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488화 (488/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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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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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탁. 탁.

준과 서은설 두 사람이 풍운보를 이용해 객실 복도를 질주했다.

“비켜주세요!”

“으앗! 뭐야!”

“죄송합니다!”

준이 먼저 치고 지나가고, 뒤를 서은설이 따랐다. 갑자기 번쩍하고 나타났다 사라진 두 사람에 놀란 사내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두 사람의 흔적을 훑었다.

“젠장... 헌터면 다야?”

툴툴거리면서 다시 가던 길을 걸어가는 그의 등뒤로, 수상쩍은 사람 하나가 툭, 하고 뛰어내렸다. 객실복도의 천장에서 떨어져 내린 것이다.

“으앗! 누, 누구야!”

빠득!

쿵!

사내의 목이 등뒤로 돌아가더니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졌다.

“모두 내려와.”

“네!”

탁. 탁.

복도 천장에 뚫린 구멍에서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모두 기관단총을 손에 든 군인들로 맨처음 나타난 사내를 포함 모두 오십 명이 넘는 수였다.

“1조는 함교를, 2조는 엔진룸을 점거한다."

“네.”

명의 총을 든 인물들이 복도를 빠르게 달렸다.

“어디야?”

“저기. 금방 도착해.”

준과 서은설이 속도를 높였다. 그렇게 1분여를 더 달리자 엔진룸이 있는 두꺼운 철문이 보였다. 관계자외 출입금지 표시와 함께 방사능마크가 찍혀 있었다.

준이 입을 열었다.

“넌 여기서 대기하고 있어.”

“너는?”

“난 방사능에 데미지를 입지 않아.”

“뭐? 그런 능력이 있었어?”

“실드로 해도 되긴 하지만, 일단 넌 밖에서 수상한 사람이 없는 지 확인 좀 해줘.”

“알았어.”

서은설이 고개를 끄덕였다. 준은 철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문은 잠겨 있지 않았고, 납으로 된 두꺼운 철문을 통과해 안으로 들어서자,

방사능 보호복을 입고 쓰러진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보였다.

“이런 늦었나.”

대체 뭐하는 놈들인지는 모르겠지만, 원자력엔진을 점거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시미가 괜히 말려든 것 같긴 했지만, 그녀가 왜 여기까지 딸려 들어왔는지는 알 수 없었다.

“야. 그년은 또 뭐야?”

“오다가 주웠어.”

피어싱 사내가 키득거리며 입을 열었다. 이들이 현재 위치한 곳은 엔진룸 안쪽. 방사능이 제법 강하게 뻗어 나오는 곳이지만 이곳에서 그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너무 어리지 않냐?”

“싫으면 너는 안끼워준다.”

“농담이야. 끝내고 나와서 교대 좀 해줘.”

“오래 기다려야 할거다.”

“조루 주제에.”

두 사내는 키득거리며 대화를 나누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시미가 입을 열었다.

“여기가 어디에요?”

“곧 너를 천국으로 데려다줄 장소지.”

“천국은 없는 데여.”

“걱정마. 가기 싫어도 가게 될 거니까.”

사내가 음험한 표정을 시미를 확 끌어 당겼다. 시미가 슥 당겨갔지만 그녀의 표정은 평온했다. 애당초 별다른 위협을 느끼지 조차 않았다.

사내는 시미를 향해 입을 열었다.

“벗어.”

“옷을요?”

“그래. 좋은 말로 할 때 듣는게 좋을거야. 아프게 할지도 모르거든.”

“음... 싫은데요.”

시미는 고개를 저었다.

“말로 해서는 안듣겠다는 거지? 뭐 후회는 하지마라.”

사내가 시미의 뺨을 후려쳤다. 그녀가 슬쩍 뒤로 물러서자, 사내가 오히려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다.

“어...어?”

“아저씨. 나쁜 사람이었어요? 준한테 또 혼나겠네.”

시미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몇 년간 인간들 틈에 섞여 살면서 어느정도 구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잘해주면 좋은 사람, 그 반대면 나쁜 사람. 단순하지만 시미로서는 큰 발전이었다.

“이 꼬마가...”

“그 꼬마에게 이상한 짓을 하려는 넌 대체 뭐냐?”

