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496화 (496/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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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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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포럼에서 노는 건 준의 주요한 일과였다. 물론 중요한 일은 아니고, 시간 때우기에 가장 좋은 여가활동이라는 뜻이다.

‘오랜만에 사이트 개편을 좀 해볼까?’

그동안은 너무 인공지능에 맡겨두고 관리를 안한 감이 있다. 스파일리에 있는 자신은 바빠서 이런 일까지 할 정신이 없을테니 자신이 하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스템. 포럼의 현재 상황을 간략히 설명해 줄 수 있어?

-추천반대 시스템으로 인해 소수의 의견이 묻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관리도 수월하고 여론조작에도 수월하니 현 상태로 유지할 것을 추천드립니다.

-시스템에서 직접 관리를 할 수는 없어?

-가용용량은 충분합니다.

-된다는 이야기로군. 그러면 일단 추천반대 시스템은 제거하고, 대신 신고시스템을 운영해서 악성댓글이나 수준낮은 글들은 제거할 수 있도록 해 줘. 물론 시스템에서 관리하도록 하고.

-작업시작하겠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꿈도 꿀 수 없는 처리방식이다. 지금은 시스템에서 인간처럼 명령을 알아듣고 처리할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기에 할 수 있는 것이다.

인간 이상의 능력이라는 것은 지금처럼 다중처리를 요하는 게시판 관리를 할 때도 용이하다. 여러명의 인간이 관리하는 것에 비해 통일성있고 신속한 관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훨씬 더 효율도 좋았다.

‘인공지능이라는 거 엄청 편리하군.’

레벨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부가적인 것들 중에서 AI의 업그레이드는 잘 언급되지 않아 중요도를 낮게 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보니 그동안 너무 AI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게시판은 적당히 정리했고...’

그동안 밀린 게임업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게임은 구현화에 가장 핵심인 상품이기 때문에 가장 업데이트 요구가 많았던 부분이다.

-시스템. 20세기 후반에서부터 저작권에 걸리지 않을 게임들을 전부 끌어모을 수 있겠어?

-가능합니다. 업데이트 하겠습니까?

-아. 시대별로 알아서 목록화 해서 업데이트 해줘. 가격은... 그냥 공짜로 하고.

어차피 구현화를 하는데 EP가 사용되니 굳이 게임사용료까지 돈을 내게 할 필요는 없었다. 하는 김에 기존의 게임들도 모두 무료로 돌렸다.

1분도 되지 않아 10만개에 가까운 게임들이 델타스토어에 업로드 되었다. 생각보다 많은 양에 준도 깜짝 놀랐다.

-이 많은 걸 대체 어디서 구한거야?

-구골플렉스의 서버에서 검색했습니다. 게임판매 플랫폼인 스팅스의 과거 데이터가 남아있어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스팅스는 여전히 살아있는 게임판매 플랫폼 중 하나이다. 현재 가지고 있는 게임목록만 거의 20만개에 이르고 있었다. 그중에서 저작권에 걸리지 않을 물건들만 서치해서 올린 모양이다. 거기에 걸린 시간이 채 1분도 걸리지 않았으니, 현재 시스템의 처리속도는 어지간한 슈퍼컴퓨터조차도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뛰어나다고 봐야했다.

갑자기 업데이트 소식이 뜨니 포럼에서 난리가 나기 시작했다.

-주인장이 일하기 시작했다!

-오오! 드디어! 나 완전히 포기하고 있었는데!

-주인장 갑자기 왜 이러지? 심심해졌나?

-가만... 생각해보면 업데이트 한 다음에는 항상 전쟁이 일어났던 것 같은데?

-헐. 진짜냐? 이번엔 어디냐? 지금 지구에 있다고 했으니까... 설마 연방이랑?

-미쳤냐? 아무리 주인장이라도 연방이랑 싸우진 않겠지.

-모르겠다. 난 일단 연방쪽 관련된 주식은 다 팔거임.

-나도.

“이것들이 기껏 업데이트 해줬더니...”

준은 미간을 찡그렸다. 오랜만에 신경써서 관리하고 있는데 오히려 반응이 이상한데로 흘러가는 것이다.

