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484화 (484/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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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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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준에게 남아 있는 경험치는 약 5천만 정도였다. 이것저것 쓰고 나니 남은 것이었는데, 현재 시간축에서는 준에게 경험치나 결정체가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아껴서 써야 할 필요가 있었다.

“흠... 우주선을 또 하나 만들어야 하나...?”

준은 고민했다. 원래의 시간축으로 돌아가게 되면 모킹버드가 있다. 물론 만들어 두면 언젠가는 쓸데가 있긴 하다.

“그냥 일반 여객선 타고 가자.”

서은설이 입을 열었다.

“왜? 다른 사람들이랑 끼어서 가기 불편하잖아. 여객선이라는 게 그렇게 속도가 빠르지도 않은데.”

“그냥. 평범하게 여행을 가고 싶어. 다른 사람들처럼. 어릴때는 고아원에서만 지냈고 나이먹고 나서는 거의 매일 같이 마법만 배우느라 어디 놀러간적도 없었거든.”

“그럼 일단 란도넬 행성으로 가자. 지구로 가는 직항 여객선은 거기밖에 없거든. 언제 출발할래?”

“음. 이것저것 짐 좀 싸고 하려면 일주일 정도? 업무 인계도 해야되고.”

“알았어. 그동안 난 밑에서 또 다른 나나 도와주고 있을게. 네 휴가 이야기도 하고.”

서은설의 업무는 사실 그렇게 까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빠르게 디스플레이에 떠오른 정보를 읽고 취합해서 그때그때 적절한 인물에게 전달해 주면 되기 때문이다. 전투나 항해 중에는 숙련자의 솜씨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그냥 하루종을 화면을 보면서 시간을 때우는 게 고작인 일이었다.

준은 일주일 동안 스파일리 행성의 녹지화 사업을 도왔다. 어차피 파티마제국에게서 사용권을 넘겨받았으니 잘 키워서 써먹을 필요가 있었다. 물론 행성 전체를 녹지화 할 필요는 없다. 일단 석유를 정제해서 경험치로 치환하는 기술을 대규모로 확장해서 사용하려면 사람들이 많이 필요했고, 그를 위해 작은 도시를 하나 만들 생각이었다.

이주민들은 대부분 과학자들이 될 예정이었다. 그를 위해서 또 사람을 구인해야 하니 그 일도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준이 ‘그’에게 입을 열었다.

“그래서. 루나의 인맥으로 과학자들을 전부 구하는 건 무리잖아. 어떻게 하려고?”

“나랑 대화하려니 참 웃기긴 한데. 어차피 내 생각은 네가 잘 알지 않아?”

“나라면. 바로 공채지 뭐. 어차피 연구자는 넘쳐나고 적당한 대우만 해주면 지원하려는 사람은 많으니까. 하지만 델타스피릿은 아직 작은 회사고, 대규모의 연구단지를 조성하기에는 자금력이나 뭐나 부족한데.”

“규모야 앞으로는 계속 커질거고, 돈이 부족할 일은 없지. 핵심 사업들이 계속해서 돈을 빨아들이고 있으니까.”

“하긴. 델타엔진만 해도...”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델타엔진은 델타폰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산업적 파급력을 지니고 있다. 소형엔진을 병렬로 100개 정도만 연결해도 중형 우주선 하나를 돌릴만한 전력이 나온다. 엔진의 크기가 작아지만 그만큼 우주선의 성능은 올라간다. 출력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고 언제든지 최대출력을 뽑아낼 수 있다는 건, 함선의 기능에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 낸다.

저번 파티마 제국과 갤럭시 인더스트리의 전쟁에서 첫 선을 보인 델타엔진을 탑재한 함선들이 동일 기종의 함선에 비해 1.5배 이상의 교전비를 냈다는 것만 봐도 상당한 위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준비하고 있는 게 있어.”

“뭐. 내가 모르는게 있어?”

“안드로이드 사업을 할거야.”

“안드로이드?”

"그래. 엘라에게 받은 제로를 이용해서 복제를 하려고.”

“카피가 어렵지는 않긴 하지만... 혼자 만들려면 좀 골치아플텐데. 시간도 오래걸리고.”

안드로이드 제작 자체는 지금도 흔하다. 하지만 엘라가 만든 제로시리즈는 단순한 로봇이 아니라 자연어처리까지 완벽한 최고급 사양의 AI까지 탑재한 상태였다. 그 정도면 껍데기만 그럴듯하게 씌워놓으면 인간과 거의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다.

