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534화 (534/540)

534====================

지구

****

준은 녀석을 던전에 던져놓고는 계속 전진했다.

철문이 박살나자 사방에서 총기를 든 자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타타타탕!

총알이 비처럼 쏟아졌지만 준의 실드를 뚫을 수는 없었다. 가볍게 무시하며 준은 니들건을 뽑아들었다.

“가급적이면 안죽게 잘 맞으라고.”

쏴아아!

인벤토리에서 쏟아져 나온 니들건이 그대로 투사체를 발사하기 시작했다.

퍼퍼퍽!

“끄아아!”

“커헉!”

재수없게 머리를 맞거나 심장을 관통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대부분 목숨은 건졌다. 준도 가급적이면 죽이는 것보다는 전부 챙겨서 노예로 써먹는 게 이득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쏟아져 나오는 적들을 처치하며 살아남은 녀석들을 던전에 밀어넣었다.

“세상에는 공짜로 일을 하고 싶어하는 인간들이 이렇게 많다니까.”

부상자들을 던전에 밀어넣으며 준은 지금까지 왜 이렇게 하지 않았는 가를 안타까워 했다.

세상에 해만 되는 인간들이 이렇게 많은데. 그들을 잡아간다고 해서 슬퍼하거나 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연방정부에서야 손쉽게 사용할 만한 카드를 잃어버린 것이 마음에 들지 않겠지만,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갱이라던게 테러집단이라던가 하는 사람들의 존재를 반길리가 없으니까.

콰앙!

콰광!

지하세계에서 때아닌 전쟁상황이 발생했다.

ELF의 수장인 아이반은 갑작스러운 폭음에 눈을 떴다. 그의 곁에 나체로 누워있던 두명의 여성이 눈을 비비며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이반님. 왜 벌써 일어나셨어요...”

“무슨 일이라도...?”

“이 소리 못들었어?”

“네? 뭐가요?”

쾅!

“꺅!”

그때 그가 있던 방의 문이 거칠게 열리며 중년 사내가 뛰어들었다.

수염을 근엄하게 길러 평소에는 별명이 신사인 그였지만 지금은 그 어느때보다도 다급한 모습이었다.

“아이반 펠릭스님. 위급상황입니다!”

“무슨 일이야?”

아직은 한창 젊은 40세의 아이반 펠릭스는 탄탄한 몸을 일으키며 한숨을 쉬었다.

ELF를 맡은 이후로 어떻게든 조직을 부흥시키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다닌들 결국 연방이라는 거대 조직 앞에서 자신의 힘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연방정보국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꼭두각시가 되고 만 것이 벌써 10년째. 이제와서 큰 일이라고 해봐야 더 이상 나빠질 것도 없었다.

“침입자입니다!”

“무슨 소리야...? 다른 조직에서 문제라도 일으킨건가?”

“정확하게는 모르겠습니다만... 녀석이 우리조직을 타겟으로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우리를? 도대체 왜?”

“모르겠습니다.”

“제기랄. 이게 대체...”

아이반은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갑자기 연방정부에서 자기를 버리기라도 한걸까? 하지만 지금까지는 시킨일을 문제없이 잘 처리 해왔다. 이제와서 갑자기 팽할 이유는 없다. 근래에 정치적으로 급변한 사건도 없었고.

큰 일이라면 자비스라는 놈들이 나타나 북미지역을 쑥대밭을 내놓은 것 정도.

“설마. 그 일을 덮기위해서 우리 조직을 박살내려는 생각인가?”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자료는 어떻게 하고 있지?”

“일단 모두 모아서 숨겨두라고 지시는 했습니다만...”

“연방놈들 설마 내가 지금까지 보험도 없이 시키는 대로 일만 했을 거라는 생각을 한건 아니겠지?”

아이반이 이를 뿌드득 갈았다.

