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493화 (493/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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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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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검색이라도 해야하나... 이런 건 좀 알아서들 하시지.”

준은 델타패널을 꺼내어 자신의 이름을 검색했다. 구골플렉스의 검색창에 이름을 치니 사진과 함께 맨 첫줄의 기사가 눈에 띄었다.

-연합의 악마, 준 알스버그. 그의 노골적인 침략행위는 어디까지...?

“어...?”

“기자들에게 돈이라도 좀 주지 그랬어. 이게 뭐야?”

아무리 그래도 기사에까지 이런식으로 나올줄은 몰랐다. 어쨌거나 그거면 신원보증을 될 테니, 경비책임자에게 자신의 사진이 띄워진 기사를 보여주었다.

“준 알스버그... 헉? 설마 그 준 알스버그?”

“그 준 알스버그는 뭡니까? 뭐 다른 알스버그라도 있나요?”

이제라도 자신을 알아봤으니 다행이다. 쓸데없는 행동에 심력을 많이 소모했다.

“이, 이곳에는 언제 오신겁니까?”

“방금. 며칠 머무를 생각입니다.”

“바, 방을 잡아드리겠습니다. 부디 노여움 없으셨길...”

경비책임자의 목소리가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서은설이 프론트로 달려가는 그를 보면서 입을 열었다.

“네가 엄청 무섭긴 한가봐.”

“매번 말하지만, 난 딱히 사람들을 겁주거나 할 생각은 없는데. 옆에 있는 네가 봐도 잘 알거 아냐.”

“하기야. 호구같은 면이 있긴하지.”

“뭐 임마?”

“칭찬이야. 그게 아니었다면 내가 붙어있을 수 있을리 없잖아?”

“무슨 소리야. 넌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야.”

“칭찬 고맙네요.”

서은설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루나처럼 준의 아이를 가지지도, 에피알게나스처럼 아름답지도 않다. 자신있는 마법은 오펜하이머에 비하면 발끝에도 미치지 못했다. 어쩌면 엘라믜 보모를 자처했던 것은 어떻게든 준에게 자신의 위치를 인정받고 싶어서 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것과 별개로 엘라가 귀엽긴 했지만.

‘점점 말을 안들어서 문제긴 하지만...’

엘라에게로 사고가 넘어가자, 금세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아직 3세 정도인 그녀가 벌써 세상의 안좋은 것들을 너무나도 많이 보고 경험했다.

“준. 엘라 말이야.”

“갑자기 엘라는 왜?”

“그대로 내버려 둬도 될까? 자경대도 그렇고, 일진소탕도 그렇고... 너무 나쁜 것들만 많이 접하는 것 같아서. 그러다가 삐뚤어지지는 않을까 걱정이야.”

“그 아이는 평범하지 않아. 우리의 생각으로 재단할 수 있는 수준을 한참이나 벗어나있다고 생각해.”

“그래도 아직은 아이잖아.”

“엄마가 둘이나 있는데 무슨 걱정이야? 고아로 자란 너도 이렇게 훌륭한 성인이 됐는데 말이지.”

“...말 장난은.”

서은설은 라운지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부끄럽긴 하지만 준이 자꾸만 칭찬을 해대는게 싫지만은 않았다.

멀리서 사람들이 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다다다다!

검은 양복을 입은 십여명의 사람들이 준이 앉은 테이블 앞에 일렬로 늘어섰다. 모습을 보아하니 제법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 같았다.

“누구...?”

“한국스타로드 호텔 총지배인 서영수라고 합니다. 직원들이 무례를 범했다고 하기에 제가 직접 사과를 드리려고 찾아왔습니다.”

“아이고...”

준은 이마를 짚었다. 그냥 적당히 방하나만 얻을 생각이었는데 여러사람을 오라가라 한 셈이 되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호텔측에서도 잘못한 것이 없지는 않았다. 다른 곳도 아니고 연합의 떠오르는 신흥기업중 하나인 델타스피릿의 대표를 알아보지 못했다는 것은 세계최고의 호텔체인업체라는 곳에서 할만한 실수는 아니었던 것이다.

