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듀스 나노머신-2화 (2/124)

영삼이가 내게 왔다 (2)

- Yeniza umzaimba walkho.

- Isaidlo sahkusihlwa sinomhsocoq ngesdinkwa Unamandla kunene.

언어 같은데 듣고 있자니 머리가 지끈거린다. 실험대 같은 곳 위에 몸이 눕혀져있고, 내 몸은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속박된 상태다. 이거,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장면인데. 아, 그래! 프랑켄아인슈타인이란 영화에서 실험체가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장면과 흡사하다. 설마 지금 내가 그런 상태인건가?

뭔가 차갑고, 기다란 것이 목덜미에 닿았다. 뾰족하고 예리한 것이 사정없이 목덜미 속을 파고든다. 그 이질적인 느낌에 절로 비명을 나왔다.

“아악!”

단순히 아픈 것 이외 이상한 기분이 든다. 알 수 없는 무언가가 혈관을 타고 내 몸속에 주입되고 있는 기분이랄까.

이,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거지? 나한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서서히 몸이 수면제 맞은 실험용 쥐처럼 축 늘어진다. 몽롱해지는 의식 속에서 생각했다. 또 정신을 잃는 건가?

벌떡.

아침이 찾아왔다.

얼굴 위로 곧장 내리쬐는 햇볕이 따갑다. 자취집으로 들어가는 대문 앞. 딱딱한 시멘트 바닥이 뒤통수를 통해 전해진다. 약수터에 올라가려는 지 빈 물통을 들고 지나가던 아저씨가 나를 힐끔 쳐다보며 혀를 내찬다.

“어이구, 술을 도대체 얼마나 먹은 거야?”

별로 안 먹었는뎁쇼. 잘 들어오다가 외계인한테 납치를 당해서. 어?

생각이 쓰러지기 전으로 돌아간 나는 순간적으로 벌떡 일어나 왼쪽 목덜미를 매만졌다.

어제 분명 목에 손가락만한 주사바늘이 꽂혔는데, 일어나니 흔적조차 없다. 마치 어제 일어난 일이 모두 꿈인 것 마냥.

이럴 리가 없는데, 어제 느꼈던 그 서늘한 느낌은···. 어, 있다. 있어!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 목덜미였구나. 손끝에 작지만 분명한 상처자국이 만져진다.

“아씨··· 소름 돋아.”

순간 온몸의 솜털이 기립하듯 곤두선다. 꿈인 줄 알았는데, 그게 사실이라고?

가만 있어보자. 나는 아스팔트위에 앉아 생각을 가다듬었다. 영화에서나 보던 일이 나에게 실제로 일어났다. 헌데, 기억나는 것이라고는 몸속에 뭔가가 주입됐다는 것 이외에는 기억나는 것이 전혀 없다. 외계인의 모습이라던가 아니면 우주선의 내부. 하다못해 에어리언 같은 괴물이라도 봤으면 조금이나마 현실같이 느껴졌을 텐데.

오, 하느님 맙소사.

순간 에일리언 영화를 떠올린 나는 믿지도 않는 하느님을 부르며 눈을 껌뻑거렸다. 설마 잠시 후 내 몸에서 밤톨만한 에일리언이 뱃속을 뚫고 나온다든가 그러는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 설마···아니겠지?

무심코 고개를 숙여 배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데, 바로 뒤에서 들려오는 클락션 소리에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빵빵!

“아이씨, 깜짝이야!”

“야, 이 새끼야! 너 당장 안 비켜!? 사고 나면 어쩌려고 그러고 있어!?”

검은 색 세단의 운전자가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욕을 한 바가지로 해댄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든 나는 ‘죄송합니다.’ 라고 말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재빨리 한쪽으로 비켜섰다. 지나가는 창문 틈 사이로 또 한 번 욕설이 들려온다. 나는 그걸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버렸다. 지금은 저런 게 문제가 아니지. 지금 나에게는 당장 시급하게 해결해야할 문제가······.

그때 귓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휴먼 561번. 신체데이터를 수집합니다.]

[동기화가 진행 중입니다.]

로딩 중······.

우우웅.

누군가 내 몸속의 스위치를 킨 것 같은 기분.

몸이 들끓기 시작했다.

세상이 뒤집히는가 싶더니, 짚단 쓰러지듯 몸이 서서히 기운다.

또냐? 대체 이게······.

풀썩. 정신이 아득해졌다.

