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듀스 나노머신-98화 (98/124)

< 또 한 번의 도약 (1) >

-역대 급 '꽃 청춘' 탄생할까?

[위클리 연예정보=최형식 기자] 나 PD가 연출하고, 플레어가 출연한 꽃 미남 청춘이 드디어 오늘 베일을 벗는다.

5일 오후 KBN 예능프로그램, 꽃 미남 청춘 두바이편이 첫 방송된다. 두바이로 떠난 플레어(최강민, 김태현, 장요한, 박진우, 노아) 멤버들의 이야기가 담길 예정이다.

꽃 미남 청춘은 젊은이들의 해외 여행기로, 젊은 연예인들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데 포커스를 맞췄다. 이번 두바이 편에서는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플레어 멤버들의 새로운 모습들을 유감없이 보여줄 전망이다.

첫날부터 제작진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5성급 호텔의 이벤트에 당첨돼 숙박을 하는가 하면, 일정에 없었던 본투비의 두바이 공연 오프닝 무대를 장식하기도 하고, 또 두바이의 아름다운 두 공주와의 만남을 보여주기도 한다. 역대급 예능 프로그램이 될 거라는

제작진들의 관측이 맞을지, 시청자들의 많은 관심과 이목이 쏠리고 있다.

[커뮤니티 게시판]

-내가 진짜 월급날보다 이날을 더 오래 기다렸다! 진짜 기다리느라 목 빠지는 줄.

-드디어, 드디어! 하는 건가요? 아, 티저 영상 보고 진짜 오늘 오기만을 달력에다가 표시해놓고, 손 꼽아 기다렸음.

-플레어 멤버들 진짜 하나같이 다 존잘. 티저만 보고 입덕한 애들 꽤 많을 걸요? 회원 수 보니까 최근에 급격히 늘어났던데.

-멤버들 진짜 케미 쩌는 것 같지 않아요? 아, 나도 최강민같은 오빠 있으면 진짜 좋겠다. 내가 매일같이 업고 다닐 텐데.

└ 222222222222222222

└ 전 노아 같은 남동생. 오빠들은 현실에서는 그냥 다 쭈꾸미들 같음. ㅋㅋㅋㅋㅋㅋㅋ

-근데요. 나 피디 그 차 어떻게 됐대요? 아는 사람 있나? 설마 진짜 사준 건 아니겠죠?

-설마 사줬겠어요? 근데 궁금하긴 하네요.ㅋㅋㅋㅋㅋ

본방송 10분전.

KBN예능국 로비.

벽걸이 대형 TV앞에 꽃 미남 청춘의 관계자들의 얼굴이 보인다.

두바이에 갔던 촬영 스텝들은 물론 관련된 직원들까지 퇴근 시간이 훌쩍 넘긴 시간임에도 한 자리에 모여 있다.

티저 영상을 뿌렸을 때부터 시청자들의 관심이 워낙 컸던 터라 퇴근 후, 본 방송 때도 모두들 함께 모여 시청자들 반응을 살펴보기로 한 것이다.

“아주 후끈 후끈한데요? 아직 방송 시작하기도 전인데도 게시판에 글 올라오는 속도 보세요. 이러다가 게시판 터지겠어요.”

“좋아야지. 그렇게 맛깔 나는 그림을 뽑아왔는데, 안 좋으면 그게 더 이상하지.”

여직원의 말에 나 피디가 웃음을 흘리며 대꾸했다. 그때 게시판을 체크하고 있던 여직원이 손가락으로 어느 지점을 가리키며 말했다.

“근데요. 나 피디님. 차 어떻게 됐냐는 말이 자꾸 거론되는데요? 진짜 사줬냐고. 같은 질문이 아까부터 계속 올라와요.”

순간 나 피디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 이야기는. 으아악! 내가 왜 그걸 편집 안했을까?”

