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515화 (515/540)

0515 ----------------------------------------------

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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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스 팀장은 붉은 머리칼을 뒤로 넘기며 준을 쳐다보았다.

‘겉으로 보기엔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저 커다란 해머를 보면 근접탱커일 확률이 가장 높지만... 그것만으로 확정하기엔 뭔가 심상치 않는 구석이 많아. 무엇보다도 신체 밸런스가 완벽하다. 저정도로 신체를 단련했다면 오히려 탱커보다는 스피드를 이용하는 근접딜러일 수도 있어.’

그녀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일단 적의 능력을 확인 하기 위해서는 마법보다는 몸으로 붙어보는게 빨랐다.

“단호. 가서 놈을 좀 자극해봐.”

“네. 팀장님.”

짧은 머리의 사내, 단호가 준을 향해 몸을 숙이더니 바닥을 박차며 외쳤다.

“풍신류 칠십이식! 바람가르기!”

스팟!

잔상이 보일 정도로 빠른 움직임. 준은 피하는 대신 발밑에 니들리스 해머를 내리찍었다.

콰앙!

바닥의 콘크리트가 산산조각이 나며 충격파가 터져나왔다. S급 니들리스 해머의 파괴력은 어마어마했고, 준에게로 쇄도하던 녀석 역시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재빠르긴 하군.’

준은 어깨에 해머를 걸쳐놓곤 피식 웃음을 흘렸다.

스릉.

준의 목에 단검이 들어왔다.

‘어느새...?’

방금 전 물러난 단호는 여전히 눈앞에 있었다.

“풍신류 이백팔식, 환영분신술이다. 소감이 어떤가?”

단호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들려왔다. 준의 이목을 속이고 접근할 정도라면 보통의 솜씨는 아니다. 그것도 목에 단검을 갖다 댈때까지 눈치채지 못했다는 건 극도의 은신술을 익혔다는 뜻이다.

‘오펜하이머도 못하는 짓을.’

꼬맹이 마법사 오펜하이머의 은신술은 최상급 마법사답게 엄청난 수준이다. 하지만 녀석도 준의 바로 등뒤에까지 접근하지는 못한다.

“말을 못하는 녀석인가? 그럼 얼굴이라도 좀 구경하지.”

단호가 준의 헬멧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러자, 준의 몸이 그대로 사라졌다.

“헛?”

단호가 당황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위다!”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로렌스가 큰 소리로 외쳤다. 단호가 고개를 들자 거대한 해머가 시야를 가득 메웠다.

콰앙!

“큭.”

-적 마법사의 공격에 의해 2500의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준은 옆구리를 치고 들어오는 강력한 폭발마법을 얻어맞고는 그대로 뒤로 물러섰다. 제법 데미지가 묵직하게 들어왔다. 총 체력이 6만7천 인 준에게 치명적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협적인 수치임에는 틀리없었다.

단호가 재빨리 준의 공격권을 벗어났다. 그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로렌스가 입을 열었다.

“잔재주가 많은 녀석이군. 인술을 배운건가?”

“저건 마법에 가깝습니다. 인술과는 형태가 다릅니다.”

“마법사라... 그런 것 치곤 근접무기를 고집하는 게 좀 이상하긴 하군. 거기다가 몸놀림은 너에게 밀리지 않을 정도. 아니 좀 더 빠른 건가? 어디서 저런 괴물이 나타난거지? 추측가는 인물이 있나?”

“체형이나 기술은 분리주의자 중 하나인 아이반 펠릭스를 떠올리게 합니다만, 그 자는 마법을 사용하지는 못합니다.”

“그 사이에 배운 것일 수도 있지 않나?”

“그럴 가능성도 있긴 합니다만... 그자는 아닐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자라면 이런 식의 무식한 테러는 저지르지 않을 겁니다.”

“하긴 그렇지. 그럼... 어디 좀 더 몰아쳐볼까?”

로렌스가 준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녀의 손끝이 향하는 곳에서 폭발이 일엇다.

쾅!

