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525화 (525/540)

0525 ----------------------------------------------

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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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전.

준은 엄청난 속도로 가속하며 델타맵에 뜬 에피알게나스의 위치를 따라 움직였다. 펠로우쉽 계약자의 위치는 준에게 실시간으로 전달된 다는 걸 몰랐던 작전 1팀의 미스였다.

‘젠장... 설마 이런식으로 납치작전을 벌일줄은.’

이건 명백히 준의 실수였다. 피셔국장이 순순히 돈을 줄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자비스를 모두 잡고 나면 자신을 향해서 총구를 겨눌거라는 생각도 했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얼마든지 대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설마 자비스를 상대하는 중간에 그런 짓을 벌일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너무 얕봤어.’

준의 시야를 가린 시간은 길어도 1분이 되지 않는다. 그 짧은 시간에 로버를 탈취할 거라고는 예상 못했다. 하지만 그곳에 에피알게나스가 타고 있었다면 좀 더 주의했어야 했다. 로버는 없어도 그만이다. 로봇일 뿐이니까. 하지만 에피알게나스는 다르다. 로오나 최후의 생존자로서, 준과 델타 스피릿에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었다.

그런 배경을 제외하고서라도 그녀는 준과 가장 가까운 사람 중 하나. 이런 식으로 허무하게 그녀의 신병을 빼앗긴 다는 것은 백번 자책해도 모자라는 일이 아니다.

다행히 델타맵에 그녀의 신호는 계속해서 잡혔다. 적어도 목숨은 붙어 있다는 뜻. 하지만 1분뒤에도 그녀의 목숨이 무사할거라는 보장은 없다.

준은 중력제어를 통해 최대속도로 가속했다. 준의 몸은 순식간에 마하를 넘어섰고, 멀리 전장이 100미터가 넘는 거대한 셔틀이 눈에 보였다.

로버는 자기장그물에 갖힌 채 셔틀의 밑바닥에 붙어서 꼼짝 못한채 끌려가고 있었다. 에피알게나스라도 타고 있었다면 어떻게든 움직여 빠져나올 수 있었겠지만, 탑승자가 없는 로버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셔틀이 순식간에 준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셔틀에서는 아직도 준의 접근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대로 돌파한다.’

준의 몸이 셔틀을 그대로 뚫고 들어갔다.

콰앙!

콰앙!

삐! 삐! 삐!

셔틀이 크게 흔들리며 비상음이 울렸다. 조종실의 붉은조명이 점멸했다.

테일러 팀장이 당황하며 외쳤다.

“무슨일이야!”

“셔, 셔틀이 뭔가에 맞은 것 같습니다. 내부 기압이 계속 떨어집니다!”

“미사일인가?”

“아닙니다! 적기는 없습니다!”

“지대공 미사일일 확률은?”

“고도 2만피트에 있는 셔틀을 타격할 수 있는 지대공 미사일은 없습니다!”

“제기랄! 그럼 대체 뭐야?”

쾅!

또 다시 셔틀이 크게 흔들리며 굉음이 터져나왔다. 비상경고음이 더욱 빽빽거리기 시작했다.

“고도가 떨어집니다! 엔진 하나가 먹통입니다!”

부조종사가 큰 소리로 외쳤다. 테일러 팀장은 자신의 옆에 묶어둔 하얀머리칼의 여성을 흘깃 보았다.

‘이 여자를 구하러 온 걸까? 설마... 그건 말이 안되지.’

고도 2만 피트 상공이다. 그런 곳에 인간이 아무런 장비없이 온다는 건 말이 안된다.

하지만 준 알스버그의 정보를 취합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로버라는 거대 로봇을 소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초음속 셔틀을 소환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렇다 쳐도 너무 빠르긴 하지만...’

자신이 타고 있는 전장 100미터짜리 셔틀은 속도와 페이로드 양쪽 모두를 충족시킨 최신예 수송선이다. 저 녀석이 뭘 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대기권 내에서 이 수송선을 따라잡는 다는 건 불가능했다.

삑! 삑! 삑!

계속해서 경보음이 울렸다.

“고도 1만 9천피트! 1만 8천피트! 계속 떨어집니다!”

덜덜덜!

