자가 마이크에 입을 대며 질문했다.
노아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뇨. 아직은 얼떨떨해요. 진짜로 중국 팬들이 이렇게까지 저희를 좋아해 주시는 게 맞나 싶기도 하고요. 아직은 다 꿈만 같아요.”
평소에는 멤버들 중 말이 가장 없는 노아였지만, 인터뷰에 대답은 나를 제외한 대부분 노아에게 돌아갔다.
왜냐하면, 다른 멤버들은 모두 꿀 먹은 벙어리마냥 듯 입을 꽉 다물고 있어서.
원래는 호텔 미팅 룸에서 진행하려고 했는데, 갑작스럽게 판이 커져 체육관을 급하게 빌리게 됐다.
원래 계획하고 진행하려던 인원이 백 명이었는데, 빗발치는 문의와 항의 전화 때문에 장소를 변경하게 됐다고 에이전시 직원이 전했다. 그 덕분에 눈앞에는 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객석에 빈틈없이 팬들이 꽉꽉 들어차 있다.
아직도 이 같은 상황이 믿겨지지 않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장요한이 팬들에게 손을 흔들며, 입술을 달싹였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라니.”
옆에 앉아 있던 박진우가 시선은 정면을 고정한 채 입만 달싹였다.
“가만히 있어. 아직 인터뷰 중이잖아.”
“실감이 안 나니까 그렇지. 야, 그런데 너무 웃고 있었더니 입 꼬리에서 경련 날 것 같은데?”
“그냥 웃어. 멍청아. 나도 아까부터 그러니까.”
그러면서 둘이 열심히 흐흐흐,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어주고 있다.
“최강민씨 중국 팬들에게 한 마디 해주시죠.”
나에게로 인터뷰 차례가 돌아오자 엄청난 함성소리가 터져 나왔다.
내가 웃으며 마이크에 입을 댔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늘 중국 진출을 염원했는데, 이렇게 첫 시작을 여러분들과 함께 해서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플레어는 앞으로도 열심히 활동을 하며,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그룹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내 입에서 유창한 중국어가 흘러나오자 거의 객석에서는 열광의 도가니였다.
군대에 간 걸 그룹도 이 정도로 환대 받진 못하겠다.
내 멘트가 끝이 나자 체육관에는 내 이름과 플레어란 이름으로 가득 찼다.
그 소리를 듣고 있자니 피부가 따끔따끔하다. 주위 온도가 뜨겁게 달아오르는 느낌이다. 괜스레 흥분과 열기, 그리고 묘한 흥분이 가슴 속에서 일렁인다.
멤버들도 저마다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고 있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플레어의 2집 타이틀곡인 별똥별을 청해 듣도록 하겠습니다!”
진행자의 멘트의 체육관이 들썩였다.
*
새벽부터 부지런히 움직인 탓에 베이징, 선전, 상하이의 프로모션을 모두 끝마치고, 호텔로 돌아올 때쯤에는 우리 모두 떡 실신이 되어 있었다. 호텔 문을 열기가 무섭게 애들이 저마다 소파, 러그위로 꼬꾸라진다.
“으아, 손가락하나 까딱하기 힘들다.”
“나도……. 그래도 좋다!!!”
차조영 실장이 웃으면서 멤버들을 독려했다.
“오늘 진짜 다들 수고 많이 했어. 아참, 그리고 왕홍 에이전시 측에서 급하게 연락 와서 너희들에게 부탁할게 있다고 하던데.”
“부탁이요?”
“오늘 프로모션 성공적으로 끝나는 걸 보고, 왕홍 측에서 라이브 채널 하나를 열어줄 테니 내일 괜찮으면 라이브 방송 좀 해줄 수 있냐고 물어 보던데?”
“라이브 방송이요? 중국어로요?”
“아니, 한국어로 해줘도 상관없대. 그리고 자막 넣을 거라. 녹화 분 넘겨주면 바로 자막만 달아서 내보낼 거라는데? 많이는 아니고 토탈 한 10분에서 15분 사이정도? 그거 해주면 추가로 10만 위안 지급해 주겠대.”
“10만 위안이면 금액이…….”
장요한이 머릿속으로 계산하고 있는데 박진우가 대답했다.
“1700만 원쯤 되네.”
장요한이 그 말을 덥석 물었다.
“해야죠. 암요. 그런 거라면 또 제 특기죠. 그거 잠깐 해주는데 1700만원이라니. 역시 대륙스케일…….”
