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513화 (513/540)

0513 ----------------------------------------------

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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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을까?

-혼자라면 무리지.

-같이 움직이자고?

-못할 건 없잖아?

-알리바이는?

-애초에 그거 씨알도 안 먹힐 것 같은데.

-일단 해보는 데 까진 해보고.

준은 한숨을 쉬었다. 곁에 있던 검둥이가 입을 열었다.

“왜 그러십니까. 형님.”

“셀럼의 위치를 알아내야 하는데, 딱히 방법이 떠오르질 않아서.”

“흠... 만약 미래의 형님께서 이미 이 일을 겪으셨다면 과정과 결과까지 모두 알고 계시는거 아닙니까?”

“그렇게 돌아가는 게 아니야.”

“그런가요? 잘 이해가 되진 않습니다만. 형님이 그렇다면 그런거겠지요.”

“그러면 여기서 준이 무슨 행동을 해도 그건 미리 결정된게 아니라는 거에요?”

시미가 입을 열었다. 보기 드물게 어려운 질문을 했다. 그게 가상해서 준은 설명을 시작했다.

“시간은 종적이 아니라 횡적으로 움직이는 거야. 강처럼 흐르는게 아니라 같은 순간에 존재한다는 거지. 즉, 시간은 현재이자 과거이자 미래이기도 해. 실시간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받는다고.”

“그건 제법 독창적인 이론이군요.”

“독창적인게 아니라 수학적으로 이미 결론이 난 사실이야. 다만 지금까지는 시간이 왜 한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지 밝혀내지 못한 것 뿐이지.”

“무슨 이야긴지 모르겠어요.”

“나도 그렇게 밖에 설명을 못하겠다. 그냥 그런 줄 알아.”

준도 한계를 느꼈다. 실제로 이것조차도 짜내어서 한 설명일 뿐이다. 준은 엔지니어였지 물리학자가 아니었으니까.

다만 시간에 대한 이론은 현재 이것이 정설이었고, 준이 실시간으로 체험하고 있는 중이라는 건 확실했다.

잠시 후, 로널드가 응접실로 돌아왔다. 그의 얼굴 표정이 잔뜩 굳어있는 것으로 보아 지금 상태를 전해들은 모양이었다.

“무슨 짓을 한 거냐.”

“뭐가.”

“지금 연방의 주요 연구소 세 곳이 동시에 털렸다.”

“흠... 그거 안타까운 일이군.”

“우리쪽에선 그쪽이 한일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로널드의 표정이 그 어느때보다도 굳어져 있다. 지금 사태가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나는 계속 여기에 있었다만.”

“사람을 보내기에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지. 게다가... 이곳에 있는 넌 진짜 준 알스버그가 아닐지도 모르고.”

“아직도 그소리인건가? 그런 허무맹랑한 소리를 진지하게 믿는 걸 보니 그쪽 정보부의 상태도 알만하군.”

“흠...”

로널드도 이 말을 하면서는 확신이 없었다. 연방정보부에서는 스파일리 행성에 있는 준이 진짜라고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그가 보기엔 그건 너무 허무맹랑한 이야기였다. 정보전달 과정에 오류가 있거나, 혹은 다른 사람을 착각한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눈앞에 있는 사람이 준 알스버그라는 건 거의 확실하다.

그렇지 않다면 여객선 탈취 사건을 막아낸 것도, 정부요원을 쥐도새도 모르게 없애버린 것도 납득이 되지 않으니까.

한편으로 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진짜 대단한 놈들이네. 바보도 아니고 그걸 진지하게 믿을 정도면 어느정도 확실한 정보라인이 있다는 이야긴데... 이런식으로 우기는 것만 가지고 빠져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네.’

준은 여전히 그 사실을 부인했다. 인정할 이유도 없고 인정해버리면 자신의 행동에 제약이 많아진다.

굳이 이렇게 자리를 잡고 알리바이를 만들려고 하는 것도 연방에서 델타 스피릿에 시비를 걸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물론 비공식적으로는 언제든지 싸움을 걸 수는 있지만 공식적으로 압박을 넣는 건 힘든 일이니까.

이건 제법 중요한 문제다. 현재의 연합은 델타스피릿의 눈치를 볼수밖에 없다. 갤럭시를 쪼개어 놓은 준이 또 어디를 박살낼지 모르니까. 아예 100대기업이 손을 잡고 준을 압박했음에도 준은 버텨냈다. 사실상 준이 만든 델타 그룹은 자급자족이 가능한 상태였고, 아쉬운 것은 나머지 기업들이었다.

당장 델타엔진의 판매 중지만 들어가도 발등에 불이 떨어 질 곳이 많다.

하지만 연방에서 공식적으로 준을 공격할 명분을 쥐어준다면, 그 압박의 정도는 상상을 초월할 거다. 막말로 연합의 전 함대가 준을 잡기 위해 출격할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은 가급적 피해야 했다.

“흰소리 하지 말고. 셀럼에 대한 이야기나 계속했으면 좋겠는데. 애초에 그 연구소가 뭔지, 어디에 있는지 조차 모른다고.”

“그런 말로 빠져나갈 수는 없다.”

쾅.

준이 탁자를 내리쳤다. 로널드가 움찔하는게 느껴졌다.

“적당히 해. 너희들이 당한 피해를 멋대로 나에게 뒤집어 씌울 생각말고. 그렇게 해서 나에게 뭘 더 얻어내려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입장이 확고하군.”

