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497화 (497/540)

0497 ----------------------------------------------

지구

*

*

*

“딱히 그래야 할 이유를 느끼지 못하겠군.”

“물론, 저희도 그냥 달라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만한 대가를 충분히 지불할 의사가 있습니다.”

연방정부차원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고 정보부에서 은밀히 접촉한다는 것 자체가 비밀스럽게 일을 추진할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잘만 협상하면 갤럭시 인더스트리에서 얻은 것 보다 훨씬 많은 것을 뜯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가라면?”

“저희가 연합내에서 힘이 되어드리겠습니다. 공식적인 지지든, 그 외의 다른 자금이나 군사적인 부분이든 저희와 손을 잡으시면 연합내에서 현재 지위가 휘청이고 있는 갤럭시 인더스트리의 위치를 차지할 수도 있을 겁니다.”

“뭔가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연합은 그냥 기업집합체야. 애초에 매출액과 기업규모로 모든 게 결정나는 동네인데 연방이 지지한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말은 이렇게 했지만 물론 의미가 있다. 연합은 태생적으로 연방의 서자이고, 이쪽과 손을 잡으면 백인회 내에서의 입김도 강해질 수밖에 없다. 연합 매출의 상당수가 연방 쪽 수출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만 봐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건 이쪽에서 접어주고 들어가는 것이니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다.

“아실만한 분이 그러시니 저희도 당황스럽군요. 좋습니다. 그럼 실질적인 보상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요?”

“연방정보부에서 그런 권한이 있나?”

정보부는 말그대로 정보부일 뿐이다. 델타 스피릿에 대한 지원등은 결국 행정부와 국회에서 해야할 일이다. 정보부에서 어떤 약속을 하든, 그것이 제대로 지켜질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는 없었다.

기업이라면 오너의 의지만으로도 가능한 일도 국가단위가 되면 여러곳에 눈치를 봐야할 곳이 많아진다. 갑자기 연방에서 델타스피릿에 지원을 하기 시작하면 연방의 여러 이익집단에서 단체로 반발을 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정도는 얼마든지 무마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대통령님의 의지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는 일입니다.”

“연방 대통령이 말인가?”

준은 깜짝 놀라며 몸을 일으켰다. 물론 그 정도 선에서 추진한 일이 아니라면 이렇게 대놓고 알바트로스급의 함선을 요구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추측에서 그치는 것과 실지로 그 이름이 나오는 것은 천양지차다.

연방은 현 우주 전체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이고, 그런 곳의 대통령이라면 개인으로서는 권력의 정점에 위치한 자다. 그런 곳에 위치한 사람이 일개 연합의 작은 기업인 델타스피릿을 눈여겨 보고 있다는 뜻이다.

‘많이 크긴 컸구나.’

새크리파이스의 작은 화물선 엔지니어였던 자신이 이제는 연방의 시선을 끄는 존재가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상전벽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럼 일단 긍정적으로 생각해도 되는 거겠지요?”

“뭐, 안될 건 없다만... 그 전에 세부적인 사항을 먼저 확인해야겠군. 지원의 규모나, 그

외적인 이득에대해서 말이지.”

갤럭시 인더스트리에도 팔았던 특수함선들이다. 연방이라고 해서 넘겨주지 않을 이유는 없다.

공격불가 옵션이 이럴 때는 매우 유용하다. 그것만 걸어두어도 같은 무장으로 이쪽을 공격할 위험이 극단적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물론 저쪽은 그걸 모를테고, 만에 하나 특수함선을 이용해 준을 공격하려고 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제임스와 해. 직통라인은 알고 있을거고. 협상은 직접 만나서 하는 것이 좋을테니, 바쁜 사람 부르지 말고 그쪽에서 직접 란도넬로 사람을 보내도록. 아. 그쪽에도 연방 대사관이 있으니 굳이 왔다갔다 할 필요는 없으려나?”

“테서렉트가 있으니 직접 협상도 가능합니다.”

