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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델타-531화 (53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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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쿵! 쿵! 쿵!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알베르토 준장은 고개를 들어 자신들을 향해 달려오는 거대한 공룡을 올려다보았다.

지구에는 외도가 있었던 적이 없다. 거의 대부분의 외도는 외우주에서부터 인간의 영역을 잠식해 들어왔고, 인류 최후의 보루였던 지구만큼은 외도의 침입에서 안전했던 것이다.

지구에서 태어나, 지구에서 살아왔던 그가 실물의 외도를 눈앞에서 본 것조차 처음인 상황이다.

그것만 해도 기가막힐 지경인데, 지금 그의 눈앞에 있는 것은 10미터가 넘는 거대한 외도, 아니 이걸 외도라고 할 수 있을까?

그 모습은 인간이 익히 알고 있는 공룡의 모습 그대로였다.

“어, 어떻게 할까요?”

그의 곁에 있던 부관이 비명섞인 말투로 물었다.

알베르토 준장은 그제서야 정신을 번쩍 차리고는 새된 목소리로 소리질렀다.

“고, 공격! 전부 죽여버려!”

콰아아앙!

엄청난 기세로 다가오는 티라노사우르스를 향해 포격이 시작되었다. 총성과, 포성, 그리고 헬기에서 쏟아지는 헬파이어 미사일이 어지럽게 연기를 뿌리며 작렬했다.

꽈과광!

콰앙!

하지만 그 포화속에서도 공룡의 돌진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알베르토 준장은, 티라노사우르스의 뒤에서 수백마리의 공룡들이 달려오는 것을 목격했디.

이건 단순히 포격만으로 상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저, 전부 후퇴하라!”

“살려줘!”

“닥치고 도망쳐!”

기이이이!

콰앙!

그리고 괴이한 호성과 함께 날아든 익룡 하나가 헬기의 로터를 붙잡고는 그대로 바닥으로 추락시켰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제자리에서 호버링 하던 헬기들은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는 익룡들에 의해 계속해서 제압당했고, 이렇다할 활약도 하지 못하고 바닥으로 떨어져갔다.

사방에서 터져나가는 폭발음 속에서 알베르토 준장은 자신의 머리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것을 느꼈다.

크르르르!

고개를 들어보니 거대한 티라노의 머리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꿀꺽.

도망칠 방법은 없다. 화기가 먹히지 않는 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 그의 죽음은 예견되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통신기에 대고 입을 열었다.

“전군... 무사히 탈출하길 바란다.”

콰직!

티라노의 이빨이 전차와 함께 알베르토 준장을 씹어삼켰다.

콰앙! 쾅!

“휘유. 이거 엄청난 광경이네요.”

검둥이가 가볍게 휘파람을 불었다.

“저 사람들 다 어떻게 할거에요?”

시미는 준이 꺼내든 테이블 위에 앉아서 다리를 흔들거렸다. 준과 에피알게나스는 의자에 앉아 차가운 음료수를 마시는 중이었다. 이 혼란스러운 광경과는 전혀 상관없는 듯한, 밖에서 본다면 해변가에서 유람하는 것으로 보일 정도다.

“일단 전부 던전에 처넣어야지.”

“저래도 안죽는 거에요?”

시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애초에 죽을이유가 없잖아. 전부 구현화인데.”

준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오오. 그거 그거죠? 게임같은 거 현실에다가 재현하는.”

“그래. 넌 해본적없냐?”

도리도리.

시미가 고개를 저었다. 녀석에게도 델타폰을 주기는 했는데 구현화 기능까지는 써보지 않은 모양이다.

“그런데 이런 대규모 구현화가 가능한겁니까?”

검둥이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기본적으로 구현화 기능은 개인이 자신의 EP를 소모해서 게임같은 것을 현실에다가 재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여기에는 개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건 강제적으로 다른 사람을 구현화에다가 집어넣어버린 상태인 것이다.

“그야. 시스템관리자가 나니까. EP만 충분하면 이정도 규모의 구현화 정도는 어렵지 않지.”

준이 한 것은 사막에다가 쥬라기월드라는 게임을 구현화 시킨 것. 애초에 현실과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의 퀄리티를 보이는 것이 구현화 기능인 만큼 사전에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면 실제로 눈앞에서 공룡이 나타난다고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면 헬기 같은거 떨어지는 것도 전부 복구 되는 겁니까?”

“애초에 일어나지 않은 일이니까. 구현화 내에서 죽거나 다쳐도 실제로는 아무렇지도 않잖아. 저건 그냥 환상일 뿐이야.”

준의 말에 그제서야 검둥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구현화의 대단한 점은 그 안에서 무슨 짓을 해도 현실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거다.

좁은 방안에서 전쟁터를 체험 할 수도 있고, 하루종일 달려도 끝이 없는 넓은 사막을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구현화를 끝내면 다시 좁은 방안으로 돌아올 수 있는 거다.

헬기가 떨어지고 폭발했지만, 구현화만 거두면 그 안에서 멀쩡하게 다들 살아있을 거다.

그런데 왜 이런 짓을 하느냐고?

구현화 자체가 델타에 의해서 돌아가는 것이다.

즉, 준은 구현화를 마음대로 펼칠수도 있고 그 안에 간섭할 수도 있었다.

“그럼 슬슬 일해볼까.”