“결국 핵심은 AI처리를 위한 소프트웨어니까. 그것만 카피하면 어렵지 않아.”

“뭐, 그런 건 알아서 해. 어차피 내가 나중에 하게 되겠지만.”

“둘이서 뭘 그렇게 신나게 이야기 하는 거야?”

근처에서 경비를 서고 있던 카렌이 다가왔다. 그녀 역시 이 쪽 시간축에 존재했다. 그 말은 적어도 과거에서 그녀가 죽지는 않는다는 이야기겠지.

“내가 나한테 이야기 하는게 뭐 어때서.”

준이 어깨를 으쓱하며 입을 열었다. 카렌이 슬금슬금 다가와 그를 더듬었다.

“뭐하는 거야?”

“아니. 진짜 신기해서. 똑같은 인간이 둘이나 있다니.”

“너도 하나 더 있을걸.”

“그건 좀 끔찍한데.”

카렌이 미간을 찌푸렸다.

“자신이 생각해도 별로지?”

“나는 내 남자를 누가 뺏어가는 걸 별로 안좋아하거든. 분명히 나랑 싸울것같아.”

“그러냐...”

준은 한숨을 쉬었다.

일주일은 빠르게 지나갔다. 그동안 서은설의 휴가는 처리되었고 홍창만이 서은설의 대리를 맡았다. 그가 투덜거리며 입을 열었다.

“하. 나는 언제나 휴가 한번 받아볼까.”

“억울하면 너도 빨리 애인 만들던가.”

서은설이 입을 열었다.

“일이 바빠서 그럴 여유가 없네요. 게다가 델타스피릿여기 남초현상이 얼마나 심한 줄 알아? 어딜 가도 여자구경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특히 함선안에는 전부 남자뿐이야.”

“왜. 네가 사랑하는 에피알게...읍읍.”

“야. 그건 말하지 말랬지?”

홍창만이 서은설의 입을 틀어막고는 준의 눈치를 살폈다. 준은 별로 개의치 않았다. 에피알게나스가 물론 자신을 번식을 하기 위한 상대자로 여기고 있긴 하지만, 아직 뭐 연인이라거나 그런 사이는 아니었다.

게다가 델타스피릿 내에서 그녀가 아이돌 취급을 받는 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기에 홍창만 같은 녀석이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 이들을 하나하나 잡아다 족치면 델타스피릿 전체가 공중분해가 되고 말 것이다.

“그럼 꿀 잘 빨고 놀다 오셔. 이런 기회도 자주 없을테니까. 그리고 사장님은... 뭐. 잘 놀다와 너도 그동안 정신없이 바빴을테니까.”

홍창만이 준의 어깨를 툭 쳤다. 준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나는 별로 안바빴는데.”

“알아. 그냥 해본소리야. 그래도 사장님인데 논다고 할 수는 없잖아.”

“그럼 잘 부탁한다.”

준은 그렇게 말하고 웜홀을 열었다. 란도넬과 연결된 웜홀이었다.

준과 서은설이 나온 곳은 프라이어 빌딩 최상층의 펜트하우스였다. 시간으로 봐선 아직 엘라와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왔을 시간은 아니었다.

“와. 이거 진짜 편하네. 어떻게 순식간에 여기까지...”

“공간이동 처음 해보는 건가?”

“아니. 그건 아닌데 할때마다 신기해서. 나도 배울 수 없을까?”

“배워서 되는 게 아니야. 게다가 한 번 쓸때마다 백억씩 깨지는데 그만한 돈 있어?”

“...이거 그렇게 돈이 많이 들어가는 거였어?”

“그래서 어지간하면 잘 안쓰잖아. 그냥 우주선 타고 돌아다니는 게 낫지.”

“잠깐만. 나 다리 풀린 거 같아.”

풀썩.

서은설이 근처에 있는 침대에 주저앉았다.

“대낮부터 유혹하는 거야?”

“그, 그런 거 아니거든? 진짜 다리가 풀려서 그런거야. 내가 방금 백억을 썼다는게 믿어지지가 않아서.”

“육천억 짜리 함선은 잘도 타고 다니면서.”

“그거랑 이건 다르지. 우주선이야. 그럴 수도 있지만 이건 그냥 이동하는 건데 백억을...하아. 그냥 거기서 일이나 할 걸 그랬어.”

“너무 아깝게 생각하지마. 어차피 네돈도 아니잖아.”

“그래도 그게 그렇게 쉽게 되는 게 아니잖아. 그 돈이면 동생들 학비랑 이것저것...”

