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듀스 나노머신-117화 (117/124)

< 이제는 데뷔 2년차 (2) >

중국 베이징.

NV에이전시는 자체적인 플랫폼을 운영하고, 다방면으로 여러 가지 분야에 손을 대고 있는 중국내에서도 순위를 다툴 만큼 규모가 큰 에이전시다.

그리고 꽃미남 학교 판권을 사가지고 간 곳이기도 하고.

“NV에이전시 홍보팀 이선홍입니다. 네네, 꽃미남 학교 연장방송을 해달라고요? 아, 그거는 이미 한국에서 종영된 드라마라······ 네, 네? 그게 무슨······.”

전화너머로 무슨 말을 들었는지는 몰라도 이선홍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수화기를 내렸다.

홍보팀 팀장이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왜? 상대방이 뭐라고 하는데?”

“글세, 한국에다가 이야기해서 좀 더 늘려서 해줄 순 없냐고 물어봐 달래요. 무슨 그런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는 지. 하아······.”

“허.”

“벌써 이런 문의 전화가 한 두통이 아니에요. 이제는 아주 지긋지긋하다니까요?”

옆에 있는 직원도 덩달아 엄살을 부렸다.

“팬 미팅 해달라고 하는 요청만 벌써 수천 건이에요. 꽃 미남 학교 팬들이 저희 홈페이지에 와서 막 수백 개씩 게시 글 테러를 하고 난리도 아니에요. 그것 때문에 업무가 안 돼요. 업무가.”

“진짜 어떻게 팬 미팅이라도 한번 진행해야하는 거 아니에요?”

“그중에서 누구 인기가 제일 많아?”

팀장이 짐짓 넌지시 물었다.

“그거야 당연히 주연들이죠. 헌데, 그들 중 굳이 한명을 뽑으라면 당연히 최강민이고요.”

“최강민?”

“김준호, 장선화 열애 확정 기사 나고, 김준호 팬 대부분을 최강민이 흡수해갔잖아요. 더군다나 이번에 2집 앨범 활동은 중국에서도 같이 한다던데, 그것 때문에 팬들이 더 난리에요. 저 이러다가 팬들한테 들들 볶이다가 장염 걸릴 것 같아요. 중국 팬들이 워낙 극성맞아요?”

팀장이 짐짓 턱수염을 쓰다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중국 팬들 극성이야 이미 연예계 쪽 관련된 이들 중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 집 앞에서 며칠씩 진을 치고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고, 심지어는 연예인이 타고 다니는 차를 쫓아간다고 오토바이, 혹은 택시를 불러 몇 시간씩 추격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알았어, 조금만 더 기다려봐. 전부는 아니더라도 최강민 한명 정도는 어떻게 해볼 수도 있을 것 같으니까. 그렇지 않아도 최강민 소속사인 R&N에서 이제 슬슬 중국 활동 시작한다고 했거든? 그쪽 회사 본부장이랑 이야기 다 끝냈어. 플레어 중국 활동 시작하면 제일 먼저 우리 에이전시랑 프로모션 돌리기로.”

직원들 눈이 동그래졌다.

“진짜요!? 최강민이 온대요?”

“어. 온대.”

“언제요?”

“글쎄. 나도 그거 날짜 확답을 받으려고 지금 기다리는 중인데, 왜 이렇게 전화가 안 오는지······.”

때마침 호주머니에 넣어놓은 핸드폰이 울리기에 팀장이 재빨리 꺼내 받았다.

“여보세요? 아, 김본부장님. 그렇지 않아도 제가 김본부장님 전화를 눈이 빠지게. 네? 당장 스케줄 잡고 시작하자고요?”

*

[YN스포츠뉴스] 플레어, 본격적인 중국 활동 초읽기!

[투데이뉴스] 플레어 효과. 중국까지로 확산되나?

[위클리 연예정보]

이용진 기자 [email protected]

11월 12일 날짜로 남성5인조 그룹 플레어가 정규 2집 앨범인 'wish'로 중국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플레어는 아직 본격적인 중국 활동을 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 바이도 인기순위 3위에 랭크되어 큰 기대를 불러 모으고 있다. 플레어는 꽃 미남 학교의 주연배우로 활약했던 최강민이 속해 있는 그룹으로, 이미 꽃 미남 학교를 통해 중국에서의 인지도를 쌓아놓고 있으며, R&N엔터테인먼트에서는 그런 플레어의 인기가 중국에서도 통하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중국 진출을 결심하겠다고 전했다.

플레어는 중국  베이징 와푸징 인타인 쇼핑센터를 시작으로 팬 미팅을 가질 계획이며, 중국 팬들과 소통하는 그룹으로 거듭······. (하략)

“오빠! 여기 좀 한번 봐주세요! 여기요. 여기!”

“오빠들. 몸 건강히 아프지 않게 중국활동 잘하고 오세요! 사랑해요!”

중국으로 가기 위해 인천공항에 입국을 했는데, 입구부터 취재열기가 후끈후끈하다. 생존의 법칙을 찍기 위해 출국을 했을 때도 이정도 인원이 모이진 않았던 것 같은데, 아예 판을 깔아줘서 그런 가 어째 그때보다 인원이 더 늘어난 느낌이다.

