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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델타-526화 (526/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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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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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스탯 80을 찍은 준의 완력와 니들리스해머의 결합은 몇미터 두께의 콘크리트를 단숨에 부수었다. 상부가 부서진 비밀 통로로 뛰어내린 준은 에피알게나스를 염동력을 통해 내렸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질문하나. 지금 어디로 가는 거야?”

“널 납치 지시한 녀석이 있는 곳으로 가는 거지.”

“이곳은 연방의 수도로 알고 있어. 그 말은 연방에 척을 질 각오를 한다는 건데. 굳이 그런 선택을 하는 이유가 궁금해.”

“흠... 글쎄. 화가 나서랄까.”

로버를 훔치는 것 까진, 그래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에피알게나스까지 건드린 건 용납하기 힘들다. 다행히 그녀를 무사히 되찾긴 했지만, 그녀를 납치한 이들이 잠깐이라도 다른 마음을 먹었다면 무슨일이 있었을지 모를 일이었다.

준은 던전을 열어 시미와 검둥이를 불러냈다.

“푸하. 여기 너무 심심해요.”

“난 좋았는데.”

툴툴거리는 시미를 전용 앞주머니에 넣고 검둥이를 앞세워서 천천히 통로를 따라 움직였다.

“그런데 어디가는 겁니까? 형님.”

“나쁜 놈 잡으러 간다.”

“이렇게 느긋하게요? 산책가는 줄 알았습니다.”

“천천히 가자고. 어차피 놈이 도망치려고 해봤자. 잡는 건 금방이니까.”

“셔틀을 타고 도망갈 수도 있습니다만.

“이런 비밀스럽게 지어진 지하기지에서 셔틀을 타고 도망간다는 건 불가능 해. 애초에 셔틀이 뜰만한 공간 자체가 없으니까.”

“땅이 갈라지면서 착륙장이 나타나는 구조라던가.”

“요즘 만화보냐?”

“불가능한 건 아니잖습니까.”

“그렇긴 하지. 외부에서 셔틀을 가지고 오는 방법도 있고.”

“그럼 좀 더 서둘러야...”

“어디까지 해야할까.”

하지만 이어지는 준의 말은 다소 뜬금없는 것이었다.

“뭐가 말입니까?”

“아무래도 연방이라서 그동안 눈치를 제법 봤는데 말이지. 저쪽에서 먼저 선을 넘어버렸단 말이야. 그래서 나도 지금 선을 넘을까말까 고민하고 있거든.”

“무서운 말씀을... 아무리 그래도 연방은 아닙니다.”

검둥이가 머리칼을 바짝 세웠다. 그 역시 한때는 인간이었기에 이 우주에서 연방이 갖는 힘이 얼마나 거대한 지는 잘 알고 있었다.

“서로 망해보자고 덤비면 내쪽도 박살나겠지만, 연방도 상당한 타격이 있지 않을까?”

“그렇긴 하겠습니다만... 그걸 원하시는 건 아니잖아요?”

“뭐, 그건 그렇지. 적당한 선에서 피셔만 조져야겠다.”

“그게 마음대로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놈이 도망가면 그것도 어렵습니다.”

“못 도망가.”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시는 겁니까?”

“출구가 하나밖에 없거든.”

준은 느긋한 걸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델타의 3차원 맵을 통해서 비밀기지의 구조는 대강 파악이 끝난 상황이다.

비밀기지는 지하로 복잡하게 이어져 있었지만 나가는 길은 하나뿐이다. 외부의 침입이 생길 경우 수월하게 방어하기 위함으로 생각되었다. 그 안에 있는 사람보다는 기지 자체의 보안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 중에서 피셔국장이 있을 만한 곳은 역시 지하 10층에 위치한 주조종실이었다. 수많은 위성에서 보내오는 데이터를 받아서 처리할 수 있는 곳이다.

당연히 엘리베이터는 작동하지 않았다. 최대한 준이 다가오는 시간을 늦추려는 모양이었다.

지하로 내려가는 문은 굳게 잠겨 있었지만 준의 앞에서 잠긴문은 의미가 없었다.

서걱!

쿠웅!

