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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델타-533화 (533/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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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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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둥아. 저건 네가 알아서 처리해.”

“먼저 가 계십시오.”

준이 귀찮다는 듯 눈짓하자 검둥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어디로 가는 지는 알지?”

“냄새로 쫓아갈 수 있습니다.”

인간형일때는 개 상태일 때보다 후각이 떨어지긴 한다. 그래도 너무 떨어지지만 않으면 충분히 찾아갈 수 있었다.

“야. 저거 붙잡아! 도망간다!”

“내가 잡을게.”

타탓!

크로울리 갱단의 일원중 하나가 권총을 손에 쥐고 달려왔다. 검둥이는 가볍게 한숨을 쉬고는 달려오는 녀석의 다리를 걸었다.

“으앗?”

쿵!

촤락.

키가 160도 되지 않는 검둥이를 완전히 무시하던 사내가 바닥에 고꾸라지면서 손에 들고 있던 권총을 놓쳤다.

“이런 시팔... 이게 무슨...!”

“니가 감히 누굴 건드리려고 했는지 알고 있는건가?”

콰악!

“윽!”

검둥이가 바닥에 쓰러진 녀석의 등을 밟으며 입을 열었다.

사내는 어떻게든 일어나 보려고 바둥거렸지만, 조금도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마치 건물 사이에 끼인 것 같은 느낌. 옴짝달싹 할 수가 없다는 말이 너무나도 들어맞는 상황이었다.

“뭐하는 거야? 저런 어린놈을 상대로!”

무리지어 있는 녀석들 중 갱단의 리더로 보이는 이가 큰소리로 외쳤다.

“아니... 이게...”

“웃기려고 그러는 거냐? 장난치곤 너무 재미없는데.”

“그게 아니라고! 이 자식 좀 처리해봐!”

“진짜냐?”

“저거 헌터 아니야?”

“헌터라고 해도 총이 있잖아. 무슨 상관이야!”

크로울리 갱단이 권총을 뽑아들고는 검둥이에게 다가갔다.

툭.

검둥이의 머리에 대고 권총을 겨눈 갱단두목이 입을 열었다.

“죽고 싶지 않으면 당장 물러서라.”

“내가 하고 싶은 말인데.”

“이 자식이. 어린놈이라고 봐주려고 했더니.”

휘익!

퍽!

두목이 권총의 손잡이 부분으로 검둥이의 목을 내리쳤다.

당연히 정신을 잃고 쓰러지리라고 생각했지만, 검둥이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쯤되면 알아서 정신차리고 가야하지 않냐?”

“제기랄.”

철컥!

“이번엔 정말로 쏜다. 당장 풀어주고 꺼져라.”

“쏴.”

“쏘라면 누가 못쏠줄...”

“두, 두목!”

“그래도 앤데!”

“시끄러워! 이새끼 내가 죽이고 만다!”

두목은 그렇게 말하며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어두운 뒷골목을 울리는 총성. 하지만 누구도 이 골목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없었다. 이곳에서는 하룻밤새에도 몇명씩은 죽어나가는 우범지대다. 총성 정도야 대단한 것도 아니었다.

검둥이가 곧 쓰러질 거라고 생각한 두목이 바닥에 쓰러져 있던 부하를 향해 입을 열었다.

“야. 이제 일어나.”

“그... 그게...”

“뭐가.”

“아직도 못일어 나겠습니다.”

“그럴리가...”

그제서야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금 총을 맞은 검둥이가 두 눈을 뜬 채로 여전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총을 맞고 멀쩡할리가 없다고 생각해서 당연히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검둥이가 입을 열었다.

“이제 다한건가?”

“히익?”

턱.

뒤로 물러서려던 두목의 멱살이 검둥이에게 잡혔다.

“난 형님처럼 던전같은게 없어서 말이야.”

“무, 무슨 이야기를...”

“미안하지만 평생 고생해줘야겠어.”

뚜둑!