공항 입구를 에워쌓은 팬들이 족히 수백은 됨직했다.

카메라도 헤아릴 수도 없이 포진해 있고.

장요한이 삐걱거리는 눈동자를 고정시키며, 옆에 서서 걷고 있는 박진우에게 복화술을 하듯 말했다.

“으, 카메라가 도대체 몇 대야?”

“우리나라에 있는 언론매체들은 죄다 몰려온 거 같은데?”

“우리도 이정도면 톱스타급 아니야? 도대체 사람이 몇 명이야?”

“말을 하려면 정확히 해야지. 우리가 아니라 강민이형 보러 온 사람들이지. 우리는 그냥 원플러스 포 같은 존재들이고.”

“그, 그래도 우리를 보기위해 나온 팬들도 있을지 몰라! 잘 찾아보면 한, 두 명쯤은······.”

옆에서 걷던 차조영 실장이 웃으면서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더니 사람들 틈에 에워쌓여 있는 곳에 장요한과 박진우의 이름이 적힌 플랜카드를 찾아냈다.

“저기 봐봐. 이제 너희들도 인지도 많이 올랐어. 강민이 팬이 제일 많기는 하지만, 너희들 개인 팬도 많이 늘었어. 앞으로도 계속 더 늘걸?”

“그렇겠죠?”

장요한이 혹하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차조영 실장이 거침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어어엄. 아마 생존의 법칙 녹화 분 나가면 팬들 더 늘어날걸?”

장요한이 기쁜 표정으로 소리쳤다.

“빨리 그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

팬들의 열띤 응원과 환호, 그리고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우리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형형, 중국어 좀 할 줄 아세요?”

“조금?”

“도대체 형은 못하는 게 뭐에요? 아무래도 형은 사람이 아닌 거 같아.”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장요한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뿐만이 아니라 멤버들도 뭘 새삼스럽게 그런 걸 묻느냐는 눈치다.

멤버들은 농담으로 말하는 거겠지만, 저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속으로는 찔리는 게 있어 괜히 뜨끔하고 그런다. 혹시라도 티비나 영화를 보다가 외계인이라도 나오면 괜히 주위를 살피게 되고.

하하하하하.

내가 멋쩍게 웃으며 대꾸했다.

“그냥 학교 다닐 때 배웠어 제2 외국어가 중국어라. 아주 잘하는 편은 아니야. 너희들도 간단하게 인사정도는 할 줄 알잖아? 데뷔 때부터 줄곧 공부해왔으니.”

R&N에서는 글로벌한 시대에 맞게끔 회사내부에서도 연습생들에게 중국어, 일본어, 영어등을 교육시키고 있는데, 그 덕분에 멤버들도 중국어로 간단한 의사소통정도는 할 수 있었다.

“그래도 아직 인터뷰 같은 건 무리에요. 천천히 말하면 알아듣기는 하겠는데, 대화가 안 되서······.”

멤버들과 이런저런 잡담을 하는 사이, 우리를 태운 비행기는 베이징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지금부터 사흘간 베이징에 거주를 하면서, 프로모션, 팬 미팅, 사인회, 현지 매체들과의 인터뷰등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우리의 팬이라는 어느 한 스튜어디스에게 사인 한 장을 건네주고, 스텝들과 함께 입국심사대를 거쳐, 출국 게이트를 나가려고 할 때였다.

먼저 공항상황을 체크하려고 나갔던 스텝들이 사색이 된 얼굴로 돌아왔다.

“어휴, 생각보다 팬이 많이 몰려 이대로 못나가겠는데요?”

“그 정도야? 팬들이 얼마나 많기에?”

“어림잡아 수백은 돼 보입니다. 끝이 안보일정도로 바글바글해요. 이대로 나가면 위험하니, 공항 측에서 대기 좀 하고 있으라는 데요? 차단봉 설치 추가로 더 하고, 공항 경비원 숫자도 늘린다고.”

이 같은 사태에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에이, 설마 우리 때문에요? 혹시 다른 유명 연예인이랑 착가한 건 아니고요?”

“분명히 플레어라고 했습니다.”

“진짜요?”

“네.”

“진짜?”

의심가득한 눈초리로 장요한이 묻는다. 저러다가 또 주특기를 살려서 열 번을 물을 기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장요한이 슬쩍 몇 발자국 앞으로 가서 출국장에 기웃거리자 장요한의 얼굴을 먼발치에서 본 팬들이 왁, 하고 소리를 지른다.

곧이어, 어눌하지만 분명 ‘장요한’이라는 이름이 팬들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함성이 어마어마하다. 귀청이 떨어질 지경이다.

이윽고, 뒤질 새라 멤버들의 이름들도 하나씩 들려온다. 물론 그중에서 가장 크게 들리는 건 최강민. 내 이름이었다.

누구누구 보고 싶다. 얼굴을 보여 달라. 5시간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다등등.

