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523화 (523/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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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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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가 가슴을 열고 준이 빠져나오는 장면이 주 조종실의 영상을 통해 흘러나왔다. 로버 안에는 계속해서 준과 함께 있던 여성만이 남았다. 피셔국장의 머리에 불이 딱 하고 켜졌다.

“지금이야.”

“네?”

비서 에반스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입을 열었다.

“준 알스버그는 저 로봇을 언제든지 소환하거나 소환해지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 그렇다면 저걸 탈취하기 위해선 그가 로버의 곁에 없을 때 뿐이지.”

“저걸 가져오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작전 1팀 준비 됐지?”

“테일러 팀장이 문제입니다.”

작전 1팀장 테일러 루윈. 연방이 자랑하는 열 명의 최상급 헌터 중 한명이었다. 로렌스와 벨트레에 비해서도 훨씬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는 얼마 전에 달기지에 출장을 갔다가 막 돌아온 참이었다.

자존심이 강한 그가 이런 납치작전을 동의할리가 없었다.

“그 녀석에게 전해. 준 알스버그가 로렌스를 죽였다고.”

“증거는 없습니다.”

엑손타워에서 있었던 전투는 격렬했지만, 제대로 된 영상하나 조차 남아있지 않다. 그와 전투를 벌인 헌터들은 모두 사망했고, 스쳐가듯 그를 본 사람들도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단 하나 일치하는 것은 그가 말도 안되게 강하다는 것 뿐.

“알아. 하지만 그를 움직이는데 증거가 필요한 건 아니지.”

테일러 팀장과 죽은 로렌스는 제법 오랫동안 알아온 사이였다. 과거에는 연인이었던 적도 있을 정도로 친밀한 관계였다.

그런 상황에서 로렌스가 갑자기 죽어버렸으니, 범인을 찾겠다며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는 중이었다.

하지만 이렇다 할 정보가 나오지 않고 있으니 엄한 곳만 터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미대륙 내의 분리주의자 아지트만 열개가 넘게 터져나갔다. 정보취득을 위해 일부러 남겨둔 곳들이었는데 그것때문에 정보국 내에서도 골치아파하고 있었다.

“준 알스버그를 죽이려고 들지도 모릅니다.”

“그것도 나쁘진 않지.”

“아무리 최상급 헌터라고 해도 테일러가 그를 이길 수는 없습니다. 준 알스버그가 자비스를 상대하는 것만 봐도...”

“로버만 없으면 돼. 저 로봇이 없으면 그도 평범한 헌터일 뿐이야.”

“하지만...”

“닥치고 시키는 대로 해. 지금이 아니면 로버를 가지고 올 기회가 없어.”

그렇지 않아도 크리스탈 연구소 세곳이 모두 털렸다. 이 일로 인해서 자신의 목도 간당간당한 상황이었다. 명색이 정보국장이 그런 첩보 하나 미리 알지 못해서 일을 키웠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정보부의 핵심인 엑손타워까지 공격당했으니 뭔가 확실한 실적을 가져오지 않으면 자신의 커리어는 여기가 마지막이었다.

퇴직후 인맥을 쌓아 연방 상원의원까지 도전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준은 파괴행위를 하고 있는 자비스를 향해 접근했다. 그녀 역시 준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전혀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다. 두 사람간의 거리가 100미터 정도로 가까워지자, 슬쩍 준을 향해 시선을 던진 것이 전부였다.

그 이후로는 아예 신경을 끄고 건물을 부수는 데 주력하고 있었다.

‘펠로우쉽을 걸려면 일단 가까이 다가가야 하는데.’

계약을 제시하기 위해선 최소 10미터 이내로 근접해야 한다. 그 정도까지 맨몸으로 다가가기에 조금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었다. 신체능력으로만 따지면 준은 자비스에 비교할바가 아니었으니까. 놈이 작정하고 근접전을 걸어버리면 제법 곤란해진다.

실드로 막을 수 있는 건 단 한번의 공격 뿐이다. 만약 놈이 공격을 해온다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도망쳐야 했다.

‘민첩성에 투자를 좀 해야겠군.’

준은 일단 스탯창을 확인했다.

사용자 ; 준 알스버그

레벨   ; 25

클래스 ; 기술자, 상인, 기사

칭호   ; 델타의 소유자(모든 능력치 +10) 람다의 소유자(민첩성 +10), 시그마의 소유자(지능+10) 파이의 소유자(마나 100% 증가)

능력치

EX필드 1/1

체력 67000/67000 마나 40200/20100(*20%)

경험치 50,111,430 잔여 스탯 77

힘 64(+16)  민첩성 23(+24)  지능 21(+26)  정신력 29(+15)

잔여스탯이 상당히 쌓여 있었다. 일단 민첩성을 100까지만 올려볼 생각이었다. 그 정도면 자비스의 움직임에 따라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민첩성에 잔여스탯 77중 53을 투자하시겠습니까?

-응.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스탯을 한꺼번에 쏟아붓는 게 좀 아까웠지만, 남겨둬봐야 쓸데도 없는 거 그냥 써버리기로 했다.

-민첩성이 76(+24)으로 상승했습니다. 총 민첩성이 100에 달했습니다.

-능력치가 일정수치를 넘어 특수기술 ‘가속’이 개방됩니다.

-능력치가 일정수치를 넘어 특수기술 ‘초가속’이 개방됩니다.