준이 한심하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준! 저 아저씨가 나보고 옷벗으래요. 식물에 발정하는 변태에요.”

“그러냐...”

“헉? 뭐, 뭐야? 어떻게 여기에 들어온거지?”

“어떻게긴. 다 죽이고 왔지.”

“뭐, 뭐라고?”

“그럼. 엔진을 건드리는 놈들을 살려둘까봐서? 내가 자비심이 넘치긴 하지만, 악당들에게 까지 자비롭지는 않아.”

“저 아저씨도 죽일거에요?”

“뭐, 사실 여기있던 놈들도 죽인 건 아니야.”

“응? 그럼요?”

“강제노동형 10년이지.”

준이 손을 휘젓자, 사내의 옆에 커다란 웜홀이 나타났다. 스킨헤드의 사내가 깜짝 놀라며 입을 열었다.

“이, 이게 뭐야?”

“감옥.”

준이 염동력을 이용해 사내를 그대로 웜홀로 던져넣었다.

“히익?”

쑥.

이미 앞전에 있던 이들도 모두 웜홀에 빨려들어간 상태다. 성상민 회장이 있는 4번 던전에 넣어놨으니 심심하지는 않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다니지 말라고 했지?”

“난 괜찮은데요.”“네가 아니라 엔진룸이 걱정되는 거거든.”

“시미도 바보 아니거든요. 호신술도 배웠어요.”

얍얍.

주먹과 발을 내지르는 시미를 염동력으로 들어올렸다.

“그만 나가자.”

“오. 이것도 좋은데요? 재밌다. 꺄하하!”

시미를 데리고 나가자 서은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넌 또 어디갔냐?

-뭔가 이상해요. 엔진룸 근처에서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잔뜩 지나갔어요. 여객선에 군인이 있을 리가 없는데.

-군복?

-워프엔진을 점거하려는 거 같아요. 저도 가고 있으니까 얼른와요.

-뭐야. 군인이라니... 하이재킹 당한건가?

-중간에 다른 우주선이 끼어든게 아니라면 보름이상 이안에서 숨어있었다는 얘기겠네요. 뭘 하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잘못하면 승객들의 목숨이 위험해 질 수도 있어요.

-알았어. 곧바로 갈게.

“꺄하하!

상황을 모르는 시미로서는 허공을 떠다니는 게 재미있는 모양이다.

“너도 날 수 있지 않냐?”

“제트팩 없이는 안되요.”

“그랬나. 엄마한테 안배웠어?”

시미의 엄마는 요정이다. 물론 피를 이어받은 친부모는 아니지만, 요정에게 정성들여 길러진 이상 부모라고 해도 무방했다.

“그런 능력은 없는데... 더 자라면 배울 수 있지 않을까요?”

“거기서 더 자라면 행성파괴급이야.”

현재 시미의 결정도는 초록색 외도급이다. 한번 만 더 진화해도 파란색이 된다. 상급헌터 팀이 달려들어도 이길까 말까한, 아니 재수없으면 전멸도 각오해야할 만큼 강력한 존재다. 준이 로버없이 일대일로 싸워 비등한 전력을 뽑아낼 수 있는 정도라고 생각하면 얼추 비슷하다. 물론 로버를 꺼내면 5분컷이 가능하지만.

타탓.

보통의 함선은 엔진룸이 두 개다. 하나는 전력공급을 위한 원자력이나 핵융합로, 또 하나는 워프기동을 위한 워프엔진룸이다. 함선의 후미에 있는 엔진룸으로 다가가니 멀리 서은설이 보였다.  지도를 보고 찾아왔으니 금방 찾는 건 당연했다.

“여기야?”

“네. 여기로 군인들이 들어갔어요. 총소리도 났는데 저는 못들어가겠더라고요.”

“잘했어. 지금 너 혼자서 군인들을 상대하는 건 위험해.”

총기는 여전히 강력한 무기다.

물론 서은설은 이미 10레벨을 넘어 11레벨을 찍은 상태였다. 하지만 마법사였고, 체력이 높지 않아 총기를 버티기에는 무리였다. 사실 EX필드가 없는 헌터라면 준이라고 해도 총기를 버티는 것은 쉽지 않았다.

