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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쾅! 콰앙!
바깥에서는 계속해서 폭격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건물전체를 덮을 만큼의 실드를 펼쳐놓고 있었기에 안쪽에서는 그 어떤 피해도 없었다. 그럼에도 도널드 셰어는 여전히 두려워 하는 얼굴이었다.
그게 이상했다. 명색이 정보국 부국장이다. 준의 전력에 대한 데이터는 그동안의 행보로 인해 차고도 넘칠정도로 쌓였을 것이다.
“왜 두려워 하는 거지?”
“...곧 죽을테니까.”
“내 능력을 전혀 모르진 않을텐데.”
“연방의 기술력을 우습게 보지마라.”
“그건 무슨 소리야?”
“흐흐. 알것없다.”
웃는 건지 우는 건지 모를 표정이다. 여하튼간에 이 폭격이 단순한 공격이 아니라는 건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준은 4번던전을 열어 브랜든을 집어 넣고는 검둥이를 향해 입을 열었다.
“건물안에 있는 사람들 전부 던전안에 처넣어.”
“알겠습니다. 형님은요?”
“이 녀석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야겠어.”
“조심하십시오. 뭐가 있을지 모릅니다.”
“느낌이 좋지 않아.”
오펜하이머도 한마디 덧붙였다.
준은 두 사람의 이마에 한방씩 먹이면서 입을 열었다.
“너희들은 아직도 날 너무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어.”
“형님. 제 말뜻은 그런게 아니라...”
“너도 나 우습게 보잖아!”
두 사람이 칭얼거리는 걸 두고서 준은 건물 밖으로 나섰다. 실드를 펼쳐놓은 건물의 주변으로 탱크와 헬기 등이 번갈아 가면서 포격을 때리고 있었다.
자욱한 연기와 화염에 바깥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준은 실드를 유지하며 뭔가 수상한 점이 있는지를 살폈다. 연기와 화염을 뚫고 도달한 준의 시야에 무언가 이상한 것이 보였다.
마치 우주복 같은 옷을 걸쳐 입은 두 명의 특수부대원이 손에 무언가를 들고 근접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쏟아지는 폭격속에서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것 처럼 보였다.
‘저게 가능한가?’
아무리 강력한 방어구라고 해도 포격에서 멀쩡할 수는 없다. 헌터용 방어구라는 건 외도에게서 몸을 지키기 위한 것이지 화기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 아니니까.
지금의 준도 저런 방어구를 만들어 내지는 못했다.
‘물리력을 무시하는 것 처럼 보이는군.’
마치 외도가 인간의 공격을 무시하는 것 처럼.
그것조차도 믿을 수 없는 수준의 방어구였다. 하지만 더 신경쓰이는 건 그런 방어구를 입은 녀석들이 들고 오고 있는 물건이었다.
지름 50센티미터 정도의 원통형 금속이었는데 겉에는 'N67'이라고 쓰여있었고, 바이오해저드 경고표시가 붙어 있었다.
일단은 생화학 무기인 건 틀림없어 보였다. 하지만 준의 실드는 양자레벨에서 외부의 침입을 차단한다.
감마선 조차 막아내는 실드를 단순한 생화학 병기로 뚫어낸다는 건 있기 어려운 일이다.
‘대체 무얼 하려는 거지?’
그렇다고 구경만 할 수는 없었다. 도널드의 태도도 마음에 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능력을 잘 알고 있을 미 정부군의 움직임이 의심스러웠다.
콰콰쾅!
꽈앙!
지금도 쉴새없이 쏟아지는 폭격. 그것이 실드를 깨기 위함이 아니라, 준 자신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함이라면?
지금까지 자신들이 당해왔던 패턴 그대로의 방식을 답습해서 준을 방심시켜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
‘일단은 저것부터 치워버려야겠군.’
실드의 범위는 건물 한정. ‘우주복’을 입은 특수요원 둘이 조심스럽게 건물을 돌아 뒤쪽으로 접근하는 걸 확인하고 준은 그들쪽으로 이동했다.
어차피 시야가 어두운 것은 준뿐만 아니라 상대도 마찬가지다.
실드를 사이에 두고 코앞에서 마주칠때까지 요원들은 준이 근처에 있는지 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스윽.
준은 손을 들어 염동력을 발휘했다.
아니. 발휘하려고 했다.
“안먹힌다고?”
