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503화 (503/540)

0503 ----------------------------------------------

지구

*

*

*

“상품 올리면 바로 프로모션 걸어드릴게요. 탈모치료제는 희귀한 약품이니 금방 팔릴 겁니다. 신제품이기도 하고.”

“기대해볼게.”

탈모치료제를 스토어에 올리자 준이 우선적으로 메인에 노출되도록 크게 배너를 걸어주었다. 스토어의 신제품은 마스터의 요리를 제외하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었다.

밥의 스토어에서 파는 상품들은 신제품이라기 보다는 카달로그 업데이트 개념이기 때문에 가끔씩 업데이트가 될 때마다 공지사항을 올려주고 있었다.

때문에 서연경의 새 스토어 개점소식은 금방 델타포럼에 알려졌다.

-업데이트 떴다!

-이게 뭐지? 탈모치료제? 이거 사기 아니야?

-주인장이 그렇게 허술한 인간이냐? 그렇다고 하면 그런 줄로 알아야지. 까놓고 말해서 탈모치료제보다 더 말도 안되는 것들도 많이 올라왔는데, 뭐 이정도로 그러냐.

-하긴 그렇네. 난 탈모인이 아니라 상관없음.

-나도 펠로우쉽 계약자라 패스. 펠로우쉽이면 머리 안빠진다더라.

-우오옷! 대박!

-탈모인 등장.

-아재 흥분했다.

-이거 제법 가격이 비싼데 써보고 효능 확인해 줄 사람 없냐? 나 모아놓은 EP가 얼마 없어서 큰맘먹고 써야되는데.

-100EP밖에 안하는데. 그냥 사서먹어.

-천만원이 뉘집 애이름이냐?

탈모치료제의 가격이 천만원 정도라고 생각하면 헌터들 입장에서 생각보다 비싼 가격은 아니다.

하지만 델타폰을 가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헌터인 것은 아니었다. 일반인 들 중에서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런 이들에게 천만원은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헌터도 아닌데 델타폰을 왜 가지고 있어?

-구현화 소문듣고 샀다. 왜 안되냐?

-그거도 엄청 비싼데 재산 좀 떨어먹었겠구만.

-집 팔뻔 했다. 지금은 조절하면서 쓰고 있음.

-약먹었다. 복용한지 10분 지났는데 아직은 모르겠음. 설명에는 한시간 즘 부터 조금씩 머리가 가려워진다고 하니 좀 더 기다려 볼 생각.

준은 델타포럼을 돌아다니면서 반응을 확인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아직은 확신하는 사람이 없어서 본격적으로 팔리지는 않고 있지만, 곧 경험자가 글을 하나만 올려도 엄청나게 팔려나갈 것이다.

그리고 약은 그거 하나로 끝이 아니었다.

준이 입을 열었다.

“마법시약을 만드는데 필요한 재료들이 있습니까?”

“흠... 희귀한 약초나 외도들이 필요하긴 하지. 사실 지구에서 그런 물건을 구하려면 제법 비싸서 말이야. 아다시피 여기에는 외도가 나타나지 않거든.”

인구밀도가 높은 곳에서 외도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웜홀과 인구밀도의 관계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치를 가지고 있다. 여전히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인간을 사냥하는 외도가, 인간을 피해서 나타난다는 것은 제법 재미있는 현상이었다.

“밥의 스토어에 주문을 넣어주시면 아마 원거리 택배가 가능하게 해드릴 겁니다. 제가 직접 지시하도록 하죠.”

“그렇게 해준다면 더 고맙고. 안그래도 운송비가 엄청나게 비쌌는데 말이지.”

“그리고 가급적이면 가지고 있는 약물들 중 효과가 있는 것들을 전부 올려주시겠습니까?”

“괜찮을까? 잘 못 퍼지면 위험한 것들도 있는데.”

“흠... 그러면 저에게 일단 보여주시면 제가 일차적으로 검수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이리로 따라와.”

서연경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를 따라 건물의 지하로 내려가니 건물 전체보다 더 큰 지하시설이 있었다. 뒤에서 조용히 따라오던 서은설이 가볍게 몸서리를 쳤다.

“여기 꼭 이렇게 음침한 분위기로 만들어야 했어? 시약 만드는 것과 실내조명은 별로 상관없잖아.”

“마녀에게는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분위기가. 네가 낭만을 모르는 구나.”

“됐거든요.”

“알았어. 조명.”

짝.

서연경이 박수를 한번 치자 지하실이 밝게 빛났다.

“진작 이렇게 하지.”

“너 가고 나서 이렇게 바꿨어.”

