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듀스 나노머신-41화 (41/124)

4라운드 미션 (5)

실시간 검색어.

1위 최강민.

노트북을 화면을 내려다본 박호영 팀장은 이맛살을 구겼다.

“아, 이거 좋아해야하는 거야 말아야 하는 거야?”

박호영 팀장은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좋아해야죠.”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가 고개를 돌렸다.

그의 옆자리에는 홍보팀 장선영 팀장이 커피를 마시고 있다.

“그만큼 화제성은 충분히 입증됐다는 뜻인데. 실검 1위하기가 어디 뭐 쉽나요?”

“나도 알지. 아는데···. 이게 좋은 의미로 실검에 올라간 게 아니잖아. 이런 식으로 논란이 커지면 이미지만 나빠진다고. 이건 최강민 본인에게나 회사에게나 전혀 도움이 안 돼. 아씨, 이럴 가봐 앨범 타이틀곡 홍보도 아직 안하고 있던 거였는데. 누가 이런 식으로 논란이 일어날 줄 알았나?”

“어차피 한번쯤은 겪고 넘어가야할 문제였어요.”

“알지, 하지만 시기가 안 좋잖아. 괜히 최강민에 대한 편견이 생기면, 앨범에까지 영향을 끼칠까봐 그렇지. 차라리 자작곡인 걸 숨겨버리고 앨범을 낼까? 만약 앨범이 잘되면 그때 발표해도 되잖아?”

“곡에 아티스트 이름 다 뜨는데, 그게 감춘다고 감춰져요? 그리고 발표 전에 네티즌들이 그 사실을 알아봐요. 뭔가 꿍꿍이가 있으니까 더 숨기려고 들었겠지. 라고 생각할걸요? 괜히 잡음만 더 생기지.”

“아씨, 미치겠네.”

어제만 해도 보이지 않던 최강민의 작곡에 대한 저격 기사들이 줄줄 올라와있다.

네티즌이 갑론을박을 펼치자 화제성을 조금 더 키워보겠다는 의도다.

댓글 창을 열었다.

아주 가관도 이런 가관이 없었다. 거의 소설을 써 놨다.

R&N이면 꽤 유명하고 큰 회사이니, 프로듀서들을 섭외해서 작업 다 해놓고, 최강민에게 적당히 곡 작업하는 척만 하게끔 시켰다는 그런 말도 안 되는 댓글들.

가장 먼저 보이는 댓글이 바로 이거다.

아이돌 하나 띄우려는데 회사에서 고생이 많다고.

이런, 씨발. 욕이 절로 나온다.

개구리야 돌에 맞아 죽든 말든 신경 쓰지 않겠다는 거지.

박호영 팀장이 댓 글창을 닫고, 머리를 헝클었다.

그걸 본 장선영 팀장이 물었다.

“본부장님은 뭐래요? 대표님은요?”

“지금 회사 들어오시는 중이래. 대표님이랑 셋이 뵙기로 했어.”

“이거 회사 입장 표명 기사라도 내보내야하는 거 아니에요? 그냥 이대로 덮어놓고, 넘어가기엔 너무 찜찜한 대요.”

“아무래도 그렇지?”

“당연하죠. 이대로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으면 플레어 다음 라운드는 물론 앨범판매까지 지장을 받을 거예요. 회사 차원에서도 빨리 대응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그때 박호영 팀장의 핸드폰이 울렸다.

“네? 지금 엘리베이터로 올라오고 계신다고요? 네. 그러면 대표실로 바로 가겠습니다.”

박호영 팀장이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알았어. 내가 대표님한테 그렇게 말씀드려볼게. 일단 대표실 갔다가 와서 다시 이야기 하자고.”

*

대표실안 정도운 대표와 김관수 본부장. 그리고 박호영 팀장이 테이블을 사이에 둔 채 소파에 앉아 있다.

무거운 침묵이 맴돈다. 결코 좋은 일로 모인 자리는 아니니까.