두 사람이 입은 보호구에 의해 염동력이 되튕겨 나가는 듯 했다. 이 기묘한 방어구를 보며 준은 생각을 바꾸었다.
‘저 원통안에 뭐가 들어있는지도 궁금하지만... 일단 저 방어구를 챙기는 게 우선인 것 같군.’
지금의 자신이 만들지 못하는 물건을 연방에서 만들었다.
그렇다면 일단은 챙겨서 분석을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원통은 일단 아무던전에나 쑤셔박으면 될 일이었다. 그러면 그 안에서 터지든 뭘 하든간에 바깥세상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이었다. 던전 자체는 완전히 다른 세계니까.
준은 실드를 고정시킨채로 바깥으로 한걸음 나섰다.
후욱!
나가자 마자 엄청나게 뜨거운 공기가 느껴졌다. 그나마 EX필드가 있으니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순식간에 체력이 깎여 나갔을 것이다.
“!”
“!”
방어구를 입은 요원들이 화들짝 놀라더니 준을 향해 팔을 뻗었다.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총탄이 쏟아져 나왔다. 준은 그걸 무시하고 녀석들에게 손을 뻗었다. 염동력이 먹히지 않는다면 직접 손으로 잡아서 던전에 쳐넣을 생각이었다.
퍽!
-EX필드가 깨졌습니다.
-펄스라이플에 의해 체력이 151감소합니다.
-헬파이어 미사일로 인해 체력이 1274감소합니다.
-대구경 포탄으로 인해 체력이 689감소합니다.
...
요원들이 발사한 총탄에 의해 EX필드가 깨지고 뒤이어 쏟아지는 폭격에 순식간에 체력이 깎여나갔다. 이 속도라면 1분안에 모든 체력이 떨어져 나갈 판이다.
‘대체 뭐가...’
EX필드는 현존하는 화기로는 깰 수 없다. 방법이 있다면 오로지 핵폭탄 급의 화력을 정면으로 얻어맞는 것 뿐이다. 그것도 알카트뢰즈에서 무리하게 힘을 사용하다보니 생긴 후유증 때문이었지 본래라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설마 슈퍼솔져?’
인간을 외도화 시켜 전력으로 삼겠다는 계획이 머리를 스쳤다. 그들은 인간인 채로 외도가 되었고 그들은 실제로 진짜 외도의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신체자체가 변한 것이다. 알카트뢰즈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검둥이도 인간이면서 외도가 된 케이스였으니까. 물론 연방의 슈퍼솔저가 알카트뢰즈의 질낮은 실험에 비하면 완성도가 높다는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 경우는 궤가 달랐다.
무기와 방어구로, 외도의 능력을 구현한 것이다.
-임펄스 레이저로 인해 체력이 701감소합니다.
시스템의 경고문에 정신을 번쩍 차렸다. 지금은 그런 것을 가지고 고민할때가 아니었다.
타타탕!
잠시 준이 멈칫한 찰나의 순간에 준의 몸에 총알이 여럿 박혔다. 치명적인 데미지는 아니었지만 EX필드를 날릴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무기였다.
일단 저 놈들을 최대한 빠르게 제압해야 했다. 사로잡지 못한다면 죽이기라도 해야한다.
준은 녀석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쿵.
요원은 자리에 원통을 내려놓고서 양손을 내 쪽으로 뻗었다. 방어구의 팔 부위에 라이플이 숨겨져 있다는 걸 알고 있던 준이 빠르게 몸을 뛰워 놈들의 공격을 피했다.
타타타탕!
준을 스쳐지나간 라이플의 탄환에 실드가 약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런 무기를 가지고 있었다니.’
인정한다.
연방을 너무 우습게 봤다.
준은 인벤토리를 열었다.
쿠웅!
쿠쿠쿵!
대흉근을 포함한 골렘형제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
그 모습에 요원들이 놀라는 것이 느껴졌다. 완전밀폐된 방어구 안이라 소리가 바깥으로 새어나오진 않았지만 욕설을 마구 뱉고 있을 거라는 걸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오래만이다. 주인. 심심했다.
-자주 불러줄게. 저 두 놈 제압해.
-죽이지 말고?
-상관없어.
-알겠다.
콰아앙! 투콰아아아!
거대한 대흉근을 향해 폭격이 쏟아졌다. 일반외도와 달리 준에게 귀속된 녀석들은 실드가 없다. 일반 화기에도 데미지를 입는 만큼 계속되는 폭격에 흑요석 같은 대흉근의 외골격에 흠집이 나기 시작했다.
