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512화 (512/540)

0512 ----------------------------------------------

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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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윽.

교통연구소의 최심처, 조각이 있는 것으로 확인 된 공간에 들어섰다. 약 3층크기의 높이에 너비는 대략 가로세로 30미터 정도의 거대한 방이었다.

한 가운데 돔형의 투명 구조물이 있었고 각종 초정밀 기계들이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흠... 저 안에 조각이 있는 건가...”

준은 태연한 태도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시설 안은 연구복을 입은 사람들 수십명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지금이야 준을 눈치치재 못했지만 곧 그의 존재를 알아챌 것이다. 하지만 준은 딱히 몸을 감추거나 숨으려고 하지 않았다.

‘일단 조각을 빼내는 건 나중문제고...’

이곳의 연구자료를 빼내는 것이 우선이었다.

준은 느긋하게 양자컴퓨터를 조작하고 있는 콘솔룸으로 들어섰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들리는 소리는 컴퓨터의 쿨러소리와 키보드를 두들기는 소리뿐이었다.

멍하니 모니터를 들여다보다가 몸이 찌부둥 한지 고래를 이리저리 돌리던 연구원 한 명과 눈이 마주쳤다.

“누구...?”

그는 지금 상황이 언듯 이해되지 않는 눈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3중으로 되어 있는 엄격한 보안장치를 통과해야만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런 곳에 저런 온몸을 가리는 전신수트를 입은 수상한 사람이 들어올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다들 잠시만 잠들어 있으라고.”

까각!

준은 그렇게 말하며 수면가스가 들어있는 밀페용기를 비틀었다.

푸쉬익!

“뭐, 뭐야?”

“불인가?”

“침입자다!”

갑자기 일어난 연기에 사람들이 당황하다가 픽픽 쓰러지기 시작했다. 수트의 내부공기를 사용하는 준은 전혀 수면가스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실드를 펼쳐서 안에 공기를 생성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굳이 그럴 필요성 까지 느끼지는 못했다.

“어디보자...”

준은 쓰러진 사람들을 한쪽으로 치우고 컴퓨터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양자컴퓨터 조작 자체는 익숙한 일이다. 전공분야가 아닌 쪽의 연구를 알아보긴 어려웠지만, 이곳의 자료를 델타의 데이터베이스에 옮겨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데이터에 암호가 걸려 있습니다. 해제 하시겠습니까?

시스템메시지가 들려왔다.

-뭘 그런걸 일일이 물어보고 그래. 당연히 해제해야지.

-암호해제 중....... 성공했습니다. 다운로드 시작합니다.

채 10초가 걸리지 않아 락이 깨졌다. 연구시설내에 있는 핵심데이터들이 엄청난 속도로 델타의 데이터베이스로 다운로드 되기 시작했다.

애초에 델타의 컴퓨팅 능력이 몇세대나 앞선 것이다. 아무리 암호를 걸어두어도 충분히 연산력이 쌓인 델타 앞에서는 모든 방화벽이 무용지물이었다.

만약 델타로부터 데이터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건 단 하나, 저장장치와 연결된 선을 끊고 전원을 내리는 것 뿐이다.

삐이이잉!

그리고 그 조치가 조금 늦게 취해졌다. 경보음과 함께 연구소의 불이 일제히 꺼졌다. 긴급전원으로 전환되며 비상등이 켜졌지만 컴퓨터의 전원은 모두 내려간 상황이었다.

-다운로드 상황은?

-97퍼센트 완료 되었습니다.

-그거면 됐어.

어차피 모든 정보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단지 연구소에서 셀럼과 관련된 자료를 빼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쿵쿵쿵!

그리고 멀리서 다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윗층에서 경비를 보고 있던 요원들일 것이다. 당연히 침입을 하게 되면 위층부터 뚫고 와야 하기 때문에 최하층 연구실에는 거의 요원들이 배치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정체를 들키기 전에 얼른 빠져나가야 겠군.’

준이 굳이 이렇게 은밀한 방법을 쓰는 이유는 자신의 정체를 알리지 않기 위해서였다. 준은 지금까지 자신의 능력을 감추지 않고 사용해 왔다. 라이트세이버 부터 해서 염동력이나 골렘형제, 인벤토리 능력까지. 연방은 아마도 이러한 정보들을 차곡차곡 쌓아놓고 있을 것이다.

염동력 정도는 사용해도 자신이라고 특정할 수 없겠지만, 전투를 위해 능력을 더 사

용하다보면 결국 의심을 받게 된다.

지금 경찰서에서 기다리고 있는 또 다른 자신이 있기는 하지만, 연방에 의심의 조각이라도 남기지 않기 위해서는 완벽하게 할 필요가 있었다.

‘다음은 조각인가.’

오리진의 조각은 현재 투명한 돔 안에서 부유하고 있었다. 내부는 진공상태에 중력조차도 0인 상태다. 가급적이면 다른 입자와 충돌하지 않는 상황에서 중력으로 인한 데이터 오류를 최소화 하기 위한 장치인 것으로 보였다.

만에 하나의 외부 침입자를 대비하기 위해 나노튜브로 만들어진 초고강도 소재를 사용한 것으로도 보였다. 그리고 준이 미처 알지 못하는 다른 방책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걸 일일이 신경쓸 필요는 없었다. 지금의 준은 거의 모든 물리적인 공격으로부터 자유롭다. 준을 상처입힐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비슷한 수준의 헌터 뿐. 인간이 만든 기계로는 그를 막아낼 수 없었다.