“사과는 네가 받아. 난 별로 화난 것도 없으니까.”

“나도 괜찮아. 솔직히 내가 흥분한 것도 있고.”

“그럼 사죄의 의미에서 숙박비는 일체 받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지배인이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이쯤되자 삥뜯으러 온 조폭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거절하는 것도 모양이 살지 않았다.

“호의는 감사히 받겠습니다. 일단 방에서 좀 쉬고 싶긴 하네요.”

“이쪽으로 오시지요.”

준과 서은설, 시미는 지배인의 안내에 따라 호텔 최상층 VVIP룸으로 안내를 받았다. 가장 좋은 호텔이라고는 하지만, 프라이어빌딩의 펜트하우스에 비할바는 아니었다.

“그럼 편히 쉬시길...”

지배인이 뒷걸음으로 물러나며 조용히 방문을 닫았다.

“휴...”

서영수 지배인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그의 곁에 있던 비서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렇게 대단한 사람입니까? 그냥 어린애로밖에 안보이는데...”

“이 사람이... 세상물정에 이렇게 어두워서 어떻게 비서를 한다고...”

“죄송합니다.”

비서가 고개를 숙이자 서영수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나도 겨우 최근에 그 이름을 들었으니... 모를 법도 하지.”

지배인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걸음을 옮겼다.

사무실로 돌아온 그는 팔목에 감아놓은 스마트패널을 펼쳤다. 다름아닌 델타폰이었다. 포럼에 접속한 그는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오늘 주인장 우리 호텔에 옴. 밑에 놈들이 못알아보고 설치다가 좆될뻔함. 생각보다 착하더라.

-우리호텔 같은 소리하네. 구라껒.

-어 쟤 호텔 지배인 맞을걸. 저번에 인증했는데.

=한번 더 인증한다.

서영수는 자신의 사무실 내부 사진을 찍어 올렸다. 그러자 순식간에 엄청난 댓글이 달렸다.

-이 기만자 색기. 연봉얼마나 합니까?

=10억쯤 됨. 이거저거 다떼고 나면 얼마 없음. 세금ㅅㅂ...

-많은거냐 적은거냐?

=많이 받는 편임. 작은데는 1억정도 주는데도 있음.

-월급쟁이는 어쩔 수 없구만... 헌터생활도 나쁘지 않네. 나도 조금만 빡세게 굴면 일년에 저정도는 벌겠다.

-그전에 뒤지겠지.

-그나저나 거기 어디냐? 주인장 지금 스파일리 행성에 있지 않냐?

-그러게. 거기있다고 들었는데.

-델타직원 오피셜인데, 지금 주인장 스파일리 행성에 있는거 맞다던데?

=무슨 소리임. 내가 얼굴 똑똑히 확인했음. 신분증도 있고. 옆에 서은설도 있음.

-어. 그러고보니 은설양 지금 지구로 간다는 소식은 들었음. 방송국에 공지 올라왔던데. 당분간 방송 안한다고.

-그럼 진짜 주인장 지구로 간거임? 둘이 무슨 관계인데. 마누라 있지 않냐?

-부럽다. ㅅㅂ...

-그나저나 주인장 인성 좋다는 개소리는 머임? 첨들어보는데.

-그러게 몰살각 떴다가 겨우 살아나서 그런건가.

=애들이 못알아보고 쫓아낼려고 했는데 참고 일일이 신원확인 해주더라. 서은설이 빡친거 말렸다는데. 우리호텔 날아갈뻔함.

-올. 사람 좋아졌네. 옛날같으면 닥치고 터뜨리고 봤을텐데.

-지구라서 그런거 아님? 연방에서 사고쳤다가는 아무리 주인장이라도 좆될텐데.

-그 인간이 그런거 신경 쓸 인간이었으면 갤럭시는 왜 건드렸겠냐?

-하긴 주인장 인성...

-설마. 주인장 연방에서 사고치려는 건 아니겠지...?

-야. 이거 세계대전 각 아니냐?

-시발. 야 주식팔고 금 사야겠다. 좆될 듯.

“어...”