“돈지랄도...”

“델타 스피릿 입장에서 보자면야 감당하기 힘든 금액이겠지만, 연방전체의 예산으로 보면 그다지 부담가는 액수는 아니지요.”

연합에서도 백인회 소집같은 중대사를 위해서만 사용하는 것이 테서렉트다. 각기 다른 공간에 있는 사람들을 4차원의 공간에서 직접 대면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내는 여분의 공간인데, 그 공간을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금액이 엄청나다. 발전소 세 개 정도에 초당 들어가는 결정체의 숫자만 세자리 수가 넘는다.

협상장을 열기 위해서 테서렉트를 사용한다는 것만 봐도 연방의 자본력이 대단함을 알 수 있다.

“범죄자 인도는...”

“아. 그것도 한꺼번에 협상하시길.”

“하지만 이건 한시가 급한 일입니다.”

“급한 건 그쪽이니 협상장에서 잘 이야기 해봐.”

준은 그렇게 말하고 손을 내저었다. 얼른 나가보라는 뜻이다.

“이런 식으로 연방과 불화를 일으켜서 좋을 것이 없을텐데요.”

“너희 말대로라면 난 클론이나 안드로이드 일텐데 무슨 상관이야? 그 잘난 화합은 협상장에서 하고, 여기선 찾지 말라고.”

준의 도발에 상대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시종일관 지속되는 준의 고압적인 태도에 정보부 요원들의 인내심이 거의 한계에 달한 듯 싶었다.

“이 건방진 자식이!”

쾅!

왼쪽에 서 있던 덩치가 결국 폭발했다. 응접실의 탁자를 부서뜨리면서 준을 향해 달려들었다.

준이 피식 웃으며 손을 내뻗었다.

퉁!

“어헛?”

쿵!

실드가 펼쳐지며 덩치사내가 도로 튕겨나갔다. 쓰고 있던 선글라스가 흘러내리며 당황하는 눈빛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건 델타스피릿 대표에 대한 연방의 위해행위로 간주하면 되는건가?”

“역시 소문대로 준 알스버그님의 실력이 대단하긴 하군요.”

중년 사내가 입을 열었다.

“언제는 클론이라더니.”

“그럴 수도 있다는 거지,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정보부 내의 의견이니까요.”

“뭐, 이 일까지 제임스에게 말해둘게. 협상이 조금 더 어려워 질거야.”

“글쎄요... 그럴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딱.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거실 안쪽에서 세명의 요원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들은 서은설과 시미를 붙잡고 관자놀이에 총을 겨눈 상태였다.

두 사람의 입은 테이프로 단단히 봉해져 있었다.

준의 입술이 비틀렸다.

“흠. 연방도 이정도 수준인가.”

“이건 개인의 일탈입니다.”

중년 사내가 어깨를 으쓱했다. 준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건 좀 선을 넘었다.

“하나만 묻자.”

“뭡니까?”

정보부 요원들은 이미 승리자의 표정을 하고 있었다. 서은설과 시미에 대한 정보는 이미 입수한 상태일테니, 준이 많은 양보를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돈도 많은 녀석들이 왜 굳이 이런 수를 쓰는 거지? 예산을 조금만 당겨써도 너희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얻어 낼 수 있을텐데.”

“연방의 세금을 보잘 것 없는 곳이 쓸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당신이 진짜든 클론이든 상관없습니다. 이곳에 있는 저 둘은 진짜 일 테니까요.”

“애초부터 시간을 끌면서 저 두 사람을 잡을 생각이었군.”

“깨닫는 것이 너무 늦으셨습니다.”

“아니. 알고 있었는데?”

“네?”

“뭘 하려는지 하도 부시럭 거리길래 기다렸는데 결국 이런 선택을 할 줄이야.”

“허세가 심하시군요. 이제와서 그래봤자, 늦었다는 걸 모르시진 않을텐데요.”

“두 사람도 장난 적당히 치고 이리와.”