그는 자신의 위치를 잘 알고 있었다. 언젠가는 쓸모없어진 자신을 처분하려고 들 거라는 사실까지도. 그때를 대비해서 연방과 ELF의 커넥션을 입증하는 온갖 자료들을 수집해두고 있었다. 거기에는 감청장비를 이용한 것들도 있었고, 정부내의 문건도 다수 존재했다. 이런 순간이 올때를 대비해서 챙겨둔 것이다.

설령 자신이 죽음의 위기에 빠지더라도 언제든지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을 마련해 두기 위한 작업들이었다.

“이 자식들. 내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당할거라고 생각한건가?”

준은 열심히 자신을 향해 공격해오는 적들을 차근차근 챙겼다. 지금까지 던전에 밀어넣은 노예의 숫자들만 벌써 이백이 넘었다. ELF출신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마약카르텔의 똘마니들이었다.

그외에도 종종 헌터들도 눈에 띄었다.

대형사고를 치고 지하세계로 숨어든 녀석들이었는데, 이곳에서 나름 세력을 형성하고 왕노릇을 하고 있던 녀석들인 모양이었다.

“네놈이 대체 뭐하는 녀석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은 나 섬광의 발샤라의 영역이다. 지금이라도 무릎을 꿇고 여자들을 넘기면 목숨만은 크아악!”

양쪽 어깨와 두 다리에 니들건을 맞고 벽에 틀어박힌 녀석이 침을 질질 흘리며 비명을 질렀다. 준이 혀를 끌끌 차며 녀석을 던전에 집어넣고는 입을 열었다.

“이동네는 진짜 질이 안좋구만. 란도넬 행성 뺨칠 정도인데? 연방도 썩을 대로 썩어 있었구만.”

“어디에나 이런 곳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연합처럼 대놓고 힘의 논리로 움직이는 것에 비하면 낫지 않습니까?”

검둥이의 말에 준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생각해보니 틀린말은 아니었다. 나쁜놈들이 숨어서 산다는 이야기는 그래도, 어느정도 치안이 제대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니까.

“하긴, 란도넬에도 아직 이런 녀석들이 많이 남아있을까?”

“예전에는 제법 많았습니다만, 지금은 엘라님 덕분에 많이 줄었습니다.”

엘라가 아영이들을 이용해서 자경단을 만들어 뿌린 이후에 란도넬 행성의 범죄율은 상당히 줄었다. 마약조직들은 준이 눈에 불을 켜고 샅샅이 추적해서 제거한 탓에 애시당초 사라졌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매춘, 인신매매, 폭력등을 저지르는 조직들은 상당히 많은 수가 있었던 것이다.

단순히 밤거리를 돌아다니며 범죄를 일으키는 것만 아니라, 이런 뿌리깊은 조직들까지 전부 발본색원 해버리는 아영이들의 힘에 현재 란도넬의 치안은 그 어느곳 보다도 좋은 상황이었다.

물론 수도인 프라이어 시티를 제외한 외곽 지역으로 가면 아직도 전근대적인 범죄가 이루어지는 곳이 많았지만, 그래도 연합내에서는 최고로 안전한 곳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 덕에 엘라는 프라이어 시티의 공주님으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최근 들어서는 학교에서 폭력사태를 일으키는 녀석들을 전부 끌어모아서 아예 격투기대회를 만들어 그쪽으로 폭력성을 해소하는 방법을 만드는 등의 사업을 벌이기도 했다.

준은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지만,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학교분위기가 좋아졌다며 상당히 호평을 받고 있었다.

아예 프라이어 시티 전체 학교로 그 시스템을 적용할 거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정작 본인은 재미있자고 한 일이었지만 란도넬에서 준과 엘라의 인기가 워낙 높다보니 그런식으로 포장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고보니 그 녀석 잘 하고 있으려나.’

현재 엘라는 엘라 행성에서 열심히 우주선을 제작하는 중이었다.

행성을 가지고 어떻게 만들지 상상도 되지 않았지만 현재로서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 정도만 확인한 상황이다.