아까부터 팬들에게서 자신의 이름을 들은 장요한이 흥분과 감동으로 얼굴이 발갛다. 옆에 있던 박진우의 옆구리를 툭툭 치며 말했다.

“야야, 너도 방금 들었지? 중국 팬이 내 이름 불러줬어.”

“어, 나 귀머거리 아냐.”

“우리가 이제 이정도 급이 된 건가? 숙소도 호텔에서 가장 전망 좋은 스위트룸 같은 걸로 잡아주는 거 아니야? 막막······ 수영장도 있는?”

“꿈 깨라. 이게 중국까지 와서 김치 국을 사발로 들이켜고 있네.”

“야, 너도 방금 들었잖아. 소리 엄청나게 크게 들린 거! 진짜 수백 명이 우리 보러 여기까지 왔나봐.”

계속되는 장요한의 호들갑에 멤버들 얼굴에도 혹시나 하는 표정들이 떠오른다.

처음에는 실감을 전혀 못하다가 계속해서 출국장 밖에서부터 들려오는 함성 때문에 마음이 간질간질해진 탓이겠지.

옆에 서 있던 차조영 실장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오늘 중국 현지 반응 보니까 이제 머지않아 전세기 타고 다닐 날이 오겠네.”

“전세기요?”

장요한이 두 눈이 동그래져서 묻는다.

“너무 유명한 연예인들이 공항에 한번 뜨면 공항전체가 마비가 될 정도니까 전세기 타고 다녀야지. 우리는 팬들이 수백 명이지만 세계적인 스타들은 수천 명 단위로 모인다는데. 공항이 어떻게 되겠어?”

그 말에 멤버들 눈이 전부 몽롱해진다.

전세기라.

그야말로 꿈같은 이야기다.

그때 공항 측 관계자로 보이는 이가 다가와 우리 스텝과 대화를 나눴다. 중국어가 한참동안이나 오고 갔다.

“아무래도 안 되겠는데요. 사람들이 계속해서 몰리고 있답니다. 사고 날 것 같다고, 공항 측에서, VIP 통로로 몰래 나가라고 합니다.”

“우아아. 그 말로만 들었던 VIP통로로 저희가 나간다고요? 한류스타들이나 이용한다는 그 VIP통로요?”

“네, 그쪽 출구에 경호원 배치시키고, 차량 준비하고 있답니다. 공항 측 경호원들 도착하면 그분들이랑 같이 이동하시면 될 것 같답니다. 아, 마침 저기 오네요.”

검은 정장에 귀에 이어폰을 끼고 있는 건장한 사내 넷이 다가왔다. 그 사이 또 다시 공항 측 사람이 스텝에게 말을 건넸다.

“이제 이동하시죠. 눈치 빠른 팬들이 그쪽으로 이동 중이라고 하니.”

경호원들이 감싸듯 우리 주위를 에워쌓았다.

그 순간에도 팬들이 더 몰렸는지 소리가 장난이 아니다.

이제는 거의 악소리에 가까웠다.

“형, 우리가 이렇게 가버리면 저 팬들은 어떻게 해요. 몇 시간 전부터 와서 계속 기다렸을 텐데.”

장요한이 안타까운 듯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리고는 미련이 덕지덕지 남은 표정으로 옆을 힐끔거린다.

“어차피 전 인지도도 별로 없으니 저라도 혼자 일반 통로로 나갈까요? 그래서 팬들에게 인사라도······.”

“네 마음은 알겠지만, 그러다가 사고라도 나면 큰일 나. 특히나 이렇게 좁은 공간에 한꺼번에 사람 몰리면 앞사람은 떠밀려서 넘어지거나 깔리는 일도 비일비재해.”

“아. 그러면 안 되죠.”

차조영 실장의 말에 장요한이 단숨에 쭈그러든다.

곧이어 우리는 경호원 넷과 한국에서부터 따라온 스텝들과 함께 이동 했다. 그리고 VIP통로 끝에 도달하자 이미 이쪽도 팬들이 모여 있는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배치되어 있는 경호원이 다가오려는 팬들을 막아서고 있었고, 공항 측 관계자가 대기해있는 리무진을 가리키며, 손짓했다.

“빨리 타세요. 어서!”

뭐가 뭔지도 모르게, 우리는 거의 구겨지듯 리무진 안으로 들어갔다.

팬들은 울며불며 경호원들을 밀치며 어떻게든 다가오려고 하고 있었다.

누가 보면 한 30년 만에 만난 이산가족쯤 되는 줄 알겠다. 아니, 내가 봤을 땐 그것보다 더 심하다.

한국 팬들의 극성은 중국 팬들에 비하면 새 발의 피라더니 직접 보니 이제야 그 말뜻을 알았다.

리무진이 서서히 출발하니, 몇몇 팬들이 경호원들을 뿌리치며, 따라오다 포기하며 멈춰 섰다.

점점 멀어지는 공항을 보며, 멤버들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서로를 보고 있다. 모두들 혼이 쏙 나간 얼굴들이다.

< 이제는 데뷔 2년차 (2) > 끝

ⓒ 윤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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