“진짜 악취미라니까. 일부러 나 겁주게 하려고 이렇게 만든거죠?”

“응. 네가 못들어오게 하려고.”

“일분전이랑 말이 다르잖아요.”

“신경쓰지 말고 자자. 죽 둘러보라고.”

서연경이 주변을 가리켰다. 지하실 벽에 진열장이 있었고, 각종 시약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눈에 보이는 것만 대략 백 개가 넘었다.

“이건 그래도 쓸만한 거고. 나머지는 창고에 있는데 그건 실패작들이야. 나중이 시간나면 살펴보던지.”

“일단은 여기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준은 시약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흠. 이건 키를 크게 해주는 약이고... 이건 머리가 좋아지는 약인가? 학부모들이 좋아할만한 물건들이군.’

서연경은 확실히 돈을 버는 감각이 있는 사람이었다. 어떤 걸 만들어야 사람들이 좋아할지 알고 있는 듯 했다. 물론 그동안은 소규모 제작밖에 할 수 없어 부자에게 비싼 값을 주고 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델타스토어에 물건을 올릴 수 있게 된 이상, 더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시약에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물론 엄청난 수익은 당연한 것이었다.

지하실 전체를 둘러본 준이 가볍게 감탄사를 흘렸다.

“여기에 있는 뭐라도 올리기만 하면 엄청나게 팔릴 물건들이군요. 마음에 드는 걸로 직접 올리셔도 되겠습니다.”

“그럼 내 마음대로 올리지 뭐. 처음부터 한꺼번에 올리지 않아도 되겠지?”

“약간 감질나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럼 이거랑 이거 두개부터 올려야겠군.”

일단 그녀는 준이 처음 살펴보았던 키가 커지는 약과 머리가 좋아지는 약을 골랐다. 그 두가지의 가격은 탈모치료제와 동일한 100EP로 결정 될 것이다.

“이 나라에서는 정말 선풍적인 인기를 끌 수 있는 물건이긴 한데. 여기는 델타폰이 없어서 좀 아쉽네요.”

“지금부터라도 팔면 되지.”

“어떻게?”

“시약을 팔면서 같이 팔면 되지 않을까?”

준이 서연경을 쳐다보자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난 귀찮은 건 딱 질색이야.”

“처음에 한 열개 정도면 파시면 됩니다. 한정판이라고 하고 넘겨주면 그 다음부터는 알아서 늘어날 겁니다. 자기복제가 되니까요.”

“그정도면 뭐.”

서연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준은 며칠간 서연경의 집에서 머무르며 휴식을 취했다. 서은설도 다른 곳을 여행하기 보다는 집에 있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처럼 보여 굳이 무리해서 멀리 돌아다닐 이유도 없었다.

델타포럼에서는 서연경의 시약스토어에 대해서 계속해서 글이 올라오고 있었다. 워낙 가끔씩 업데이트 되는 스토어인데다가, 이번에 올라온 물건들은 기존 준이 올리던 제작품과 비교해서도 전혀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효과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었다.

-야. 이거 약 대박이다. 나 키커지는 약 먹고 180됨.

-난 머리좋아지는 약 먹고 승진시험 통과함.

-머리털 났다!!!

-오. 후기 올려주세요.

-비포앤 애프터 올리겠습니다. 내 인생에 이런 날이 올줄이야!

그렇게 분위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할 무렵, 서연경이 새 시약을 올렸다. 그녀가 방송에서 보여 준 적 있는 성전환 시약이었다.

매니악한 물품이라 그다지 이슈가 되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폭발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성전환 시약 떴다!

-뭐야. 뭐야. 내 꿈이 이루어지는건가?

-이거 마시면 귀여운 여중생 될 수 있나요?-여자로 만들어주는 거지 어려지는 게 아니거든. 생각이라는 걸 좀 하고 살아라.

-그럼 미소녀라도.

-그건 일단 미소년이 된 다음에 생각해 보도록.

-그러고보니 여자가 됐는데도 내 얼굴이면 이거 안하는 게 낫지 않나?

-무슨 상관이야. 한번 해보고 이건 아니다 싶으면 하나 더 사서 먹으면 되지.

-이 새끼 천재네. 좋다. 당장 구입한다.

-나도 산다.

-나도.

-난 열개 사서 팔아야지. 이거 보여주면 환장할 놈들 천지다.

한사람이 수십개씩 사는 경우도 있었다. 델타폰이 없는 사람들에게 비싸게 팔 생각인 모양이었다. 그렇게 판다고 해도 결과적으로는 델타폰의 홍보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굳이 막을 이유는 없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