떠오르기 싫은 악몽이라도 떠올린 것처럼 나 피디가 절규하는 표정으로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그리고는 옆에 있는 조연출을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성규야. 너 왜 그때 게임 상품으로 차 걸 때 나 왜 안 말렸어? 내가 이성을 잃으면 너라도 옆에서 말렸어야 할 거 아니야. 너 일부러 나 엿 먹이려고 그냥 내버려 둔거지? 그치?”

“피디님이 엄청 재미있을 거라고, 꼭 넣자고 하셨잖아요. 그러니까 그걸 왜 했어요? 대체?”

조연출의 대꾸에 그 말에 주위에 있던 스텝들이 모두 소리죽여 웃었다.

나 피디가 한숨을 푹푹 내셨다.

“그, 그래.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그까짓 것쯤은. 뭐, 재미있기는 했으니까.”

처음 물음을 던진 여직원이 은근한 어조로 물었다.

“그런데 진짜 차는 어떻게 하기로 한 거예요? 설마 입 싹 하신 거예요?”

“그럴 리가.”

“그러면요?”

“차 사줬다가 방통위 불려갈 일 있어? 대신 플레어 2집나오고, 원하면 새로 준비하는 예능에 출연시켜주기로 하고 마무리 지었어.”

“진짜요? 그거는 오히려 우리 쪽에서 이득 같은데요? 그때 쯤이면 플레어 지금보다 몸값 엄청 뛰어서 섭외하기도 힘들 텐데. 와, 피디님 나빴다. 이제 봤더니 지략가 스타일······.”

나 피디가 웃음을 흘렸다.

“애들이 착하고, 순수하더라고.”

“어어, 시작한다. 시작해요!”

누군가의 외침에 모두들 고개가 대형 티비로 홱 돌아갔다. 막 광고가 끝나고, KBN마크와 연령대 제한 문구가 크게 떠오르고 있었다.

“지금 시청률은? 시청률은 얼마나 돼?”

나 피디가 우측 테이블에 노트북 한 대를 펼쳐놓고 있는 직원에게 물었다. 직원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답대신 질문을 던졌다.

“어······. 피디님 저번 시즌 시청률이 몇이었죠?”

“최고 시청률은 10. 2%, 스타트는 8프로 대에서 시작했지. 왜, 설마 그것보다 안 나왔어?”

“아뇨.”

직원이 노트북을 옆으로 돌렸다. 화면이 보인다.

“벌써, 10프로 돌파 했는데요. 어어··· 지금도 계속 올라요. 지금 막 11프로 찍었어요! 피디님. 저희 대박 난 것 같아요!!!”

모두들 왁, 소리를 냈다가 입을 막고는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노트북 앞에 다닥다닥 달라붙었다.

*

다음 날 아침.

일어나 물을 마시려고 주방에 들어갔더니, 어느새 쫓아 나온 장요한이 졸졸 따라오며 말을 걸어온다. 뭔가 잔뜩 할 이야기가 있었는데, 꾹 참고 기다렸다는 얼굴로.

“형형, 그거 아세요? 저희 팬 카페에 3대 경계주의보 발령 난거? 어제 꽃 미남 청춘 끝나고, 팬마가 공지로 올려놨어요.”

“3대 경계주의보? 그게 뭔데?”

“광대주의, 입 꼬리 주의, 심쿵 주의. 자꾸 덕쿵 사고로 입원 환자들 늘어나고 있으니까 각별히 주의요망한대요. 병원에 병실 모자르다면서.”

장요한이 아주 신이 나서 떠들어댄다.

“그리고 팬 카페 회원 수도 엄청 늘고 있어요. 어제 20만 명 넘었어요!”

20만 명이면 엄청난 숫자다. 최정상급 아이돌 그룹 팬 클럽 회원 수가 대략 20, 30만명 사이라고 하니, 1집 앨범 낸 아이돌 그룹 치고는 어마어마한 거다.

그런데, 다 좋은데······ 얘가 어젯밤 꽃미남 청춘 첫방 이후, 아주 미쳐가고 있다. 밤새 한숨도 못 잤는지 눈동자주위는 시뻘개가지고, 누가 보면 약이라도 한줄 알겠다.