준이 재빨리 피하자 로렌스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제법 감이 좋은 놈이군.”

쾅! 쾅! 쾅!

그녀의 손끝이 향하는 방향마다 계속해서 폭발이 일었다. 좁은 지역의 대기를 초고온으로 가열하여 팽창, 폭발 시키는 익스플로전이라는 기술이었다. 제법 난이도가 높은 기술임에도 딜레이 없이 연속으로 사용하는 걸 보니 보통의 마법사는 아니었다.

‘이정도면 최상급이라고 해도 되겠는데.’

마법사들마다 개성이 서로 다르다. 오펜하이머 처럼 큰 기술만 때려박는 녀석도 있고, 이렇게 대인공격기술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마법사들도 있었다. 방향성은 다르지만 각자 전문적으로 갈고 닦은 기술을 마스터했다는 부분에 있어서는 같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쪽이 더 상대하기 쉽냐고 하면 오펜하이머 쪽이다. 기본적으로 수준차이도 있지만, 저렇게 계속해서 마법을 때려박을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접근하는 것 부터가 어렵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오히려 상대하기가 쉬워진다.

‘굳이 근접할 필요는 없지.’

준의 임무는 시선을 끄는 것. 건물을 부숴가며 열심히 싸우고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자신의 할일은 다하는 셈이다.

쾅! 콰앙!

준은 익스플로전을 피해가면서 계속해서 주변 기물들을 때려부쉈다. 하늘로 비죽 솟아있는 안테나는 물론 계단참까지 전부 부수면서 움직이자 오히려 당혹스러운 것은 로렌스 쪽이었다.

“저, 저 자식 대체 뭐하는 거야?”

“그냥 때려부수기만 하는데요.”

“젠장. 너도 가서 붙어.”

“넷!”

로렌스의 명령에 단호가 준을 향해 달렸다. 하지만 그 결정이 오히려 준의 운신을 더욱 편안하게 하는 결과가 되었다. 단호의 몸놀림은 빠르긴 했지만 준을 따라잡을 정도는 아니었고, 오히려 로렌스가 마법을 사용하는데 걸리적 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그렇게 서로 쫓고 쫓기는 상황이 좁은 옥상에서 계속해서 벌어졌다. 이미 최상층은 완전히 그 내부를 드러낸 상태였고, 준은 그 아래층으로 뛰어내려 계속해서 파괴행위를 했다.

투투투투!

그 외중이 헬기 소리가 들려왔다. 반중력 엔진을 달고 있는 물건으로, 굳이 로터를 달고 있는 이유는 더 많은 캐퍼시티를 위해서였다. 그만큼 많은 수의 사람과 많은 무기를 탑재할 수 있었다.

드르륵!

전기톱 소리와 함께 최상층 건물의 유리창과 외벽이 산산조각이 나기 시작했다. 구세대 화기는 여전히 헌터를 상대로 유용하다. 어설프게 광학무기를 쓰는 것 보다는 이쪽의 효율이 높다.

‘이건 좀. 위험할지도.’

현재 준은 로렌스에게 익스플러전을 한방 맞은 상태였다. 순식간에 EX필드가 날아간 상황이라 총기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염동력으로 헬기를 떨어뜨렸다간 정체가 바로 들통날 우려가 있었다. 손발을 묶어놓고 싸우는 셈이라 답답하기 이루 말할데가 없었다.

‘성질대로 하면 순식간에 박살낼 수 있을 텐데.’

확, 저질러 버릴까 하다가 일단 참을 수 있는데까지는 참아보기로 했다. 만약에 정말로 상황이 안좋아지면 그때가서 골렘형제든. 니들건이든 뭐든간에 전부다 꺼내서 박살을 내버릴 생각이엇다.

하지만 그 전에, 준은 일단 버티는 쪽을 생각했다.

극도로 강화된 방패(S급)

오리지널 설계로 만들어진 티타늄 방패입니다.

B급 이상부터는 특수효과가 붙습니다.

특수효과 : 피해감소(30%), 마법방어(30%)

극도로 강화된 합금갑옷(S급)

오리지널 설계로 만들어진, 탄소베이스 합금 갑옷입니다.