“끄아아악!”

검둥이가 두목의 어깨를 쥐자 그대로 뼈가 뚝 하고 부러졌다.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구르는 그를 내려다보던 검둥이가, 밟고 있던 녀석들 내버려 두고 두목의 나머지 어깨를 밟았다.

뚝!

경쾌한 소리와 함께 나머지 어깨뼈도 산산조각났다.

“이게 무슨...”

“죽여버려!”

타타탕!

타앙!

검둥이를 향해 나머지 녀석들이 총을 쏴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날아오는 총알을 무시하며 두목의 몸을 잘근잘근 부수기 시작했다. 마치 고기를 다지는 요리사처럼, 두목은 검둥이의 손안에서 온몸의 뼈가 산산조각 나고 있었다.

“끄아아아...”

두목은 거의 연체동물 처럼 온몸이 흐느적 거리며 피와 침을 온몸의 구멍이란 구멍에서 질질 흘리고 있었다.

그냥 죽일까 하다가, 최근 준이 사람을 잘 죽이지 않는다는 걸 떠올리곤 살려둔 것이다.

저 상태로 내버려 두면 당연히 죽겠지만, 어쨌든 여기는 연방이다. 갱들이라고 해도 의료혜택은 받을 수 있고 지금이라도 병원에 데리고 가면 살 수는 있다.

물론 평생 아픈몸을 끌고 살아야 겠지만, 그정도만 해도 충분히 그가 받아야 할 벌에 비해서는 약하다고 생각했다.

팅그르르-

이윽고 총성이 멎었다. 바닥을 굴러다니는 탄피소리가 들려왔다.

침을 삼키는 것 말고는 누구도 소리내어 입을 열지 못했다.

“다음은 너희들인간?”

섬짓!

마치 맹수앞에 내던져 진 듯한 공포가 모두를 사로잡았다.

도망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들은 손에 든 총을 떨어뜨리고는 하나 둘씩 바닥에 주저앉았다.

“사, 살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울면서 사죄하는 녀석, 목숨을 구걸하는 녀석, 그저 목을 내어놓고 처분을 바라는 녀석.

하나같이 제정신인 이들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초록색 외도인 검둥이가 자신의 기운을 풀어버린 것이다.

누구하나 고개를 들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딱. 하나씩만 내놓고 가라.”

타앙.

준은 뒤에서 들려오는 총성에 슬쩍 미간을 찡그렸다.

시미가 입을 열었다.

“검둥이가 총 맞았나 봐요.”

“누구 하나는 죽겠군.”

준은 대수롭지 않은 듯 입을 열었다. 사소한 실랑이로 총을 쏘는 녀석이라면 검둥이가 아니라 자신이라도 살려두지 않을 거다. 저런 인간은 내버려 두면 분명히 사고를 칠 녀석이니까. 차라리 여기에서 끝장을 보는 쪽이 선량한 사람들을 위한 판단이다.

물론 그들도 언젠가는 개과천선을 하고 좋은 사람으로 살아갈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그러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 와중에 그들에게 피해를 입을 사람은 얼마나 많을 것인가.

차라리 그럴바에는 그런 일이 생겨나기 전에 처리하는 쪽이 훨씬 더 나았다.

시미와 에피알게나스 때문인지 사방에서 시선이 모여들었다.

하지만 방금의 총성때문인지 사람들은 좀처럼 나서지 않았다.

게다가 준에게서 풍겨나오는 기운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자들도 많았다. 창문을 걸어 잠그고 커튼을 닫는 집도 있었다.

그렇게 십여분을 걸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잠시 기다리고 있으려니 어둠속에서 검둥이가 다가왔다.

머리만 약간 흐트러져 있을 뿐 두고 왔을때와 전혀 다를바 없는 모습이었다.

“어떻게 됐냐?”

“죽일까 하다가 봐줬습니다.”

“의외인데.”

“평생 힘쓰는 일은 못하겠지만요.”

