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514화 (514/540)

0514 ----------------------------------------------

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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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표는 있고... 이걸 그냥 AI에게 맡기면 되는 건가?’

준은 일단 델타의 데이터베이스에 좌표를 입력했다.

-이쪽으로 공간이동 웜홀을 열 수 있어?

-불가능한 좌표입니다.

역시 예상대로 실패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미래의 자신은 대체 어떻게 좌표만 가지고 이동을 할 수 있는 걸까 생각해봤다.

일단 지구까지 온 건 어렵지 않다. 자신이 지구에 있으니까 이곳의 정보가 그대로 저쪽의 델타에도 인식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있던 대한민국이 아닌 미국이나 런던, 도쿄를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었던 건 무슨 방법을 통해서였을까.

준은 일단 열어놓은 공간이동웜홀 안으로 들어갔다. 엑손타워로 목표지정을 하긴 했지만 AI의 보고에 따르면 그쪽으로 나올지 안나올지는 확신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슥.

웜홀 특유의 울렁거리는 느낌과 함께 준의 몸이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어...’

준은 온갖 스펙트럼이 넘치는 공간안에서 부유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정신없이 뒤섞이는 가시광선들 사이에서 준은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였다. 염동력뿐 만아니라 중력제어등의 이동을 위한 기술들은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그나저나 이건 대체...”

목적지를 올바로 정하지 않고 이동웜홀을 탄건 처음이다. 그러다보니 이런 경험도 처음이었다. 일단은 이곳을 빠져나가는게 우선이다. 가급적이면 필라델피아로 간다면 더 좋고.

준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방이 비슷한 광경이라 어디로 가야할지 제대로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일단은 되는대로 움직이기로 했다. 한방향으로 계속 가다보면 무언가 주변 풍경이 달라질거라고 기대하면서.

그렇게 10분 정도 빠른 속도로 움직이자 다른 곳에 비해 유난히 일렁거리는 지역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화려한 스펙트럼 때문에 확인하지 못했지만, 한번 인식하고 나니 공간 여기저기에서 그 모습이 보였다.

‘아무래도 저것들이 출구 인 것 같은데...’

문제는 어디로 나가는 문인지 전혀 알 수 없다는 거다. 물론 나가자마자 태양의 중심에 떨어지지 않는 이상 죽지는 않는다. 맨몸으로도 우주공간에서 1분은 생존가능하고, 그거라면 실드를 펼쳐 공기를 생성하는 데는 충분한 시간이다.

일단 출구들을 죽 살펴보았다. 겉으로 봤을때 딱히 다른 점은 없었다.

‘일단 들어가봐야 하는 건가...’

도착지도 모른채 일단 나가야 한다는 건 모험이다. 미래의 자신은 어떻게 여기서 가고자 하는 곳을 찾았을까.

준은 자신이 준 좌표를 떠올렸다. 그 좌표는 AI는 제대로 인식을 못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넣는다면 어떨까?

-시스템. 지금 있는 곳에서 그 좌표를 재 인식 해봐.

-펜실베니아, 엑손타워 옥상입니다. 출구의 위치는 맵에 표시되어 있습니다.

‘이런 거군.’

준은 델타맵을 펼쳤다. 그러자 이곳에서 부터 약 1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곳에 반짝이는 표시가 있었다. 거리를 생각해보니 무턱대고 아무 출구나 들어갔다가는 몇달이 되어도 도착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후아.”

엑손타워의 옥상에 내려앉은 준은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난간에 기대어 있는 전신수트의 남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늦었군.

“제대로 설명만 해줬으면 딱히 헤맬 이유도 없었을 텐데.”

“미래의 내가 과거의 너에게 무언가를 가르쳐 준다는 게 영 기분이 이상하더군.”

“내가 날 모를까. 그냥 부려먹은게 심통나서 그런기지.”

“크크.”

“그럼 이제부터 계획은?”

“내가 안으로 들어가는 동안 밖에서 시선을 좀 끌어줘. 눈에 띄는 기술은 쓰지말고.”

“어떻게 들어가게.”

“이렇게.”

수트를 입은 준이 건물 옥상바닥을 뚫고 아래로 쑥 내려갔다. 준은 깜짝 놀라며 그가 사라진 곳을 살폈다. 아무런 흔적이 남아있지 않았다.

“전자기장제어로군.”

그 기술을 제대로 사용할 수만 있다면 이론적으로는 벽을 뚫고 이동하는 것이 가능했다. 준도 그걸 시도해 본 적이 있었지만, 아직은 손가락 정도가 통과하는 게 전부였다. 그것도 한두번 장난삼아 해본 것이지 몸 전체를 통과하게 할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실수 한번에 목숨이 날아갈 수 있는 위험한 기술이기에 무리해서 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었다.

‘어떤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물어본다고 대답해줄리가 없지.’

자신은 자신이 가장 잘 안다. 어차피 스스로 깨달을 것을 굳이 먼저 알려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할 거다.

“후. 어쨌든 나도 슬슬 움직여 볼까?”

준은 인벤토리에서 얼굴을 가리는 헬멧과 함께 니들리스 해머를 꺼내들었다. 거의 몇년만에 써보는 것 같은 기분이다. 알카트뢰즈에 있을때만 해도 거의 매일 같이 사용했던 물건이었다.

