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520화 (520/540)

0520 ----------------------------------------------

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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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르르!

3층짜리 상가 건물 하나가 무참히 무너졌다. 딱 주먹 한방이면 건물 한채가 통째로 날아가는 걸 보니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를 정도였다.

‘일단 정타는 안맞는 걸로...’

아무리 준이라고 해도 저런 공격을 정면으로 맞으면 체력이 남아날리가 없다. 파란색 외도급의 슈퍼솔저라는 걸 말로만 들을때는 그냥 그러려니 했지만, 실제로 보니 엄청난 압박이 느껴졌다.

‘일단 니들건으로는 저 녀석들에게 흠집도 못낼거고...’

현재 준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라이트세이버와, 로버, 그리고 레일건 정도다. 물론 그중에서는 로버가 압도적으로 강력하다. 사용시에 경험치를 엄청나게 뽑아먹는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현재 5천만 가량의 경험치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삼일 밤낮으로 싸워도 남으니 크게 걱정은 되지 않는다.

다만 현재 상태에서는 경험치가 쌓이지가 않는 다는 것이 불안 요소였다. 델타폰에서 들어오는 경험치는 전부 저쪽 준이 가져가고 있으니 남은 5천만으로 해결을 봐야했다.

거기다가 다시 과거로 돌아가서 전투를 벌여야 할 수도 있으니 어느정도는 경험치를 세이브 해야할 필요도 있었다.

‘일단은 레일건으로...’

인벤토리에서 레일건을 꺼내들었다. 소형 레일건이라고 해도 슈퍼솔저들에게는 충분한 타격을 입힐 수 있었다.

“읏차!”

1미터가 넘는 크기의 레일건을 들고 가장 가까이에 있는 자비스를 겨냥했다. 녀석은 준이 레일건을 겨냥하고 있음에도 오로지 파괴행위에만 주력하고 있었다.

파지직!

위잉!

하지만 전자기장제어를 돌리고 레일건이 동작하기 시작하자, 두 마리의 자비스가 고개를 돌렸다.

‘시야보다는 에너지 반응에 더 민감하다는 거군.’

“크크...”

목이 두꺼운 흑인 자비스가 준을 향해 어깨를 움찔거리며 접근했다. 두 사람의 거리는 50미터 정도. 서로의 수준을 생각해 봤을때 이 거리라면 사실상 코앞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레일건 충전 완료.

-오케이.

시스템 메시지를 받자마자 준은 방아쇠를 당겼다.

콰앙!

엄청난 굉음과 함께 텅스텐 탄자가 흑인 자비스를 향해 날았다. 수백킬로미터를 단 몇십초에 주파하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날아간 탄자를 향해 자비스가 거대한 주먹을 뻗었다.

‘레일건을 주먹으로?’

쾅!

비산하는 불꽃과 폭풍으로 인해 일순간 자비스의 모습이 사라졌다. 아무리 파란색 외도급이라고 해도 레일건을 정면으로 맞으면 신체에 구멍이 뻥 뚫릴 정도다. 그걸 그냥 주먹으로 막아낸 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쉭!

가벼운 바람소리와 함께 먼지사이에서 자비스가 튀어나왔다. 순식간에 준의 코앞까지 접근한 녀석이 총알같은 속도로 주먹을 휘둘렀다.

“헛?”

준은 재빨리 실드를 열겹가까이 쌓았다. 그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방어였지만.

쩌저저적!

순식간에 실드가 전부 깨져나가며 준의 몸에 주먹이 닿았다.

뻐억!

“크앗!”

쾅!

준의 몸이 수십미터나 떨어져 있는 건물에 처박히면서 그대로 건물을 파괴하며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준!”

“형님!”

이 모든 것이 찰나에 이루어진 상황. 시미와 검둥이가 준이 있는 곳으로 달렸다.

동시에 자비스 역시 그곳으로 달렸다. 검둥이가 녀석을 막기 위해서 방향을 틀었다.

‘내가 어떻게든 막아야해.’

검둥이가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머리속으로 메시지가 하나 들어왔다.

-죽기 싫으면 빠져.

-넵.

검둥이가 얼른 시미를 안고 전장을 이탈했다. 부서진 건물 가운데서 포탄처럼 준이 튀어 나왔다.

‘더럽게 단단하구만.’

자비스의 주먹은 엉망으로 망가져 뼈가 드러난 상태였다. 하지만 레일건을 정면으로 후려치고도 저정도 피해에 그쳤다는 것 부터가 놈의 신체가 상상이상으로 단단하다는 반증이다.

준은 라이트세이버를 꺼내곤 그대로 자비스를 향해 던졌다. 빛으로 이루어진 라이트세이버는, 그대로 자비스의 몸을 관통했다. 하지만 자비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달려오던 기세 그대로 준을 향해 어깨로 부딪혀 왔다.

‘위험!’

