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527화 (527/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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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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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

“악마다!”

“도망쳐!”

정보국의 직원들이 준을 보자마자 미친듯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방이 막힌 방안이다. 준이 지나갈때마다 검은 구멍이 나타나 바닥에 쓰러진 사람들을 집어삼켰다. 그들이 보기에 그 모습은 지옥의 문을 열어젖힌 악마처럼 보일 뿐이었다.

준은 그들 중 하나를 염동력으로 붙잡아 들어올렸다.

“커헉?”

“피셔국장은 어디에 있지?”

“모, 모릅니다.”

“자기네들 상사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는 거냐?”

“일단 급한대로 도망쳐 온 것이라...”

“뭐, 좋아. 어차피 물어볼 사람은 많으니까.”

“자, 잠깐...”

“이미 늦었어.”

준은 그렇게 말하며 던전의 입구에다가 그를 던져넣었다.

“으아아아! 사, 살려줘!”

“자. 다음.”

이미 이 방안의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검은 구멍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본래 사람들은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가 더 큰 법이다. 저 안에 무엇이 있을지, 그들의 상상력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준은 더 이상 도망치지 못하고 벽에 붙어서 부들부들 떠는 사람들을 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히이익?”

누군가가 공포에 질린 듯 새된 비명을 질렀다.

정보를 알아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피셔국장이 있는 곳은 패닉룸 중에서도 가장 작은, 십여명이 겨우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작은 곳이었다.

“국장이라는 인간이 그런 작은 방에 틀어박혀 있을 줄은 몰랐군.”

“덕분에 도망치기는 수월하잖아. 영리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에피알게나스는 준의 옆에서 반쯤 허공에 뜬 채로 날아가고 있었다. 같은 속도로 움직이기 위해서 염동력을 이용한 것이다.

준은 델타맵을 보며 피셔국장의 도주경로를 추적해 보았다. 가장 가까운 곳은 단 하나있는 출입구였다. 하지만 준이 통로를 박살내면서 들어오는 바람에 정 반대편에 또 하나의 출구가 생겼다.

‘만약 나라면 가장 가까운 통로로 나갔겠지.’

어차피 도주확률은 반반. 그렇다면 그나마 확률이 높은 것은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출입구다. 하지만 그걸 역으로 생각해서 정 반대편에 있는 부서진 통로로 나갈 가능성도 없는 건 아니다.

‘일단 출입구로 간다.’

설령 피셔국장이 반대쪽 통로로 빠져나갔다고 해도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사막에는 몸을 감출 곳이 없으니, 결국은 준의 눈에 걸려들게 되어 있었다. 도망치려고 한다고 도망 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준은 가는 길에 눈에 띄는 녀석들을 전부 던전에다가 밀어넣으면서 달렸다. 출구로 향하는 짧은 시간동안 던전에 들어간 정보국 인물들의 수가 이백을 넘어갔다.

“이쪽인가.”

출구에 도착할때까지 결국 피셔국장의 모습을 찾을 수는 없었다. 준은 하는 수 없이 밖으로 나왔다. 멀리 도망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자신이 부숴두었던 반대편 출구쪽으로도 도망치는 사람들이 보였다.

준이 하늘로 솟구쳤다.

100여미터를 올라서자 도망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천리안.’

수킬로미터 밖에 있는 사물을 분간할 수 있는 준의 원거리 시야가 발동되었다. 하지만 일일이 모두 살펴보았음에도 도망치는 사람들 사이에 피셔국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허탕인가. 미꾸라지 같은 놈이군.”

“아직 안나갔을 수도 있어.”

에피알게나스가 눈을 가늘게 뜨며 아래의 지하기지쪽을 가리켰다.

“음?”

“사람들이 빠져나간 틈에 섞여 나가는 건 그렇게 좋은 생각은 아니야. 너라면 금방 찾을 수 있었을 테니까. 사람들을 내보내고 혼자 밑에 숨어 있을 수도 있어. 마치 도망친 것 처럼 위장해서.”

“그렇군. 하지만 그렇다면 검둥이한테 금방 걸릴텐데.”

“그래도 그냥 도망치는 것 보다는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

“그건 그래.”

준은 에피알게나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은 운에 맡기는 방법이지만, 그래도 운이 따라만 준다면 자신에게 걸리지 않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피셔국장은 제법 영리하다고 할 수 있었다. 어쨌거나 가장 확률높은 도주방법을 택한 셈이다. 나가지 않고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 것으로.

피셔국장은 바깥의 정세에 귀를 기울였다. 방금전까지 어수선했던 바깥은 이제 완전히 조용해진 상황이다. 그는 현재 커다란 환풍구 안에 에반스와 함께 몸을 숨기고 있었다.

둘 다 준 알스버그가 자신들을 찾지 못하고 떠나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처음에는 에반스의 말대로 도망치는 사람들 사이에 섞여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사막에는 몸을 숨길 곳이 없다. 바위틈 같은 곳에 숨는다고 해도 들키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고, 너무 위험요소가 많았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아예 나가지 않는 것이다. 도주하는 사람들을 보고 자신이 이미 도망쳤을 것이라고 준이 생각해 주길 바란 것이다. 사실 흔한 기만전술 중 하나였지만, 이런 속임수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속아넘어갈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하루정도만 숨어 있다가 구조대가 오면 그때 나가면 되겠지. 아무리 네놈이 날고기는 재주가 있었도, 이렇게 꽁꽁숨어 있는데 찾을 리가 없지.’

검둥이라는 녀석이 개로 변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이곳은 환풍구다. 바람이 빠져나가는 곳이니 들어오는 곳이 아니니 냄새가 퍼질 우려도 없었다. 이정도면 거의 완벽한 은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후후후...”