하긴 생각해 보면 너무 오랫동안 업데이트가 없긴 했다. 델타폰이 여러 가지로 쓸만하다고는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쪽으로 더 이상 가지고 놀 것이 없던 것도 사실이다. 구현화는 계속해서 돌아가고 있었지만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던 것도 사실.

‘뭔가 더 새로운 건 없을까...’

일단 게임에 이어 각종 영상과 영화들도 업데이트 했다. 저작권 문제 때문에 최신방송분은 올리지 못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정식계약을 맺어서 송출하는 것도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 델타폰 자체가 정식으로 승인되어 판매되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델타스피릿이 델타폰을 실질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것은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수준이지만, 합법적으로 판매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정식계약을 맺어 컨텐츠를 판매하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아예 새로운 컨텐츠를 만드는 건 어떨까?’

방송국도 몇 개 가지고 있겠다. 이번 기회에 아예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차려서 컨텐츠를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했다. 구현화와 연동되면 기존의 어떤 컨텐츠보다도 강력한 파급력을 가지는 것들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방송쪽 인력들을 확충해봐야겠군.’

일단 지금 이 자리에서 하기엔 무리였다. 이것들은 일단 돌아가면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똑똑.

문밖에서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야?”

“연방정보부입니다.”

“엄청 빠르구만.”

전화를 끊은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이곳까지 왔다. 아니, 애초에 호텔에서 대기하고 있었을 것이다.

준은 염동력을 이용해 문을 열었다.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 셋이 문앞에서 당황하며 준을 쳐다보았다. 당연히 문앞에 있을 거라고 생각한 준이 소파에 앉아있었기 때문이다.

“소문대로 대단한 능력자시군요.”

가장 가운데 있던 중년의 사내가 준을 향해 다가오며 입을 열었다. 준은 시큰둥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대충 용건만 이야기 하고 가. 좋은 기분 망치고 싶지 않으니까.”

“상호간에 예의를 좀 더 갖추시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그냥 쫓아낼 수도 있는 걸 들어오게 한 것부터가 나로선 최선의 예우를 다한거라는 걸 알아둬. 약속도 없이 찾아오는 사람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거든.”

“흠...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용건을 이야기 하죠.”

그는 품에서 서류 한 장을 꺼내어 준에게 넘겼다. 종이로 만들어진 서류였다. 기밀정보의 경우에는 아직도 이런식으로 종이서류에 담아 유출을 방지하는 용도로 쓰이곤 했다.

“뭔데?”

“이번 일의 배후에 관한 파일입니다.”

준은 서류를 받아 빠르게 읽어나갔다. 보고서는 10쪽 정도의 짧은 분량이었다.

내용은 러시아연방과 중화제국의 트러블, 그리고 거기에 관한 연방의 움직임에 대한 이야기가 쓰여 있었다.

“이거 1급 비밀인 거 같은데? 이걸 나에게 보여주는 이유가 뭐지?”

“이번 일에 도움을 청하기 위해섭니다. 현재 중화제국과 러시아 연방은 겉으로는 손을 잡고 있는 모양새이지만 속으로는 오랜시간 충돌을 반복해 왔습니다.”

“사이 좋은 편 아니었어?”

“붙어 있는 나라가 사이 좋은 것 보셨습니까?”

“하긴...”

애초에 러시아와 중국은 연방을 거치지 않으면 다른 국가와 무역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동떨어져 있는 세계였다. 그러다보니 다른 국가보다 서로에게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었다. 사회주의 국가라고는 하지만 서로가 지향하는 바가 서로 다르다보니 갈등도 잦았다.

이번일은 그것이 표면으로 드러난 것에 불과했다. 그리고 연방은 이번 사태를 이용해서 두 국가를 완전히 복속시킬 생각인 듯 했다. 그들의 입장에서 보기엔 사회주의 국가가 존속한다는 것 자체를 용납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냥 내버려 두면 알아서 갈등 대충 봉합하고 살 텐데, 굳이 정부조직을 무너뜨릴 필요가 있을까?”