셔틀이 엄청난 기세로 계속 흔들렸다. 상황은 점점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반중력 엔진을 네개나 달고 있는 이 수송선은 그 무게 때문에 하나라도 부서지면 부력을 유지할 수 없다.

“제기랄!”

콰직!

테일러 팀장이 자신의 앞에 있는 의자를 후려쳤다. 빈 좌석이 박살나며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이대로라면 추락사를 면할 수 없었다. 테일러 팀장은 하는 수 없이 좌석 한쪽에 걸린 낙하산을 등에 짊어졌다. 최악의 경우 로버를 잃어버리더라도 자신의 목숨만은 구해야했다.

그의 시선이 에피알게나스를 스쳤다.

‘이대로 버리긴 아까운 여자다.’

급박한 상황임에도 그녀를 처음 본 순간 형언할 수 없는 경이로움을 느껴야 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여성은 본적이 없다.

“전원 탈출하라! 이 수송선은 버린다!”

“로버는 어떻게 합니까!”

테일러의 직속 수하 하나가 입을 열었다.

“버려! 그게 뭐든지 간에 목숨보다 중요하진 않다!”

“알겠습니다!”

흔들리는 셔틀 안에서 작전 1팀이 빠르게 움직였다. 100여미터에 달하는 셔틀은 엔진 하나가 날아가고 동체에 구멍이 난 상태에서도 그 형태를 어떻게든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다.

동체가 공기저항에 의해 부서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속도를 떨어드리는 바람에 고도가 하강하는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이대로라면 몇분 안에 바닥에 충돌하며 폭발할 가능성이 높았다.

테일러 함장은 에피알게나스를 안고 셔틀의 이중문을 열었다.

콰앙!

덜컹!

그 사이 엔진 하나가 더 폭발하며 그의 몸을 흔들었다. 그 충격으로 인해 에피알게나스가 눈을 떴다.

“누구...”

그녀가 테일러를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 모습에 정신이 아득해진 테일러는 침을 꿀꺽 삼키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알것없다. 곧 여길 빠져나갈테니 입다물고 있어.”

“아아...?”

에피알게나스는 그제서야 자신이 납치당했음을 깨닫고 그의 품을 빠져나가기 위해서 바둥거렸다. 하지만 전투능력은 일반인과 비교해 크게 다를 것 없는 그녀가 최상급 헌터의 힘을 이겨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테일러는 이중문의 바깥쪽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덜컹!

콰아아!

엄청난 바람과 함께 셔틀 안쪽의 물건들이 날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셔틀 내의 인물들은 전부 한가락 하는 헌터들이다. 이정도 기압차에 날아갈 정도로 약하진 않았다.

테일러는 가까워지고 있는 땅을 보면서 그대로 아래로 뛰어내렸다.

그 순간, 옆구리에서 엄청난 충격이 느껴졌다.

“큭!”

갑자기 튀어나온 무언가에 부딪히며 몸이 팽글 돌았다. 하늘과 땅이 멋대로 회전하며 순간 방향감각을 잃었지만, 재빨리 정신을 차리며 자세를 잡았다.

하지만 품에 안고 있던 에피알게나스는 이미 놓친 후였다.

‘어디...?’

황급히 고개를 움직여 그녀를 찾았다. 그리고 자신이 뛰어내린 셔틀 위애서 그녀를 안고 있는 준 알스버그를 발견할 수 있었다.

“후...”

준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굳이 곧바로 테일러가 있는 곳까지 들어가지 않은 것은 섣불리 움직였다가 그가 에피알게나스에게 상처를 입힐 것을 두려워 한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일부러 엔진을 부숴가며 셔틀을 추락시켰고, 그가 빠져나오길 기다렸다.

예상으로는 그녀를 버리고 나올 것으로 생각했지만 의외로 그는 에피알게나스를 포기 하지 않았다. 준은 그걸 보고 재빨리 행동했다.

녀석이 셔틀에서 떨어지는 순간을 노려 공격을 감행 한 것이다.

완전히 방심하고 있던 찰나였기 때문에 수월하게 공격을 성공시켰고, 에피알게나스를 그의 품에서 빼내오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마법사 같진 않으니, 여기까지 다시 올라올 순 없겠지.’