“어제 잠 안 잤어? 눈 주위가 벌개.”

러그 위에서 윗몸 일으키기를 하고 있던 박진우가 땀을 닦으며 대신 말했다.

“쟤, 어제 한숨도 안 잤어요. 아주 노트북 안으로 들어가는 줄 알았다니까요? 기사,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댓글 다 확인 한다면서.”

“야, 그 정도까지는 아니거든?”

“그 정도 맞거든? 지금도 봐봐. 노트북 옆에 딱 끼고 있는 거. 넌 진짜 병원 한 번 가봐라. 아마 바로 진단명 나올 걸? 얼굴에 딱 쓰여 있잖아. 인터넷 중독자. 바로 입원 감이야.”

장요한이 코웃음을 쳤다.

“웃겨. 지는 안 찾아본 것처럼 말하네. 너도 침대에서 검색해서 찾아보는 거 다 봤거든?”

“야! 그거야 나는······.”

발끈해서 뭔가 말을 하려던 박진우가 고개를 흔들었다.

“됐다. 내가 환자랑 떠들어서 뭐하냐. 내 입만 아프지.”

“이게, 진짜!”

장요한이 러그위에 누워있는 박진우의 배 위에 올라타려고 하자, 박진우가 입 꼬리를 말아 올리며, 레슬링 기술을 걸었다. 순식간에 제압당한 장요한이 팔, 다리를 버둥거린다. 어째, 매번 똑같은 패턴으로 당하는 게 작년이나 올해나 변한 게 하나도 없다.

“다들 아침부터 기운이 넘치네.”

대문이 열리고, 차조영 실장이 들어왔다.

“실장님. 어제 방송 보셨어요?”

박진우가 멈칫한 틈을 차 재빠르게 빠져나온 장요한이 차조영 실장에게 쪼르르 달려가 물었다. 조금 전 나한테 말을 걸었을 때와 똑같은 얼굴로.

차조영 실장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물론 봤지. 어제 회사에서 직원들이랑 다 같이 봤어. 아주 재밌게 잘 나왔던데? 직원들도 다들 재밌다고 난리더라. 주변 반응도 좋고. 그리고 나 피디님이랑 오전에 통화 했는데, 최고 시청률 갱신했다고, 좋아하시던데?”

“시청률 얼마나 나왔다는데요?”

“11. 7%. 역대 최고 기록이래. 어제 내부 회식도 하셨다던데?”

“우와.”

장요한 녀석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이미 인터넷에서도 다 찾아본 내용일 텐데, 누가 리액션 자판기 아니랄까봐 처음 듣는 것처럼 놀란 표정을 짓는다.

“그런데 실장님. 그거 아세요? 카페에서 지금 공지가 걸렸는데 말이에요.”

나한테 했던 말을 똑같이 차조영 실장에게 번복하고 있다. 저러다가는 길가는 동네 강아지한테도 붙잡고 말을 걸 판국이다. 차조영 실장은 또 마음좋게도 그걸 다 받아주고 있다. 간간히 리액션도 연발해주면서. 수다가 끊이질 않는다. 게시판에서 봤던 말들, 팬

들이 전해줄 이야기들. 아예 돗자리를 깔고, 자리 잡을 기세다.

“멍청아. 그만 좀 해. 넌 질리지도 않냐? 대체 똑같은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하는 거야?”

“어. 안 질려! 백번을 말해도 안 질릴 것 같은데!?”

장요한이 약 올리듯 턱을 치켜든다.

결국 박진우가 장요한을 질질 끌고 화장실에 던져놓았다.

“시간 없으니까 빨리 씻고 나와. 오늘 앨범 재킷 사진 촬영해야 하는 거 잊었어?”

“아, 맞다! 재킷사진!”

그러더니 부랴부랴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는다.

이제야 집안이 좀 조용해졌네.

“어··· 실장님 오셨어요?”