준의 솔직한 감상이다. 연방요원이 고개를 저었다.

“사회주의는 내버려 두면 사회를 뿌리부터 갉아먹는 암적인 존재입니다. 이 우주에서 절대로 남겨두어선 안 되는 것이지요.”

“해묵은 매카시즘이냐... 연방이 정말 할 일이 없긴 한 모양이구만.”

준이 보기에 연방이 이렇게 강경한 방식으로 두 국가를 통제하려고 드는 것이 어떤 거창한 이유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발전할 대로 발전한 연방은 현재로선 세계 최강국으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힘이 연합을 넘어서까지 투사되지는 못했다. 우주는 넓고 연방이 커버해야 하는 곳이 워낙 많기 때문이었다.

그러다보니 힘을 자랑할 수 있는 곳은 그다지 많지 않다. 즉 이번일을 빌미로 중화제국과 러시아 연방에 힘자랑을 하고 싶은 것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파티마제국과 갤럭시 인더스트리와의 전쟁에 끼어든것도 결국은 연합에까지 영향력을 확장하고 싶은 욕심때문일 것이다.

힘을 가지고 있으면 쓰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연방은 넘치는 국력을 투사하지 못해서 안달난 것이다.

“즉, 그러니까 이번 러시아연방의 사태조작을 이용해서 러시아와 중국의 갈등을 부추기고, 그 사이 두 국가의 국력을 약화시켜 연방이 무력투사를 한다 그건가?”

“비슷합니다. 디테일에선 많이 차이가 나지만요.”

“왜 그런 멍청한 짓을.”

준은 고개를 저었다. 국가간의 전쟁은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는다. 설령 이빨빠진 승냥이들인 중화제국과 러시아 연방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궁지에 몰린 늙은맹수들이 연방을 곤란하게 하고자 마음먹으면 상당한 피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그런 피해를 감수하고서까지 그 국가들의 정체성을 무너뜨린다는 것은 연방의 지나친 오만이다. 애초에 그럴거면 파티마제국과 무역연합 역시 문제가 있는 건 마찬가지다. 하나는 신정국가이고, 하나는 천민자본주의가 뿌리깊게 박혀 있는 곳이다.

그 외에도 왕국단위로 쪼개진 소국들도 상당히 있다. 단지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이라는 건 명분으로 너무 약하다.

“델타스피릿의 대표님께서 하실 말씀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뭐, 그렇긴 하네.”

준은 머쓱한 기분이 들었다. 무모하기로 따지면 연방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진 않으니까. 하지만 이쪽은 나름대로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어쨌든 날 연방의 자아실현에 써먹으려고 들지마. 애초에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도 없을 것 같지만.”

“증인을 데리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무슨 소리야? 내가 증인을 데리고 있다니?”

"정보에 따르면 알스버그님께서는 사람을 아공간에 가둘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걸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너네들 너무 많이 아는 것 같은데.”

준이 상체를 세웠다. 갑자기 방안의 분위기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연방요원은 달라진 준의 분위기에 긴장하며 침을 삼켰다.

“저희가 아는 게 그것이 다라고 생각하십니까?”

“또 뭐가 있지?”

“현재 이곳에 있는 당신이 진짜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진짜가 아니라고?”

“스파일리 행성에 준 알스버그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그럼 여기에 있는 난 뭐지?”

“글쎄요. 하지만 서은설 양이 함께 있는 것으로 보아 결코 중요하지 않은 인물은 아니라는 게 저희들의 추측입니다. 어쩌면... 클론이나 안드로이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상상력이 풍부하군.”

“델타스피릿의 기술력은 솔직히 말해 우리들로서도 이해하기 힘든 수준이니까요.”

“그래. 그렇다 치지. 클론이든 안드로이드던. 그러면 진짜 준도 아닌 내게 뭘 부탁하려는 거지?”

“진짜든 가짜든 능력은 있으니까요. 그 증인을 저희에게 넘겨주시길 바랍니다.”

“그거면 되는 건가?”

“그리고.”

요원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천천히 말을 이었다.

“갤럭시 인더스트리에 매각한 그 특수함선의 제조법도 넘겨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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