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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델타-532화 (53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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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준 알스버그인가?]

준은 일반통화를 위해 가지고 다니는 스마트패널을 들었다. 그곳에는 각종매체에서 많이 봐왔던 연방대통령 키에런 다이시의 모습이 있었다.

“맞아.”

[아무리 사적 통화라지만 예의는 좀 지키지 그러는가?]

“그런 말을 하려면 그쪽부터 지키시지.”

[연방대통령에게 그런 소릴 하다니. 제법 강단이 있는 친구로군.]

“그런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통화를 한 건가?”

[하긴. 서로 쓸데없는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겠지.]

키에런의 시선이 잠시 다른 곳으로 향했다가 다시 카메라로 향했다. 아마도 보좌관이 옆에서 그가 할 말을 정리해주고 있을 것이다. 준은 가만히 그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우선 서로에게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군.]

“그런 이야기 말고. 우선 왜 나를 공격했는지 부터 묻고 싶은데.”

준이 시종일관 강경한 태도로 나서자, 키에런의 표정이 굳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애초에 눈치를 볼거였으면 그 영상을 보내지도 않았다. 그

걸 보낸 이상, 연방과 자신은 두 가지 선택지 밖에 없었다.

서로 원수가 되거나, 비밀을 공유하는 친구가 되거나.

준이 건방지거나, 공손하거나에 상관없이 서로의 요구가 맞으면 협상은 성립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틀어지는 것이다.

[정보국에서 좀 지나치게 군 점은 인정하지.]

“말로만?”

[그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하도록 하지. 연방법에 의거해서 말이지.]

“아아. 그것 참 고맙군.”

정보국의 요원에 의한 신변위협으로 인한 피해보상은 받아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받는 보상금이라 봐야 얼마 되지 않는다는 건 뻔한 일이다.

게다가 준은 직접적으로 피해랄 것 까지도 없다. 목숨의 위협을 받은 것도 아니고, 오히려 잡힌 건 요원들 쪽이니까.

물론 그래도 많은 액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봐야 몇 억 수준이겠지만. 연방에게는 티끌만도 못한 돈이고, 준에게도 껌값이나 다름없다.

그런 돈 몇푼 던져주고 준에게 요구할 것은 엄청나게 많을 것이다.

그런 불리한 협상은 애초에 할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협상은 준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키에런 대통령은 준이 이렇다 할 이야기를 하기 전에 요구사항만 전달하고 끊어버린 것이다.

‘흠...’

그가 내건 요구는 간단했다.

모든 인질의 석방.

그리고 준의 퇴거.

어떻게 보면 가장 간단하게 일을 해결할 수 있는 방식이다.

자비스에 대한 문제를 준이 덮어주는 대신, 연방도 준이 벌인 난장판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묻지 않겠다. 셀럼을 구하기 위해 정보부 건물 하나를 통째로 날리고, 비밀 지하기지를 부수고, 몇몇의 정보부 요원들을 죽인 것을 묵인한다는 것이다.

마치 아무일도 없었던 것 처럼.

‘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하단 말이지.’

사과를 바란 건 아니다. 입발린 말 같은 건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까.

하지만 그저 휴가를 위해 온 이곳에서 온갖 고초를 겪은 걸 생각해보면,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것도 사실.

거지도 아니고 돈 몇 푼 쥐어주고 없었던 일로 하자는데 곱게 돌아가는 게 바보다.

‘어떻게 해야하나... 아영이들을 빼버릴까? 아니 그건 좀 아닌 거 같은데.’

현재 신아영의 복제들이 빠르게 미 대륙에 퍼져 복구작업과 구조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미 구조작업은 거의 끝나가는 단계였고, 남은 것은 부서진 건물들을 철거하거나, 그 자리에 임시 거처를 마련하는 일이었다.

99퍼센트 이상 인간과 흡사해진 아영이들의 구호작업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내장되어 있는 의료지식을 총 동원해 부상자들과,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적극적으로 돌보았다.

그로 인해 델타에 대한 미대륙의 여론은 상당히 호의적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그것들을 한꺼번에 빼낸 다는 것은 준도 그다지 내키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냥 두고 오는 것도 그렇다.

‘뭔가 거국적으로 뜯어먹을 방법이 없을까?’

연방이라는 거대 공룡에는 빨대 하나만 꽂아도 돈이 줄줄 새어나온다.

그런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두고 배를 가를 수는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가장 좋은 것은 델타폰을 보급하는 것이다. 델타스피릿의 시작이자 끝. 델타폰을 이용한 상업활동은 현재 비공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대놓고 팔아대고 있는 곳은 델타스피릿의 권역 내에서만 가능한 일이고, 다른 곳에서는 아직도 아는 사람만 아는 그런 기기였다.

그걸 연방에서 합법적으로 팔 수 있는 길을 만들 수 있다면, 순식간에 전 우주로 퍼져나가는 건 일도 아니었다.