세 사람 앞에는 비서가 내온 커피 세잔이 놓여 있다. 박호영 팀장은 커피에는 손도 대지 않고, 두 사람은 커피를 홀짝이고 있다. 눈치를 보다 답답한지 슬쩍 김관수 본부장에게 말을 건넸다.

“본부장님. 이거 어떻게 합니까?”

“최강민 논란?”

“네. 본부장님도 기사 보셨죠?”

“봤지. 지금 실시간 검색어 1위 차지하고 있잖아. 그렇지 않아도 대표님이랑 올라오면서 그 이야기 했어.”

박호영 팀장이 침을 꿀꺽 삼키며, 무슨 말이라도 해주길 바라는 표정으로 정도운 대표를 쳐다봤다. 그런 정도운 대표가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이내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겠어? 두 사람 의견을 말해봐.”

그 말을 들은 박호영 팀장이 기다렸다는 듯이 먼저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저는 회사 입장 표명부터 내보내고, 필요하다면 인터뷰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누가? 대표님이?”

김관수 본부장이 묻자 박호영 팀장이 고개를 끄덕인다.

“네. 그래야 논란을 확실히 잠재울 수 있을 테니까요.”

“어······ 확실히 대표님이 인터뷰를 직접 하면 논란이야 수그러들 것 같긴 한데. 좀 오바지 않을까? 모양새가 좀 그런 것 같은데.”

김관수 본부장이 머리를 긁적인다.

두 사람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정도운 대표에게로 향했다.

눈앞에서 나누는 대화가 재미있다는 듯 정도운 대표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른다.

“그렇게 할까?”

“어, 진짜 인터뷰라도 하시게요?”

“논란만 확실히 잠재울 수 있다면 내가 인터뷰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회사라는 게 이런 일을 해주는 곳이니까. 하지만 그 정도로 과연 논란이 가라앉을까 모르겠네.”

“그러면 혹시 좋은 생각이라도 있으세요?”

김관수 본부장의 말에 정도운 대표는 대답대신 질문을 던졌다.

“우리 회사 대표 프로듀서가 누구였지?”

“김호준 작곡가죠.”

“그러면 김호준씨 한테 양해 구하고, 프로듀서들이 전혀 관여하지 않은 상태서 최강민이 혼자 곡을 만들었다는 뭐, 그런 비슷한 내용으로 인터뷰 좀 해달라고 그래. 회사 소속 프로듀서들한테 코멘트 좀 해달라고 하고. 다들 최강민 자작곡 들어 봤겠지?”

“네. 그때 반응 체크해보려고 다들 들려줬는데, 깜짝 놀라더라고요. 이걸 진짜 최강민이 만들었냐면서.”

“좋네.”

정도운 대표가 흡족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홍보팀이랑 A&R팀 반응 영상도 좀 찍고. 앨범 타이틀곡 초반 작업했던 데모 테이프 아직 가지고 있지? 최강민이 준 거.”

“네. 하드에 저장시켜놨습니다.”

“잘됐네. 자네는 친한 기자들 불러다가 잘 좀 부탁한다고 기름칠 좀 해놔. 그거 들려주면서.”

김관수 본부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대표님 헌데··· 그것들을 갑자기 왜?”

“할 거면 확실하게 해야지. 이참에 논란도 잠재우고, 신곡 홍보도 겸사겸사 하고.”

두 사람이 놀란 표정을 짓는다.

“정면 돌파하자고요? 하지만 그건······.”

“시기상조라고? 왜? 난 지금이 발표하기는 최적기라고 생각하는데. ‘이번 플레어 타이틀곡은 최강민의 자작곡이다.’ 어때? 불쏘시개로는 딱일 것 같은데.”

네티즌의 반응을 잠시 생각해본 김관수 본부장이 고개를 흔들었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지금보다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진 않을 거다.

“어휴.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요.”

“케리챌측은 지금 어때? 혹시 반응 체크해봤어?”