준이 염동력과 중력제어를 이용해 최대한으로 몸을 틀며 녀석의 돌진을 피했다.

쿠콰쾅!

준을 지나쳐간 자비스의 몸은 건물 세 채를 무너뜨리고 나서야 돌진을 멈추었다. 육체적인 능력하나는 정말 무서울 정도였다.

‘겨우 하나인데... 나머지 한마리는 뭐하는 거지?’

흑인 자비스외에도 비교적 왜소한 한 마리가 더 있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녀석은 이쪽에 신경도 쓰지 않고 계속해서 파괴행위를 지속하고 있었다.

‘내가 약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로군.’

본능으로 움직이는 녀석들이지만, 그러하기에 강함과 약함의 척도를 좀 더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녀석이 보기엔 준이 별다른 능력도 없는 그저그런 정도로 보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실제 준의 신체능력은 상급헌터 수준에 걸쳐있었다. 준의 진정한 힘은, 육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수없이 많은 기술들과, 엔지니어링 기술에 기반해 만들어진 각종 기계들, 그리고 전자기장제어나 중력제어와 같은 경험치를 소모하는 델타전용 기술들에 있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은 본능만으로는 잡아낼 수 없는 힘들이다.

‘아무래도 제대로 보여줘야 겠군.’

가급적이면 로버는 아껴두려고 생각했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강적을 상대로 힘을 아끼는 것만큼이나 멍청한 일은 없었다.

준은 인벤토리를 열어 로버를 불러내었다.

쿠쿵!

[로버등장!]

“쓸데없는 등장대사 치지마.”

[그나저나 오늘의 상대는 누구...? 음? 저건 인간인가?]

“개조인간이지. 아무래도 네 힘이 필요한 것 같다.”

[쯧. 저 정도 놈들은 혼자서 처리해야지. 그것도 안된단 말이냐?]

“시끄러워.”

준은 자비스가 방해하기 전에 재빨리 로버에 올라탔다. 로버의 말은 단순했지만 제법 날카롭게 찔러들어오는 구석이 있었다. 다른 파란색 외도와 달리 덩치가 비교적 작은 편이고, 속도가 빠르면서도 신체의 견고함이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단지 위력으로만 보자면 기존의 거대한 외도들이 더 파괴력 있었을지 모르지만, 일대일로 싸울때에는 이쪽이 훨씬 까다로웠다. 그만큼 준의 능력이 일대일 전투에서는 제대로 발휘되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그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계속 이런저런 장비들을 개발해 왔지만, 역시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민성이 처럼 무식하게 몸을 단련하는 건 무리지.’

이제와서 기술을 익히는 것도 무리다. 차라리 더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편이 빠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벨을 올리는 것도 지난한 상황이니, 새로운 무기를 슬슬 개발할 시점이 온 것이다.

[야. 임마. 너 혼자서 뭐하려고.]

“기다려. 데리고 올테니까.”

로버를 기동하기 위해선 에피알게나스가 필요했다.

에피알게나스는 멍한 표정으로 로버의 벨트를 조였다. 생각지도 않고 있다가 갑자기 불려오는 바람에 약간 혼란스러운 모양이었다.

“미안. 상황이 급해서.”

“괜찮아. 어차피 환자가 없기도 했고.”

그녀는 가볍게 자신의 뺨을 찰싹 때렸다. 자고 있을 때가 아니라면 알바트로스의 의무실 내에서 상주하는 그녀였다. 갑자기 나타난 준에게 이끌려서 이곳까지 날아오긴 했지만 로버의 안은 그녀에게 있어 의무실 만큼이나 익숙한 공간이었다.

“보조 부탁해.”

“응.”

익숙한 손동작으로 콘솔을 조작하며 두 마리의 자비스에 레이더포인트를 맞추었다. 그녀의 미간이 가볍게 찌푸ㅕ졌다.

“저게 뭔지 설명 좀.”

“슈퍼솔저라고 인간을 개조해서 만든 전투 병기야. 능력은 파란색 외도급.”

“흐음. 꽤나 골치아픈 녀석들이네. 인간이라는 점에서 더.”

“뭔가 아는 게 있어?”

“저런 류의 개조병사들은 우리시절에도 제법 많았던 녀석들이야. 어떤 능력이 있어?”

“별다른 건 없는 것 같아. 지금으로선 조금 빨리 움직이고 힘이 세다는 것 정도.”

“그러면 실험실 수준이네.”

“완성되면 어느정도나 되는거야?”

“우리시대 기준으로는 자력으로 항성간 여행이 가능한 정도. 무중력에서 자세를 제어할 수 있고, 엑조틱에너지를 유형화 시켜서 초장거리 타격이 가능했던 걸로 기억해. 아마도 지금 인류의 과학수준으로는 전함 백척이 있어도 상대하기 힘들거야.”

“무시무시하군.”

“그래봤자 여기는 아직 유치원 수준이니까. 그나저나 저 녀석도 이쪽에 관심이 있는 모양이야.”