소란스러움에 깬 노아가 눈을 비비며, 비척비척 거실로 나온다. 김태현도 하품을 하며 나오고 있고. 원래 이렇게 늦게 일어나는 녀석들이 아닌데, 아무래도 방송 관련된 게시 글들을 보느라 늦게 잠을 못 잤나 보다. 다들 눈 밑이 퀭하다.

하긴 그럴 수밖에.

방송이 나가고,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히 보도 자료가 풀렸다. 봇물 터지듯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핸드폰도 동시에 울렸다.

가족들, 친척, 친구, 그동안 같이 일을 했던 연예인, 방송국 관계자, 연예부 기자들까지. 톡과 문자, 그리고 안부전화가 미친 듯이 쏟아졌다. 겨우겨우 문자와 톡은 다 읽고 잠들었다고 생각했는데, 깨어나 보니 천개가 넘게 쌓여 있다.

아마도 멤버들도 상황은 다 비슷비슷했겠지.

차조영 실장이 손뼉을 쳤다.

“자자, 다 깼으면 이제 좀 서두르자. 샾 들렸다가 바로 촬영장에 넘어가야하니까 빨리빨리 준비해야 돼.”

어느새 화장실에서 나온 장요한이 제일 먼저 대답했다.

“네!”

“5분이면 돼요.”

멤버들이 뒤질 새라 대답한다. 그리고는 집합 명령을 받은 이등별처럼 빠릿빠릿하게 움직인다. 어느새 옷을 갈아입은 장요한이 그새를 못 참고 또 노트북을 펼치고 있다. 그걸 본 박진우가 떽떽거리고 있고.

작은 유리병 하나가 코앞으로 불쑥 다가왔다. 뭔가 싶어 봤더니 노아가 유리병 하나를 내밀고 있다. 포장지도 뜯지도 않은 새 당근주스다.

“이게 눈 피로에 좋대요. 선물로 들어온 건데 형들이 다 먹고 하나밖에 안 남았어요.”

“어, 고마워.”

“어서 먹어요. 다른 형들한테 또 뺏길지도 몰라요.”

노아의 재촉에 포장을 뜯고, 그걸 목구멍 속에 붓고 있는데, 장요한이 그걸 보고 달려든다.

“형, 나도 한 입만······.”

노아의 눈총에 슬그머니 입을 다물고 떨어진다.

잠시 후.

“자자, 이제 나가자. 이러다가 시간 늦겠다.”

차조영 실장의 말에 우르르 신발장으로 다가가 신발을 신고, 차에 올라탔다. 정신이 하나도 없다. 또 하루가 시작되는 구나.

나와 멤버들을 태운 짙은 썬팅으로 휘감은 승합차가 강남 빌딩 숲을 향해 출발했다.

*

2집 앨범 준비는 차근차근 준비됐다. 이미 한번 씩은 경험해본 탓일까? 1집 때와는 다르게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앨범 자켓 사진을 촬영하고, 틈틈이 녹음실에서 녹음 하고, 하루가 어떻게 가는 지도 모르게 휙휙 지나갔다. 1집 때도 느낀 거지만, 출시일이 정해져 있다 보니, 시간이 가는 게 더 빠르게 느껴지나 보다.

아참, 그리고 이번 뮤직비디오는 특별출연으로 장선화를 섭외했다.

꽃 미남 학교에서 다져놓은 교복녀의 청순한 이미지 때문인지, 별똥별을 보며 소원을 비는 여주인공 역으로 딱이라는 의견들이 지배적이었다.

뭐, 나와의 친분도 고려한 캐스팅임이 분명했지만, 꽃 미남 학교 성적만 놓고 봤을 때는 가장 핫한 여배우임은 분명했다.

그리고 뮤직비디오 촬영 날짜가 잡히고, 디데이를 손으로 꼽을 무렵.

기사 하나가 온라인에 투척되며 뜨겁게 달궈졌다.

바로 장선화의 열애설이.

< 또 한 번의 도약 (1) > 끝

ⓒ 윤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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