번외로 현재 그녀는 업무시간 외에 인터넷 방송에 전념하고 있었다.

그녀의 직업기술이 ‘팬클럽’은 추종자에게 1퍼센트의 경험치를 나눠받을 수 있기때문이었다. 레이드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월급외의 부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은 그것밖에 없었다. 가끔씩 델타그룹의 CF에 참여하긴 하지만 아직도 이름만 조금 알려졌을 뿐 유명인이라고 하기엔 힘들었다.

“뭘까요? 그 사람들.”

“글쎄. 해적은 아니겠지. 놈들은 통일된 체계가 아니니까. 군복같은 걸 입고 다니는 경우는 거의 없거든. 어쨌거나 이 여객선을 점거해야할 분명한 이유가 있는 놈들이겠지. 연방해체를 요구하는 분리주의자일 수도 있고. 공산주의자들일 수도 있지.”

“어으... 그 인간들 아직도 살아있는 거 보면 아주 지긋지긋해요.”

“뭐, 제국도 있는데 새삼스럽게. 시미를 좀 맡아줘.”

“네. 조심하세요.”

“별 걱정을.”

준은 곧바로 엔진룸으로 향했다. 열린문을 통해 안쪽으로 들어가자 화약냄새가 코를 찔렀다. 더 이상의 소란은 없는 걸로봐서 이미 상황은 정리된 모양이다.

한때 엔진정비공이었던 자신의 처지가 문득 떠올랐다.

‘이 자식들 공돌이가 무슨 죄가 있다고...’

엔진룸은 여객선에서도 가장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곳 중 하나였다. 거의 5층 건물 정도 되는 워프엔진이 가운데서 가동중이었고, 그 아래에는 소총을 든 군인들 열 명이 주변을 수색하며 생존자를 찾고 있었다.

탁.

3층 높이의 계단 아래로 뛰어내리자, 군인들을 준을 발견했다.

타타탕!

군인들은 곧바로 방아쇠를 당겼다.

‘누군지 묻지도 않는 걸 보니, 확실히 훈련된 놈들이다. 단순한 테러리스트가 아니야.’

하지만 준에게 화약무기는 통하지 않는다. 총을 맞고도 멀쩡한 준을 보고 당황한 군인들이 뒤로 주춤 물러섰다.

“누구냐?”

“그러는 니들은 누구냐? 태어나서 처음으로 여행한번 해보겠다는데 어디서 별 거지같은 것들이 나타나서 방해질이야?”

“우, 우리는 위대한 중화인민해방전선의 전사들이다.”

“조까지말고. 어디서 구라질이야? 니들 어디가 중화제국놈들로 보이냐? 구라칠거면 뭐 비슷하게라도 해야지.”

준은 한숨을 쉬었다.

중화제국은 요즘같은 시대에 흔하지 않은 순혈주의를 택하고 있었다. 즉, 중화제국의 인민이라면 기본적으로는 황인종이어야하고, 족보까지 따져서 최소한 위로 삼대가 순혈한족이어야만 높은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게다가 가장빠른 출세길을 보장하는 군인에 라틴, 흑인, 백인계 군인을 쓸 리가 없었다.

“웃기지마라! 우리는...”

탕!

“컥?”

준의 손에 들려있는 권총에서 연기가 흘러나왔다. 인벤토리에서 총을 꺼내어 발사한 것이다. 현재 준의 인벤토리 안에는 각종 무장들이 잔뜩 들어있었다. 전부 성상민 회장을 털어먹을때 같이 압수한 것들이다.

총을 맞은 군인은 어깨에서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다음.”

준이 총구를 돌리자 지목을 받은 군인이 부들부들 떨면서 입을 열었다.

“우, 우리는 대중화...”

탕!

“컥!”

두번째 군인이 쓰러졌다.

“아직 과녁은 많으니까 긴장하지 말고 편하게들 이야기 해.”

“누구냐!”

우르르!

“대, 대장님!”

그때 엔진룸 뒤쪽에서 생존자들을 수색하고 있던 일련의 군인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모두 모이니 총 서른 다섯이었다. 쓰러진 애들까지 포함한 숫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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