“읍읍!”

준의 말에 시미가 바동거리면서 사내의 품을 벗어나려고 애썼다.

시미가 음파공격에 최적화가 되어있다곤 하지만 녹색 외도다. 인간의 완력을 벗어나지 못할 리가 없다.

“후후... 저들은 모두 중급헌터들로 구성된 인물들입니다. 설령 저 두사람이 헌터라고 해도 빠져나올 수는 없을 겁니다.”

“아니... 뭐. 됐다. 내가 알아서 하지.”

준이 손을 들자 방 한가운데 푸른색의 웜홀이 생성되었다. 4번던전이다.

“지금 뭐하시려는...”

휙!

준의 몸이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빡!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덩치요원의 앞에 나타난 준이 녀석의 머리를 후려찼다. 준의 민첩은 현재 47이다. 상급에 버금가는 속도의 움직임에 요원들인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젠장! 죽여버려!”

타앙! 탕!

서은설과 시미의 머리에 겨누어져 있던 권총이 불을 뿜었다.

쿵.

두 사람이 바닥으로 쓰러지고, 준은 흘깃 눈길을 주었다가 곧바로 명령을 내린 중년사내의 멱살을 쥐었다.

준이 입을 열었다.

“거참 양아치도 아니고. 연방의 요원이라는 사람들이 인질을 죽이다니. 이거 고소해도 되는거 아닌가?”

“큭... 어차피 내 정보는 말소될 것이다. 작전이 실패한 이상, 나는 없는 사람이나 마찬가지. 네놈이 아무리 파고들어봐야 소용없다. 크크. 이번 기회에 네 놈의 위치를 좀 깨달았으면 좋겠군.”

퍽!

준은 녀석의 복부를 후려갈겼다.

“커헉!”

바닥에 쓰러진 녀석이 뱃속에 든 것을 게워내는 사이, 준은 나머지 요원 네명을 차례로 쓰러뜨렸다.

타탕! 탕!

총기가 불을 뿜었지만 준에게 맞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몇발은 스쳤지만 애초에 EX필드가 달려있는 준을 어찌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퍽! 퍽! 퍽!

요원들이 하나둘씩 바닥에 쓰러졌다. 중급헌터의 실력이라고 해봐야 준 앞에서는 병아리 수준. 하나같이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고 바닥을 굴렀다.

“크크크...”

속을 게워넨 중년 사내가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준을 향해 비웃음을 흘렸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 지 모르겠군.”

“이번 일로 교훈이 될테니 말이야. 연방의 명령을 거스른 죄가 얼마나 큰지, 이제는 깨달았겠지?”

“내가 그런 걸로 보여?”

“...설마. 저 녀석들도 클론인건가?”

“상상력이 풍부한 점은 상을 주고 싶긴 한데.”

준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서은설과 시미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냥 일어나. 재미없으니까.”

“무슨...?”

부시럭.

준의 말에 서은설과 시미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입에 붙은 테이프를 뗀 두 사람은 투덜거리며 입을 열었다.

“괜히 잡혔다가 머리에 총만 맞았네.”

“그러니까 안먹힌다고 했잖아요.”

상황을 보아하니 순순히 잡히자고 한 쪽은 서은설인 모양이다.

애초에 권총 한 발로 죽을 애들이 아니다. 시미는 전차포를 맞아도 버티는 체력이고, 서은설도 최소 열발 정도는 맞아야 좀 위험하다 싶은 정도니까.

“어... 어떻게? 아무리 헌터라도 총기에 맞으면 무사할 수 없을텐데...?”

“정보부라는 놈들이 아직 그것도 파악못한건가?”

준은 한숨을 쉬며 바닥에 쓰러진 채 신음을 흘리는 요원들을 전부 웜홀에 다가 던져 넣었다.

“자. 그럼...”

준은 중년 사내를 앞에 두고 소파에 기내었다.

“이제부터 진짜 협상을 시작해볼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