이미 구조요청은 보내둔 상황이다. 잠시후면 연방의 구조대원들이 떼거지로 몰려와서 준 알스버그를 처리할 것이다. 그가 강하다고 한들, 설령 로버를 꺼낸다고 해도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

“이제 네놈은 끝이다. 감히 연방을 건드려? 산채로 지옥구경을 시켜주지.”

“흠. 그건 좀 별론데.”

“헉?”

피셔국장은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원래라면 에반스가 있었어야 할 그곳에 준 알스버그의 모습이 있었다.

“어, 어떻게...?”

“여기에 있는 줄 알았냐고?”

피셔국장이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전원은 내려가 있는 상태지만 환풍기는 비상전원을 통해서 돌아가고 있는 상태다. 냄새로 자신을 찾는다는 건 불가능했다.

“초음파를 이용하니 생각보다 쉽더라고.”

“초음...파?”

피셔국장은 순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초음파를 이용해 사물의 위치를 찾는다는 게 물론 불가능한 건 아니다. 하지만, 기지전체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고성능 장비가 필요했고, 지금 준에게는 그런 기구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런 준의 앞섶에서 자그마한 요정이 튀어나왔다. 시미였다.

“제가 찾았으니 약속 지켜요.”

“그래. 하루정도는 시간 빼는 거 어렵지 않으니까.”

준은 피식 웃으며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피셔를 찾은 것은 시미의 음파공격을 응용한 것이다. 녀석이 음파를 발생시키면 거기에서 오는 반향을 통해서 살아있는 인간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 녀석이 어떻게 매번 귀신같이 나를 찾아오나 했더니...’

준도 시미가 스스로 찾아나서겠다고 했을때, 반신반의 했던 것이 사실이다. 음파만으로 벽이나 철골구조물 너머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그럼 일단 면담 좀 해보실까.”

뚜둑.

준이 목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피셔국장의 표정이 하얗게 질렸다.

준 알스버그가 연방의 정보국장을 납치했다는 소문이 순식간에 퍼졌다. 여전히 아영이들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는 와중, 연방에서는 이 사태를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펜타곤 중앙회의실. 그곳에는 현재 십여명의 사람들이 심각한 얼굴로 토론을 하고 있었다.

“이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이는 연방에 대한 도발인 바 반드시 그자를 응징해야 합니다.”

중앙정보국 부국장 도널드 셰어가 강경하게 입을 열었다. 그러자 국가안보국 국장 하일린크가 헛소리라는 듯 말을 내뱉었다.

“그전에 원인부터 찾아야 하는 것 아닌가? 어째서 준 알스버그가 이곳에 왔고, 정부국장과 그 직원들을 납치한 거지? 정보공유가 전혀 안되어 있는 상태에서 결과만 보고서 어떻게 일을 해결하자는 건가?”

“필요한 정보는 모두 드렸습니다.”

“이게 전부라고?”

하일린크가 스마트패널을 책상위에 툭 집어 던지며 미간을 찡그렸다. 그가 미간을 꾹꾹 누르며 말을 이었다.

“국방 고등 연구 기획청의 연구소 세 곳이 털렸다. 그곳이 중앙정보국과 공조해서 무언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여기에 누가 있지? 그런 기본적인 정보까지 감춘채로 해결방안이 나올 것 같나? 만약 우리가 모르는 정보를 준 알스버그가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지?”

“연방이라는 큰 국가가 그깟 연합의 기업가 하나정도...”

“그러니까 있는대로 정보를 풀라는 소리 아닌가! 쓸데없는 역공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쾅!

하일린크가 책상을 내리쳤다. 도널드 셰어의 어깨가 움츠러 들었다.

[거기까지만 하지요.]

회의실 한켠에 있는 디스플레이에서 중후한 중년 사내의 목소리가 흘러나왓다.

“네. 대통령님.”

[정보는 내가 이미 확인 했습니다. 임시로 기밀해제 명령을 내렸으니 곧 열람할 수 있을 겁니다. 자세한 회의는 그 이후로 하도록 합시다.]

“하, 하지만... 그렇게 되면 정보국의 독립성이...”

도널드 셰어가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연방은 엄청나게 큰 국가이다. 정보국의 수만 해도 십여개가 넘는다. 그 중에서 중앙정보국은 가장 많은 정보를 다루고, 또 가장 중요한 정보를 감추고 있는 곳이다.

아무리 지금 사안이 심각하다고 할지라도 이런 식으로 정보가 공개되어버리면 기관의 독립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정보국도 이 건에 대해선 다른 곳과 협력하도록 하십시오. 코드 제로와 연관 된 일을 이토록 허술하게 처리하다니. 징계또한 감안하셔야 할겁니다.]

그 말을 끝으로 디스플레이가 꺼졌다. 그에게 있어 이 일은 수많은 일들이 하나일 뿐이었다. 결국 직접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것은 중앙정보국의 남은 인원들과 그들이 공조해야할 독립적인 정보기관들. 그리고 실질적인 무력을 쥐고 있는 국방부였다.

“코드제로?”

국가안보국의 하일린크가 눈을 크게 떴다. 그 역시 정보기관의 수장이다. 코드제로가 뭘 의미하는 지 모르지 않았다.

“설마. 로오나와 관련 된 사건인가? 그렇다면 설마 지금 미대륙에서 설치고 있는 자비스들의 정체가...”

“...저희와 관련이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미쳤군. 이 사실이 알려지면 어떻게 될지 몰랐다는 건가?”

“준 알스버그만 잡으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테일러 팀장까지 소환했습니다. 곧 특수작전팀 전원이 모이면 그자를 잡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자를 잡아야 한다. 안되면 죽이기라도 해야 해.”

하일린크의 얼굴이 한순간에 몇 년은 늙어버린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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