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502화 (50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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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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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인가?”

“명색이 마법사라는 사람이 하는 소리 하곤.”

“얘는. 창조마법은 불가능의 영역이잖아. 마법사라고 해도 안되는 건 안되는 거야.”

“창조마법은 아닙니다. 대기중에 존재하는 원소들을 조합해서 만드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르실겁니다. 물론 공짜는 아니고 그를 위해서 에너지가 약간 필요합니다. 그 에너지가 수치화 된 것이 여기 보이는 EP라고 보시면 됩니다.”

“에너지포인트(Energy Point) 인거야?”

“엑조틱에너지 포인트이긴 한데. 뭐 의미상으로는 큰 차이는 없겠네요.”

“흠. 그래서 여기에 올리면 하나만 만들어도 충분히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거구나.”

서연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대량생산이라고는 해도, 한번 올리기만 하면 끝입니다. 그 다음은 전부 델타시스템에서 자동으로 생산해주니 번거로운 일도 없습니다.”

준의 말에 그녀가 서은설을 바라보았다.

“야. 니 남친 대박인데? 어디서 이런 사람을 물어왔어?”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어요.”

“이정도면 새컨드라고 해도 나쁘진 않겠네.”

“그런거 아닙니다.”

준이 정색하고 입을 열었다.

“아. 미안. 내가 말 실수를 했네. 연합은 일부다처가 가능하지? 연방은 불법이라서 말이야.”

“애초에 결혼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진 상황입니다만.”

오늘날 무역연합에서 결혼제도 자체는 구시대의 잔재 정도로 여겨지고 있었다. 외우주 정착 초창기에 워낙 죽어나가는 사람들이 많았고, 또 외도의 침입 때문에 인구의 상당수가, 특히 전투에 나섰던 남자들이 극단적으로 줄어든 경험도 있다보니 생긴일이다.

한때 남성의 평균수명이 40세 이하까지 떨어진적이 있을 정도였으니 그런 상황에서 기존 결혼제도를 정상적으로 따른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시기의 흔적들 때문에 오늘날까지도 무역연합에서의 남녀간의 동거는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제도적 결합보다는 좀 더 자연스러운 형태의 감정적 결합이 우선시 되는 경향이 주류를 차지했다.

자식에 대한 책임만이 법으로 지어져 있을 뿐, 다른 부분들은 거의 사법화 되어 있는 상태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서은설에 대한 태도가 미적지근한 것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이 더욱 답답해하고 있던 차였다.

“네가 이해해. 아줌마라서 아직 요즘 트렌드를 못 따라가거든.”

“아줌마라니. 이것아. 밖에 나가면 우리 둘이 친구로 볼걸?”

“겉이야 그렇지만 속은 완전히 아줌만데 뭘요.”

“몇년 만 더 지나봐라. 네가 나보다 더 늙을걸?”

서연경이 코웃음을 치며 입을 열었다. 그러자 서은설도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저도 안늙거든요. 어쩌면 이대로 고정일 지도 몰라요.”

“뭐야. 델타에서 노화방지 약이라도 개발한거야?”

서연경이 준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준이 어깨를 으쓱하며 입을 열었다.

“약은 아니고요. 아직 확실한 것도 아닙니다. 다만, 신체가 가장 활성화 된 시기로 돌아가는 것은 확인했습니다. 시간은 좀 걸리지만, 탈모가 진행중이던 분의 머리도 나기 시작했고요.”

“그런게 있으면 굳이 나한테 손을 안벌려도 되잖아.”

“말씀드렸잖아요. 약이 아니라 다른 방법이라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방법은 인원제한이 있지요.”

“인원제한이라... 서너명 정도 일려나.”

“백만 명입니다만.”

“음. 내가 벌써 귀가 어두워졌나? 몇 명이라고? 백만명이라고 잘못들어가지고.”

“백만명 맞습니다.”

“...잠깐. 늙지도 않고, 건강에 문제도 없는 사람들을 백만명이나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야?”

“아직은 20만명 정도지만요.”

펠로우쉽의 숫자가 빠르게 늘고 있긴 하지만 델타폰이 팔리는 속도에 비해서는 느린 편이었다.