말그대로 흠집만.
현재 대흉근의 체력은 3십만이 넘었다. 거기다가 기본 방어력이 높다보니 데미지는 거의 들어가지 않았다.
-광전자포로 인해 대흉근의 체력이 91감소합니다.
-스팅어 미사일로 인해 대흉근의 체력이 113감소합니다.
-...
같은 공격을 받아도 데미지가 훨씬 적게 들어간다.
그렇게 대흉근이 탱킹을 하는 사이, 골렘 1,2,3호가 빠른 속도로 두 요원들을 향해 공격을 시작했다.
놈들은 빠르게 뒷걸음질 치며 들고 있던 펄스라이플을 갈겼다.
원통을 내려놓고 난 녀석들의 움직임은 골렘들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빨랐다. 하지만 덩치의 차이가 워낙에 컸다.
어떻게든 도망치던 놈들이 서서히 수세로 몰리는 것을 확인한 준은 재빨리 놈들이 떨어뜨린 원통을 향해 달려갔다.
그 원통의 윗부분에 붙어 있던 작은 등이 붉은 빛을 발하고 있었다.
굳이 엄청난 직관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엄청나게 위험한 상황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이것의 정체가 대체 뭔지가 궁금했다.
‘가지고 있는 던전 중에서 쓸만한 것이...’
준은 문득 쓰지 않고 있던 던전중에 그럴듯한 물건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
완전히 아무것도 없는 던전.
위아래의 구분도 없고 중력도 없다.
심지어 시간의 흐름조차 없는 곳이 있었다.
그 안에서는 인간의 육체도 변하지 않는다. 때문에 수련의 용도로도 쓸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이라도 무슨일이 벌어질 것 같은 이 원통의 정체를 파악하기에는 그곳만큼 좋은 곳이 없었다.
시간이 흐르지 않는 공간에서는 상태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니까.
준은 임의로 6번이라 이름 붙인 백색의 던전을 열었다.
콰앙! 쾅!
실드의 밖에서는 여전히 맹폭격이 쏟아지고 있었다.
대흉근과 골렘 1,2,3호는 방어구를 입은 요원 둘을 어깨에 들쳐 메고 준에게로 돌아왔다.
-잘했나?
-잘했다.
-그럼 상을 줘라.
-이제는 대놓고 말하는 구만?
-안돼?
-돼.
준은 노란색 결정체를 꺼내어 대흉근에게 건넸다. 대흉근이 신나하며 결정체를 씹어삼켰다. 나머지 골렘들에게도 결정체를 주고는 다시 인벤토리에 넣었다.
‘이 녀석들은 어떻게 한다...’
보아하니 골렘들이 사정봐주지 않고 두들겨 팬 모양이었다. 방어구 여기저기가 깨져나가 있는 상태였고 이미 둘다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아무리 화기에 무적인 방어구라고 해도 골렘들의 공격력은 버틸 수 없으니까.
애초부터 헌터가 아닌 녀석들이었고. 가진 무기라봐야 EX필드를 깰 수 있는 라이플 정도가 전부였다.
물론 그것도 엄청난 거긴 하다. 인간이 만든 무기가 외도의 실드를 깨고 데미지를 입힐 수 있다는 뜻이니까.
니들건 같은 물건을 오로지 지금의 기술력만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다만 맞아보니 니들건 보다는 덜 아픈 편이었다. 실드를 뚫기 위해서 특수처리된 탄환을 쓰다보니 정작 화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던 것 같았다.
‘일단 깨어나야 하니까. 4번 던전에 던져두자.’
죽기 직전이었지만 다행히 죽지는 않았다.
준은 녀석들에게서 방어구를 벗겼다. 온몸의 뼈가 바스러져 숨이 넘어가기 일보직전이었다. 즉사하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였다. 어쩌면 일부러 딱 죽지 않을 정도로만 공격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골렘들이 그정도로 섬세한 공격을 할 수 있을 정도였나?’
단순한 우연일 수도 있고, 골렘들이 성장한 것일 수도 있다.
기왕이면 후자쪽이길 바라며, 준은 두 사람을 4번 던전에 집어 넣었다.
부서진 방어구는 일단 인벤토리에 넣었다.
-시스템. 이 방어구를 분석해 줄 수 있어?
-가능합니다.
-분석 끝나면 곧바로 연락해.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