라이트세이버를 휘두르자 사람이 지나갈 수 있을 만한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어지간한 광학병기를 뛰어넘는 위력을 보이는 라이트세이버다. 합금강 정도로 막아낸다는 건 불가능했다.

그렇게 지하 10층까지 이동했다.

“너무 조용한데.”

“그러게요. 아무도 안보이네요.”

시미가 귀를 기울이며 입을 열었다. 사람의 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이런 지하시설에서 들릴 법한 기계 돌아가는 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마치 오래된 신전처럼 고요함만이 맴돌고 있었다.

“벌써 도망 친걸까?”

에피알게나스의 말에 준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 도망치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해.”

“어디선가 기다리고 있는 건지도 몰라.”

“함정이라도 파놓고 있다는 거야?”

준의 물음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출구가 하나밖에 없을 정도로 보안에 신경쓴 시설이라면 방어시설이 있어도 이상할 것은 없지. 어쩌면 헌터들이 자리를 잡고 있을 수도 있겠군. 그래봤자 안된다는 건 알텐데.”

준이 피식 웃으며 걸음을 옮겼다. 주 조종실 까지는 금방이었다.

두꺼운 철문을 앞에두고 준은 다시 라이트세이버를 들었다. 강철문 안쪽으로 라이트세이버를 집어넣는 순간, 안쪽에서 무언가 점화되는 소리가 들렸다.

‘역장전개.’

콰아앙!

실드를 순식간에 열겹을 쌓은 준의 앞으로 강철문이 폭발하며 엄청난 기세로 터져나갔다. 사방으로 문의 파편이 튀며 순식간에 주변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검은 연기와 불꽃, 그리고 매캐한 냄새가 준의 코를 자극했다.

시미가 눈을 찡그리며 입을 열었다.

“후와. 이거 뭐에요?”

“누가 안쪽에다가 가스를 채워넣은 모양이야. 문을 열기위해서 충격을 주면 폭파되도록 해놓은 것 같은데. 설마했는데 정말로 함정을 설치해놓다니.”

“그런데 이런걸로 형님이 죽을 거라고 생각했을까요?”

“아니겠지. 날 모를리 없는 정보국에서 이런 짓을 할리가 없고, 목표는 내가 아니라.”

준은 미간을 찡그렸다. 노리는 건 에피알게나스 일 것이다.

“경고 같은 거군. 자신을 계속 추적하면 다른 사람이 위험해 질 수 있다는.”

“제법 머리를 쓰는데. 이제 어쩔거야?”

에피알게나스가 입을 열었다. 주조종실의 기계는 물리적으로 파괴되어 있었다. 애초에 이곳에 저장되어 있을 정보에는 관심이 없었다.

준이 원하는 건 피셔국장이다. 땅을 뚫고 도망치는 재주가 없다면 반드시 이 안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어쩌긴. 내가 언제 시비건 놈들 그냥 두는 거 봤어?”

준은 어깨를 으쓱 하곤 말을 이었다.

“검둥아. 이제부터 길은 네가 안내해. 냄새로 찾을 수 있지?”

“네. 가능합니다.”

스르륵.

검둥이가 몸을 웅크리더니 개 형태로 변신했다. 킁킁 거리며 냄새를 맡던 검둥이가 크게 한번 짖고는 통로를 따라 움직였다.

피셔 국장은 숨을 죽인 채 영상에 흘러나오는 준 일행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준이 점점 자신에게로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실시간으로 확인하자 등줄기에 식은 땀이 흘렀다.

“대체 저 녀석이 여길 어떻게 알고 온거지?”

“더 이상 이곳에 숨어 있을 수는 없을 듯합니다. 이만 대피하시지요.”

비서 에반스가 입을 열었다. 그가 숨어있는 패닉룸은 완전히 밀폐 된 공간이었다. 여기까지 온 이상 더 이상 도망칠 곳은 없었다.

“어디로 도망친다는 거야?”

“숨어 있는 모든 직원들을 내보내십시오. 그 사이에 섞여서 도망친다면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닙니다.”

“그게 먹힐까?”