준은 회수한 로버를 재소환했다. 그렇지 않아도 추락하고 있던 셔틀에 로버의 무게까지 더해지자 그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탁. 탁.

로버에 탑승한 에피알게나스가 빠른 손놀림으로 콘솔을 조작했다. 방금 납치되었다가 빠져나온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의 침착함이었다.

준이 입을 열었다.

“괜찮아?”

“문제없어.”

“다친 곳은?”

“나는 죽지만 않으면 회복할 수 있으니까.”

“그랬었지,”

그녀가 가진 치료능력은 살아있는 이상 그 어떤 질병도 회복시킬 수 있을 정도였다. 그 범위는 방대해서, 말그대로 죽을 병에 걸린 사람들도 살려낸다. 노화마저도 멈출 수 있을 정도이니, 그녀가 가지는 가치는 그야말로 무한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

그런 그녀를 영영 잃어버릴 뻔 했다니. 자신의 부주의함에 화가 날 정도였다.

에피알게나스가 입을 열었다.

“이제 어떻게 할거야?”

“셔틀의 목적지를 빼냈어. 그곳으로 갈거야.”

준이 셔틀에 돌입하면서 곧바로 시스템을 통해 셔틀의 컴퓨터를 해킹했다. 안에 탑승한 인물들이 우왕좌왕하면서 탈출에 골몰하고 있는 동안 준은 텍사스에 있는 임시 정보국의 위치를 빼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준의 표정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피셔국장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의 행동은 선을 넘었다. 로버와 에피알게나스를 납치하려고 한 순간 준은 더이상 눈치를 보는 것을 포기했다.

“날 건드린 걸 후회하게 만들어 주지.”

부우-

셔틀을 딛고 있던 로버의 동체가 서서히 떠올랐다.

로버의 손에 빛이 어린 순간.

서걱!

거대한 수송선이 두 조각으로 갈라졌다.

준이 에피알게나스와 함께 텍사스에 위치한 정보국에 도착하는데 걸린 시간은 단 5분. 공간이동용 웜홀을 통해 미리 알아낸 좌표를 찍어 이동한 것이다.

“여기가 어디야?”

“두더지들이 숨어있는 곳이지.”

주변은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사막이었다. 암석으로 이루어진 야트막한 산들을 제외하면 살아있는 것이라곤 무릎높이까지도 오지 않는 낮은 관목들 뿐이었다.

치직-

그때 준이 허리춤에 매어놓은 무전기에서 신호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다름아닌 테일러가 가지고 있던 초광속무전기였다. 양자스핀을 이용한 데이터 전달용 구형 무전기였지만, 중간에 가로채일 우려가 없다는 점에서 여전히 현역으로 쓰이고 있는 물건이었다.

[알파팀. 들리는가? 응답하라!]

“아아. 잘 들려.”

준이 무전기를 통해 입을 열자 반대편에서 잠시 침묵이 일었다.

[준 알스버그?]

곧 익숙한 피셔국장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준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맞아. 반갑지?”

[어떻게 된거지? 어째서 네가 테일러 팀장의 무전기를...?]

“그건 알거 없고... 하나만 물어보지. 어째서 로버를 탈취하려고 한거지?”

[쓸데없는 질문을 하는 군.]

“하긴... 이유가 중요한 건 아니지.”

로버를 훔쳐가려고 했다면 당연히 로버가 탐이나서일 것이다. 그런 걸 물어봤자 제대로 된 대답이 나올리가 없다.

“하나 더 묻지. 이런 짓을 저지르고도 무사할 거라고 생각한 건가?”

[그건 내가 더 궁금하군. 연방에서 그렇게 멋대로 날뛰어도 된다고 생각한건가?]

“아니. 애초에 내가 뭘 했다고. 시비를 건건 그쪽이 먼저... 아니. 이런 건 직접 얼굴보고 이야기 하는 게 낫겠군.”

콰직.

준은 손에 쥔 무전기를 부수곤 인벤토리에서 해머를 꺼내들었다.

콰앙!

쩌적!

니들리스 해머를 바닥에 내리찍자, 땅에 금이 가며 와르르 바닥이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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