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490화 (49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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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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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직!

워프엔진에서 스파크가 튀면서 가동이 중단되었다. 일정이상의 충격을 받을 경우 스스로 작동을 중단하는 안전장치가 발동된 것이다. 강제로 해제할 수는 있지만 전투중이거나 해적에게 쫓기는 경우가 아닌 이상 일단 내버려두고 정비를 하는게 우선순위였다.

“대, 대체 무슨...”

대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강철로 된 벽이 종이짝처럼 찢겨나간 것이다. 음파의 직접타격범위안에 들어있지 않았음에도 고막에 영향을 줄 정도로 엄청난 음파였다.

“후. 일단 엔진부터 손봐야겠군.”

준은 충격을 받아 바닥을 굴러다니는 병사들을 전부 4번 던전에 밀어넣었다. 마지막까지 반항하던 대장도 뒤통수를 때려 기절시킨다음 억지로 구겨넣었다.

치칙... 팟!

엔진에서 간헐적으로 스파트와 함께 불꽃이 튀었다. 워프엔진은 상당히 섬세한 물건이다. 자동차 엔진처럼 무슨 몽키스패너 하나들고 고칠 수 있는 물건은 아니었다.

“준!”

시미가 뚫린 벽을 통해 들어오더니 3층높이의 계단참에서 준을 향해 뛰어내렸다.

탁.

정확히 준의 등에 안착한 그녀를 향해 준이 입을 열었다.

“여기 들어가 있을래?”

“응.”

시미가 손바닥만하게 작아진 상태로 준의 앞주머니에 들어갔다. 옷은 인벤토리에 챙겨놓고 곧바로 엔진상태 점검에 들어갔다. 서은설이 다가와 입을 열었다.

“미안해요. 제가 시미를 막지 못해서...”

“군인들은 어떻게 됐어.”

“...겨우 마지막에 방향은 돌릴 수 있었어요. 그 덕에 벽이 찢겨나갔지만.”

“잘했어. 굳이 죽일 필요는 없었으니까.”

직격이 아니라면 당분간 기절하는 정도일 것이다. 엔진을 손보고 올라가도 충분히 수거할 수 있었다.

양자컴퓨터를 가동시키고 문제가 되는 부분을 체크했다. 큐비트의 작동에는 문제가 없었고, 냉각제도 이상이 없었다. 일단 컴퓨터만 정상적으로 돌아가면 나머지는 자체적으로 수리가 가능했다.

워프엔진안에는 다량의 반물질과 엑조틱 매터가 가득하다. 이게 터지면 함선은 대폭발과 함께 순식간에 증발한다.

물론 안전장치가 몇겹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이정도 균열로 폭발하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전우주 최고의 엔지니어인 준이 붙어 있으니 완전수리는 어렵더라도 무난히 작동하게끔은 만들 수 있었다.

“괜찮을 거 같아요?”

“큰 고장은 아니야. 포획장치의 삼중안전장치 외부에 균열이 생긴정도. 그 때문에 전자기장의 흐름에 0.001퍼센트의 오류가 난 상태야. 이정도는 복구시스템으로 처리가 될 거같아.”

나노머신이 빠르게 균열을 수복하고 반물질이 포획장치 안에서 정상적으로 유지되었다. 반물질에 엑조틱 에너지를 섞은 순환장치는 다행히 무사했다. 폭발 임계점에는 한참이나 남았으니 안전에는 문제없을 것으로 확신했다.

“은설아. 너는 일단 객실에 들어가서 숨어있어. 함교를 장악하려는 걸로 봐선 워프엔진을 정지시키고 외부에서 침입해 들어올 생각인 거 같아. 여기있다간 위험해 질 수 있어.”

“알았어. 시미도 내가 데리고 있을게.”

“잘 챙겨.”

준은 시미를 주머니에서 꺼내어 서은설에게 넘겼다.

“준이랑 같이 있고 싶은뎅.”

“네가 은설이를 지켜줘.”

“알았어. 언니는 내가 지켜줌.”

시미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서은설이 11레벨의 중급마법사이긴 했지만, 총기를 든 군인을 상대하기 벅찬 것이 사실이었다. 때문에 시미가 곁이 있어줘야 준도 안심할 수 있었다.

탕! 타타타!

함교에서는 교전이 한창이었다. 라운지에 있던 승객들은 멀리서 들려오는 총소리에 놀라 모두 객실로 돌아가고 있었다.

“비켜요!”

“뭐야!”

“아앙! 엄마!”

객실복도는 서로 밀치면서 도망치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준은 바닥에 쓰러져 울고 있는 아이를 염동력으로 일으켜 세우고는 근처 객실로 밀어넣었다. 그 자리에 있다가는 사람들 틈에 깔려 위험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건이 일단락 되면 부모를 찾을 수 있겠지.’

탁. 탁.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기 위해서 벽을 밟으며 달리는 준에게 사람들의 시선이 간간이 닿았다. 하지만 대부분은 도망치느라 그럴 여유가 없었다.

함교까지 걸린 시간은 겨우 5분 정도, 하지만 그 사이 함교의 항해사들은 대부분 사망하고 함장과 부함장, 그리고 오퍼레이터 한명만이 남아 힘겨운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젠장! 대체 저 녀석을 뭐야?”

“해적은 아닌 것 같습니다. 엄폐물을 이용하는 솜씨고 훈련된 군인입니다.”

탕!

“꺄악!”

오퍼레이터의 어깨에 총탄이 스치며 살점이 한웅큼이나 뜯겨나갔다. 엄청난 출혈이 뒤따르며 순식간에 얼굴이 창백해졌다. 저정도 출혈이만 사망까지는 1분이면 충분했다.