다음 날, 장요한이 호텔 밖으로 나가면서 지급된 개인 카메라를 봉에 달고, 카메라 앵글에 자신의 얼굴을 비친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날이 밝았습니다. 여기는 다들 아시다시피 중국이고요. 여기는 베이징입니다. 지금 난징으로 이동 중이고요. 날씨가 화창한 게 아주 좋…….”
휘이이잉. 갑자기 장요한의 말이 끊겼다.
대륙을 잔뜩 머금은 바람이 몰아 닥쳤다. 잡고 있는 봉까지 흔들거릴 정도로 엄청나다. 장요한이 카메라를 보며, 멘트를 이어갔다.
“……진 않네요. 으아, 저 방금 바람 싸다귀를 맞았어요! 날씨는 좋은데, 바람이 엄청나게 불어요. 한국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휘이잉! 바람소리) 지, 지금 바람 소리 들으셨죠? 이러다가 날아가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있는 호들갑 없는 호들갑을 다 떤다.
그럴 수밖에. 베이징은 일 년 내내 바람이 부는 곳이다.
평지에 인공적으로 만든 도시라 주변에 산이 없으니, 대륙에서 부터 불어오는 바람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더군다나 황사도 심해서 간혹, 사막 한 가운데 서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그래서 북경에서는 이런 말이 있다
베이징에는 일 년에 딱 두 번 바람이 분다. 한 번은 봄에 불기 시작해 가을까지 불고, 또 한 번은 가을부터 불기 시작해 봄까지 분다.
한 마디로 일 년 내내 바람이 분다는 말이지.
그래도 그 거친 바람 속에서도 장요한은 꿋꿋하게 멤버들을 일일이 소개시켜주고, 손까지 흔들어준 다음에야 방송을 마쳤다.
저 쯤 되면 이미 프로 방송러다.
자막을 단 방송이 곧이어 나가고, 실시간으로 반응들이 올라온다.
한국으로 돌아가지 말고, 중국에서 눌러 살면 안 되냐는 둥, 자신이 베이징에서 음식점을 하는데 놀러오면 음식 무조건 공짜라는 둥. 생각보다 더 반응이 뜨겁다.
급하게 진행된 인터넷 방송이라 홍보도 제대로 안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독자가 벌써 1만 명이 넘어섰다. 가히 어마어마한 속도다.
“형형, 제 SNS랑 트위터도 방문객 엄청 많이 늘었어요. 저 이제부터라도 중국어 열심히 공부해야할까 봐요. 그런데 이거 뭐라고 쓴 거예요?”
장요한이 자신의 SNS에 중국어로 달린 댓글을 보여준다.
“아프지 말고, 활동 열심히 해 달래.”
“아…….”
“그리고 그 아래 분이 너 귀엽대.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대.”
“진짜요? 세상에, 이렇게 고마울 수가!”
눈을 반짝이는 장요한에게 옆에서 힐끔거리던 박진우가 재를 뿌렸다.
“그런데 남자분이네.”
순간 장요한이 멈칫했다. 애써 밝은 웃음을 짓는다.
“그래도 좋아!”
덧붙여 듣기 좋은 덧글을 추가로 몇 개 읽어줬더니, 아주 좋아 죽으려고 든다. 그리고는 틈만 나면 태블릿 화면을 나에게 들이대며 뭐라고 썼는지 묻는다.
보조석에서는 차조영 실장이 한국에 있는 홍보팀 장선영 팀장과 통화 중이었다.
조금은 들떠있는 듯한 장선영 팀장의 목소리가 핸드폰 너머에서 들려왔다.
-자기들 중국 가 있는 동안 여기도 지금 장난 아니야. 온라인 음원 판매량이 급등하고 있는 거 봤어? 차트 확인 안 해 봤어? 중국 진출 기사 터지고 내려갔던 순위 지금 다시 멱살 잡히고 올라가고 있잖아. 어어어, 지금 플레어 1위야. 1위!
난리치는 사람이 여기 한명 더 있다.
핸드폰 너머가 아주 시끌시끌하다.
“진짜요?”
급히 차조영 실장이 핸드폰을 열어 차트를 확인했다. 실시간 음원 차트 순위 맨 첫 번째 칸에 플레어의 별똥별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앨범을 발표한 시기도 꽤 지났고, 차트 중위권에 머물러 있던 음원이 다시 1위로 치고 올라간 경우는 여태껏 거의 없었다.
-그럼 내가 설마 이런 걸로 거짓말을 할까? 아무튼 한국 돌아오기만 하라고. 내가 아주 풀 세팅으로 꽃이라도 깔고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이제 플레어도 한류 스타라고. 한류 스타!
< 이제는 데뷔 2년차 (3) > 끝
ⓒ 윤민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