“체크해보나마나죠. 아주 좋아 죽을 걸요? 출연자 화제성이 커질수록 프로그램 시청률도 동반 상승하니까요. 출연자나 회사 측이야 속이 타던 말든 지들 알바 아니죠. 가뜩이나 지금도 예상 시청률보다 잘나오고 있다고 피디들 입이 아주 귓가에 걸렸던데.”

“그러면 그쪽 담당 피디한테 말 좀 잘해서 우리 측에서 주는 자료, 자료 화면으로 좀 넣어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는 거잖아? 아니, 그러지 말고 내가 이참에 SBN에 들어가서 예능 국장이랑 밥 한번 먹지 뭐. 설마 그동안 내가 사 먹인 밥값이 얼만데 모른 척이야 하려고.”

그 말에 김관수 본부장의 눈이 커졌다.

“대표님. 방금 그거 농담하신 거 아니었어요? 진담이세요?”

“내가 언제 일적으로 농담하는 거 봤어?”

“그건 아니지만, 이렇게 까지 하실 줄은 몰라서 얼떨떨해서 그렇죠. 사실 좀 그렇잖아요.”

“뭐가?”

“이건, 타이틀곡으로 나갈 최강민 자작곡이 아주 잘된다는 보장이 있어야하는데, 음원이라는 게 패를 까봐야 아는 거잖아요. 음원 시장이라는 게 아무리 좋다고 생각한 곡도 막상 내놓고 보면, 그냥 묻혀버리는 게 다반사라······. 만약 앨범 멀쩡하게 잘 내놓고, 네티즌들 기대에 못 미치거나 그러면 반응이 진짜 이상해질 수도 있거든요.”

그의 우려는 당연한 거였다.

A&R팀이나 프로듀서들 모두가 입을 모으며, ‘이건 틀림없는 대박이다.’라고 호언장담하던 곡이 미끄럼틀을 타고, 미끄러지는 경우도 많고 그도 아니면 아예 차트에도 진입하지 못하는 경우들도 있었으니까. 그와는 반대로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곡이 히트를 쳐서 1위를 찍는 경우도 있고.

정도운 대표가 웃으면서 말한다.

“여지껏 내가 이 자리에까지 올라올 수 있게 된 이유가 뭔지 알아?”

“글쎄요···. 대표님의 사업 수완이 워낙 뛰어나셔서?”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건 부가적인 거지.”

자기자랑을 입에 침도 안 바르며, 잘도 한다.

헌데, 그 상대가 정도운 대표다 보니 그마저도 자연스럽다. 그만이 가질 수 있는 당당함이 묻어 나온다고 할까?

“그럼요?”

“사람 보는 눈. 내가 사람은 비교적 잘 본다고 생각하거든. 이 사람은 내게 필요한 사람이겠다, 아니겠다. 정도는 구별할 수 있지.”

“그러면 최강민이 대표님에게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정도운 대표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는 덧붙인다.

“그리고 내가 자주 다니는 용한 점집이 하나 있는데······.”

“점집이요?”

두 사람이 황당한 표정으로 정도운 대표를 쳐다봤다.

그가 이어서 말했다.

“거기서 그러더라고. 조만간 나한테 큰 복이 굴러 들어올 거라고. 난 아무래도 그게 최강민 같단 말이야.”

“네?”

*

SBN 방송국 앞.

케이팝 리그 챌린지의 4라운드 미션 날이 찾아왔다. 마지막 라운드 방송 날이라서 그런지 방송국 앞은 그 어느 때보다 몰려든 팬들로 가득 했다.

역시나 그들 중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건 샤인 팬덤이었다. 거의 규모가 다른 팬들을 다 합쳐놓은 것 만했다. 첫날에 비해 플레어의 팬들도 많이 늘기는 했지만 역시나 샤인 팬덤과 비교하자면 잽이 안됐다.

개인 팬으로 보이는 몇몇 여자애들이 그 어떤 무리에도 끼지 못한 채 서로 달싹 붙어있다. 누군가의 입에서 화두가 툭하고 튀어나왔다.

