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506화 (506/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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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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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배요?”

엄청나다. 같은 용량의 결정체를 이용해서 두 배에 가까운 경험치를 얻을 수 있다면, EP의 공급이 단숨에 두 배가 된다는 거다.

헌데 생각해보니 뭔가 좀 이상했다.

결정체를 정제해서 물약을 만드는 것 까진 괜찮다. 그건 문제가 없으니까. 하지만 그 물약을 마시면 결국 일정양의 EP가 늘어나는 거다. 그러니까 결국 EP를 들여서 EP를 사는 구조가 된다.

예를 들면 10EP로 물약을 사서 마시면 15EP가 되는 식이다. 그러니까 이걸 무한 반복하면, 무한히 EP를 생산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델타시스템에서 이게 가능한 일일까?

일단 속는 셈 치고 만들어 보았다. 10EP짜리 결정체를 이용해 시약을 만드는 데 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테스트를 해보니 약 17EP. 장담하는 두 배 까지는 아니었지만 제법 쓸만한 용량이었다. 어쨌거나 70퍼센트나 상승한 셈이다.

“이런 식이었군요.”

“뭘 생각한거야?”

“그야. 무한히 경험치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했죠.”

“그럴리가. 이건 어디까지나 결정체의 효율을 높여주는 것 뿐이야.”

만들고 나니 내가 생각한 것과는 물약이 다른 형태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커다란 빈 병에 물약이 담겨 있었고, 거기에 결정체를 넣으면 되는 형태였다.

이런 식이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오직 결정체를 통해서 얻는 경험치만 뻥튀기 시켜줄 뿐이니까. 델타에 부담이 될 일도 전혀 없고.

“이제 이걸 올리기만 하면 되겠네.”

“엄청 팔릴 겁니다.”

서연경에게 개당 2EP의 마진을 주고 스토어에 올려보니 판매되는 물약의 가격이 5EP로 책정되었다. 그리고 그걸 이용하면 10EP짜리가 17EP로 증가한다. 즉 15EP로 17EP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거기에 서연경에게 떨어지는 물약값은 한 병당 2EP씩이니 누군가 물약을 한병 사용하면 서로 2EP씩 이득을 보는 셈이다.

“엄청나네요. 이거 그렇지 않아도 EP가 모자라다면서 물건 값좀 깎아달라는 사람이 많았는데 그런 소리가 조금은 줄어들겠네요.”

“확실히 델타스토어의 물건이 비싸긴 해.”

서연경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편의성 면에서는 다른 온라인 마켓과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이 점이 비싼 가격을 주고서도 델타스토어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헌터들이 모든 물건을 주렁주렁 들고 다닐 수는 없으니까, 원정 사냥을 나설때는 최소한의 물품만 챙겨서는 그때그때 구입하는 방식으로 훨씬 더 장시간 사냥을 가능하도록 했다. 거기서 나오는 이득만 해도 델타스토어에서 비싸게 파는 값은 충분히 하고도 남았다.

습관처럼 델타포럼에 들어갔다.

아직 시약스토어 상점에 업데이트 된 물건의 효능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이 많아서 준이 직접 광고문구를 올렸다.

그 때문인지 경험치 물약이 순식간에 몇 천개 단위로 팔려나갔다. 결정체는 그때그때 팔아치우는 물건이라 재고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꾸준히 이런 속도로 팔려나간다는 뜻이다.

미국 펜실베니아 주에 위치한 엑손 타워.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고층빌딩이지만 이 지상 100층 지하 40층짜리 대형 빌딩은 그 자체가 통째로 연방정보부의 건물이었다.

엑손타워 지상 60층에 위치한 국장실에서 고성이 터져나왔다.

연방정보부의 피셔 국장이었다.

“그 녀석이 어디로 갔는지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게 말이 된다는 소리야? 여긴 연방의 땅이야. 적어도 이 나라에 있다면 우리가 모르는 사실은 없어야 한다는 거 몰라?”

“그것이... 그자가 타고 움직인 셔틀에 스텔스 처리가 되어 있어서 레이더로는 추적이 불가능했습니다.”

준을 전담하고 있는 특수 3과의 팀장 로널드 안리가 입을 열었다.

현재 준의 셔틀에는 카모플라쥬 옵션이 부여되어 있는 상태였다. 델타의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은폐장을 연방의 레이더가 잡아 낸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피셔국장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답답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셸럼은 계속 도움을 거부하고 있는 건가?”

“네. 자기가 굳이 끼어들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젠장. 실험체 주제에 멋대로 굴기나 하고.”

“어차피 곧 이용 가능한 병기로 재탄생 할 겁니다.”