에피알게나스가 또 다른 자비스의 영상을 확대했다.

놈의 시선이 이쪽을 향하고 있엇다. 로버의 존재감은 확실히 녀석의 구미를 당길만한 것이다.

‘라이트세이버.’

부웅!

거의 1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빛의 검이 생성되었다. 두 마리의 자비스가 허공으로 날아오르며 자비스를 향해 주먹을 휘둘러왔다.

“무기술 조차도 없는 녀석들이!”

준이 큰 소리로 외치며 라이트세이버를 휘둘렀다. 허공을 스쳐지나가는 하나의 선. 그 선 안에 두마리의 자비스가 깔끔하게 베였다.

촤악!

놈들은 각각 허리와 가슴이 갈라지며 바닥을 굴렀다.

‘정말 징글징글한 녀석들이군.’

일격에 두 동강 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놈들의 피부가 얼마나 질긴지 전투함마저도 박살내는 라이트세이버의 공격에 살이 베이는 것으로 그친 것이다.

“크아아!”

“우우우!”

한 녀석은 장기가 흘러나와 덜렁거리는 채로, 나머지 한 녀석은 갈비뼈를 드러낸 채로 로버를 향해 달려들었다. 준은 뒤로 물러서며 라이트세이버를 휘둘렀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두 녀석은 검의 궤적을 피하면서 단번에 로버의 하체에 주먹을 날렸다.

쩌엉!

쿵!

[아아. 똑바로 좀 운전 못하냐?]

“시끄러. 이 녀석들 너무 작아서 맞추기가 힘들단 말이야.”

로버와 자비스의 크기를 비유하지만 생쥐를 상대하는 인간 정도로 보면 된다. 거기다가 속도도 무지하게 빠르다. 처음엔 놈들이 방심을 했는지 곧바로 달려오다가 당했지만, 한번 당한 이후로는 이 녀석들도 좀처럼 칼에 맞아주질 않았다.

하지만 무기는 라이트세이버만 있는 것이 아니다.

후웅!

퍽!

준이 다리를 휘두르자, 자비스 하나가 제대로 얻어맞고는 수백미터 밖으로 튕겨나갔다. 제대로 타격감이 느껴진 걸로 봐선 상당한 데미지를 입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검을 휘두르는 것보다 손발을 이용하는 쪽이 훨씬 때려잡기가 편하다는 걸 깨달은 준은 라이트세이버를 집어넣고 본격적으로 두더지 잡기를 시작했다.

쾅! 콰앙! 쿵!

두 손으로 바닥을 내려치기 시작하자, 자비스도 당황하기 시작했다. 양손으로 내리치는 로버의 힘에 제대로 땅을 딛고 서있기가 힘들었고, 그러다보니 기동력도 덩달아 저하되기 시작했다.

쿵!

로버의 주먹이 바닥을 쳤고, 그 반동으로 자비스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빙고.”

뻐억!

허공에서 몸을 가누지 못하던 자비스가 로버의 주먹을 맞고 엄청난 기세로 하늘을 날았다. 적어도 수킬로미터는 날아 간 것으로 보였다.

“공격하는 건 좋은데 저렇게 날리면 어떻게 죽일 생각이야?”

“그걸 생각 안했네.”

“아. 저기 온다.”

멀리서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는 자비스 하나가 보였다. 먼저 날려보낸 놈이었다. 이 정도로 압도적인 전력차가 난다면 도망치지 않을까 했는데, 그냥 달려드는 걸 보니 역시 반쯤은 외도화가 된 것 같다. 내장이 삐져나오고, 팔이 부러져 덜렁거리는 상태로 달려드는 건 인간이 할 짓이 아니니까.

“무지하게 빠르구만.”

준은 한숨을 쉬었다. 저 상태에서도 저런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는 건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아직 상태가 나쁘지 않다는 거다. 계속해서 이런 식으로 하면 결국 때려죽일 수는 있겠지만,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은 자명했다.

‘방법이 그것 밖에 없다면 그렇게 해야겠지만...’

로버를 그렇게 장시간 동안 운영하는 건 여러모로 손해다. 효율을 생각했을때는 좀 강력한 기술을 사용하더라도 최단시간으로 처리하는 게 가장 나았다.

‘지금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무기 중에서 가장 강력한 화력을 뿜어내는 게 뭐였지...?’

이것저것 떠올랐다. 하지만 여전히 레일건 이상 가는 물건은 없었다. 하지만 겨우 1미터짜리 소형 레일건은 방금 보았듯이 녀석의 가죽을 약간 상하게 하는 것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럼 큰 레일건을 만들면 되지 않을까?’

무척이나 단순한 생각이었지만, 썩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일 건 역시 크기와 출력에 따라서 투사체의 에너지량이 증가한다.

1미터 짜리가 아니라 로버의 사이즈에 맞는 레일건이라면 녀석을 한방에 날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문제는 제작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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