B급 이상부터는 특수효과가 붙습니다.

특수효과 : 피해감소(25%), 물리방어(25%)

극도로 강화된 용접용 헬멧(S급)

화상과 시력손상으로부터 용접공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헬멧입니다. 기존의 강철이 아닌 탄소합금으로 제작되어 더 가벼워지고 단단해졌습니다.

B급 이상의 경우 특수효과가 붙습니다.

특수효과 : EX필드(1000/1000). 피해감소(20%), 물리방어(20%)

준은 적들의 시야를 피해 인벤토리에서 방어구들을 죄다 꺼내었다. 준이 입고 있던 수트는 갑옷으로, 풀페이스 바이크 헬멧은 용접용 헬멧으로 바뀌었다. 거기다가 방패를 꺼내들자, 말그대로 어디 공사장 근처에서 일을 하다가 나타난 인부의 모습과 거의 흡사했다.

‘이정도면 버티는 데는 충분하겠지.’

“저건 또 뭐야?”

헬기의 무차별 난사를 피해 단호와 함께 잠시 허공으로 도망쳐 있던 로렌스가 입을 열었다. 적은 방금 전까지 자신과 싸우던 녀석이 맞나 싶을 정도로 엉성한 갑옷들을 치덕치덕 입고 있었다.

“저 정도면 거의 민병 수준 아닌가요.”

“그렇긴 한데... 생각해보니 아까 저 녀석이 쓰던 무기도 그냥 철거용 해머였던 것 같아. 무슨 공사판에서 갑자기 헌터로 각성한 녀석인가?”

“아이반과 비슷하다는 말은 취소하겠습니다.‘

단호가 입을 열었다. 분리주의자라고 하지만 아이반 펠릭스는 나름대로 엘리트 출신이다. 저런 격떨어지는 모습을 하고 나타날 리가 없는 것이다.

녀석들의 반응에 준은 고소를 머금었다.

‘그렇게 우습게 보는 이 장비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생각도 못하겠지.’

현재 준이 만들어 낸 이 헌터장비들은 다른 어떤 기업에서도 흉내내지 못할 정도로 압도적인 성능을 자랑한다. 거기다가 EX필드까지 달려 있는 이 물건들은 델타폰에서도 팔지 않는 물건이다. 물론 마이너카피는 팔고 있기 때문에 겉모습만으로 준을 특정할 수는 없었다.

드르르륵!

또 다시 헬기가 불을 뿜었다. 준은 티타늄 방패를 앞에 세우고 그 뒤에 몸을 숨겼다.

티티티팅!

방패의 전면에서 불꽃이 튀며 탄환이 튕겨져 나갔다. 애초에 두께가 10cm미터가 넘는 티타늄 방패인데다가 피해감소, 물리감소도 달려있다보니 구식무기로는 뚫어낼 수가 없었다.

위이잉!

헬기에서 엔진이 맹렬하게 돌아가는 소음이 들렸다. 반중력엔진을 가동시키기 위해서 사용하는 엔진은 비교적 소형화된 원자력 엔진이었고, 그 엔진이 저렇게 돌아갈 정도면 어마어마한 전력을 끌어올린다는 뜻이다.

곧바로 준이 있는 곳으로 고출력에 레이저 빔이 뿜어져 나왔다.

콰아아!

‘이 자식들. 아예 건물을 전부 녹여버릴 생각인가? 나보다 더하잖아?’

현재 준은 헬멧에 달려있는 EX필드가 건재한 상태다. 머리만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를 보호하기 때문에 레이저라고 해도 준의 몸에 데미지를 입힐 수는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피하는 시늉이라도 하기 위해서 방패를 버리고 몸을 날렸다.

한바탕 광학병기가 휩쓸고 간 엑손타워의 최상층은 말그대로 녹아버린 건물의 잔해들이 가득채우고 있었다. 지금까지 준이 부숴댄 것은 아무것도 아닐 정도로, 그 한방으로 몇개층이 날아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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