아무래도 5레벨은 찍어야 5명의 펠로우쉽 계약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니 돈이나 결정체를 주고 사면 되는 델타폰 보다는 퍼지는 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증가세가 비교적 느리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펠로우쉽 계약이 가지는 메리트는 죽어가는 사람을 살아나게 하고, 노화를 되돌리며, 보통사람도 헌터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굳이 헌터가 아니라도 자신의 전문분야를 스킬화 하여 훨씬 더 쉽게 숙련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너무 이득이 뛰어나다보니 오히려 계약자들끼리 쉬쉬하는 경우가 생겨났고, 받아들이는 측에서도 무언가 공식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듯 했다.

뭔가 너무 좋은 것은 반대급부로 손해가 있기 마련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준의 입장에서 답답한 건 사실이지만, 굳이 억지로 계약자를 늘릴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다. 어차피 가만히 두어도 다음번 펠로우쉽 숫자를 늘이기 위해서는 30레벨은 찍어야 할 판이었고, 그러기 위해서 들어갈 경험치를 생각하면 끔찍한 수준이기 때문이었다.

“부작용은?”

서연경이 흥미를 보였다. 소수에게만 적용된 것이라면 다소 걱정이 되겠지만, 그 정도 숫자가 혜택을 보고 있다면 믿을만 하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아직까지는 없습니다. 다만, 한가지 치명적인 문제가 있긴 합니다.”

“그게 뭐지?”

“제가 없으면 무력화 된다는 겁니다. 델타시스템의 작동반경은 대략 1만 광년 정도. 만약 제가 죽거나 그 범위를 벗어나면 델타시스템은 정지하고 최소한의 능력만 사용이 가능해집니다. 뭐, 기술사용이나, 체력시스템 정도겠죠.”

“아무래도 듣기만 해서는 모르겠는데. 이거 나에게도 그 계약이라는 걸 해줄 수 있겠어?”

“물론이죠.”

준은 그녀에게 펠로우쉽 계약을 넘겼다. 이미 25레벨을 넘으면서 준이 계약을 맺을 수 있는 숫자는 천명까지 늘어나 있는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과 직졉 계약을 맺은 사람은 아직까지 스무 명이 채 넘지 않는다. 자리는 차고도 넘쳤다.

준이 펠로우쉽 계약을 걸자, 곧바로 승인되었다. 그녀의 시선이 허공에 머물렀다가 빠르게 움직였다. 델타시스템의 정보는 튜토리얼을 통해서 전달되고, 그것을 숙지하는 중인 모양이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결정체를 몇 개 꺼내어 그녀에게 건넸다. 일단은 5레벨을 찍어야 주 직업을 선택할 수 있고, 거기에 따라 보조기술도 언락되기 때문이다.

“공짜야?”

“공짜입니다.”

남도 아니고, 서은설의 양어머니에게 결정체 몇 개값을 받을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인벤토리 안에 산처럼 쌓여있는 것이기도 하니 준에게는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돌맹이보다도 흔하게 여겨지는 것이었다.

서연경은 곧바로 그 결정체들을 집어삼켰다.

준은 그녀의 프로필을 띄웠다. 펠로우쉽 계약자의 모든 정보는 메인 관리자인 준이 쉽게 열람할 수 있었다.

사용자 : 서연경

레벨   : 5

클래스 : 식물학자

칭호   : 펠로우쉽의 대상자(모든 능력치 +1)

능력치

체력 1060/1060  마나 2181/2181 경험치 21  잔여 스탯 0

힘 13(+1)  민첩성 8(+1)  지능 35(+1)  정신력 29(+1)

기술

파이어 애로우(상급) : 불의 화살을 발사합니다. 한 번 시전에 백 개의 화살을 발사할 수 있습니다.(숙련도 0%)

식물조종(초급) : 식물을 길들여 자신의 뜻대로 조종할 수 있습니다.(숙련도 0%)

시약제조(초급) : 각종시약을 제작, 등록할 수 있습니다.(숙련도 0%)

보조기술

시약판매 : 제작한 시약을 델타OS와 연동하여 판매할 수 있습니다.

“딱 좋게 나왔네요.”

“응? 뭐라고?”

서연경이 입을 열었다.