“야, 어제 실검에 뜬 거 봤어??

“뭐?”

“최강민.”

“아, 최강민 작곡 이야기? 그건 좀 아니지 않냐?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을 퍼트리는 거지?”

“요즘 아이돌 그룹 중에서도 직접 곡 만드는 데 참여하는 가수들 있잖아. 홍보하기도 좋고, 실력파라는 이미지 만들기에 좋으니까. 그냥 회사에서 빨아주려다가 망한 거지. 그러기에 작작 좀 했어야지, 이건 뭐 팬들을 눈 뜬 장님으로 보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가 또 대화에 참여 한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게 남 헐뜯기라더니, 아주 신이 났다.

“이제 데뷔도 안한 그룹이 웬 작곡? 아무리 오디션프로그램이 방송사랑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는 하지만, 이건 너무 하잖아. 이러다가 데뷔곡도 자작곡이라는 소리 나오는 거 아니야?”

목소리에는 불신을 넘어선 비아냥거림으로 가득 했다.

그때 지나가는 불그스름한 빛이 맴도는 긴 머리한 여자가 큼지막한 물건을 등에 맨 채 모여있는 여자애들에게 다가갔다.

그녀가 짊어지고 있는 걸 바닥에 척하고 내려놓더니, 허리춤에 팔을 얹으며 눈썹을 치켜 올린다.

“저기요. 지나가다가 들리기에 뭘 잘 모르면서 말하고 있는 것 같아서 말씀드리는 건데요. 그거 최강민 오빠가 직접 다 한 거 맞거든요?”

그 박력에 단발머리가 주눅이 들자, 옆에 있던 여자가 끼어들었다.

“혹시, 플레어 팬이세요? 누가 우리가 그랬대요? 이미 기사로 다 뜨고, 그런 걸 왜 우리한테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네. 그리고 우리뿐 만이 아니라 다들 그렇게 생각해요. 천재 작곡가? 솔직히 말해서 그게 가당키나 한 타이틀이에요?”

“맞아! 우리가 뭐 없는 말 지어냈나? 왜 와서 시비예요. 시비는?”

여자애들이 똘똘 뭉쳐 재잘거린다.

붉은 머리 여자애가 기가 차다는 표정을 짓는다.

“어이가 없네. 뭐 시비? 그리고 방금 기사 운운했는데, 조금 전에 올라온 기사 확인은 하고 이러고 있는 거예요?”

“기사요?”

당황한 여자가 눈을 껌뻑거렸다. 얼른 핸드폰을 꺼내 인터넷을 열었다. 조금 전에 업데이트 된 최강민 관련된 기사들이 주르륵 떠 있는 게 보인다. 아까까지만 해도 못 보던 것들이었다.

-최강민 작곡에 관한 논란 해명! 소속사 대표가 직접 밝힌다.

-김호준 작곡가 인터뷰. 최강민이 작곡한 곡이 맞아.

-플레어의 첫 앨범 타이틀은 최강민의 자작곡!!!

“이미 들리고 있네요, 그 소리. 그리고 그거에 관해서는 소속사 대표와 김호준 작곡가가 보증을 한다는 인터뷰까지 했는데, 더 할 말 있어요?”

말없이 기사를 확인한 여자애들의 얼굴에 당황스러움이 떠오르더니, 이내 단숨에 쭈그러든다. 그리고는 눈치를 보며 지들끼리 툭툭 어깨를 치며, 어디론 가로 사라진다.

“나참, 아무것도 모르면서 왜들 저 난리야. 진짜 보고 있자니 울화통이 터져서!”

그때 저 멀리서 저마다 뭔가 큰 짐처럼 보이는 것을 들고 있는 여자애 네 명이 붉은 머리 여자애에게 소리치며 손짓한다.

“야, 거기서 뭐해!? 방금 매니저오빠랑 통화했는데, 입구에 나와 있는 다고 빨리 오래.”

“어, 알았어. 지금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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