* * *

[적용이 완료됐습니다.]

아마도 꿈속에서······. 이런 비슷한 소리가 들려왔던 것 같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하하하.

그래, 눈을 뜨면 나는 정겨운 옥탑방 내 방에 누워 천장을 보고, 일어나겠지. 꿈치고는 참으로 생생한 꿈이었어. 외계인이라니, 말도 안 되지. 암.

촤악.

뭔가 차가운 것이 내 얼굴에 뿌려진다. 물인가? 눈이 번쩍 뜨인다. 물바가지를 들고 있는 주인집 아주머니가 바로 얼굴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고개를 살살 흔들고 있다.

“이봐. 총각. 자려면 집에 들어가서 자지 왜 이러고···.”

아주머니가 얼굴 가까이에 코를 들이대고, 킁킁 거리더니 이내 인상을 찌푸린다.

“크으, 술 냄새야. 그래도 용케 집이라고 여기까지는 찾아서 왔네?”

아주머니의 말소리에 방안에서 깨어나기를 바랐던 내 자그마한 소망은 여지없이 바람은 산산이 무너졌다. 누워있는 발끝 아래로 간신히 넘은 하숙집 문턱이 보인다. 그래도 그 정신없는 와중에도 여기까지는 기어 들어왔구나. 한 손에 빗자루를 들고 있는 아주머니를 보니, 집 앞 빗질을 하러 나오다 나를 발견한 모양이다.

“뭐해? 어서 올라가지 않고? 애들 곧 나올 시간이야.”

아주머니가 뚱한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하긴, 청소년들이 이른 아침부터 술 취한 셋방아저씨를 보면 정서상 안 좋기도 하겠지. 굳이 나도 그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는 않다.

“지금 올라가요.”

나는 간신히 정신을 추슬러 기다시피 옥탑 방으로 올라갔다. 신발을 벗어던지고, 냉장고에서 물부터 꺼내 마셨다. 고개를 돌리니 옆에 세워놓은 거울에 내 모습이 반사돼 비친다. 거울을 보며 슬그머니 목덜미를 기울였다. 희미하지만 분명한 상처자국이 보인다. 나는 그것을 손끝으로 만지며, 인상을 찡그렸다.

“이게, 도대체 뭔 일이지?”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최강민님.

“아씨, 깜짝이야!”

환청인지 뭔지 모를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팔다리가 놀라 제멋대로 움찔거린다.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텅빈 방안. 여전히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누, 누구세요!?”

-저는 T-032입니다. 알바트로이사에서 제작된.

또다. 또.

“어디서 말하는 거죠?”

-전 최강민님 몸속에 있습니다.

“장난··· 이죠?”

-사실입니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5시간 34분전에 액체화된 상태로 최강민씨 몸으로 흡수되었습니다.

이걸 나보고 지금 믿으라고? 가만. 내 몸이라면 설마 내가 숙주가 되어서 막 새끼 에일리언들을 토해내고 그러는 거 아니야? 영화를 보니까 그런 식으로 등장인물들이 죽어나가고 그러던데.

-그럴 일은 절대 없습니다.

“그걸 믿으라고? 어? 그런데 지금 방금 내 생각을 읽고, 대답한 거예요?”

-네, 그렇습니다. 신체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신경계와의 동기화 작업이 끝났기에 생각을 읽는 것 또한 가능합니다.

“···말도 안 돼.”

-그뿐만이 아니라 인간이 의지대로 할 수 없는 자율신경계까지 인위적으로 제어 가능합니다. 제가 심장을 한번 멈춰볼까요? 잠깐 정도는 괜찮을 것 같은데.

지금 쟤가 뭐래는 거니. 그랬다간 죽는다. 진짜!

너무 비현실적인 일이라서 그런지 다리가 휘청거렸다. 그대로 침대위로 걸터앉으며, 머리를 부여잡았다. 내가 미친 건가? 아니면 미쳐가고 있는 건가? 어찌됐던 상관없다. 이건 환청이야. 환청이라고. 스스로에게 되뇌여도 머릿속으로 전달되어 오는 목소리는 여전히 그대로다.

-당신은 3억분의 1의 경쟁률을 뚫고, 당첨됐습니다. 이후 당신의 전반적인 엔터테인먼트 활동을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뭘 도와요?”

-엔터테인먼트 활동이요. 연예계 활동.

“미치겠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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