“계획을 앞당겨야 겠어. 준 알스버그가 무슨 목적으로 연방에 왔는지 알아내야해.”

피셔 국장의 표정에 전에 없던 두려움이 깃들어 있었다. 로널드가 궁금한 듯 물었다.

“헌데 대체 왜 그런 녀석에게 그렇게 신경을 쓰시는 겁니까? 연합의 흔한 기업 대표중 하나에 불과한데요.”

“그놈은 보통놈이 아니야. 녀석의 정보를 열람한 적 있나?”

“네. 제 권한이 주어지는 한에서는 모두 읽었습니다.”

“자네의 보안등급이 어느정도지?”

“2등급입니다.”

“그럼 모를 수도 있겠군.”

피셔의 말에 로날드는 궁금해 죽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열람권한이 없는 정보는 알아서도 안되고 알려고 해서도 안된다. 그게 정보부의 철칠이었고, 그걸 어기게 되면 곧바로 조직에서 쫓겨나 평생을 감시속에서 지내게 될 것이다.

로널드는 그렇게 폐인이 되어버린 전직 요원을 알고 있었다. 죽어도 자신은 그렇게 되기 싫었다.

“그럼 전 이만 돌아가보겠습니다.”

“그래. 빠른 시일 내에 그자의 위치를 확보하도록.”

로널드가 사무실을 빠져나가고, 피셔국장은 무거운 얼굴로 한숨을 쉬었다.

‘녀석의 힘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틀림없이 화이트 크리스탈을 수집하고 있어. 성상민 회장과의 갈등도 틀림없이 그 이유 때문일 터. 그렇다면 연방이 보유하고 있는 크리스탈을 노리고 있을 수도 있다.’

그가 직접적으로 연방에 적대적인 행위를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 극비로 취급되고 있는 로오나의 존재와, 그들이 남긴 유산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 화이트 크리스탈의 존재를 알고 있는 인물 중 경계대상 1호가 바로 준 알스버그였다. 그의 힘은 단독으로 갤럭시 인더스트리를 분열시킬 정도다. 만들어진지 3년도 채 되지 않는 기업체가 2백년 이상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갤럭시 인더스트리를 쪼개버린 것이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가 지금 연방에 들어와 있었다.

요원들을 보내어 과감하게 도발까지 서슴치 않는 것도 그의 본심을 알아보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아직도 알아낸 것이 없었다. 최후의 수단으로 그와 연관이 있다고 여겨지는 셀럼까지 보내었다.

하지만 셀럼은 자신들을 적극적으로 돕지 않았다.

현 시점에서 준 알스버그를 컨트롤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만약 그가 연방연구소에 잠들어 있는 화이트크리스탈을 탈취하려 한다면, 과연 막을 수 있을까?

국가대 국가, 기업대 기업으로 상대한다면 얼마든지 자신있다. 하지만 강대한 무력을 지닌 개인이 움직이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거대한 애드벌룬도 바늘 하나에 터질 수 있다. 연방이라는 거대공룡이 준 알스버그라는 쐐기에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는 것이다.

“아직은 기우에 불과할 뿐이지만... 쓸데없이 화근을 남겨둘 필요는 없지.”

그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던, 그는 연방의 불안요소다. 일단 신원을 확보한다면 무슨수를 써서라도 제거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를 위해서 현재 진행중인 슈퍼솔져 프로그램을 가동시켜야 할 필요가 있었다.

우물우물.

소파에 누워서 빈둥거리고 있는 준과 시미가 동시에 사과를 베어물었다. 껍질을 깎던 서은설이 문득 준을 향해 입을 열었다.

“헌데 어째 좀 조용하지 않아?”

“뭐가?”

“연방정보부였나? 그렇게 당하고서 가만히 있는 게 이상하잖아. 셀럼이라는 사람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뭔가 이유가 있으니까 접근했을 것 같은데. 그 테러리스트들도 여전히 네가 데리고 있잖아.”

“오랜만에 휴식을 취하는데 방해받기 싫어서 손을 좀 썼지.”

준의 말에 서은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소리야?”

“셔틀은 카모플라쥬가 걸려있어서 우리가 여기로 오는 건 몰랐을 거고. 문제는 이 곳에 네가 살던 데라는 건데. 연방정보부라면 네 신상 정도는 파악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그래서 그쪽 자료를 전부 뒤엎어 버렸지.”

“그런게 가능해? 데이터베이스에 직접 침투하는 건...”