“읏차!”

준이 허공에 뛰어올랐다가 착지하며 해머를 휘둘렀다.

쾅!

좌좌좌좍!

엄청난 굉음과 함께 옥상의 콘크리트가 쩌억 갈라졌다. 엑손타워 같은 고층빌딩이 이정도 해머질이 무너질리는 없으니 마음놓고 내리칠 수 있었다.

쾅! 쾅!

쩍! 와르르!

옥상의 바닥이 무너지며 아래층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모습이 보였다. 건물전체가 연방정보부 것이기 때문에 여기 있는 사람들은 사무직이든 현장직이든 전부 요원이라고 보면 된다.

타탕!

도망치던 사람들이 준의 모습을 확인하고 총을 갈겨댔다. 준은 가급적이면 총알을 피하는 쪽으로 움직였다. 맞아도 다치지는 않지만, 준의 특징적인 능력중 하나가 바로 총알에도 끄덕없다는 것이기 때문에 굳이 그런 장면을 노출하고 싶지 않았다.

대신 염동력은 흔한 능력이기 때문에 적당한 선에서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몇톤단위로 움직이면 정체가 드러나는 건 마찬가지다.

‘귀찮긴 하지만...’

굳이 이렇게 까지 하는 건 연방이 두려워서가 아니다. 가급적 서로에게 소모적인 분쟁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서였다. 싸우게 되면 어느쪽이 되었든 막대한 피해를 입는 건 사실이니까.

준은 계속해서 옥상을 돌아다니며 해머를 휘둘렀다.

옥상의 절반이 무너질때쯤 되자, 일련의 요원들이 날렵한 몸놀림으로 옥상위로 뛰어올랐다.

타탓!

일단 눈에 보이는 건 다섯. 이들을 상대로 가급적 눈에 띄지 않는 기술만을 사용해서 이겨야했다.

“뭐하는 놈이냐? 이런 테러행위를 벌이고도 무사할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스릉!

탄소나노튜브로 만들어진 수트를 입고 있는 사내가 등에서 검을 뽑아들었다. 덩치로 봐선 탱커 쪽. 하지만 겉모습만 보고 판단할 수는 없었다.

준은 대답없이 손만 까닥였다. 닥치고 싸우자는 뜻이었다.

“타핫!”

탓!

사내가 바닥을 박차며 준을 향해 달려들었다. 준은 가만히 그가 접근하길 기다렸다가 적의 검이 목을 베어오는 순간 크게 해머를 휘둘렀다.

쩍!

“커헉?”

사내의 몸이 수십미터를 날아 엑손타워 아래로 떨어졌다. 그의 기술은 제법 훌륭했지만, 문제는 현재 준의 신체능력이 인간을 아득하게 초월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가장 높은 것은 힘 스탯이었다. 총 80을 찍은 상태였고, 이거라면 맨손으로 10톤 트럭을 들어서 던지는 것도 가능했다.

“마, 마르켈?”

죽은 녀석의 이름이 마르켈인 모양이다. 그가 달려들면 곧바로 원거리 공격을 준비하려던 요원들의 표정이 창백해졌다. 근접전을 벌여줄 헌터가 없다면 원딜들인 자신의 안위를 지켜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뜻이다.

“자. 어디한번 계속해볼까?”

“제길! 발사해!”

타타탕! 피잉! 쐐액!

총, 화살, 단검 등의 투사체 무기들이 날아들었다. 준은 몸을 숙이며 그 모든 공격들을 피했다. 민첩성 47을 찍은 준의 몸놀림은 최상급 헌터가 아니면 따라갈 수조차 없었다.

파팟!

“헉?”

“빌어먹을!”

쿵! 쾅!

해머를 한번씩 휘두를 때마다 요원들의 신체가 멀리 날아갔다. 이곳에 평지였다면 헌터인 그들이 어떻게든 살아남을 방법이 있었겠지만 이곳은 건물 옥상이다.

하늘을 나는 재주가 없다면 살아남긴 힘들 것으로 보였다.

‘이정도가 끝이 아닐텐데.’

명색이 연방정보부 건물이다. 최상급 헌터 요원 한 둘쯤은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준의 발 밑에서 방대한 기운이 느껴졌다.

“이크!”

황급히 뒤로 물러서자 어마어마한 불꽃이 콘크리트를 녹이며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화염마법인가...?”

“재빠른 녀석이군. 이곳을 치고 들어오는 걸 보면 보통내기는 아닐거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검은 정장은 입은 붉은 머리의 중년여성이 녹아내린 구멍을 통해 솟아올랐다. 땅을 딛지도 않은 채로 준과 같은 눈높이에서 부유하고 있는 그녀는 준의 얼굴을 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뭐야. 얼굴을 드러낼 용기도 없는 녀석인가?”

“...”

“벙어리인 척하는 건지, 아니면 진짜 벙어리인건지. 뭐, 일단 때려눕혀보면 알 수 있겠지. 단호!”

“네. 팀장님!”

그녀의 아래에서 똑같은 정장을 입은 젊은 사내가 점프했다. 몸놀림으로 봐선 근접전 스타일이다. 빈 손이 조금 신경쓰였다. 일단 준은 두걸음 정도 물러나며 상대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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