저들이 구현화에 빠져서 허우적 대는 동안 준은 병사들을 던전에 밀어넣기 시작했다.

헬기와 전차까지 모조리 집어넣었다. 사단급의 병력이다 보니 병사의 수천에 달한다. 이들을 전부 4번 던전, 그러니까 성채가 있는 던전에 넣기에는 너무 많았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가지고 있던 던전 중에서 가장 넓은 것을 추가로 넘버링해서 사용했다.

5번, 대사막 던전이다.

말 그대로 모래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곳이다.

마실 것도 먹을 것도 없지만, 던전안에서는 갈증도 배고픔도 없으니 버티는데는 문제가 없었다.

구현화를 마치고 나자 라스베가스 외곽에 남아있는 사람은 준 일행과, 알베르토 준장 단 한명 뿐이었다.

그는 눈을 껌뻑이며 자신이 어째서 살아있는 것인지 당황하는 것 같았다.

“정신차려.”

짝.

준이 가볍게 뺨을 치자, 알베르토 준장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어떻게 된거지?”

“어떻게 되긴. 너희가 진거지. 싸울거면 사전에 조사 좀 똑바로 하고 오던지. 뭐 아무것도 못할거면서 요란하기만 하고... 정보국에서 제대로 정보를 못받은 거냐?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시간낭비할 거면 나 그냥 가버릴테니까, 확실하게 해결 할 의지가 있으면 대통령이라도 데리고 오던지.”

“무, 무슨.”

“사단급 병력이 증발했으니까. 이제는 대통령이 나설수밖에 없지 않겠어?”

“혀, 협박하는 거냐?”

“협박은 무슨. 독대 시켜줄거 아니면 나 그냥 돌아간다고. 집에가는 걸로 협박하는 사람도 있냐?”

“아, 알겠다. 그러면 지금 당장 연락을...”

“헬기 하나 남겨놨으니까. 저거 타고 가. 운전은 할 줄 알겠지?”

“모, 모르는데...”

알베르토 장군이 말끝을 흐렸다. 준은 한숨을 쉬며 5번 사막던전을 열어 헬기 조종사 하나를 끄집어 내었다. 허공에 검은 구멍이 생기더니 거기에서 사람이 튀어나오는 걸 본 알베르토가 기겁하면서 물러섰다.

“이 녀석과 같이 가면 될거야.”

“...다른 병사들은 어떻게 되었지?”

“이제야 그게 걱정되는 모양이지?”

준이 입을 열자 알베르토의 얼굴이 구겨졌다. 그의 말이 빈정거림 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그래... 나는 자신의 안전이 보장되고 나서야 겨우 부하들을 생각하는 졸장이다. 하지만 정말로 알고싶다. 그들은 모두 어떻게 된거지?”

“아직 죽지는 않았다.”

“그들은 인질인건가?”

“딱히. 연방에 돌려주고 싶은 생각은 없는데.”

준의 말에 알베르토의 동공이 지진을 일으켰다. 3천명이 넘는 병력이다. 그 정도 숫자를 먹이고 재우는 것만해도 엄청난 일이다.

“설마. 전부 죽이려는 생각인가? 아니면 실험체로 쓰려는 것?”

준에 대한 정보는 불확실한 것이 많았다.

중앙정보부에서는 그의 특이한 능력들이 준이 운영하는 외도연구소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었는데, 그곳에서 인체실험도 행해지고 있다는 의심을 하고 있었다.

준이 슬쩍 미간을 찡그렸다.

“인체실험이라니. 사람을 뭘로 보고 그러는 거야?”

“그럼 그들을 어떻게 하려는 거지?”

“흠... 어떻게라. 한 10년 정도 노예로 쓰려고 하는데. 그들에게도 아주 나쁜 건 아닐거야.”

어쨌거나 던전에 머무르면서 헌터로서 각성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거니까.

물론 10년의 자유를 빼앗는 다는 점에서 그걸 좋아할 만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한다.

생각해보니 전날 엘라행성에 갔을 때 4번 던전의 사람들을 풀어놓고 온다는 것을 깜빡 잊은 것이 생각났다. 4번 던전에서 오래 있던 사람들은 상당수가 헌터로 각성했고, 그 중 일부는 슬슬 임계점을 넘어가려는 이들이 있었다.

일단 알베르토를 보내고 다시 엘라행성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참. 그리고 이것도 가져가.”

틱.

준은 그렇게 말하며 작은 USB를 던져주었다. 요즘은 잘 쓰지 않는 물건이지만, 기밀을 요하는 군시설 등에서는 아직도 수요가 있는 물건이었다. 준 역시 어렵게 구해서 거기에 짧은 영상을 담은 것이다.

“이게 뭐지?”

“그쪽에서 밝히고 싶지 않은 진실.”

준은 어깨를 으쓱하며 입을 열었다.

그 안에는 정보부 지하에 있었던 자비스들의 영상이 담겨 있었다.

준이 자기 자신에게 보낸 영상이다. 이제야 이걸 넘기는 것도 저쪽의 준이 영상을 찍은 걸 잊어버리고 있다가 이제야 넘겨준 때문이다. 너무 자기가 할만한 짓이라 화도 내지 못했다.

그가 보낸 데이터에 대한 피드백은 곧바로 전해졌다.

알베르토가 돌아간지 두시간도 되지 않아 곧바로 연방대통령과의 화상통화가 연결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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