물론 연방도 바보가 아닌 이상, 델타폰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을거다.

그리고 그걸 자국내에서 풀지 않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겠지.

장거리 우주탐사와 같은 특수상황에서는 지금도 세계 각국에서는 암암리에 사용하고 있었다. 연방에서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준이 풀어버린 것도 있지만, 상당수는 이전부터 존재하던 것이다.

하지만 그걸로는 한계가 있다.

‘흠. 차라리 반군에게 풀어버릴까?’

연방은 여러세력에게 계속해서 견제를 받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아이반 펠릭스를 중심으로 하는 분리주의 자들이다.

정식명칭으로 제국해방전선(Empire Liberation Front), 즉 ELF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이 반군집단은 지나치게 비대해진 연방에 의해 독립성을 잃은 몇몇 소규모 국가들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진 조직이다.

최초는 몇몇 소국에서 지원을 했지만 지금은 그 연결고리마저 사라지고 자체적으로 생존을 도모하고 있는 중이지만, 여의치 않아 점점 그 규모가 축소되고 있는 중이었다.

어떻게든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서 이런저런 테러들을 벌이고는 있지만, 사실상 진작에 사라졌어도 이상하지 않은 조직이었다.

그들이 살아있는 이유는 단 하나. 연방의 필요에 의해서였다.

겉으로 보기에 잘 단합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연방은 사실상 헐거운 경제연합체로서 기능하고 있는 중이고, 여전히 기존 국가간의 갈등이 내재적으로 쌓여있는 상태였다.

결국 다른 수많은 국가들을 하나로 규합하기 위해 외부의 적이 필요한 상황.

러시아와 중국을 도구로서 사용하고 있지만, 더 직접적으로 긴장감을 주기 가장 좋은 것은 역시 테러조직이었고, 그들을 은밀히 지원하고 있는 것도 사실 연방정부의 정보국이었다.

준이 이런 자세한 사정을 알고 있을 수 있는 것은 4번던전에 밀어넣은 요원들의 입을 열어서였다. 아무리 정신력이 뛰어난 이들이라도 버티는 것에 한계가 있었고, 결국

몇 번 죽고 나자 술술 입을 열수밖에 없었다.

연방에 엿을 먹이려면 그들을 지원하는 것 만큼 좋은 일이 없다.

델타폰에서 생산되는 물건들은 헌터들에게도 유용할 뿐만 아니라 군인들에게 유용한 것들도 많다. 반군이 그것을 손에 넣어 제대로 사용하기 시작하면 제법 골치아픈 일들이 많이 생겨날 수도 있었다.

그냥 한 10만EP정도가 들어있는 델타폰을 넘겨주면 끝이다.

하지만 준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테러조직 지원은 아니었다. 그게 자신에게 금전적 이득을 주는 것도 아니고, 단지 화가났다는 이유로 그런 짓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더 좋은 방법이 있다.

‘차라리 그 놈들을 없애는 쪽이 더 골치아프겠지.’

필요에 의해 생존하고 있는 테러조직. 엘프(ELF).

그들을 준의 손으로 깨끗히 처리하면, 연방이 오히려 당황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미 그들의 모든 정보는 준의 손에 있었다.

뉴욕 브롱크스. 32번가.

메인 가에서 한참이나 벗어나 있는 부두근처의 이 어두운 골목은 수많은 마약중독자들이 길거리를 헤매고 있었다.

범죄자들과, 창녀, 거지들이 우글거리는 이 거리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고급스러운 옷을 입은 2남2녀가 나타났다. 10대로 보이는 2명, 그리고 20대로 보이는 젊은 남녀. 거기다가 아주 부유해 보이는 옷차림.

이 기묘한 조합은 근방의 범죄자들에게 아주 좋은 먹잇감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무언가 이상한 느낌을 받은 사람들도 있었다. 뒷골목 생활을 오래 한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먹어도 되는 먹이와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할 줄 알고, 그런 이들은 준 일행을 보고도 그냥 못본척 하거나 괜한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는 듯 몸을 숨겼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십여명이 우르르 몰려다니며 강도짓을 하는 지역 갱단 크로울리의 일행들의 눈에 마침 준 일행이 눈에 띈 것이다.

“야. 저거봐라. 돈냄새 존나 나지 않냐?”

“저 년봐라. 존나 예쁘네. 완전 연예인 아니냐?”

“시팔 얼굴도 안보이는데 어떻게 아는거야?”

“척하면 척이지. 가자. 저렇게 먹어달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다니는데 당연히 먹어주는게 인지상정이지.”

“크크크. 쓰레기 새끼.”

“닥쳐. 그래서 안할거야?”

“내가 먼저.”

십여명의 갱들이 자기들끼리 음담패설을 하는 걸 듣던 준은 가만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연방하면 환경이 정말로 좋은 곳인데도, 이런 슬럼가가 있고 저런 쓰레기들이 있었다. 여긴 거의 준이 장악하기 전의 란도넬행성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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