“나가는 출구는 하나지만, 그곳까지 갈 수 있는 길은 여러갈래입니다. 그리고... 준 알스버그가 부수고 들어온 통로로 빠져나갈 수도 있을 겁니다.”

에반스의 말에 피셔국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당장은 그의 말을 따르는 것이 최선이었다.

하지만 자존심이 상한다.

‘찌끄러기 같은 연합놈 하나가 감히 연방의 정보국장을 노리다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죽여버리겠어.’

분노에 몸을 떨던 그는 곧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당장 분노를 터뜨려봐야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건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제기랄. 저 자식 하나때문에 무슨 고생인지.”

피셔국장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기지 안에는 수백 여명의 정보국 직원과 요원들이 있다. 이들을 희생해서 도망친다는 선택지 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처량하기 그지 없었다.

“죽는 것 보다는 낫습니다.”

“나도 알아.”

피셔국장은 말을 이었다.

“모두 대피하라고 해. 요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잠시 기다렸다가 이동한다.”

“네. 알겠습니다.”

에반스가 통신회선을 열어 무전을 시작했다. 지하기지가 부산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컹!

검둥이가 크게 짖고는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준 일행은 그의 뒤를 따라 달렸다. 검둥이가 멈춘 곳은 넓고 긴 복도의 중간쯤 되는 지점이었다.

스르륵-

다시 소년의 모습으로 돌아온 검둥이가 긴 숨을 뱉어내곤 입을 열었다.

“이곳입니다. 형님. 아마도 감춰진 문이 있는 모양이에요.”

“뒷쪽에 넓은 공간이 있군. 아마도 비상사태를 대비한 공간인 모양이다.”

델타맵에는 복도 뒤쪽의 공간이 훤하게 보이고 있었다. 최소 수십명이 숨어있을 수 있는 넓이었다.

라이트세이버를 들어 사람이 들어갈만한 크기로 절단했다.

기이익- 쿵!

그러자 벽으로 가장되어 있던 문이 떨어져 나오며 그대로 뒤쪽의 통로가 보였다.

“헉?”

“젠장!”

“왜 하필 여기부터...”

“살려줘!”

그리고 통로 양쪽의 방에서 뛰쳐나오던 사람들이 준을 발견하고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몇몇은 권총을 뽑아들었지만 쏘지는 못하고 있었다. 어차피 준에게 총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시미야. 쟤네들 기절 좀 시켜.”

“넵!”

꺄아아아!

시미의 전면으로 충격파가 퍼져나갔다. 일반인이 기절 할 정도로 힘 조절을 해서 그런지 몇몇은 버텼지만, 대부분은 그 자리에서 비틀거리며 쓰러졌다. 준은 이삭줍기를 하듯 그 인원들을 전부 4번 던전안에 던져 넣었다.

억지로 버티고 있던 녀석들은 준이 직접 던전에 처넣었다.

‘슬슬 여기 있는 사람들도 엘라로 보내야 겠군.’

던전에 너무 오래 있으면 외도화가 진행된다. 던전관리 모드를 통해 위험상태에 이른 사람이 있는지 매번 체크하긴 하지만 갑자기 변할 가능성도 없진 않으니 이번 일이 끝나면 바로 이동시켜야 할 것 같았다.

“여기엔 없는 것 같군.”

피셔국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런 공간이 여러곳에 있는 모양입니다.”

“잠깐만. 이건 내가 찾는게 빠르겠군.”

준은 비슷하게 통로 사이사이에 숨어있는 패닉룸들을 찾았다. 모두 합해 열개 가량의 숨겨진 방이 있었다. 비슷비슷한 방들이 얽혀 있어 맵만 보고는 이것이 패닉룸이라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뒤늦게 준은 마음이 급해졌다.

“이러다 피셔를 놓칠지도 모르겠군.”

“그러게 빨리 움직이시라니까.”

“너는 시미를 데리고 따로 움직여. 피셔국장을 만나면 잡아두고.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지?”

“네.”

“나, 나는 준이랑 같이 있을거야!”

“이 일 끝나면 같이 놀아줄게.”

“그 약속 지켜야 돼요?”

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에피알게나스와 함께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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