“모르지. 이동네 의료기술은 워낙 좋으니까.”

“그래도 안될 정도로 밟아놓긴 했습니다만.”

“...얼마나 박살을 내놓은거야?”

준은 질린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어지간한 외상은 순식간에 치료해버리는 의료키트가 있는 세상에서 영구적인 불구를 남길 정도로 박살내놓았다면 그 상태를 보지 않아도 알만했다.

그렇다고 뭐라고 할 생각은 없었다. 죽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비를 베푼 셈이니까.

“그런데 여기는...?”

“아. ELF의 본부야.”

“여기가요?”

건물은 다 쓰러져가는 창고였다. 커다란 드럼통이 여기저기 쌓여 있었고, 다 부서진 차량들도 눈에 띄었다. 얼핏보기엔 텅 비어보였다. 사람이 다니던 흔적같은 것도 없었다.

준이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보기엔 아무것도 없어보이지만. 창고 지하에 어마어마한 공간을 만들어 놓았더라고. 하수구와 폐쇄된 지하철까지 이용해서 자기들 만의 도시를 만들어 놓기도 했고. 정확히 말하면 ELF뿐만이 아니라 여러 조직들이 같이 사용하고 있다고 해야하나?”

가장 큰 반군이야 ELF지만 그외에도 이 도시안의 골칫덩어리 들이라고 할 수 있는 여러 조직들이 있었다.

분리주의자들 뿐만 아니라 도시내의 무장조직과, 마약상까지 연결 된 거대한 지하도시가 있었던 것이다.

준은 델타맵을 이용해 거대한 맵을 띄웠다.

창고 안엔 지하로 가는 계단이 있었다. 거기서 부터 긴 통로가 이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그 통로는 거미줄 처럼 도시 전체로 뻗어 있었고, 누구도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몰랐다.

준은 재미있다는 듯 입을 열었다.

“쥐 사냥을 해보자고.”

끼익.

창고 안으로 들어서자 칠흑같은 어둠이 반겼다.

준은 라이트세이버를 꺼내들었다. 금세 내부가 환하게 밝아졌다. 맵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니 긴 통로가 보였다. 그 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가니 통로 전체를 막는 커다란 문이 있었다.

문에는 사람의 눈만 보일 정도로 좁은 틈이 있었다.

쾅쾅.

준이 문을 두드리자, 그 틈으로 사람의 눈이 나타났다.

“누구냐.”

“손님.”

“여기가 어디라고.”

“ELF의 본진이 있는 곳 아닌가?”

“...!”

철컥!

갑자기 문의 양쪽에서 작은 틈이 열리더니 총구가 튀어나왔다.

늦지 않게 실드를 펼친 준의 일행을 향해 총탄이 비오듯이 쏟아졌다.

타타타타탕!

엄청난 소음과 함께 화약냄새가 퍼져나갔다.

놀란 건 철문뒤의 사내였다. 준 일행이 전혀 타격을 받지 않자, 당황한 듯 큰 소리로 외쳤다.

“침입자다! 총이 통하지 않는 놈이야!”

“문을 좀 열어주지 그래?”

“닥쳐! 여기는 아무도 못들어 온다!”

“그래?”

준은 문앞으로 걸어가 문위에 왼손을 가져다 대었다.

“뒤로 물러서는 게 좋을거야.”

“무슨...!”

그리고 그대로 오른쪽 어깨를 당겨 철문을 후려쳤다.

꽈앙!

엄청난 소음과 함께 철문이 박살나며 튕겨 나갔다. 그 뒤에 서있던 자는 말그대로 온몸이 걸레짝이 되어 튕겨나갔다.

“크윽...!”

“살아있는 걸 보니 운이 좋은 녀석이네. 온몸에 철편이 박히고도 살아있다니.”

아예 복부를 관통한 거대한 상처가 보였다. 보통은 저정도면 쇼크로 한방에 죽는데 생명력이 제법 질긴 녀석인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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