“해킹 능력자가 펠로우쉽 중에 있기에 일단 배워서 써먹었지. 전체 데이터베이스를 건드릴 필요는 없어. 그냥 서연경씨의 현 소재지를 바꿔버리면 되니까. 그 정보는 아주 침투하기 쉬운 레벨이고. 솔직히 그냥 인적정보잖아. 동사무소 컴퓨터를 해킹하는 것만큼 쉽다고.”

“흠. 그래서. 지금 스승님이 어디로 살고 있는 걸로 되어있는데?”

“인도 뭄바이.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고 나면 이미 난 여기 없을 걸.”

“졸지에 인도 사람이 되어버렸네.”

“그리고 기왕이면 스승님도 이번 기회에 란도넬 행성으로 함께 가는 게 낫지 않아?”

“흠. 그럼 나는 좋은데 엉덩이가 무거워서 될 지 모르겠네. 뭘 먹고 사는지 살만 뒤룩뒤룩 쪄가지고.”

“누가 살이 쪘다고?”

뭉클.

뒤에서 나타난 서연경이 은설의 가슴을 양손으로 움켜쥐었다.

“뭐, 뭐하는 거에욧!”

“살이라면 나보다 네가 더 찐것 같은데. 이건 내가 기억하는 딸아이의 크기가 아니거든. 혹시 수술이라도 받은거야?”

“그런 거 아니에요!”

“흠. 수술이 아니라면 네 남친의 능력인가?”

서연경의 시선이 준에게 꽂혔다. 준이 입을 열었다.

“펠로우쉽의 능력입니다. 신체를 가장 최적화 된 상태로 유지시켜 줍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 방향성이 조금씩 다르긴 합니다만... 은설이 같은 경우는 흉부가 상당히 커졌지요. 한 두 사이즈 정도 업이 된 것 같긴 합니다.”

“호오. 그래? 그거 제법 땡기는데? 아무리 젊음을 유지해도 그것만은 내 맘대로 안되더라고. 수술은 영 내키지 않고 말이지.”

“지하실에 관련 약물이 있던데요? 그거 마시면 되는거 아닙니까?”

준이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자, 서연경이 피식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그걸 어떻게 믿고 먹냐? 무슨 부작용이 있을 줄 알고.”

“...본인이 만든 거 아닙니까?”

“난 나를 못믿거든. 실제로 부작용이 없는 것도 아니니까.”

“맞아. 스승님이 만든 약들 때문에 고생한게 한두번이 아니라니까.”

서은설이 미간을 찡그렸다. 과거의 기억들이 떠오르는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나는 무슨 모르모트로 입양 된거 같아. 솔직히 말해보세요 스승님. 진짜 순수한 의도에서 날 데리고 간게 맞아요? 혹시 내가 가기 전에 몇명이 죽었다던가 한 건 아니죠?”

“한 서너명 정도 있긴 했지.”

“헐? 정말요?”

“믿거나 말거나.”

“으으...”

서은설이 분하다는 듯 이를 갈았다. 서연경은 흐흥, 하고 코웃음을 치고는 소파에 앉았다. 제법 즐거워 보이는 얼굴이다. 예전에 두 사람이 어떻게 살았을지 대충 그림이 그려진다. 매번 당하는 건 은설이 쪽이었겠지.

서연경이 막 생각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참. 오늘 손님이 올거야.”

“손님이요? 사람이랑 만나는 거 엄청 싫어하시잖아요.”

은설이 눈을 크게 깜빡였다.

“최근에 자꾸 결혼하자면서 찾아오는 사람이 있거든. 문을 걸어 잠궈도 자꾸 벽을 타고 넘어오기에 식물로 벽을 쳐놨는데, 어쩔란가 모르겠다.”

“겨, 결혼이요? 말도 안 돼!”

“이 스승님 아직 팔팔하단다. 얘야.”

“으으... 이제 곧 환갑인 사람이.”

“이백세 인생 모르니? 환갑이면 청춘이란다.”

현대 의학이 발달하면서 인간의 수명이 대폭 늘어난 건 사실이다. 별다른 병치레나 사고가 없다면 이백살 까지도 살 수 있었다. 다만 노화는 어쩔 수 없이 진행되어서 환갑 쯤 되면 할머니까진 아니라도 아줌마 소리는 들을 수 있었다. 별다른 관리를 하지 않으면 흰머리도 엄청 난다.

물론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서 유전자레벨에서 텔로미어 조작을 하기도 하지만 그런 발악을 해도 100세가 넘어가면 누가 봐도 할머니 할아버지 소릴 들을 수밖에 없긴 하다.

하지만 지금 서연경은 20대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젊음을 유지하고 있으니 100세가 넘어도 30대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을 공산이 컸다.

나이만 속이면 젊은 사람들과 연애를 해도 전혀 위화감이 없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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