“필요한 스킬이 나와줘서 말이죠. 시약판매가 없었다면 델타폰에 물품을 올릴 수 없거든요.”

“이게 랜덤으로 생성되는 건가? 꼭 필요하면 만들어 지는 거 아니고?”

“흠...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네요. 제가 정하는 건 아니지만 델타시스템에서 만들어 주는 것이니 상황에 맞는 기술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까부터 궁금한건데 이 델타시스템이라는 건 대체 뭐지? 어떻게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해주는 거야? 보아하니 마법 같진 않은데.”

“과학기술입니다.”

“과학?”

“네. 지금 우리들로선 이해하기 힘든 과학기술로 만들어진 인공지능 컴퓨터라고 이해하지면 되겠네요.”

준의 말에도 서연경은 좀처럼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네 말대로라면 지금 기술로는 구현 불가능하다는 컴퓨터라는 건데. 그런 걸 대체 어디서 구한거야?”

“스승님. 이런 거 다 기업비밀이에요.”

“뭐, 어때. 우리사이인데. 내가 설마하니 그런 걸 동네방네 떠들고 다닐 인간으로 보여?”

“스승님이라면 가능할지도요. 개인방송에서 떠들다가 퍼지면 그거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래요?”

“나를 그렇게 생각없는 사람으로 생각하다니. 이 엄마는 슬프구나. 흑흑.”

“으아. 진짜. 누가 내 엄마야?”

“알스버그 군. 이거 보라고. 힘들게 돈 벌어서 겨우 키워놨더니 엄마를 부정하는 못난 딸이야. 이래도 정말 데리고 가고 싶은건가?”

“뭐... 예쁘니까요.”

“그건 좀 아니다.”

“그건 좀 아닌데.”

서연경과 서은설 두 모녀가 동시에 입을 열었다. 친혈육이 아님에도 묘하게 닮았다는 느낌이 계속 들었었는데, 이렇게 보니 확실히 알겠다.

지금 서은설의 성격은 틀림없이 서연경을 빼다박은 모양이라는 걸.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 시미를 크리스탈 글래스에 담궈놓고서는 창가에 두었다. 일단 저렇게 해놓으면 몇시간을 가만히 내버려 두어도 투덜거리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근본이 식물이다보니 태양빛을 굉장히 좋아하는 것 같았다.

“일단 간단하게 이걸 상점에 올려보려고 하는데 괜찮을까?”

그녀가 가지고 온 것은 탈모방지 시약이었다. 시험삼아 만들어 보았지만 딱히 쓸데가 없어서 봉인하고 있던 물건이라고 했다.

“그거 임상실험 끝난거 맞죠?”

“대충은. 우리 동네에 대머리 아저씨들 없는 거 보면 몰라?”

“와. 동네 사람들을 인체실험용으로 사용한거에요?”

“그 사람들이 무릎걸음으로 와서 사정하는데 나라고 별 수 있나.”

서연경이 씨익 웃었다. 사람의 가장 절실한 부분을 건드려서 스스로 실험체가 되도록 자원하게 만들다니. 뭐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약은 구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쨌거나 이건 한번 만 먹어도 10년간은 문제 없을 정도니까 비싸게 올리는 게 낫겠지? 그럼 그 사람들이 지불하는 돈은 어떻게 받아야 하는 거야?”

“돈은 아니고 EP로 받습니다. EP가 쌓이면 델타OS와 연동되기 때문에 레벨업에 사용할 수 있죠.”

“흠... 그것도 나쁘지 않긴 한데 뭔가 팍 와닿진 않네.”

“델타스토어의 다른 상품들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상당수가 다른 곳에서는 구할 수 없는 물건들이니까 제법 마음에 드실 겁니다.”

준의 말에 서연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스토어에 있는 물품들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들을 몇가지 발견한 상태였다.

특히 그녀가 마음에 들어하는 것은 다름아닌 마스터의 요리였다.

“집에서 밥해먹기 상당히 귀찮았는데 잘 됐네. 매끼니를 유명세프의 요리로 먹을 수 있다면 그게 곧 행복 아니겠어?”

“소박하기도 하시지.”

서은설의 말에 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때 도시 하나를 살정도의 재산이 있었다는 사람 치고는 행복의 기준이 제법 낮다고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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