“대체 무슨 의도로 날 모욕하는 건지 모를 정도다. 내가 연방에 무슨 죄를 저지른 것이 있나? 단지 휴양을 위해서 찾은 것 뿐이고, 날 습격한 적들을 적당히 손봐준 것 뿐이다. 너희 정보부라는 것들은 타국의 VIP를 멋대로 공격할 권리라도 가지고 있는 건가?”

“그건 오히려 내쪽에서 묻고 싶군. 연방의 요원을 납치하고도 아직까지 살아있다는 걸 감사히 여기는 게 우선이지 않겠어?”

“그런 식으로 말을 돌리는 걸 보니 절대로 셀럼을 넘겨줘선 안된다는 답변을 받은 모양이군.”

로널드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흔들렸다. 높은 지능을 통해 얻은 ‘통찰’스킬이 발동했고, 준은 곧바로 알 수 있었다.

‘정곡을 찔렀군.’

“네가 최대한으로 협조한다면 언제든지 우리쪽에선 셀럼을 넘겨줄 의향이 있다.”

“웃기고 있군. 좋아. 속는 셈 치고 들어나 보지. 그 최대한의 협조라는 게 뭐지?”

“요원과 테러리스트를 넘겨주고 나면 이야기를 해 보지.”

“결국 나에겐 득 될 것이 하나도 없군.”

“그렇게만 볼 건...”

쿵.

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이상 협상은 필요없겠군.”

“셀럼을 포기하겠다는 건가?”

“거참 웃긴 이야기네. 그쪽에서 포기하라고 압박을 하곤 나보고 왜 포기 하냐고 하다니.”

“그, 그건.”

“됐고. 난 이만 가겠다. 더 이상 연방 놈들 얼굴은 꼴도보기 싫어.”

“멋대로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로널드가 자리에 앉은 채로 으르렁 거렸다.

쾅!

문이 활짝 열리더니 검은 양복을 입은 요원들이 우르르 방안으로 들어왔다.

“훈련받은 정예요원들이다. 이전에 네가 상대한 녀석들과는 다를거야.”

“넌 아무래도 나에대해서 아직도 잘 모르는 게 많은 것 같군.”

“무슨...?”

“저 사람들도 눈에 카메라 같은 걸 달고 있겠지?”

파직.

준의 발밑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로널드의 표정이 일변했다.

“무슨 짓을...”

“전자장비들은 전부 내려놓는게 좋을거야.”

준은 바닥을 향해 발을 구르며 한마디 덧붙였다.

“전부 불타버리게 될테니까.”

쿵!

파지지직!

방 전체에 엄청난 양의 전류가 흘렀다. 아주 짧은 시간 흐른 전류는 사람을 죽일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전자장비는 달랐다. 인체를 타고 들어간 전기는 순식간에 그들이 가지고 있던 모든 전자장비를 태워버렸다.

눈속에 달려있던 카메라도 마찬가지.

“으아아아!”

한쪽 눈에 카메라를 달고 있던 이들은 전부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이. 이게 대체...”

“너는 아닌가보군.”

로널드는 전기 충격으로 인해 덜덜 떨리는 몸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연방을 적으로 돌려서 뭘 어쩔 생각이지?”

“아니. 그럴 생각은 없어.”

“이런 짓을 벌려놓고?”

“너희는 지금부터 협상의 도구가 될테니까.”

우웅!

준이 커다란 웜홀을 열었다.

결국 4번 던전의 인구밀도가 늘었다. 경찰들은 뒤늦게 응접실 안으로 들어와 상황을 확인했지만 이미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연방요원들과 준 모두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이... 이걸 어떻게 보고해야 하지?”

장순경이 입을 열었다. 뒤늦게 따라들어온 이경장이 한숨을 쉬면서 대답했다.

“뭘 어떻게 보고하긴, 있는 그대로 보고해야지 임마. 이건 우리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사고를 쳤군.

-어쩔 수 없었어.

-뭐, 어느정도는 예상할 수 있던 일이긴 하지만. 이제부터는 어떻게 할거지?

-연방정보부에 직접 침투해야지.

-기껏 만든 알리바이가 소용없어 졌군. 애초에 우리가 둘 이라는 걸 확신하고 있는 상황에선 별 의미 없는 짓이었나.

-아니. 적어도 그게 나라는 걸 확신하지는 못하는 상황이었으니 완전히 의미없는 짓은 아니었어. 어쨌든 그 조각들은 어때? 쓸만한 거야?

-흠. 꽝이야. 경험치만 잔뜩 먹었지.

-그거면 됐어. 레벨업은?

-지금 해봐야 특별히 달라지는 건 없어.

-어쩔 수 없네. 일단 셀럼부터 구하기로 하자. 요원들을 납치한 지금은 빨리 몰아쳐서 놈들이 정신차릴 틈을 주지 않는게 최선이야.

-위치 좌표 찍어줄테니까 그리로 가면 돼.

-미국인가... 거기까지 가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군.

현재 준이 가진 셔틀을 타고 가장 빠른 속도로 날아간다고 해도 최소 몇시간은 걸리는 거리다.

-공간이동웜홀을 타고 가면 근거리는 가본적이 없어도 곧바로 이동할 수 있어.

-생각해본적이 없는데. 그게 가능한건가?

-시도나 해봐. 성공하면 좋고, 아니면 나중에라도 스스로 익히게 될테니까.

-알겠다.

확실히 미래의 자신은 지금의 자신보다 더 가진 스킬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듯 했다. 아마도 과거의 스파일리 행성에서 생길 전투를 통해서 익히게 된 능력일 것이다.

준은 통신을 마치고는 공간이동웜홀을 열었다. 목적지는 연방정보부가 있는 펜실베니아의 엑손타워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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