-특정 능력치가 100을 돌파했습니다. 신체의 구성비가 변화합니다. 업그레이드가 필요합니다.

‘업그레이드?’

능력치가 오르면서 능력치에 기반하는 기술이 열릴 건 예상한 바였다. 하지만 이건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업그레이드가 뭐지?

-인간의 신체에서 보일 수 없는 능력을 발현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입니다. 신경계 전달물질의 속도 증가, 근육의 밀도향상, 그리고 DNA정보를 수정합니다.

뭔가 무시무시하게 들린다.

-그러니까 내 몸을 개조하겠다는 건가?

-업그레이드입니다. 유기체인 인간의 육체는 정도이상의 힘을 낼 수가 없습니다. 그 리미트를 끌어올리기 위한 과정입니다. 반드시 거치기를 추천합니다.

-부작용은?

-없습니다.

-DNA를 건드리는데 이상이 없을리가.

-인간의 유전자맵은 완벽하게 분석되어 있습니다. 신체개조를 영구히 유지하기 위한 방법이므로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흠...

시스템의 어조는 그 어느때보다도 단호하다. 이렇게 까지 자신하는 모습을 본적이 없을 정도다.

이 녀석이 거짓말을 하는 경우는 없으니, 부작용이 없다는 말은 사실이긴 할거다.

‘그래도 뭔가 찜찜한데...’

말이 업그레이드지 신체개조나 마찬가지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준은 입술을 깨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진행해.

어차피 펠로우쉽 계약을 맺은 후부터 자신의 몸에 변화가 일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자신뿐만 아니다. 루나도 서은설도, 그외다른 사람들의 신체가 빠르게 최적화 된 상태의 육체로 구성되고 있었다.

넓은 의미에서 보면 그거나 이거나 다를게 없다.

-신체 업그레이드를 진행하겠습니다. 경험치가 1천만이 필요합니다.

-공짜인 것 처럼 말하더니...

-신체 재구성에는 많은 양의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다시 묻습니다. 진행하시겠습니까?

-끙... 그래. 진행해.

어차피 레벨업에 들어가는 경험치가 억단위다. 1천만 정도 쓴다고 해서 문제 될 건 없다. 좀 아깝긴 하지만 100이상으로 능력치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하니. 거기다가 약간의 기대도 있었다.

강화 된 육체가 이전과 비교해 얼마나 달라질지.

-끝났습니다.

-어? 벌써 끝났다고? 뭐 아프거나 한 것도 없이?

-아프게 해드릴 걸 그랬나요?

-아니. 그거 아닌데.

뭔가 심심하다. 뭔가 빛이 번쩍번쩍 하고 근육통도 어마어마하게 있고 머리가 쪼개질 것 같이 아픈, 뭐 그런 걸 상상했는데.

생각해보니 델타가 가진 기술력은 어마어마하다. 고통이 있는 쪽이 이상한것이다.

‘그나저나 뭐가 달라진거지?’

준은 양손을 내려다보며 쥐었다폈다를 반복했다. 민첩성을 100까지 올렸으니 상당히 빨라지긴 했을 거다.

일단 가볍게 몸을 움직여 보았다.

스팟!

마치 자리에서 푹 꺼지듯 준의 몸이 사라졌다. 그렇게 몇번을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던 준이 상기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대박이네.”

50이 안되던 민첩성에서 갑자기 100을 찍어버렸으니 적응이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마치 처음부터 그랬던 것 처럼 완벽하게 신체가 컨트롤 된다. 단순히 속도만 빨라진 것이 아니다. 신체의 반응속도 자체가 엄청나게 상승한 것이 느껴졌다.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마치 생각을 하기도 전에 움직이는 것 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꾸욱.

강하게 주먹을 쥐었다. 잠깐 움직인 것이 전부였지만, 온몸의 세포가 살아서 움직이는 듯한 감각이 들었다. 주위의 모든 것들이 손에 잡힐 듯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심지어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까지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이정도면 자비스와 속도싸움을 해도 밀리지 않겠군.’

맨손으로 녀석을 때려잡을 필요는 없다. 단지 녀석에게 당하지 않을 정도면 된다.

찌릿.

강화된 감각을 통해서 자비스의 시선이 느껴졌다. 그녀는 파괴행위를 멈추고 준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제야 위협을 느낀다는 건가?’

준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녀석에게 접근하기 전에 확인해야 할 것이 있었다.

가속(초급) : 신체의 움직임을 10분 동안 2배로 올립니다.

초가속(초급) : 신체의 움직임을 10분 동안 3배로 올립니다.

각자 따로 쿨타임이 도는 기술들이다.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수확이었다. 이미 민첩성이 100에 이르는 준의 움직임은 그 어떤 인간도 따라잡지 못할 정도. 엑손타워에서 싸웠던 벨트레를 떠올려 보았다. 그때만 해도 제법 빠르다고 여겨졌지만 지금이라면 거북이가 지나가는 속도로 보일 것이다.

확인 할 것은 다 했다. 준은 느긋한 걸음으로 여성체 자비스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크르르.”

그녀가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 거렸다. 인간임에도 이성을 잃어버린 그녀는 이미 짐승이나 외도와 다를바 없다. 하지만 펠로우쉽 계약을 성공시킨다면 일부나마 이성이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물론 시미와 검둥이 수준의 이성을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대흉근 정도만 되어도 의사소통은 가능할 것이다.

그정도만 되어도 준에게 강력한 우군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것도 명령에 충실히 따르는 최강의 전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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