현재 서은설의 고아원 동생들도 전부 란도넬 행성에 자리잡은 상황이었다. 물론 전원이 부족함 없이 하도록 그가 직접 재단까지 만들어서 장학금을 주고 있었다.

직접 돈을 주는 건 거부한 장민성도 그 정도 도움은 슬쩍 눈감아 주고 있었다.

“내가 지원해준다고 했는데도 거절한 게 누구더라.”

“됐네요. 하여튼 이왕 백억이나 쓴김에 동생들이나 보고 가자.”

“오랜만에 엘라도 보고 갈래?”

“뭐, 나쁘지 않지.”

“그럼 말 나온 김에 지금 가지 뭐.”

“꺅.”

준은 서은설을 안고서 창밖으로 뛰어내렸다. 준과 엘라가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특별히 제작된 이중창으로 사실상 현관문이나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 아래가 땅이 아니라 허공이라는 것 정도가 차이라면 차이였다.

“그냥 평범하게 다니면 안될까?”

“이정도는 그냥 받아들여. 버스타고 다니고 싶진 않다고.”

“하긴 그건 나도 별로다.”

란도넬 행성의 치안이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하루아침에 청정국가가 되는 건 아니다. 지금도 프라이어 시티에는 소매치기가 많았고, 특히 버스 같은 곳은 집중적으로 범죄가 일어나는 곳이다. 준이 털릴일은 없지만 괜한 시비에 말려봐야 귀찮기만 할 뿐이다.

“저기야. 엘라가 다니는 베스커빌 중학교.”

“실제로 본 건 처음이네. 근데 왜 하필 중학교야? 대학을 가도 모자랄 판에.”

서은설이 입을 열었다.

“나도 사실 대학을 보내고 싶었는데. 자기가 학교생활을 해보고 싶다고 하더라고. 그리고 대학에는 또래가 별로 없을테니까. 친구를 더 사귀고 싶었나보지.”

“흠. 친구라면 넘칠정도로 많을텐데.”

“그렇긴 한데, 따지고 보면 그 친구들이 하나같이 정상이 아닌건 사실이라...”

가만히 그녀의 곁에 있는 이들을 떠올려 봤다.

검둥이, 시미, 펄. 이 셋은 전부 외도. 프렌은 로봇. 파워버프걸에서 메이드 역할을 맡고 있는 스위니 정도가 그나마 인간이었지만 그녀는 친구라고 하기엔 나이가 좀 많았다.

“...준.”

“응? 왜?”

“우리... 너무 시선을 끌고 있는 거 같은데...”

준이 고개를 숙여 아래를 내려다보니 한창 축구를 하고 있던 학생들이 전부 자신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갑자기 하늘을 날아다니는 사람이 나타나니 놀랄만도 했다.

“이 정도가 뭐 신기하다고 저러는 거지?”

“보통사람에게는 충분히 신기하거든?”

“이 동네엔 마법사들도 없나...”

애초에 플라이 마법을 사용할 만큼 능숙하게 마법을 사용하는 이들이 한가롭게 학교위를 날아다니고 있을 이유가 없다. 그나마 최근 프라이어 시티를 순찰하는 파워버프걸 정도가 있긴 하지만 엘라나, 대역 로봇들도 전부 밤에 날아다니기 때문에 낮에는 쉽게 발견할 수 없었다.

탁.

학교 건물 앞에 착지한 준이 서은설을 가볍게 내려놓았다.

“후. 나도 명색이 마법사인데, 플라이 마법 정도는 배워놔야겠어.”

“그거 그냥 배울 수 있는거야?”

“아니. 일단 좋은 스승이 있어야지. 마법 하나 배우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 줄 알아?”

“나야 모르지.”“하여튼 진짜 얄미울때가 있다니까.”

“흠. 가만있어봐... 그럼 그걸 염동력을 할까...?”

“무슨 소리야?”

“아. 사실 25레벨 되면서 기술판매 슬롯이 하나 더 늘었거든. 뭘 넣어야 하나 그동안 계속 고민하고 있었는데 딱히 정하지를 못해서 말이지.”

“기술판매? 아. 설마. 그거 말하는 거야? 풍운보 같은거?”

“그래. 너도 익혔지?”

“그야... 그것만 있어도 여간 편해지는게 아니니까.”

사실 한동안 기술판매 목록이 업데이트 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것이 얼마전 25레벨로 오르면서 겨우 새롭게 추가된 것이다. 다만 이번에 하나를 결정하고 나면 이제 다음번 슬롯은 언제 열릴지 몰라 계속해서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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