준은 마치 유령처럼 콘솔룸의 벽을 통과해 조각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파직.

가까이 다가가자 스파크가 튀었다. 안쪽에 강력한 전류가 흐르는 모양이다. 보안을 위해서라기 보단 이 시설 자체에 들어가는 전력의 양이 방대한 때문일 것으로 생각되었다.

‘전기세 엄청 나오겠네. 이렇게 까지 해야하나?’

조각을 이런 방식으로 분석하는 것보다는 그냥 인체에 이식하는 편이 더 나은 효율을 보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갤럭시 때도 그렇고 연방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초고가의 연구시설을 갖추고 조각 자체에서 새로운 기술을 뽑아내려고 했다. 그것에 성공한 이들도 있고, 마땅한 결과물을 내지 못한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문제점은, 이걸 아무도 인체에 흡수시키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거다.

‘하긴. 나도 알고 한 건 아니니까.’

사실 준도 따지고 보면 직접 먹거나 한 건 아니다. 신체교정프로그램과 융합된 조각에 의해서 스스로 그의 몸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니까. 한편으로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이런 물건을 개인에게 맡길 수는 없겠지.’

조각의 힘을 만약 누군가 독점하게 된다면 연방의 입장에서는 상대하기 까다로운 개인이 늘어나게 된다. 어느누구도 좋아하지 않을 만한 일이다.

파직! 파지직!

스파크가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다. 준은 전자기장을 제어하며 안쪽으로 더욱 움직였다.

초고강도를 자랑하는 투명 돔의 안으로 준의 몸이 쑥 빨려들어갔다. 혹시모를 침입자를 대비한 수조원의 지출이 허공으로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텍사스, 런던, 그리고 도쿄에 있는 세 곳의 연구소가 모두 털리는 데 걸린 시간은 채 1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준은 느긋하게 경찰서에 앉아 또다른 자신이 전달해주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았다.

“조금 미안하긴 하군.”

“뭐가 말입니까?”

검둥이가 입을 열었다.

“별거 아냐. 그나저나 슬슬 올때가 된 거 같은데.”

로널드 안리는 응접실을 나간 후에 한참이나 들어오지 않았다. 자세한 요구사항과 협상안들을 정리하기 위해선 1시간으로도 부족하긴 할 것이다.

그 동안 준은 델타의 데이터베이스의 정보를 분석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졸지에 두 개가 되어버린 델타는 엄청난 연산속도로 셀럼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추출하고 있었다.

곧 준은 연방에서 계획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슈퍼솔저라니... 이 자식들이.”

준의 목소리에 분노가 느껴졌다.

“그게 뭡니까. 형님.”

“간단히 말하면 사람을 로봇으로 만든다는 거지.”

간단하게 설명하면 헌터가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의 최대치를 끌어올리는 방법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정신이 붕괴되는 부작용이 있었다. 마나를 사용하는 능력은 헌터의 육체와 정신력의 조화를 통해 성장한다. 연방은 조각의 기술을 이용해 인간의 육체를 극단적으로 강화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상급이상의 헌터를 뽑아내기 위해선 그들이 보유하고 사용할 수 있는 마나량을 늘려야 했다. 하지만 인간의 정신을 단련시키는 기술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이성을 붕괴시키고 오로지 명령만을 듣는 생체기계로 만들어 그 사이의 불균형을 메우려고 했다.

그 연구는 거의 완료단계에 있었다.

그들의 뜻대로 된다면, 셀럼은 곧 생각없는 로봇으로 재탄생 될 계획이었다.

최상급에 이르는 마나량과 그걸 버텨내는 강력한 육체를 가진 슈퍼솔저가 되는 것이다.

다만 이성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들이 스스로 판단을 내릴 수는 없다. 상황을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특수부대 처럼 운용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

하지만 그들을 대량으로 뽑아낼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두려움을 잊고 오로지 명령만을 실행하는 최상급 헌터 부대가 탄생하는 것이다. 제작비가 많이 들긴하지만 연방의 입장에서는 돈이 얼마가 들던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있었다.

만약 그런 군인이 백 명만 되어도 연방은 새로운 시대의 최강전력을 갖게 된다.

그리고 연방이라는 거대한 공룡이 그정도로 만족할리가 없다.

“셀럼의 위치를 알아내야해.”

연구소의 데이터베이스에서도 셀럼이 있는 곳의 정보는 파악할 수 없었다. 그걸 알아내기 위해선 연방정보부에 직접 침투해야 했다. 하지만 민간인들이 많은 연구소와 달리 연방정보부는 쉽게 침투할 수 없다. 상급 이상의 요원 수백명이 상주하고 있고, 그 이상의 강력한 보안장치가 있다.

준이 안에 파고드는 순간 들키는 것은 확정이다.

그런 상황에서 준은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전투를 벌여야 했다.

라이트세이버만 들면 최상급의 헌터를 상대로도 이길 수 있는 자신이 있었지만, 연방에서 그 검에 대한 정보가 없을리 없다. 최대한 자신의 정체를 들키지 않고 정보를 빼낼 방법을 찾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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