물론 거기에 들어가는 자원이 좀 많았다.

아예 자신의 EP와 연동되는 델타폰을 하나 쥐어주고는 거의 무한한 지원을 해주고는 있다고 하니 어떻게 만들어질지 조금 기대가 되는 중이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통로를 걷고 있는데 길 한쪽을 가로막은 바리케이드가 보였다.

“전동차인가?”

바리케이드의 정체는 다름아닌 망가진 전동차였다.

“힘을 제법 쓰는 놈이 저 중에 있는 모양입니다.”

검둥이의 말에 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평상시에 저렇게 다니기 불편하기 막아 둘리는 없다.

“저걸로 막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을리는 없고... 어쩌면 폭발물 같은 게 있을지도 모르겠군.”

“폭발물이 있다면 지상에도 영향을 미칠겁니다. 그렇게 되면 위에서도 지금 이 상황을 알게될고고 저쪽에서도 좋을 건 없을텐데요.”

“내가 누군지 모르는 거겠지. 정부에서 나온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어차피 죽을 거라면 발악이라도 해보려는 것일 수도 있겠지.”

“역시 형님이십니다. 형님의 혜안은 제가 감히 따라갈 수조차 없는...”

“이제 그런 아부 안할때도 되지 않았냐?”

“엄청 오랜만입니다만. 요즘 저에 대한 애정이 줄어드는 것 같아서.”

“원래부터 애정했던 적은 없는데.”

“크윽...”

준의 말에 검둥이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나저나 이 녀석은 정말로 인간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는 건가? 사실 지금 상태로도 인간형을 취할 수 있으니 크게 문제는 없을 것 같긴 하지만. 본체가 개인 상태라 평범한 인간과는 다른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개과 동물에게만 성욕을 느낀다던가 하는...

에피알게나스가 입을 열었다.

“전동차 너머에서 강력한 기운이 느껴져.”

“어느정도로 강력한데?”

“상급 헌터 정도.”

“이 전동차를 가져다 놓은게 그 녀석인 모양이군”

준은 가볍게 어깨를 풀었다.

일행과 함께 천천히 전동차의 열린문으로 들어섰다.

“역시...”

안쪽에는 전동차를 가득 메운 엄청난 양의 폭발물이 있었다. 문제는 이게 TNT계열 폭발물이 아니라 감마선을 방사하는 더티밤이라는 거다.

그러니까 일종의 핵무기였다.

“와... 이것들 장난 없네.”

준이 입을 딱 벌렸다. 이건 예상하지 못했다. 아무리 그래도 뉴욕이라는 대도시 지하에 핵무기가 이을 거라고 누가 생각했겠는가. 만약 이게 여기서 터지면 이 도시 전체가 날아 갈 수도 있을 거다.

준이 황당해 하고 있는데 통로 저편에서 묵직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저벅. 저벅.

준은 녀석이 모습을 드러내길 가만히 기다렸다.

그림자를 벗어난 그의 모습은 나이를 알기 어려운 외모였다. 30대로 보이긴 했지만, 그의 몸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그보다 훨씬 더 노련해 보였다.

준은 그가 자신이 찾던 인물임을 깨달았다.

“아이반 펠릭스.”

“역시 나를 노리고 온 것이었나.”

그가 씁쓸하게 웃으며 손을 들었다. 그의 손에는 커다란 스위치가 들려 있었다.

‘격발기로군.’

도시 전체를 날릴 수 있는 폭탄의 격발기다.

준은 자신이 빠르게 움직였을때, 저자의 손에서 저걸 빼앗을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보았다.

문제는 상대의 능력이 어느정도인지 알 수 없다는 것. 상급헌터만 되더라도 준이 움직이는 속도바도 저 자가 버튼을 누르는 속도가 빠를 것이다.

염동력은 애초에 상급이상의 헌터에게는 제대로 먹히지 않으니 의미가 없다.

일단은 그의 의중을 파악해 볼 필요가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