포럼에서 농담따먹기를 하고 있던 서영수는 문득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댓글에 달린 이야기가 마냥 헛소리로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잠깐만... 진짜 이 양반 뭐 때문에 여기에 온 거지? 갤럭시도 모자라서 연방에까지 손을 뻗으려는 건가...?”

아무리 준이라고 해도 연방을 상대로 전쟁을 하지는 못할 거라는 이성적인 판단과, 주인장이라면 무슨 짓을 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직관이 충돌했다.

“이거... 어디다가 보고해야하나...”

일단 본사에 연락을 하고 연줄이 있는 정부부처장에게도 연락을 넣어야 할 것 같았다. 공식적인 방문이 아니다보니 모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가 무슨 목적을 지니고 이곳에 왔다면 이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준과 시미는 침대에 누워 잠들었다. 육체보다는 정신적인 피로였다. 서은설도 씻기 위해 샤워실로 향했다.

쏴아아.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니 한달 간의 피로가 조금 풀리는 듯 했다.

‘준은 계속 자는 건가...’

정작 호텔에 와서 생각해보니 두 사람만의 여행이 아닌 것이 다소 아쉬웠다. 하지만 자기가 데리고 오자고 한 것이니, 불평할 생각은 없었다. 시미에게도 자신과 동일한 기회를 줘야한다는 생각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끼익.

그때 샤워실의 문이 열렸다. 서은설은 깜짝 놀라며 샤워커튼을 쳤다.

고개를 내밀어 보자, 준이 졸린 눈으로 이를 닦고 있었다.

“주, 준...?”

“어...? 어디갔나 했더니... 씻고 있었구나.”

“다, 당장 나가. 뭐하는 거야?”

서은설이 얼굴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 준이 검지손가락을 입에 대며 속삭였다.

“큰 소리 내지마 시미가 깬다고.”

“시미가 깨는 거랑 이거랑 무슨...”

스윽.

“아?”

이를 헹군 준이 샤워커튼을 젖히고 안으로 들어왔다. 갑작스런 상황에 서은설은 탕속으로 몸을 감추었다.

“무슨 짓이야?”

“아니... 지금이 아니면 다음 기회는 너무 늦을 것 같아서.”

출렁.

준이 조심스럽게 물에 몸을 담궜다.

“딱 좋네.”

“으...”

몸을 웅크린 서은설이 붉어진 얼굴로 준을 노려보았다. 준은 웃으며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렇게 쳐다보지마...”

“너무 오래기다리긴 했지?”

태연한 척 했지만 준도 가슴이 심하게 뛰고 있었다. 루나와는 또 다르다. 몇 년 간이나 연인처럼, 혹은 친구처럼 지내온 사이다. 갑작스럽게 여행을 잡긴 했지만 이미 준도 마음을 먹고 있었다.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물론 내가 여행오자고 제안하긴 했지만...”

“더 이상 기다리게 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

“오. 오지마.”

준이 가까이 다가가려 하자 그녀가 손을 내저었다. 그러자 가려졌던 가슴이 살짝 드러나 보였다.

하지만 이미 마음을 먹은 준이다.

한번 물러서면 다음이 언제가 될지 준도 확신할 수 없었다.

“나는 여자를 잘 몰라. 그러니까 지금부터 하는 행동이 싫다면 확실하게 말해줘.”

준은 그렇게 말하고 염동력으로 그녀를 잡아당겼다.

스르륵.

“아?”

단숨에 준의 품으로 빨려든 서은설은 눈을 크게 뜨며 몸을 움츠렸다. 준은 그런 그녀를 뒤에서 가볍게 안았다.

찰랑.

수면이 조용히 일렁거렸다.

하아...

서은설이 조용히 한숨을 내뱉었다. 그녀의 양 어깨를 쥐고 있던 준의 손이 슬며시 아래로 내려갔다.

움찔.

“겁먹지마...”

“싫어...”

“크게 이야기 해. 안들리니까.”

준은 못들은 척 하며 그녀의 가슴으로 손을 뻗었다. 약간의 저항감이 느껴졌지만 곧, 가슴을 가리고 있던 그녀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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