“젠장. 항복해야하는 건가.”

“항복을 받아 줄 것이었다면 이렇게 다짜고짜 공격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저 중에 함선을 운용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게 틀림없습니다.”

“그럼 여기서 죽으란 말인건가... 허허. 말년에 이런 횡액을 당할 줄이야.”

“...아직 끝이 아닙니다.”

탕탕!

부함장이 권총을 발사했다. 고개를 내밀었다간 조준사격에 당할 것 같아 총구만 내밀고 발사하는 수준이었지만 적들의 전진을 늦추는 데는 효과적이었다.

“그게 무슨 소린가?”

“객실 탑승자 중에 준 알스버그가 있었습니다. 만약 그가 소란을 파악하고 이쪽으로 온다면...”

“젠장. 하지만 총격이 일어난지 벌써 5분이 넘었네.”

팅.

데구르르!

그때 두 사람이 숨어있는 콘솔쪽으로 금속원통하나가 굴러들어왔다.

“수류탄?!”

부함장이 화들짝 놀라며 함장을 감싸안았다.

펑!

다행히 수류탄이 아니라 연막탄이었다.

타타탓.

하지만 연막너머로 군인들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결국 폭탄에 죽나 총알에 죽나의 차이일 뿐이었다. 부함장은 함장을 감싼 상태로 눈을 질끈 감았다.

타타타탕!

부함장은 눈을 질끈감았다. 하지만 예상된 고통은 전해지지 않았다. 연막이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하자, 그는 주변 정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검은색 작전복을 입은 병사들이 사방에 신음을 흘리며 쓰러져 있었고, 그 가운에 허리에 손을 짚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한 청년이 보였다.

“주, 준 알스버그님.”

“조금 늦었군요.”

준은 사망한 항해사들을 둘러보았다. 마지막까지 저항하다 대부분 사망했고, 남은 것은 세 명이었다.

“오, 오퍼레이터가 아직 살아있습니다.”

“이미 조치를 취했습니다.”

여성 오퍼레이터는 일단 가장 쾌적한 2번 공장지대 던전에 넣어두었다. 회복 되는대로 곧바로 꺼내줄 생각이었다.

사망자들은 1번던전, 생존한 군인들은 평야지대 던전에 넣었다. 3번던전은 과거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현재 사용할 수 없었다. 괜히 거기 들어갔다간 몇백만년 전으로 돌아가게 될 수도 있었다.

준은 부함장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일단 상황 수습하시고, 함선 전체에 방송을 하십시오. 승객들이 불안에 떨고 있으니까요.”

“네.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 수 있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말입니다. 이 함선에 중요인물이 타고 있습니까?”

“최중요인물이 제 눈앞에 있습니다만...”

“뭐, 알겠습니다.”

자신을 노릴 거라면 이런식의 함선점거가 아니라 아예 함선전체를 날려버려야 했다. 핵폭발은 불완전한 EX필드를 뚫어낸다. 만약에 준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당하게 되면 실제로 죽을 수도 있었다.

물론 그런 치명적인 약점을 아는 사람은 자신을 제외하면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루나조차도 알지 못하는 사실이었으니, 그 약점을 찌르고 들어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 일단 취조를 해볼까.”

4번 던전을 열었다. 안에 들어가보니 일군의 무리가 성을 장악하고 있었고, 나머지 소수가 바깥에서 소규모 집단을 이루고 있었다.

성쪽에 있는 것은 성상민과 그 휘하의 군인이었고, 나머지는 짬짬이 준이 던져넣은 이들이었다.

초식몬스터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저 녀석들은 선공몹이 아니니 건드리지만 않으면 안전하다.

준은 소규모 무리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곳에는 대장과, 함교를 습격한 지휘관이 나란히 상처를 입은 상태로 드러누워 있었다.

“괜찮아 보이네.”

철컥!

군인들이 준을 향해 총구를 들이밀었다. 염동력을 일으키자 총들이 전부 준의 인벤토리로 빨려들었다.

“엇?”

“더 할래?”

움찔.

준이 녀석들을 노려보자 전부 고개를 숙였다. 자신들이 아무리 대들어봤자 상대할 수 없는 괴물임은 진작 알고 있었다. 다만 척수반사적으로 총을 겨눈 것 뿐이었다.

“큭... 넌 대체 누구냐.”

습격대 대장이 총상의 통증으로 인상을 쓰며 몸을 일으켰다. 출혈은 멎은 상태다. 하루만 지나면 상처도 모두 회복 될 것이다.

“나를 모르는 걸 보면 엄청 촌놈들인 것 같단 말이지. 적어도 연방이나, 연합, 파티마제국쪽은 아닐거고. 그러면 러시아 연방뿐인데. 너희 거기놈들이냐?”

준의 말에 대장의 표정이 순간 흠칫했다. 그것을 놓칠 리가 없는 준이었다.

“호오. 러시아와 중화제국은 긴밀한 사이 아니었나? 왜 갑자기 가운데 끼어서 분쟁을 일으키려고 하는거지?”

“난 아무것도 모른다.”

“어차피 여기 들어온 이상 너희들은 빠져나갈 구석이 없어. 참고로 말하는데, 여기서는 죽고싶어도 마음대로 못죽는 곳이야. 굳이 쓸데없이 고통받지 말고 아는 대로 순순히 말하는게 나을거야.”

“마음대로 해봐. 나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을테니까.”

“그게 언제까지 갈지 두고보지.”

철컥.

탕!

대장의 이마에 구멍이 뚫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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